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별·중국 밀월…두테르테의 배신?

입력 2016.10.21 (16:40) 수정 2016.10.2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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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두테르테 “미국과 결별”…美, 동아태차관보 급파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배신하는 것일까?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중국과의 '밀월여행'을 즐긴 뒤 그는 필리핀의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에 이별을 통보한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중국의 필리핀 교민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는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분리'한다고 선언한 내용을 보도한 CNN 화면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분리'한다고 선언한 내용을 보도한 CNN 화면

[연관 기사] ☞ http://edition.cnn.com/2016/10/20/politics/rodrigo-duterte-us-interests-philippines/index.html

◇ 당혹스런 미국…두테르테 달래기 돌입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필리핀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사실상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과 밀월관계로 돌변하자 미국은 당황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을 하며 독설을 퍼부은 것을 시작으로 양국 군사작전 중단, 미국 원조 거부 등 갈수록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공개석상에서 '결별' 발언까지 내놓자 미국은 즉각 진의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주말, 러셀 차관보가 필리핀 정부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비단 미국뿐이 아니며, 역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주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미국은 이번 주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

그동안 필리핀을 발판으로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오던 미국으로선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 중국·필리핀 '新 밀월 관계'…새로운 동맹의 탄생?

중국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에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부터 거의 모든 지도부가 두테르테를 만나 극진히 대접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해 완승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을 입막음하고 필리핀을 동맹으로 돌려놓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 중국지도부가 총출동해 최고의 대접을 했다.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 중국지도부가 총출동해 최고의 대접을 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이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미국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격미친중(隔美親中)'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을 예고했다.

중국은 20일 필리핀과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또한, 135억 달러(약 15조 2천억 원) 규모의 엄청난 투자를 선물 보따리로 안겨줬다.

특히, 양국은 최대 갈등 현안인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5년 전 합의했으나 중단됐던 양자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하는 등 남중국해 문제 또한 긴장에서 완연한 화해 분위기로 전환했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서 필리핀에 15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서 필리핀에 15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남중국해 관련 지난 7월 판결이 있었던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분쟁의 원고 국가였던 필리핀이 승소 후에도 이런 모호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중국이 패소에도 앞으로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현상 유지가 가능한 실익을 챙긴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며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는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발언했다.

◇ 외신들은 두테르테의 '모험주의' 우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파격적인 '격미친중(隔美親中)' 행보에 대해 언론들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외교적 모험주의라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사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필리핀의 근본적인 전략적 지형을 반전시키기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의 행보가 필리핀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분쟁 사안에 있어 미국과 중국을 대치시키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면서 '거친 외교적 모험'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이 일부 마찰에도 불구하고 결코 동맹인 필리핀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만약 역내에서 미-중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이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분리' 선언을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분리' 선언을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22일 자)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자신의 최우선 시책인 개발과 성장에 필요한 자본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필리핀이 영토 분쟁 등에서 중국과 맞서면서 필리핀의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동맹인 미국은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과 필리핀이 영토 문제에서 합의에 이르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설사 중국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분쟁 도서에 대한 자국의 주권 인정을 대가로 필리핀의 어로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필리핀 측으로서는 '모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 웹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나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친중 행보가 역내 필리핀의 위상 및 동맹과의 관계 약화, 그리고 중국에 대한 지렛대 상실 등 '경착륙'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국내 위상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 달래기와 더불어 베트남을 동맹으로 끌어들여 동남아 패권 유지를 노리는 반면, 중국은 필리핀에 대한 구애 작업과 캄보디아 등 전통 우방과의 결속을 통해 동남아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양국 간 외교적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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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결별·중국 밀월…두테르테의 배신?
    • 입력 2016-10-21 16:40:27
    • 수정2016-10-21 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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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두테르테 “미국과 결별”…美, 동아태차관보 급파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배신하는 것일까?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중국과의 '밀월여행'을 즐긴 뒤 그는 필리핀의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에 이별을 통보한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중국의 필리핀 교민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는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분리'한다고 선언한 내용을 보도한 CNN 화면 [연관 기사] ☞ http://edition.cnn.com/2016/10/20/politics/rodrigo-duterte-us-interests-philippines/index.html ◇ 당혹스런 미국…두테르테 달래기 돌입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필리핀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사실상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과 밀월관계로 돌변하자 미국은 당황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을 하며 독설을 퍼부은 것을 시작으로 양국 군사작전 중단, 미국 원조 거부 등 갈수록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공개석상에서 '결별' 발언까지 내놓자 미국은 즉각 진의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주말, 러셀 차관보가 필리핀 정부 인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비단 미국뿐이 아니며, 역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주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 그동안 필리핀을 발판으로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오던 미국으로선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 중국·필리핀 '新 밀월 관계'…새로운 동맹의 탄생? 중국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에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부터 거의 모든 지도부가 두테르테를 만나 극진히 대접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해 완승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을 입막음하고 필리핀을 동맹으로 돌려놓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 중국지도부가 총출동해 최고의 대접을 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이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미국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격미친중(隔美親中)'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을 예고했다. 중국은 20일 필리핀과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또한, 135억 달러(약 15조 2천억 원) 규모의 엄청난 투자를 선물 보따리로 안겨줬다. 특히, 양국은 최대 갈등 현안인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5년 전 합의했으나 중단됐던 양자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하는 등 남중국해 문제 또한 긴장에서 완연한 화해 분위기로 전환했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서 필리핀에 15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남중국해 관련 지난 7월 판결이 있었던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분쟁의 원고 국가였던 필리핀이 승소 후에도 이런 모호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중국이 패소에도 앞으로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현상 유지가 가능한 실익을 챙긴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며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는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발언했다. ◇ 외신들은 두테르테의 '모험주의' 우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파격적인 '격미친중(隔美親中)' 행보에 대해 언론들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외교적 모험주의라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사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필리핀의 근본적인 전략적 지형을 반전시키기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의 행보가 필리핀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분쟁 사안에 있어 미국과 중국을 대치시키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면서 '거친 외교적 모험'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이 일부 마찰에도 불구하고 결코 동맹인 필리핀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만약 역내에서 미-중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이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분리' 선언을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22일 자)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자신의 최우선 시책인 개발과 성장에 필요한 자본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필리핀이 영토 분쟁 등에서 중국과 맞서면서 필리핀의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동맹인 미국은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과 필리핀이 영토 문제에서 합의에 이르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설사 중국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분쟁 도서에 대한 자국의 주권 인정을 대가로 필리핀의 어로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필리핀 측으로서는 '모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 웹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나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친중 행보가 역내 필리핀의 위상 및 동맹과의 관계 약화, 그리고 중국에 대한 지렛대 상실 등 '경착륙'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국내 위상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 달래기와 더불어 베트남을 동맹으로 끌어들여 동남아 패권 유지를 노리는 반면, 중국은 필리핀에 대한 구애 작업과 캄보디아 등 전통 우방과의 결속을 통해 동남아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양국 간 외교적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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