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1500년 전 신라 여인’…썩어가는 희귀 유골

입력 2016.10.23 (21:20) 수정 2016.10.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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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몇달전 유골을 통해 복원된 1500년 전 신라시대 여인의 얼굴 기억하시는지요?

고대 유골들은 옛 시대상을 밝혀줄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데요.

그런데 어찌될 일인지, 이런 희귀 유골들이 연구실이나 창고에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습니다.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주에서 발굴된 유골을 이용해 지난 6월 국내 연구진이 복원해 낸 천5백 년 전 신라 여성의 얼굴입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서울대 의과대학을 찾아가 봤습니다.

해부학실험실 한편의 플라스틱 상자를 열자 비닐에 싸인 유골이 나옵니다.

넉 달 전 연구에 쓰였던 신라 여인의 유골입니다.

또 다른 상자에 보관된 조선 시대 인골은 발굴 5년이 안 됐지만, 곰팡이가 슬고 턱뼈마저 부식됐습니다.

<녹취> 우은진(연세대 치대 교수/체질인류학 전공) : "(항온항습이 되는 상자예요?) 그렇지는 않고요. 그냥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효과 정도밖에 없고요."

2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골 천여 개를 소장하고 있는 부산의 한 대학 연구실입니다.

유골을 담은 상자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방 안 가득 쌓여 있습니다.

연구자가 사재를 털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재현(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지원금 이런 거는 없죠. 그냥 전체적으로 제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고 내 연구 분야이니까, 하다 보니까 모인 거라고 하는 게 맞겠죠."

문화재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는 유물과 달리, 옛 사람 뼈에 대해선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고 정부 지원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1500년 전 신라여인 유골은 현행법상 무연고 시신에 해당합니다.

이 때문에 보존 의무도 없고, 마음대로 파손하거나 화장해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인터뷰> 우은진(연세대 치대 교수/체질인류학 전공) : "지금 하고 있는 분석기법보다 나중에 훨씬 더 적은 양의 시료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겠죠. (슈퍼 체인지) 그러려면 우리가 이걸 잘 보관했다가 다음 세대 연구자들에게 물려 줘야 하는 자료가 되고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100년 이상 된 사람 뼈는 고고 유물로 규정해 박물관 등에서 특별관리하고, 누구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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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1500년 전 신라 여인’…썩어가는 희귀 유골
    • 입력 2016-10-23 21:22:10
    • 수정2016-10-23 22: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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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몇달전 유골을 통해 복원된 1500년 전 신라시대 여인의 얼굴 기억하시는지요?

고대 유골들은 옛 시대상을 밝혀줄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데요.

그런데 어찌될 일인지, 이런 희귀 유골들이 연구실이나 창고에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습니다.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주에서 발굴된 유골을 이용해 지난 6월 국내 연구진이 복원해 낸 천5백 년 전 신라 여성의 얼굴입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서울대 의과대학을 찾아가 봤습니다.

해부학실험실 한편의 플라스틱 상자를 열자 비닐에 싸인 유골이 나옵니다.

넉 달 전 연구에 쓰였던 신라 여인의 유골입니다.

또 다른 상자에 보관된 조선 시대 인골은 발굴 5년이 안 됐지만, 곰팡이가 슬고 턱뼈마저 부식됐습니다.

<녹취> 우은진(연세대 치대 교수/체질인류학 전공) : "(항온항습이 되는 상자예요?) 그렇지는 않고요. 그냥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효과 정도밖에 없고요."

2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골 천여 개를 소장하고 있는 부산의 한 대학 연구실입니다.

유골을 담은 상자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방 안 가득 쌓여 있습니다.

연구자가 사재를 털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재현(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지원금 이런 거는 없죠. 그냥 전체적으로 제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고 내 연구 분야이니까, 하다 보니까 모인 거라고 하는 게 맞겠죠."

문화재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는 유물과 달리, 옛 사람 뼈에 대해선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고 정부 지원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1500년 전 신라여인 유골은 현행법상 무연고 시신에 해당합니다.

이 때문에 보존 의무도 없고, 마음대로 파손하거나 화장해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인터뷰> 우은진(연세대 치대 교수/체질인류학 전공) : "지금 하고 있는 분석기법보다 나중에 훨씬 더 적은 양의 시료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겠죠. (슈퍼 체인지) 그러려면 우리가 이걸 잘 보관했다가 다음 세대 연구자들에게 물려 줘야 하는 자료가 되고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선 100년 이상 된 사람 뼈는 고고 유물로 규정해 박물관 등에서 특별관리하고, 누구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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