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씨 부검영장 오늘 만료…경찰의 선택은?

입력 2016.10.25 (07:57) 수정 2016.10.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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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 집행기한이 오늘로 끝이 난다. 유족들의 강력한 반대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받아 백 씨에 대한 부검을 추진해 왔다.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백 씨의 부검과 관련해 경찰이 여러 차례 말바꾸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부검영장 시한 만료를 앞두고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했다.

수시로 말 바꾼 경찰…‘증거은폐’ · ‘위증’ 논란
집회 '상황속보' 작성 안 했다
-> 작성은 했는데 파기해서 없다
--> 다 파기한 건 아니고, '일부'만 남아 있더라.
---> 어떤 부서에서 '전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몰랐다.


사람들은 알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14일 저녁, 고 백남기 씨가 쓰러진 순간의 진실을. 하지만 경찰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요청한 국회에 경찰이 제출한 답변서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답변이 살짝 달라졌다. 다른 집회에서 작성된 '상황속보'의 존재가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진 이후다. 1차 말 바꾸기다.


2차 말 바꾸기는 더 빨리 이뤄졌다. 경찰이 백남기 씨 유족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당시 작성한 '상황속보'를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진 직후다.


그제서야 당일 현장에서 경찰이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상황속보' 6장이 국회를 통해 공개됐다. 26보까지 작성된 것 가운데 "대부분 파기했고 일부만 어쩌다보니 남아 있어서 파악이 안 됐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한 인터넷 언론사가 26보짜리 전체 '상황속보' 문건을 찾아냈다. 그러자 이번엔 "특정 부서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더라. 미처 파악하지 못 했다"고 해명했다. 3차 말 바꾸기다.

끝내 ‘묻힐’ 뻔 했던 상황속보, 내용 대체 뭐기에?
14·15보 물대포 운용 내역
 18보  19시10분 70대 노인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
 20보  부상자 백남기 47년생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25보  백남기(47년생 남) 19:10분경 물포에 맞아 부상
     →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치료 중


① <14·15보> 경고 방송 뒤 바로 물대포 직사?
물대포 사용 기록이 이상하다. 경찰은 지금까지 물대포 운용지침을 정확히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경고살수->분산살수->곡사살수=>직사]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야 하지만, "물포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14보) 이후 곧바로 "물포 사용 중"(15보)이라는 기록만 남아있다.

아래 다른 집회에 대한 상황보고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경고방송 내용과 예비살수 3초간 2차례 등 물대포의 점진적 사용 내역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지난해 5월 1일 ‘범국민행동’ 상황속보 중 일부지난해 5월 1일 ‘범국민행동’ 상황속보 중 일부

②‘백남기’씨 부상 파악 <18보> 누락
저녁 8시용으로 작성된 상황 속보에 이미 백남기 씨가 19:10분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경찰은 이 <18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상황파악을 늦게 한 것처럼 했다. 아래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 진술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빨간 우의’ 가격설?…사고 당시 조사조차 안 해

1차 부검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과 검찰은 '빨간 우의 가격설'을 내세워 부검 영장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살'의 의혹이 있으니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역시 드러난 정황을 따져보면 앞뒤가 맞지 않다.

지난해 11.14. 민충총궐기 대회 당시 쓰러진 백남기 씨에게 달려간 ‘빨간 우의’지난해 11.14. 민충총궐기 대회 당시 쓰러진 백남기 씨에게 달려간 ‘빨간 우의’

경찰은 지난해 이미 '빨간 우의' 당사자인 A씨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이미 그 당시 인터넷 등에는 '빨간우의 가격설'이 한창 의혹으로 떠돌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이 '빨간 우의' 당사자임을 밝혔지만, 경찰은 A씨에게 가격 혐의에 대한 어떤 질문이나 조사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공식적으로 '빨간우의 가격설'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다. A씨에게 이 같은 혐의를 두지 않았고, 세간에 떠도는 '가격설'을 조사할 만한 이유도 찾지 못 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상황속보' 어디에도 이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다.

사상 초유 ‘조건부 부검 영장’ 사태…경찰의 선택은?

