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군사 분야 전력…北 ‘비대칭’ 과학기술

입력 2016.10.22 (08:08) 수정 2016.10.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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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과학기술을 말할 때 흔히 장거리 미사일은 쏘면서 자동차 같은 건 왜 제대로 못 만들까 하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핵과 미사일 같은 군사 기술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민수용 과학기술은 크게 뒤지고 만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정권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과학자 우대 정책과 북한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동강 쑥섬에 들어선 과학기술전당.

원자 구조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 건물 중앙엔 2012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발사체 ‘은하 3호’ 모형이 전시돼있다.

과학기술 자료를 전산화한 배움의 전당이라는 이곳.

올해 첫날 열린 준공식엔 김정은도 참석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월) : "전민학습의 대전당으로 훌륭히 완공된 과학기술전당 준공 테이프를 끊으시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첫 공식 행보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핵무기 개발은 물론이고, 식량 증산과 공장 현대화 등에 대한 주문이 담겨 있다.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도 ‘과학기술’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웠다.

<녹취> 김정은(제7차 노동당 대회/지난 5월) :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며 사회 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입니다."

집권 초기부터 줄곧 과학기술을 강조해 온 김정은.

가장 눈에 띄는 건 과학자 우대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평양 외곽에 들어선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을 위한 주거단지다.

<녹취>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찾아서(2014년 12월) : "(안녕하십니까?) 어머나, 방송원 동지가 다 어떻게 우리 집에 오셨습니까? (네, 집을 좀 구경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과학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연일 선전한다.

<녹취> "여기가 내 방이에요! (그래요? 현주도 한 방 차지했구만요.)"

<녹취> "이게 우리 영감 노친네 방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앉으십시오. (어머니 집이 참 훈훈합니다.) 늙으면 잠이 안 온다는데 요즘은 푹신한 침대, 포근한 이불 속에서 뭐 잠이 안 올 게 다 뭐입니까. 정말로 요즘은 ‘세월이야 가보라지’ 이 노래가 저절로 나온답니다."

지난해 대동강변에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

과학자를 양성하는 대학 교원들을 위한 이곳엔 고층 아파트 외에도 상점과 고급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녹취> 리지혜(식당 직원) : "교원 연구사들이 입사(입주)하던 날, 우리 종업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학자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것인가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이 같은 대우를 받은 과학자들이 충성을 다짐하는 모습도 빠지지 않는다.

<녹취> 최진명(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 "저는 앞으로 청년 과학자로서 불타는 열정으로 과학 연구 사업을 힘 있게 벌려 우리 당의 경제 강국 건설 구상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과학자 자녀들의 교육환경도 보장된다.

<녹취> 김선경(과학자 자녀) : "나도 아버지처럼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 드리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녹취> 북한 노래 ‘돌파하라 최첨단을’ : "과학기술 강국을 세우자, 행복이 파도쳐 온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데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강호제(극동문제연구소) : "객원연구위원 북한이 믿고 의지할 만한 부분이 뭐가 있을까, 하면 거의 없는 거죠. 자원은 많지만 자원을 개발해 쓸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못 받는 상황. 자력으로, 자체의 능력으로 뭔가 돌파를 해내겠다면 자체 능력이 뭐가 있을까를 보면 보통 생각하는 과학기술인 거죠."

그렇다면 북한의 과학기술이 처한 현실은 과연 어떨까?

최근 북한 매체에 자주 소개되는 평양 시내의 한 주유소.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판과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곳이다.

<녹취> 자연에네르기의 덕을 보는 사람들(지난 4월) "(어떻습니까? 이만한 정도면 여기서 필요되는 전기를 충분히 보장합니까?) 네, 얼마든지 됩니다. (그리고 저 풍력발전기를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판매소는 전기가 남으면 남았지 모자라 본 적은 절대 없습니다.)"

주유소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를 종업원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믿기 힘든 자랑까지 곁들인다.

<녹취> 자연에네르기의 덕을 보는 사람들(지난 4월) : "여기 소장 동무랑 종업원들이 그린 설계도면들입니다."

회전 장치를 본 적도 없고 또 설계라는 건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이렇게 수백 장의 설계 도면들을 그렸습니다.

심지어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송전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는다.

