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성폭행’ 징역 1500년…우리도 가능할까

입력 2016.10.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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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법부의 '단죄'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프레즈노 고등법원이 4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르네 로페즈(41)에게 징역 1,503년을 선고했다는 영국 가디언의 보도 때문이다.

로페즈는 친딸을 2009년부터 4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성폭행했다. 성폭행 횟수가 어림잡아도 400차례가 넘는다. 재판장인 에드워드 사키시안 판사는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로페즈가 사회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딸에게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아버지를 법원은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 징역형으로 단죄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따금 이런 '초장기 징역형'이 선고된다. 2013년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한 방송사의 60대 사장이 '아동학대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징역 천 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형량이 결정된 과정을 보면 미국에서 어떻게 상상을 초월하는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지 알 수 있다.

해당 방송사 컴퓨터에서는 사진 2만 5천여 장과 동영상 700여 개가 발견됐다. 검찰은 동영상 속 아동 한 명 한 명이 사건의 피해자라며 방송사 사장을 64개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50개 혐의에 각각 징역 20년을 적용해 징역 천 년을 선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한 범죄자가 여러 죄를 지었을 경우 각 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이를 다 더해서 선고한다. 예를 들어 강도죄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강도죄에 해당하는 형량과 강간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더해서 선고하는 식이다. 형량의 상한선도 없다. 천문학적인 징역형이 가능한 이유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법원은 한없이 관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는 친딸이 7살이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딸에게 성폭행과 성추행 등을 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구속기소 된 A 씨에게 징역 17년, 성폭력방지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일명 '나영이 사건'의 성폭행범 조두순은 지난 2009년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2020년 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판결이 나올 때마다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과 함께 미국처럼 엄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년 뒤 출소 예정인 조두순4년 뒤 출소 예정인 조두순

하지만 우리나라 법체계는 미국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강도죄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두 혐의 가운데 더 무거운 범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여기에 형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선고한다. 형량의 상한선도 가중 처벌해도 50년을 넘을 수 없다.

미국의 친딸 성폭행 판결을 두고 "전자발찌보다 더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진짜 제대로 된 법이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처벌했으면" 등의 반응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 징역 1,000년, 1,500년은 법 체계상 나올 수 없는 형벌이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형량을 정하는 체계는 장단점이 있다. 미국처럼 하면 중범죄자에게 강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보통 살 수 있는 수명(100여 년)을 넘어선 형량을 선고할 경우 형벌의 종류를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나눈 형법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적인 시간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체계는 유기 징역의 취지에 맞는 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국민의 법 감정보다 약한 형량이 선고될 수 있다.

대륙법 체계를 바탕으로 사법부가 운영되는 우리나라가 영미법이 바탕인 미국 법체계를 따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법체계는 바꿀 수 없더라도 사법부가 국민의 법 감정과 판결이 너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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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딸 성폭행’ 징역 1500년…우리도 가능할까
    • 입력 2016-10-24 17:08:35
    사회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법부의 '단죄'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프레즈노 고등법원이 4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르네 로페즈(41)에게 징역 1,503년을 선고했다는 영국 가디언의 보도 때문이다.

로페즈는 친딸을 2009년부터 4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성폭행했다. 성폭행 횟수가 어림잡아도 400차례가 넘는다. 재판장인 에드워드 사키시안 판사는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로페즈가 사회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딸에게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아버지를 법원은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 징역형으로 단죄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따금 이런 '초장기 징역형'이 선고된다. 2013년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한 방송사의 60대 사장이 '아동학대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징역 천 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형량이 결정된 과정을 보면 미국에서 어떻게 상상을 초월하는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지 알 수 있다.

해당 방송사 컴퓨터에서는 사진 2만 5천여 장과 동영상 700여 개가 발견됐다. 검찰은 동영상 속 아동 한 명 한 명이 사건의 피해자라며 방송사 사장을 64개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50개 혐의에 각각 징역 20년을 적용해 징역 천 년을 선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한 범죄자가 여러 죄를 지었을 경우 각 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이를 다 더해서 선고한다. 예를 들어 강도죄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강도죄에 해당하는 형량과 강간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더해서 선고하는 식이다. 형량의 상한선도 없다. 천문학적인 징역형이 가능한 이유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법원은 한없이 관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는 친딸이 7살이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딸에게 성폭행과 성추행 등을 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구속기소 된 A 씨에게 징역 17년, 성폭력방지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일명 '나영이 사건'의 성폭행범 조두순은 지난 2009년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2020년 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판결이 나올 때마다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난과 함께 미국처럼 엄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년 뒤 출소 예정인 조두순
하지만 우리나라 법체계는 미국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강도죄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두 혐의 가운데 더 무거운 범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여기에 형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선고한다. 형량의 상한선도 가중 처벌해도 50년을 넘을 수 없다.

미국의 친딸 성폭행 판결을 두고 "전자발찌보다 더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진짜 제대로 된 법이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처벌했으면" 등의 반응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 징역 1,000년, 1,500년은 법 체계상 나올 수 없는 형벌이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형량을 정하는 체계는 장단점이 있다. 미국처럼 하면 중범죄자에게 강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보통 살 수 있는 수명(100여 년)을 넘어선 형량을 선고할 경우 형벌의 종류를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나눈 형법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적인 시간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체계는 유기 징역의 취지에 맞는 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국민의 법 감정보다 약한 형량이 선고될 수 있다.

대륙법 체계를 바탕으로 사법부가 운영되는 우리나라가 영미법이 바탕인 미국 법체계를 따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법체계는 바꿀 수 없더라도 사법부가 국민의 법 감정과 판결이 너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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