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모가 지중해로 가는 까닭

입력 2016.10.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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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항모 뜨자 유럽이 벌컥


지난 15일 주둔 기지인 무르만스크항을 떠나 지중해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유일의 항공 모함 전단에 대해 유럽 나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노르웨이 해군 호위함이 영국 해협으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항공모함 전단을 촬영하고 추적하더니, 20일에는 영국 해군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자국 수역으로 들어온 러시아 항모 전단을 바짝 뒤쫓으며 이동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번 항모 전단은,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항공모함인 6만톤급 '아드미랄 쿠즈네초프'와, 2만5천톤급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 7천5백톤급 대잠 구축함 '쿨라코프 부제독', '세베로모르스크'와 지원함 등 다수의 북양함대 소속 함정들로 이뤄져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고위 외교관은 "이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수상함 전개"라고 말했다. 러시아 항모 전단이 지나가는 경로 주변의 유럽 나라들은 왜 이렇게 요란법석을 떠는 것일까? 혹시나 호들갑은 아닌지.항모 전단이 지중해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유일의 항공모함 '쿠즈네초프'


쿠즈네초프는 1989년 진수해, 89년 11월 첫 항공기 이착륙 훈련을 마치고 90년 시험운항을 거친 뒤, 옛소련이 해체될 무렵인 91년에 러시아 해군에 인도됐다. 러시아에서는 항모용 순양함이라고 부른다. 비행 갑판도 함재기의 이륙을 돕기위해 위쪽으로 솟구친 모양의 '스키 점프대'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당시 소련의 사출기 관련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자매함인 '바랴크'호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됐다.)


쿠즈네초프 항모에는 미그-29KR, 미그-29KUBR, 수호이-33 등 전투기와 카모프(Ka)-52 공격용 헬기 등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26~30대 정도의 항공기와 헬기 등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즈네초프 항모는 95년 12월 첫 지중해 원정작전 (당시 고정익기 15대, 헬기 11대 탑재)을 비롯해 지난 26년 동안 7차례 원정작전을 수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지중해를 다녀왔다. 이번이 8번째 임무이다.

통상 장거리 원정작전에 3~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엔 10월 15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지중해에 머물 예정이다. 그러면, 이번 항모 전단이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는 서방측 주장은 맞는 말인가? 이에대해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예브세예프 독립국가연합(CIS: 옛 소련국가 모임) 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제법 큰 규모이지만, 나토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나토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함대를 이전 이라크 전쟁이나 리비아 전쟁 당시 지중해에 파견했었고, 시리아 내전에도 더 큰 규모의 함대를 파견해 놓은 상태이다." 라고 말했다.

■"지중해에 러시아 국익이 있다"


이번 항모전단의 지중해 파견 목적은 전투 훈련이라고 러시아 해군은 밝혔다. 이와관련해 한 군사소식통은 '지중해 상주 기동전대'로서의 훈련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3년 5월부터 "지중해에 러시아의 국익이 있다”는 기치 아래 '지중해 상주 기동전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지중해상에 항상 러시아 함정이 떠 있으면서 러시아의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역사상 끊임없이 부동항을 찾아나선 러시아로서는, 흑해에서 지중해를 거쳐 대양으로 진출하는데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셈이다. 현재 북양. 발틱. 흑해.태평양 함대에서 차출된 함정들이 7~8척 지중해에 돌아가며 상주하고 있는데, 이번엔 북양함대 차례라는 것이다.

당초 올 8월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정비 문제 등으로 시간이 소모돼 지난 15일에야 출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쿠즈네초프 항모전단은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 탈환 작전'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군사소식통은, "현재 시리아에 주둔중인 러시아 병력의 일부를 철수시킬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항모 전단은 그 공백을 당분간 메꾸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30일 시리아 내전에 전격 개입했다가, 지난 3월 15일 주요 병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40% 정도의 병력이 시리아 라타키아 공군 기지 등에 주둔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시리아에서 IS 등 테러세력들과의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테러 세력 퇴출이라는 명목으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는데, 그들간의 힘겨루기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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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항모가 지중해로 가는 까닭
    • 입력 2016-10-22 15:37:02
    취재K
■러 항모 뜨자 유럽이 벌컥