<녹취> 박소영(노동자) : "우리 판매소에서는 앞으로 남는 전기를 국가 전력망에 넣을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일종의 ‘전민의 과학기술 인재화’죠. 지금 있는 많은 생산업체나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자기 주변에서 과학 기술을 통해서 굉장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라고 보여주는...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이론, 그리고 설비가 부족해서 그렇게 확대되어서 뭔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과학 기술을 통한 자력갱생과 100%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북한에서 사용하는 기계 설비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 중고품이고 자동차 등 실생활용 기술 발전은 더디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같은 경우에는 현재 국방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 기술은 당연히 발전합니다만 민수 쪽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무너져 있고요. 그 다음에 상당히 부족한 부분들은 중국에서 또 수입해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전환해서 할 이유도 없고, 사실 현재 그것과 관련된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핵과 미사일 등 군사 기술 분야에선 상당한 수준에 오른 북한.

군용 기술과 민간 산업기술의 과도한 비대칭성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소련이 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 김일성은 1962년 '경제와 국방 병진노선'을 발표한다.

이후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 재원과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김정일은 과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강조한다.

이른바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영재교육도 시작하고,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무기 개발에 필요한 과학자를 보다 본격적으로 양성했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김정일이 내가 지금까지 예술인들을 꽃방석에 앉혀놓고 키웠으면 국방 과학자들을 금방석 위에 앉혀놓고 키우겠다. 전당, 전군, 전민이 달라붙어서 국방 과학자들을 우대해줄 것에 대한 것, 이걸 지시를 하고..."

여기에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미사일 과학자 20여명이 북한으로 망명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진다.

그 결과, 1998년 북한이 흔히 ‘광명성 1호’라고 부르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하기에 이른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대포동 1호 발사 후) 김정일이 너무도 기뻐서, 그때까지는 김정일이 입는 옷을 누구도 흉내내서 못 입었습니다. 그거 입으면 혼납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국방과학자들이 나하고 같은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몸을 다 재서 옷을 한 벌씩 다 제작해 줬습니다. 김정일이 자기가 입고 다니던 점퍼하고 똑같이 심지어 지퍼까지 모든 부분까지 똑같이 제작해줬습니다."

이렇게 국방과학에 ‘올인’한 결과, 지난 2월 북한은 사거리 만2천 km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월) : "위대한 조선노동당의 과학기술중시정책의 자랑찬 결실인 광명성 4호 발사의 완전 성공!"

핵실험 역시 5차례 만에 10배의 위력을 달성했다.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

그 배경엔 국가적인 자원의 집중, 그리고 사상 무장을 강요받은 북한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미사일 발사 시험하고 이제 그런 것 할 때마다 매번 결사대를 편성합니다. 결사대를 편성할 때는 성과적으로 발사하기 전에는 조국의 푸른 하늘을 다시 보지 말자, 이런 식의 맹세문이 되어 있는데 그걸 다 수표(서명)하고 나갈 때는 그땐 진짜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잠을 가리지 않으면서 그 성공을 위해서 몰입합니다."

최근엔 사이버 테러에 동원된 컴퓨터 전문 인력의 양성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과학 인재와 재원이 오랜 기간 국방 과학기술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결과는 낮은 수준의 민수용 산업이다.

전반적인 기술과 기반 시설이 세계적 수준에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지면서 그 자원을 갖다 획득 못하면서 안돌아가는 부분들도 생겼고요. 거기에 홍수가 겹치면서 다시 인프라가 무너졌고요. 그 설비들을 또 살기 위해 팔아버렸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자체가 재건이 안 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상황에 멈춰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고요. 그러다 보니까 전체적인 산업들은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북한 과학 기술 발전의 근본적 한계로 꼽히는 것은 바로 폐쇄성이다.

<녹취> 이세돌(프로 바둑기사/지난 3월) :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올해 초 우리 사회를 흔든 알파고 쇼크.

인공지능 알파고의 핵심은 공유와 개방이다.

이미 1990년대 바둑 소프트웨어 ‘은별’을 개발하고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 북한에 주는 시대의 경고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유엔 제재와 국제적인 고립 상황은 이 같은 한계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인터뷰> 강호제(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한계는 자금이죠. 자금이고 굉장히 좁은 리소스를 가지고 있는 거죠. 자기들은 다 혼자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이 2천만 밖에 안 되는 인구입니다. 북한에서 나올 수 있는 인력이라는 게 되게 작을 거고, 그 다음에 자금이 굉장히 적죠.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도 한계가 있고, 굉장히 위태위태한 경계면이라고 해야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과학 기술 본연의 기능이다.

