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 군의 진짜 월급은 얼마였을까?

입력 2016.10.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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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참변을 당한 김 군의 월급에 대해 얘기 하려합니다. 19번째 생일 하루전 참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김 군의 소지품에서 나온 사발면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사고 당시 김 군 소지품사고 당시 김 군 소지품

아시다시피 김군은 지하철 스크린 도어 수리기사였습니다. '서울 메트로'에서 스크린 도어 관리업무를 '은성PSD'란 용역회사에서 맡겼는데 김군은 이 용역업체에서 일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김군이 마지막으로 받은 5월 급여명세서입니다. 세금 등을 공제하고 휴일과 연장근무 수당 등을 더하면 실지급액은 144만 6천원. 그런데 기본급이 130만원입니다. 우리나라 법정 월 최저임금 126만 270원에서 딱 4만원 가량 더 받았습니다.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 최저임금 근로자가 김 군 뿐만은 아니니 사실 뭐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김군이 원래 받기로 돼있는 월급은 이보다 100만원 이상 많았습니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란 제도를 마련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일반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경비절감이란 명분으로 청소나 경비, 안전관리 등 업무를 외주화 시켰습니다. 외주 용역업체 소속 신분으로 바뀌면서 여기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만큼 당연히 불만이 자자했습니다.

그래서 민간기업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시중노임단가'로 임금을 설계해 지급하라고 정부가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사해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는 최저임금보다 20~ 40% 가량 높습니다. 김군과 같은 기계정비공의 시중노임단가는 월 240만원 정돕니다.

서울 메트로는 공기업입니다. 당연히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김군이 실제 받았어야 할 월급에 대한 얘기는 지난 8월 25일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구의역사고 진상조사 결과 시민보고회'에서 뜻밖에 나왔습니다.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결과 보고회, 지난 8월 25일구의역 사고 진상조사결과 보고회, 지난 8월 25일

당시 보고회에서 서울 메트로 관리팀장은 왜 김군이 최저임금밖에 못받았는지 모르겠다, 메트로에서는 정부지침에 따라 김군과 같은 기계정비공 87명에 대해 인건비로 월 240만원씩 용역업체에 지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서울 메트로는 용역업체(은성PSD)에 정부지침에 따라 월 240만원씩 지급했지만 용역업체는 김군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만 지급해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군 월급 흐름김 군 월급 흐름

용역업체를 찾아가 따져물었습니다. 왜 김 군에게 100만원 이상 덜 줬냐고 물었습니다. 용역업체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메트로한테 요걸 한번 물어보세요. 그러면 노무비를 그렇게 책정해서 240만원씩 줄 때 그 노무비를 근로자한테 다 주라고 강제적으로 권고를 했느냐, 한번 물어보세요. 안 했으면 우리 회사 재량으로 하는 거죠. 그러면 그 경영자가 야, 이거 뭐 노무비를 한 50% 정도만 주고, 50%는 다른 계획을 위해서 좀 쓰자. 아무 상관없어요. 그건 규정에 없기 때문에... 그게(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만약에 꼭 지켜야 될 법이라면, 아예 우리도 이런 생각을 안했겠죠'

정부가 최저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기관 일을 하는 용역 근로자들에게만이라도 좀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라던 지침은 아무 강제성이 없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단지 권고안일 뿐이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서울 메트로도 인건비 명목으로 용역업체에 240만원씩을 주면서도 용역업체가 실제로 얼마를 지급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강제성 없는 권고안이다 보니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아예 용역업체 근로자 인건비를 처음부터 최저임금으로 맞춰 설계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도 외주 용역업체 소속의 청소원들 임금을 아예 처음부터 최저임금으로 책정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청소원들의 시중노임단가와 최저임금 차이는 약 45만원 정돕니다.

김포공항 청소원김포공항 청소원

공항공사 관리담당자 얘기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단순히 그냥 기본급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정부지침을 안 지키는 건 맞죠. 그런데 이게 뭐냐면 이 지침이 쉽게 얘기해서 권고사항입니다. 권고... 권고사항으로 돼있어서 지금 우리가 그 현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에서 한 6% 정도만 준수하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실태를 보면'

다들 안지키는데 우리만 왜 지키냐는 얘깁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미국에도 최저임금제도가 있습니다. 연방 최저임금이 $7.25 우리 돈으로 8천원 조금 넘는 액수니 미국 생활수준이나 물가를 놓고 봤을 때 생활하기 힘든 액숩니다. 미국도 그래서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근로자들에겐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이란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에 대해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1965년 법으로 제정됐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외주 용역을 주는 청소, 경비, 안전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등 백여개 직종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미국 적정임금 테이블미국 적정임금 테이블

제도 자체는 우리와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점은 우리는 안지켜도 상관없지만, 미국의 적정임금제도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지키지 않을 경우 용역업체는 과다한 벌금은 물론 입찰자격 자체를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시사기획 창'은 구의역 김 군의 월급을 비롯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쟁점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해법을 제시합니다.