지난 15일 주둔 기지인 무르만스크항을 떠나 지중해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유일의 항공 모함 전단에 대해 유럽 나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노르웨이 해군 호위함이 영국 해협으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항공모함 전단을 촬영하고 추적하더니, 20일에는 영국 해군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자국 수역으로 들어온 러시아 항모 전단을 바짝 뒤쫓으며 이동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번 항모 전단은,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항공모함인 6만톤급 '아드미랄 쿠즈네초프'와, 2만5천톤급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 7천5백톤급 대잠 구축함 '쿨라코프 부제독', '세베로모르스크'와 지원함 등 다수의 북양함대 소속 함정들로 이뤄져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고위 외교관은 "이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수상함 전개"라고 말했다. 러시아 항모 전단이 지나가는 경로 주변의 유럽 나라들은 왜 이렇게 요란법석을 떠는 것일까? 혹시나 호들갑은 아닌지.항모 전단이 지중해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유일의 항공모함 '쿠즈네초프'


쿠즈네초프는 1989년 진수해, 89년 11월 첫 항공기 이착륙 훈련을 마치고 90년 시험운항을 거친 뒤, 옛소련이 해체될 무렵인 91년에 러시아 해군에 인도됐다. 러시아에서는 항모용 순양함이라고 부른다. 비행 갑판도 함재기의 이륙을 돕기위해 위쪽으로 솟구친 모양의 '스키 점프대'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당시 소련의 사출기 관련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자매함인 '바랴크'호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됐다.)


쿠즈네초프 항모에는 미그-29KR, 미그-29KUBR, 수호이-33 등 전투기와 카모프(Ka)-52 공격용 헬기 등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26~30대 정도의 항공기와 헬기 등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즈네초프 항모는 95년 12월 첫 지중해 원정작전 (당시 고정익기 15대, 헬기 11대 탑재)을 비롯해 지난 26년 동안 7차례 원정작전을 수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지중해를 다녀왔다. 이번이 8번째 임무이다.

통상 장거리 원정작전에 3~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엔 10월 15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지중해에 머물 예정이다. 그러면, 이번 항모 전단이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는 서방측 주장은 맞는 말인가? 이에대해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예브세예프 독립국가연합(CIS: 옛 소련국가 모임) 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제법 큰 규모이지만, 나토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나토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함대를 이전 이라크 전쟁이나 리비아 전쟁 당시 지중해에 파견했었고, 시리아 내전에도 더 큰 규모의 함대를 파견해 놓은 상태이다." 라고 말했다.

■"지중해에 러시아 국익이 있다"


이번 항모전단의 지중해 파견 목적은 전투 훈련이라고 러시아 해군은 밝혔다. 이와관련해 한 군사소식통은 '지중해 상주 기동전대'로서의 훈련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3년 5월부터 "지중해에 러시아의 국익이 있다”는 기치 아래 '지중해 상주 기동전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지중해상에 항상 러시아 함정이 떠 있으면서 러시아의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역사상 끊임없이 부동항을 찾아나선 러시아로서는, 흑해에서 지중해를 거쳐 대양으로 진출하는데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셈이다. 현재 북양. 발틱. 흑해.태평양 함대에서 차출된 함정들이 7~8척 지중해에 돌아가며 상주하고 있는데, 이번엔 북양함대 차례라는 것이다.

당초 올 8월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정비 문제 등으로 시간이 소모돼 지난 15일에야 출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쿠즈네초프 항모전단은 시리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 탈환 작전'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군사소식통은, "현재 시리아에 주둔중인 러시아 병력의 일부를 철수시킬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항모 전단은 그 공백을 당분간 메꾸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30일 시리아 내전에 전격 개입했다가, 지난 3월 15일 주요 병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40% 정도의 병력이 시리아 라타키아 공군 기지 등에 주둔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 시리아에서 IS 등 테러세력들과의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테러 세력 퇴출이라는 명목으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는데, 그들간의 힘겨루기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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