1400억 원짜리 양궁장이 무용지물?

입력 2016.10.21 (15:56) 수정 2016.10.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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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금 4억여 원의 양궁대회가 열린 서울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국제대회를 방불케 하는 큰 규모의 국내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그 가운데 한숨을 내쉬는 양궁인들이 있었다. 바로 인천 계양구청 양궁팀 관계자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결승전이 열린 인천 계양 아시아드 양궁장 바로 옆에 골프장이 들어오게 되면서 대회 유치는 물론, 훈련에도 지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들의 사후활용문제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양궁장 옆 부지(1만 7,185㎡)에 골프연습장 건립을 위한 토지사용 승낙 등의 실시계획 인가를 내줬다.

현재는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지상 3층 120타석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연간 임대료 4억 7,000만 원에 기본 5년 임대, 추가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 골프 연습장의 조명과 소음(골프공을 칠 때 나는 타격음)이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인 양궁선수들은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활시위를 당기는데, 골프 연습장이 양궁 결승전이 열렸던 바로 오른쪽에 들어서게 된다.

■ 대회 유치는 포기?

인천시는 양궁장의 폭이 긴 만큼, 반대쪽에서 연습하면 100여 m 이상 떨어지게 돼 방해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훈련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 공식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인가?

골프 연습장이 생기면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는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양궁계의 설명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넘어갈 텐데, 인천으로 외국팀들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천 계양 아시아드 경기장의 건설비용은 1400억 원, 1400억 원을 들인 양궁장이 무용지물이 될 지경이다.


■ 왜 바로 양궁장 옆인가?

인천시는 양궁장 바로 옆에 있는 그 지역이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인접지역인 만큼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양궁장을 건설할 때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양궁장 바로 옆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 양궁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으로, 사후활용계획과 설계단계부터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 아시안게임. 무턱대고 지은 경기장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1400억 원을 들여 지어놓은 양궁장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양궁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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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0억 원짜리 양궁장이 무용지물?
    • 입력 2016-10-21 15:56:11
    • 수정2016-10-21 16:18:17
    취재K
총상금 4억여 원의 양궁대회가 열린 서울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국제대회를 방불케 하는 큰 규모의 국내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그 가운데 한숨을 내쉬는 양궁인들이 있었다. 바로 인천 계양구청 양궁팀 관계자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양궁 결승전이 열린 인천 계양 아시아드 양궁장 바로 옆에 골프장이 들어오게 되면서 대회 유치는 물론, 훈련에도 지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들의 사후활용문제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양궁장 옆 부지(1만 7,185㎡)에 골프연습장 건립을 위한 토지사용 승낙 등의 실시계획 인가를 내줬다.

현재는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지상 3층 120타석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연간 임대료 4억 7,000만 원에 기본 5년 임대, 추가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 골프 연습장의 조명과 소음(골프공을 칠 때 나는 타격음)이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인 양궁선수들은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활시위를 당기는데, 골프 연습장이 양궁 결승전이 열렸던 바로 오른쪽에 들어서게 된다.

■ 대회 유치는 포기?

인천시는 양궁장의 폭이 긴 만큼, 반대쪽에서 연습하면 100여 m 이상 떨어지게 돼 방해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훈련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 공식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인가?

골프 연습장이 생기면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는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양궁계의 설명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넘어갈 텐데, 인천으로 외국팀들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천 계양 아시아드 경기장의 건설비용은 1400억 원, 1400억 원을 들인 양궁장이 무용지물이 될 지경이다.


■ 왜 바로 양궁장 옆인가?

인천시는 양궁장 바로 옆에 있는 그 지역이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인접지역인 만큼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양궁장을 건설할 때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양궁장 바로 옆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 양궁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으로, 사후활용계획과 설계단계부터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 아시안게임. 무턱대고 지은 경기장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1400억 원을 들여 지어놓은 양궁장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양궁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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