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밀 접촉 마무리…‘탐색전’ 결과와 전망은?

입력 2016.10.23 (22:09) 수정 2016.10.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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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북미 접촉 마무리…“美 차기 정부 위한 만남”


지난 21일 KBS의 특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북한의 대미 외교 최고 당국자들과 미국의 북핵 문제 전문가들의 비밀 접촉이 이틀간 일정을 끝내고 22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접촉은 북·미 양측이 오바마 정부 이후에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두고 '사전 탐색' 차원에서 한 만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美 "현 상황은 '와인'과 달라"…北 탐색에 무게

이틀 연속 12시간 가까이 계속된 북미 간의 대화에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등 북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 측 인사들은 현 상황은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와인'과는 다르다면서, 북측에 우려부터 전했다.

시걸 국장은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니다. 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는다"며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측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해, 북측 분위기를 탐색하는 데도 무게를 뒀다.

■ 北, 차기 美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파악 주력

북측 역시 '탐색'에 주력하긴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서 다음 달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미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을 놓고 의중을 떠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에 참여한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분위기만 한 번 보는 것이냐'는 KBS 기자의 질문을 받고 "(미국 측 대화 참여자가)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이번 기회 삼아 한 번 오랜 친구들을 퇴직하기 전에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북·미 비밀 회동의 마지막 일정은 양측이 함께하는 만찬이었다. 만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추측 속에, 향후 이번과 같은 형태의 만남이 또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대선 보름 앞두고 접촉…향후 대화 기대감

이번 북미 접촉은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뤄져 특히 주목받고 있다.

민간 차원의 논의를 뜻하는 '트랙2' 형식을 취했지만, 북한에선 미국을 담당하는 현직 고위 관리인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주(駐)유엔 차석대사가 직접 참여했다. 북한이 이번 비밀 회동에 적잖은 공을 들였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역시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그리고 시걸 국장 등 민간 인사 가운데서도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고위 관리 등이 참석해 회동의 무게감을 더했다.


협상 뒤 시걸 국장은 "어떻게 하면 정부 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지 알아보는 게 목표였는데,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면서, 미국 차기 정부 출범 뒤 북·미 간 공식 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北 "核 대신 평화협정부터 논의" 요구…'평행선' 재확인

그렇다면 '탐색전' 정도로 평가받은 이번 접촉 이후, 북·미 양국은 정부 간 공식 회동을 통해 지금의 냉각 상태에 '해빙'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접촉의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답변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도 기존 주장대로 핵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시걸 국장은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토의하기 전에, 평화조약으로 이르는 평화 과정을 원했다"고 이번 접촉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체제 논의'라는 한·미 양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 韓·美 "核 포기 전제 없이 北 공식 대화 불가"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 문제를 뒤로 미뤄 놓고 평화체제 논의를 하는 동안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핵 개발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미 양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북한과 정부 간 공식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두 나라는 이번 접촉의 의미도 일단은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이번 북·미 접촉은 민간 차원의 만남으로서 미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으며,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 아래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 역시 전적으로 우리와 같은 입장이며, 오는 28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와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 방안 등을 조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관기사] ☞ [뉴스9] “민간 차원 접촉…한미, 제재·압박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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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비밀 접촉 마무리…‘탐색전’ 결과와 전망은?
    • 입력 2016-10-23 22:09:05
    • 수정2016-10-23 22: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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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북미 접촉 마무리…“美 차기 정부 위한 만남”


지난 21일 KBS의 특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북한의 대미 외교 최고 당국자들과 미국의 북핵 문제 전문가들의 비밀 접촉이 이틀간 일정을 끝내고 22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접촉은 북·미 양측이 오바마 정부 이후에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염두에 두고 '사전 탐색' 차원에서 한 만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美 "현 상황은 '와인'과 달라"…北 탐색에 무게

이틀 연속 12시간 가까이 계속된 북미 간의 대화에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등 북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 측 인사들은 현 상황은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와인'과는 다르다면서, 북측에 우려부터 전했다.

시걸 국장은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니다. 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는다"며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측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해, 북측 분위기를 탐색하는 데도 무게를 뒀다.

■ 北, 차기 美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파악 주력

북측 역시 '탐색'에 주력하긴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서 다음 달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미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을 놓고 의중을 떠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에 참여한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분위기만 한 번 보는 것이냐'는 KBS 기자의 질문을 받고 "(미국 측 대화 참여자가)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이번 기회 삼아 한 번 오랜 친구들을 퇴직하기 전에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북·미 비밀 회동의 마지막 일정은 양측이 함께하는 만찬이었다. 만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추측 속에, 향후 이번과 같은 형태의 만남이 또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대선 보름 앞두고 접촉…향후 대화 기대감

이번 북미 접촉은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뤄져 특히 주목받고 있다.

민간 차원의 논의를 뜻하는 '트랙2' 형식을 취했지만, 북한에선 미국을 담당하는 현직 고위 관리인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주(駐)유엔 차석대사가 직접 참여했다. 북한이 이번 비밀 회동에 적잖은 공을 들였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역시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그리고 시걸 국장 등 민간 인사 가운데서도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고위 관리 등이 참석해 회동의 무게감을 더했다.


협상 뒤 시걸 국장은 "어떻게 하면 정부 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지 알아보는 게 목표였는데,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면서, 미국 차기 정부 출범 뒤 북·미 간 공식 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北 "核 대신 평화협정부터 논의" 요구…'평행선' 재확인

그렇다면 '탐색전' 정도로 평가받은 이번 접촉 이후, 북·미 양국은 정부 간 공식 회동을 통해 지금의 냉각 상태에 '해빙'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접촉의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답변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도 기존 주장대로 핵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시걸 국장은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토의하기 전에, 평화조약으로 이르는 평화 과정을 원했다"고 이번 접촉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체제 논의'라는 한·미 양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 韓·美 "核 포기 전제 없이 北 공식 대화 불가"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 문제를 뒤로 미뤄 놓고 평화체제 논의를 하는 동안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핵 개발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미 양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북한과 정부 간 공식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두 나라는 이번 접촉의 의미도 일단은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이번 북·미 접촉은 민간 차원의 만남으로서 미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으며,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 아래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 역시 전적으로 우리와 같은 입장이며, 오는 28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와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 방안 등을 조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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