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내 아기가 다른 엄마에게? 신생아실 아기가 뒤바뀐 이유는

입력 2016.10.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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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잘못됐어요"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지난 14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 산모 A 씨의 입원실을 누군가 두드렸습니다. 같은 병원에 있던 다른 산모 B 씨였습니다. 이 산모는 A 씨에게 "아기가 바뀌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 2시간, 보호자와 산모와 함께 입원실에서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모자동실' 시간에 A 씨의 아이가 B 씨의 아기로 뒤바뀌어 B 씨의 입원실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5시간 전에 발생한 일. 하지만 A 씨는 B 씨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 얘기해줄 때까지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5시간 전… 신생아실에서는 무슨 일이?


산모 B 씨의 남편은 아기를 입원실로 데리고 오기 위해 신생아실을 찾았습니다. 신생아실 내부에는 보호자도 들어갈 수는 없어서 신상 기록 카드를 제시한 뒤 아기를 데리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카드에는 손글씨로 산모의 이름과 아기의 출생연도 등이 적혀 있고 간호조무사는 이 카드와 동일한 이름표를 가진 아기를 확인해 데리고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모 A 씨의 아이가 B 씨의 남편에게 건네졌습니다. 신생아실에 있던 간호조무사가 기록카드와 아이의 몸에 붙은 이름표를 정확하게 대조하지 않고 옆 침대의 아기를 내보낸 겁니다.

[연관기사] ☞ 산부인과서 뒤바뀐 신생아 "단순 실수?"

■ 엉뚱한 엄마 품에 안긴 아기…"상상도 못 한 일"

B 씨 부부는 아이가 바뀌었을 거란 사실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확인 절차를 거쳐 데리고 온 데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이 비슷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얼굴을 봐도 다른 사람의 아기란 생각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위해 아기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풀고 배냇저고리를 연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옷 안쪽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종이테이프에 붙은 산모의 이름이 B 씨가 아니라 A 씨였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아기인 줄 알고 쳐다보고 예뻐했던 아기가 다른 사람의 아기였던 것입니다. 놀란 부부는 바로 신생아실에 연락했고, 아기는 다시 신생아실로 보내졌지만 정작 산모 A 씨에게는 어떤 연락도 가지 않았습니다.

■ 뒤늦은 사과…병원 "당일 바빠서 일어난 실수"

산모 A 씨는 자신의 아기가 B 씨의 방에 가 있었던 사실을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데 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병원 측은 A 씨가 B 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오자 그제서야 해당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사과는 다음날이 돼서야 재차 '사과해달라'고 요구한 끝에 이뤄졌다고 산모 A 씨는 말합니다. "실수다", "너그럽게 이해해달라"는 병원 측의 설명을 A 씨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병원 측은 당일 분만 일정에다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신생아의 일정 등이 겹치며 간호 인력이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보통 신생아 5명당 1명꼴로 간호 인력이 배정되지만, 당일 신생아실 내부가 혼잡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간호조무사가 이름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다른 보호자에게 아이를 인계하며 잠시 아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또 산모 A 씨에게는 상황을 파악한 뒤 알리려다 보니 확인이 늦어졌다고 밝혔습니다.

■ '이름표'에만 의지하는 신생아 관리시스템


현재 중소 산부인과 대부분은 수기로 신생아의 정보를 기록한 '이름표'로 신생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생년월일과 혈액형 등 주요 정보는 컴퓨터에 따로 저장하지만 간호 인력이 직접 아기를 확인하고 구분할 방법은 '이름표'가 유일합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충청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한 아기의 이름표가 떨어지면서 다른 산모와 함께 퇴원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0년 전부터 일부 병원에서는 신생아의 이름과 출생일시는 물론 건강상태까지 담은 RFID(전자태그)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보편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생아가 뒤바뀌는 일이 산부인과는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잊을만하면 일어나며 산모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분만 산부인과가 줄면서 분만이 가능한 병원으로 산모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방은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합니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아기가 뒤바뀐 게 아니라 잠깐 바뀌었고 바로잡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건 신생아 관리 시스템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수'가 '잠깐'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관리에 대한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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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내 아기가 다른 엄마에게? 신생아실 아기가 뒤바뀐 이유는
    • 입력 2016-10-24 19:28:55
    취재후·사건후
■ "아기가 잘못됐어요"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지난 14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 산모 A 씨의 입원실을 누군가 두드렸습니다. 같은 병원에 있던 다른 산모 B 씨였습니다. 이 산모는 A 씨에게 "아기가 바뀌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 2시간, 보호자와 산모와 함께 입원실에서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모자동실' 시간에 A 씨의 아이가 B 씨의 아기로 뒤바뀌어 B 씨의 입원실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5시간 전에 발생한 일. 하지만 A 씨는 B 씨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 얘기해줄 때까지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5시간 전… 신생아실에서는 무슨 일이?