하지만 북한의 과학 기술은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한 군사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의 피폐한 삶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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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2 08:38:46
    • 수정2016-10-22 09: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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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과학기술을 말할 때 흔히 장거리 미사일은 쏘면서 자동차 같은 건 왜 제대로 못 만들까 하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핵과 미사일 같은 군사 기술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민수용 과학기술은 크게 뒤지고 만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정권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과학자 우대 정책과 북한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동강 쑥섬에 들어선 과학기술전당.

원자 구조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 건물 중앙엔 2012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발사체 ‘은하 3호’ 모형이 전시돼있다.

과학기술 자료를 전산화한 배움의 전당이라는 이곳.

올해 첫날 열린 준공식엔 김정은도 참석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월) : "전민학습의 대전당으로 훌륭히 완공된 과학기술전당 준공 테이프를 끊으시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첫 공식 행보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핵무기 개발은 물론이고, 식량 증산과 공장 현대화 등에 대한 주문이 담겨 있다.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에서도 ‘과학기술’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웠다.

<녹취> 김정은(제7차 노동당 대회/지난 5월) :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며 사회 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입니다."

집권 초기부터 줄곧 과학기술을 강조해 온 김정은.

가장 눈에 띄는 건 과학자 우대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평양 외곽에 들어선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국가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을 위한 주거단지다.

<녹취>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찾아서(2014년 12월) : "(안녕하십니까?) 어머나, 방송원 동지가 다 어떻게 우리 집에 오셨습니까? (네, 집을 좀 구경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과학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연일 선전한다.

<녹취> "여기가 내 방이에요! (그래요? 현주도 한 방 차지했구만요.)"

<녹취> "이게 우리 영감 노친네 방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앉으십시오. (어머니 집이 참 훈훈합니다.) 늙으면 잠이 안 온다는데 요즘은 푹신한 침대, 포근한 이불 속에서 뭐 잠이 안 올 게 다 뭐입니까. 정말로 요즘은 ‘세월이야 가보라지’ 이 노래가 저절로 나온답니다."

지난해 대동강변에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

과학자를 양성하는 대학 교원들을 위한 이곳엔 고층 아파트 외에도 상점과 고급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녹취> 리지혜(식당 직원) : "교원 연구사들이 입사(입주)하던 날, 우리 종업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학자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것인가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이 같은 대우를 받은 과학자들이 충성을 다짐하는 모습도 빠지지 않는다.

<녹취> 최진명(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 "저는 앞으로 청년 과학자로서 불타는 열정으로 과학 연구 사업을 힘 있게 벌려 우리 당의 경제 강국 건설 구상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과학자 자녀들의 교육환경도 보장된다.

<녹취> 김선경(과학자 자녀) : "나도 아버지처럼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 드리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녹취> 북한 노래 ‘돌파하라 최첨단을’ : "과학기술 강국을 세우자, 행복이 파도쳐 온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데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강호제(극동문제연구소) : "객원연구위원 북한이 믿고 의지할 만한 부분이 뭐가 있을까, 하면 거의 없는 거죠. 자원은 많지만 자원을 개발해 쓸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못 받는 상황. 자력으로, 자체의 능력으로 뭔가 돌파를 해내겠다면 자체 능력이 뭐가 있을까를 보면 보통 생각하는 과학기술인 거죠."

그렇다면 북한의 과학기술이 처한 현실은 과연 어떨까?

최근 북한 매체에 자주 소개되는 평양 시내의 한 주유소.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판과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곳이다.

<녹취> 자연에네르기의 덕을 보는 사람들(지난 4월) "(어떻습니까? 이만한 정도면 여기서 필요되는 전기를 충분히 보장합니까?) 네, 얼마든지 됩니다. (그리고 저 풍력발전기를 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판매소는 전기가 남으면 남았지 모자라 본 적은 절대 없습니다.)"

주유소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를 종업원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믿기 힘든 자랑까지 곁들인다.

<녹취> 자연에네르기의 덕을 보는 사람들(지난 4월) : "여기 소장 동무랑 종업원들이 그린 설계도면들입니다."

회전 장치를 본 적도 없고 또 설계라는 건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이렇게 수백 장의 설계 도면들을 그렸습니다.

심지어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송전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는다.

