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트럼프, 자선 만찬서 ‘날선 농담’

입력 2016.10.21 (17:37) 수정 2016.10.21 (18: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힐러리가 기업인들에게 연설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안 받는 자리다."(트럼프)
"트럼프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도 (10점 만점에) '4점짜리'라고 점수를 매길 것이다."(클린턴)

미국 대선후보들이 20일(현지시간) 저녁 뉴욕에서 열린 가톨릭 자선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날 선 농담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저녁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앨프리드 스미스 메모리얼 재단'이 개최한 가톨릭 자선 만찬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과거 미국 대선후보들이 선거에 임박해 잠시 '휴전'에 들어가 경쟁 후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편안한 자리였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험악했던 3차 TV토론 다음날 얼굴을 마주한 클린턴과 트럼프는 상대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며 농담과 비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특히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웃음기를 쏙 뺀 비방을 이어가 청중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만찬의 좌장 격인 앨프리드 E. 스미스 4세가 "'동전 던지기' 결과가 어떻든 다음 연사는 결과가 조작됐다고 말할 것"이라며 "도널드, 당신 마이크 잘 작동해요"라며 트럼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연일 '대선조작'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겨냥한 뼈 있는 한마디였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게 징징대지 말라고 하는데 올해 언론은 정말 편향됐다. 증거를 대볼까요?"라며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설을 해서 모두가 멋지다고 좋아했는데, 내 아내 멜라니아가 완전히 똑같은 연설을 했을 때는 사람들이 아내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멜라니아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여사의 2008년 연설을 표절한 것을 염두에 둔 트럼프의 자학 개그에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렸고, 웃으며 이를 듣던 멜라니아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트럼프는 이 행사가 "힐러리가 주요 기업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받지 않는 자리"라며 클린턴의 고액 강연 논란을 비꼬았다.

비방에 가까운 트럼프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청중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트럼프는 "나한테 화가 난 것인지, 힐러리에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고 모른 체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클린턴은 "여기 오려고 격하게 낮잠을 잤다. 이런 연설 자리에 오기 전에는 충전을 많이 한다"며 건강논란을 의식한 농담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내가 (트럼프에 이어) 이 자리에 선 게 놀랍다. 그가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동의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트럼프에게 일침을 가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의 잇단 성추문과 여성비하 발언을 겨냥해 "사람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이민자 국가 역사의 자랑스러운 상징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널드는 (10점 만점에) '4점짜리'라고 생각한다"며 "횃불을 버리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아마도 5점"이라고 비꼬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린턴·트럼프, 자선 만찬서 ‘날선 농담’
    • 입력 2016-10-21 17:37:45
    • 수정2016-10-21 18:06:25
    국제
"힐러리가 기업인들에게 연설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안 받는 자리다."(트럼프)
"트럼프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도 (10점 만점에) '4점짜리'라고 점수를 매길 것이다."(클린턴)

미국 대선후보들이 20일(현지시간) 저녁 뉴욕에서 열린 가톨릭 자선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날 선 농담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저녁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앨프리드 스미스 메모리얼 재단'이 개최한 가톨릭 자선 만찬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과거 미국 대선후보들이 선거에 임박해 잠시 '휴전'에 들어가 경쟁 후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편안한 자리였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험악했던 3차 TV토론 다음날 얼굴을 마주한 클린턴과 트럼프는 상대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며 농담과 비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특히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웃음기를 쏙 뺀 비방을 이어가 청중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만찬의 좌장 격인 앨프리드 E. 스미스 4세가 "'동전 던지기' 결과가 어떻든 다음 연사는 결과가 조작됐다고 말할 것"이라며 "도널드, 당신 마이크 잘 작동해요"라며 트럼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연일 '대선조작'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겨냥한 뼈 있는 한마디였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게 징징대지 말라고 하는데 올해 언론은 정말 편향됐다. 증거를 대볼까요?"라며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설을 해서 모두가 멋지다고 좋아했는데, 내 아내 멜라니아가 완전히 똑같은 연설을 했을 때는 사람들이 아내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멜라니아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여사의 2008년 연설을 표절한 것을 염두에 둔 트럼프의 자학 개그에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렸고, 웃으며 이를 듣던 멜라니아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트럼프는 이 행사가 "힐러리가 주요 기업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받지 않는 자리"라며 클린턴의 고액 강연 논란을 비꼬았다.

비방에 가까운 트럼프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청중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트럼프는 "나한테 화가 난 것인지, 힐러리에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고 모른 체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클린턴은 "여기 오려고 격하게 낮잠을 잤다. 이런 연설 자리에 오기 전에는 충전을 많이 한다"며 건강논란을 의식한 농담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내가 (트럼프에 이어) 이 자리에 선 게 놀랍다. 그가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동의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트럼프에게 일침을 가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의 잇단 성추문과 여성비하 발언을 겨냥해 "사람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이민자 국가 역사의 자랑스러운 상징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널드는 (10점 만점에) '4점짜리'라고 생각한다"며 "횃불을 버리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아마도 5점"이라고 비꼬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