산모 B 씨의 남편은 아기를 입원실로 데리고 오기 위해 신생아실을 찾았습니다. 신생아실 내부에는 보호자도 들어갈 수는 없어서 신상 기록 카드를 제시한 뒤 아기를 데리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카드에는 손글씨로 산모의 이름과 아기의 출생연도 등이 적혀 있고 간호조무사는 이 카드와 동일한 이름표를 가진 아기를 확인해 데리고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모 A 씨의 아이가 B 씨의 남편에게 건네졌습니다. 신생아실에 있던 간호조무사가 기록카드와 아이의 몸에 붙은 이름표를 정확하게 대조하지 않고 옆 침대의 아기를 내보낸 겁니다.

[연관기사] ☞ 산부인과서 뒤바뀐 신생아 "단순 실수?"

■ 엉뚱한 엄마 품에 안긴 아기…"상상도 못 한 일"

B 씨 부부는 아이가 바뀌었을 거란 사실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확인 절차를 거쳐 데리고 온 데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이 비슷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얼굴을 봐도 다른 사람의 아기란 생각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위해 아기를 감싸고 있던 이불을 풀고 배냇저고리를 연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옷 안쪽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종이테이프에 붙은 산모의 이름이 B 씨가 아니라 A 씨였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아기인 줄 알고 쳐다보고 예뻐했던 아기가 다른 사람의 아기였던 것입니다. 놀란 부부는 바로 신생아실에 연락했고, 아기는 다시 신생아실로 보내졌지만 정작 산모 A 씨에게는 어떤 연락도 가지 않았습니다.

■ 뒤늦은 사과…병원 "당일 바빠서 일어난 실수"

산모 A 씨는 자신의 아기가 B 씨의 방에 가 있었던 사실을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데 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병원 측은 A 씨가 B 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오자 그제서야 해당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사과는 다음날이 돼서야 재차 '사과해달라'고 요구한 끝에 이뤄졌다고 산모 A 씨는 말합니다. "실수다", "너그럽게 이해해달라"는 병원 측의 설명을 A 씨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병원 측은 당일 분만 일정에다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신생아의 일정 등이 겹치며 간호 인력이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보통 신생아 5명당 1명꼴로 간호 인력이 배정되지만, 당일 신생아실 내부가 혼잡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간호조무사가 이름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다른 보호자에게 아이를 인계하며 잠시 아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또 산모 A 씨에게는 상황을 파악한 뒤 알리려다 보니 확인이 늦어졌다고 밝혔습니다.

■ '이름표'에만 의지하는 신생아 관리시스템


현재 중소 산부인과 대부분은 수기로 신생아의 정보를 기록한 '이름표'로 신생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생년월일과 혈액형 등 주요 정보는 컴퓨터에 따로 저장하지만 간호 인력이 직접 아기를 확인하고 구분할 방법은 '이름표'가 유일합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충청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한 아기의 이름표가 떨어지면서 다른 산모와 함께 퇴원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0년 전부터 일부 병원에서는 신생아의 이름과 출생일시는 물론 건강상태까지 담은 RFID(전자태그)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보편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생아가 뒤바뀌는 일이 산부인과는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잊을만하면 일어나며 산모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분만 산부인과가 줄면서 분만이 가능한 병원으로 산모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방은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합니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아기가 뒤바뀐 게 아니라 잠깐 바뀌었고 바로잡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건 신생아 관리 시스템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수'가 '잠깐'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관리에 대한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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