<녹취> 박소영(노동자) : "우리 판매소에서는 앞으로 남는 전기를 국가 전력망에 넣을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일종의 ‘전민의 과학기술 인재화’죠. 지금 있는 많은 생산업체나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자기 주변에서 과학 기술을 통해서 굉장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라고 보여주는...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이론, 그리고 설비가 부족해서 그렇게 확대되어서 뭔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과학 기술을 통한 자력갱생과 100%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북한에서 사용하는 기계 설비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 중고품이고 자동차 등 실생활용 기술 발전은 더디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같은 경우에는 현재 국방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 기술은 당연히 발전합니다만 민수 쪽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무너져 있고요. 그 다음에 상당히 부족한 부분들은 중국에서 또 수입해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까지 전환해서 할 이유도 없고, 사실 현재 그것과 관련된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핵과 미사일 등 군사 기술 분야에선 상당한 수준에 오른 북한.

군용 기술과 민간 산업기술의 과도한 비대칭성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소련이 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 김일성은 1962년 '경제와 국방 병진노선'을 발표한다.

이후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국방 과학기술 분야에 재원과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김정일은 과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강조한다.

이른바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영재교육도 시작하고,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무기 개발에 필요한 과학자를 보다 본격적으로 양성했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김정일이 내가 지금까지 예술인들을 꽃방석에 앉혀놓고 키웠으면 국방 과학자들을 금방석 위에 앉혀놓고 키우겠다. 전당, 전군, 전민이 달라붙어서 국방 과학자들을 우대해줄 것에 대한 것, 이걸 지시를 하고..."

여기에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미사일 과학자 20여명이 북한으로 망명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진다.

그 결과, 1998년 북한이 흔히 ‘광명성 1호’라고 부르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하기에 이른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대포동 1호 발사 후) 김정일이 너무도 기뻐서, 그때까지는 김정일이 입는 옷을 누구도 흉내내서 못 입었습니다. 그거 입으면 혼납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국방과학자들이 나하고 같은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몸을 다 재서 옷을 한 벌씩 다 제작해 줬습니다. 김정일이 자기가 입고 다니던 점퍼하고 똑같이 심지어 지퍼까지 모든 부분까지 똑같이 제작해줬습니다."

이렇게 국방과학에 ‘올인’한 결과, 지난 2월 북한은 사거리 만2천 km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월) : "위대한 조선노동당의 과학기술중시정책의 자랑찬 결실인 광명성 4호 발사의 완전 성공!"

핵실험 역시 5차례 만에 10배의 위력을 달성했다.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

그 배경엔 국가적인 자원의 집중, 그리고 사상 무장을 강요받은 북한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인터뷰> 김철수(가명/전 북한 과학자/2011년 탈북) : "미사일 발사 시험하고 이제 그런 것 할 때마다 매번 결사대를 편성합니다. 결사대를 편성할 때는 성과적으로 발사하기 전에는 조국의 푸른 하늘을 다시 보지 말자, 이런 식의 맹세문이 되어 있는데 그걸 다 수표(서명)하고 나갈 때는 그땐 진짜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잠을 가리지 않으면서 그 성공을 위해서 몰입합니다."

최근엔 사이버 테러에 동원된 컴퓨터 전문 인력의 양성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과학 인재와 재원이 오랜 기간 국방 과학기술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결과는 낮은 수준의 민수용 산업이다.

전반적인 기술과 기반 시설이 세계적 수준에 크게 뒤쳐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김종선(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지면서 그 자원을 갖다 획득 못하면서 안돌아가는 부분들도 생겼고요. 거기에 홍수가 겹치면서 다시 인프라가 무너졌고요. 그 설비들을 또 살기 위해 팔아버렸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자체가 재건이 안 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상황에 멈춰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고요. 그러다 보니까 전체적인 산업들은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북한 과학 기술 발전의 근본적 한계로 꼽히는 것은 바로 폐쇄성이다.

<녹취> 이세돌(프로 바둑기사/지난 3월) :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올해 초 우리 사회를 흔든 알파고 쇼크.

인공지능 알파고의 핵심은 공유와 개방이다.

이미 1990년대 바둑 소프트웨어 ‘은별’을 개발하고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 북한에 주는 시대의 경고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유엔 제재와 국제적인 고립 상황은 이 같은 한계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인터뷰> 강호제(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한계는 자금이죠. 자금이고 굉장히 좁은 리소스를 가지고 있는 거죠. 자기들은 다 혼자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이 2천만 밖에 안 되는 인구입니다. 북한에서 나올 수 있는 인력이라는 게 되게 작을 거고, 그 다음에 자금이 굉장히 적죠.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도 한계가 있고, 굉장히 위태위태한 경계면이라고 해야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과학 기술 본연의 기능이다.

하지만 북한의 과학 기술은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한 군사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의 피폐한 삶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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