오늘(10월 25일, 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최저임금, 상생의 해법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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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의역 김 군의 진짜 월급은 얼마였을까?
    • 입력 2016-10-25 09:04:51
    취재K
지난 5월 26일,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참변을 당한 김 군의 월급에 대해 얘기 하려합니다. 19번째 생일 하루전 참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김 군의 소지품에서 나온 사발면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사고 당시 김 군 소지품
아시다시피 김군은 지하철 스크린 도어 수리기사였습니다. '서울 메트로'에서 스크린 도어 관리업무를 '은성PSD'란 용역회사에서 맡겼는데 김군은 이 용역업체에서 일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김군이 마지막으로 받은 5월 급여명세서입니다. 세금 등을 공제하고 휴일과 연장근무 수당 등을 더하면 실지급액은 144만 6천원. 그런데 기본급이 130만원입니다. 우리나라 법정 월 최저임금 126만 270원에서 딱 4만원 가량 더 받았습니다.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 최저임금 근로자가 김 군 뿐만은 아니니 사실 뭐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김군이 원래 받기로 돼있는 월급은 이보다 100만원 이상 많았습니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란 제도를 마련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일반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경비절감이란 명분으로 청소나 경비, 안전관리 등 업무를 외주화 시켰습니다. 외주 용역업체 소속 신분으로 바뀌면서 여기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만큼 당연히 불만이 자자했습니다.

그래서 민간기업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시중노임단가'로 임금을 설계해 지급하라고 정부가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사해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는 최저임금보다 20~ 40% 가량 높습니다. 김군과 같은 기계정비공의 시중노임단가는 월 240만원 정돕니다.

서울 메트로는 공기업입니다. 당연히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김군이 실제 받았어야 할 월급에 대한 얘기는 지난 8월 25일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구의역사고 진상조사 결과 시민보고회'에서 뜻밖에 나왔습니다.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결과 보고회, 지난 8월 25일
당시 보고회에서 서울 메트로 관리팀장은 왜 김군이 최저임금밖에 못받았는지 모르겠다, 메트로에서는 정부지침에 따라 김군과 같은 기계정비공 87명에 대해 인건비로 월 240만원씩 용역업체에 지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서울 메트로는 용역업체(은성PSD)에 정부지침에 따라 월 240만원씩 지급했지만 용역업체는 김군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만 지급해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군 월급 흐름
용역업체를 찾아가 따져물었습니다. 왜 김 군에게 100만원 이상 덜 줬냐고 물었습니다. 용역업체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메트로한테 요걸 한번 물어보세요. 그러면 노무비를 그렇게 책정해서 240만원씩 줄 때 그 노무비를 근로자한테 다 주라고 강제적으로 권고를 했느냐, 한번 물어보세요. 안 했으면 우리 회사 재량으로 하는 거죠. 그러면 그 경영자가 야, 이거 뭐 노무비를 한 50% 정도만 주고, 50%는 다른 계획을 위해서 좀 쓰자. 아무 상관없어요. 그건 규정에 없기 때문에... 그게(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만약에 꼭 지켜야 될 법이라면, 아예 우리도 이런 생각을 안했겠죠'

정부가 최저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기관 일을 하는 용역 근로자들에게만이라도 좀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라던 지침은 아무 강제성이 없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단지 권고안일 뿐이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서울 메트로도 인건비 명목으로 용역업체에 240만원씩을 주면서도 용역업체가 실제로 얼마를 지급하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강제성 없는 권고안이다 보니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아예 용역업체 근로자 인건비를 처음부터 최저임금으로 맞춰 설계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도 외주 용역업체 소속의 청소원들 임금을 아예 처음부터 최저임금으로 책정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청소원들의 시중노임단가와 최저임금 차이는 약 45만원 정돕니다.

김포공항 청소원
공항공사 관리담당자 얘기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단순히 그냥 기본급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정부지침을 안 지키는 건 맞죠. 그런데 이게 뭐냐면 이 지침이 쉽게 얘기해서 권고사항입니다. 권고... 권고사항으로 돼있어서 지금 우리가 그 현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에서 한 6% 정도만 준수하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실태를 보면'

다들 안지키는데 우리만 왜 지키냐는 얘깁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미국에도 최저임금제도가 있습니다. 연방 최저임금이 $7.25 우리 돈으로 8천원 조금 넘는 액수니 미국 생활수준이나 물가를 놓고 봤을 때 생활하기 힘든 액숩니다. 미국도 그래서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근로자들에겐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이란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에 대해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1965년 법으로 제정됐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외주 용역을 주는 청소, 경비, 안전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등 백여개 직종의 임금을 구체적으로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미국 적정임금 테이블
제도 자체는 우리와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점은 우리는 안지켜도 상관없지만, 미국의 적정임금제도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지키지 않을 경우 용역업체는 과다한 벌금은 물론 입찰자격 자체를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시사기획 창'은 구의역 김 군의 월급을 비롯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쟁점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해법을 제시합니다.

오늘(10월 25일, 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최저임금, 상생의 해법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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