사실 지난 22일 유족 측이 6차 협의까지 거부함으로써 경찰이 실제로 부검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이 제시한 영장 집행의 선결 조건인 "유족과의 협의"가 만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도 어제 "강제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정한 부검영장 집행 시한은 오늘 자정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경찰이 부검영장을 다시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상 초유의 '조건부 부검 영장' 사태가 오늘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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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기 씨 부검영장 오늘 만료…경찰의 선택은?
    • 입력 2016-10-25 07:57:36
    • 수정2016-10-25 10:24:11
    취재K
고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 집행기한이 오늘로 끝이 난다. 유족들의 강력한 반대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받아 백 씨에 대한 부검을 추진해 왔다.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백 씨의 부검과 관련해 경찰이 여러 차례 말바꾸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부검영장 시한 만료를 앞두고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했다.

수시로 말 바꾼 경찰…‘증거은폐’ · ‘위증’ 논란
집회 '상황속보' 작성 안 했다
-> 작성은 했는데 파기해서 없다
--> 다 파기한 건 아니고, '일부'만 남아 있더라.
---> 어떤 부서에서 '전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몰랐다.


사람들은 알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14일 저녁, 고 백남기 씨가 쓰러진 순간의 진실을. 하지만 경찰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요청한 국회에 경찰이 제출한 답변서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답변이 살짝 달라졌다. 다른 집회에서 작성된 '상황속보'의 존재가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진 이후다. 1차 말 바꾸기다.


2차 말 바꾸기는 더 빨리 이뤄졌다. 경찰이 백남기 씨 유족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당시 작성한 '상황속보'를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진 직후다.


그제서야 당일 현장에서 경찰이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상황속보' 6장이 국회를 통해 공개됐다. 26보까지 작성된 것 가운데 "대부분 파기했고 일부만 어쩌다보니 남아 있어서 파악이 안 됐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한 인터넷 언론사가 26보짜리 전체 '상황속보' 문건을 찾아냈다. 그러자 이번엔 "특정 부서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더라. 미처 파악하지 못 했다"고 해명했다. 3차 말 바꾸기다.

끝내 ‘묻힐’ 뻔 했던 상황속보, 내용 대체 뭐기에?
14·15보 물대포 운용 내역
 18보  19시10분 70대 노인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
 20보  부상자 백남기 47년생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25보  백남기(47년생 남) 19:10분경 물포에 맞아 부상
     →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치료 중


① <14·15보> 경고 방송 뒤 바로 물대포 직사?
물대포 사용 기록이 이상하다. 경찰은 지금까지 물대포 운용지침을 정확히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경고살수->분산살수->곡사살수=>직사]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야 하지만, "물포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14보) 이후 곧바로 "물포 사용 중"(15보)이라는 기록만 남아있다.

아래 다른 집회에 대한 상황보고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경고방송 내용과 예비살수 3초간 2차례 등 물대포의 점진적 사용 내역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지난해 5월 1일 ‘범국민행동’ 상황속보 중 일부
②‘백남기’씨 부상 파악 <18보> 누락
저녁 8시용으로 작성된 상황 속보에 이미 백남기 씨가 19:10분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경찰은 이 <18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상황파악을 늦게 한 것처럼 했다. 아래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 진술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빨간 우의’ 가격설?…사고 당시 조사조차 안 해

1차 부검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과 검찰은 '빨간 우의 가격설'을 내세워 부검 영장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살'의 의혹이 있으니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역시 드러난 정황을 따져보면 앞뒤가 맞지 않다.

지난해 11.14. 민충총궐기 대회 당시 쓰러진 백남기 씨에게 달려간 ‘빨간 우의’
경찰은 지난해 이미 '빨간 우의' 당사자인 A씨를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이미 그 당시 인터넷 등에는 '빨간우의 가격설'이 한창 의혹으로 떠돌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이 '빨간 우의' 당사자임을 밝혔지만, 경찰은 A씨에게 가격 혐의에 대한 어떤 질문이나 조사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공식적으로 '빨간우의 가격설'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다. A씨에게 이 같은 혐의를 두지 않았고, 세간에 떠도는 '가격설'을 조사할 만한 이유도 찾지 못 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상황속보' 어디에도 이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다.

사상 초유 ‘조건부 부검 영장’ 사태…경찰의 선택은?

사실 지난 22일 유족 측이 6차 협의까지 거부함으로써 경찰이 실제로 부검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이 제시한 영장 집행의 선결 조건인 "유족과의 협의"가 만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도 어제 "강제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정한 부검영장 집행 시한은 오늘 자정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경찰이 부검영장을 다시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상 초유의 '조건부 부검 영장' 사태가 오늘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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