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朴대통령 “임기 초 최순실 의견 들었다”

입력 2016.10.26 (07:30) 수정 2016.10.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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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대국민 사과…배경은?
25일(어제) 오후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른바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 씨 관련 의혹으로 논란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다는 겁니다.

최근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 최 씨 관련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물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여론이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문제가 된 대통령 연설문이란 뭘까요? 대통령은 각종 연설을 통해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공유하고 앞으로의 정책운용 방향 등을 제시합니다. 연설문에는 정부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설문이 현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 씨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도 직접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 박 대통령 "임기 초 최순실 의견 들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며, 최 씨와 오랜 기간 상당히 가까운 관계였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사망과 뒤이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등 불행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최 씨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최 씨로부터 표현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런 일을 중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 유출 연설문과 실제 발언 내용은?
독일에서 잠적한 최 씨가 국내에 남긴 태블릿 PC엔 모두 200여 개의 파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6월부터 취임 이후인 2014년 3월까지의 파일인데, 이 가운데 대통령 연설문은 모두 44개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2013년 5월 18일) ▲국무회의 발언자료(2013년 7월 23일, 2013년 8월 6일) ▲첫 지방자치 업무보고(2013년 7월 24일)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자료(2013년 10월 31일) ▲통일대박론 구상을 담은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2014년 3월 24일) 등입니다.

모두 12장 분량의 드레스덴 연설문 초안의 경우 최 씨가 연설 하루 전에 미리 받았는데, 30여 곳에서 붉은색 글씨가 발견됐습니다. 확인 결과 박 대통령이 읽은 최종 원고와는 대략 20여 군데가 달랐습니다. 특히 북측에 제안하는 3가지 제안은 최종 원고에서 모두 표현이 달라집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를 회상한 문구는 "독일에서 한국의 희망을 보았다"에서 "독일의 기적을 한국에서도 이룰 수 있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대통령 연설문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최 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당선 이후 첫 신년사와 2013년 민주화운동 기념사는 파일이 만들어진 뒤 적게는 4분에서 길어야 1시간 반 사이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3년 8월,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 교체와 관련한 인사 자료도 최 씨가 먼저 받아 봤는데, 문서 작성자는 청와대의 대통령 최측근 참모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연설문 유출' 경로·범위 놓고 논란 일 듯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청와대 자료 일부가 최 씨에게 전달된 적이 있다는 걸 사실상 시인하면서,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번 연설문 유출의 경로와 범위, 시기 등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상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서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연설문의 경우에는 작성 과정에서 초안을 보여주고, 외부의 의견을 구했다면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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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숙인 朴대통령 “임기 초 최순실 의견 들었다”
    • 입력 2016-10-26 07:30:49
    • 수정2016-10-26 08:23:49
    취재K
■ 갑작스러운 대국민 사과…배경은?
25일(어제) 오후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른바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 씨 관련 의혹으로 논란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다는 겁니다.

최근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 최 씨 관련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물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여론이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문제가 된 대통령 연설문이란 뭘까요? 대통령은 각종 연설을 통해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공유하고 앞으로의 정책운용 방향 등을 제시합니다. 연설문에는 정부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설문이 현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 씨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도 직접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 박 대통령 "임기 초 최순실 의견 들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하며, 최 씨와 오랜 기간 상당히 가까운 관계였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사망과 뒤이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등 불행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최 씨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최 씨로부터 표현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런 일을 중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 유출 연설문과 실제 발언 내용은?
독일에서 잠적한 최 씨가 국내에 남긴 태블릿 PC엔 모두 200여 개의 파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6월부터 취임 이후인 2014년 3월까지의 파일인데, 이 가운데 대통령 연설문은 모두 44개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2013년 5월 18일) ▲국무회의 발언자료(2013년 7월 23일, 2013년 8월 6일) ▲첫 지방자치 업무보고(2013년 7월 24일)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자료(2013년 10월 31일) ▲통일대박론 구상을 담은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2014년 3월 24일) 등입니다.

모두 12장 분량의 드레스덴 연설문 초안의 경우 최 씨가 연설 하루 전에 미리 받았는데, 30여 곳에서 붉은색 글씨가 발견됐습니다. 확인 결과 박 대통령이 읽은 최종 원고와는 대략 20여 군데가 달랐습니다. 특히 북측에 제안하는 3가지 제안은 최종 원고에서 모두 표현이 달라집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를 회상한 문구는 "독일에서 한국의 희망을 보았다"에서 "독일의 기적을 한국에서도 이룰 수 있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대통령 연설문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최 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당선 이후 첫 신년사와 2013년 민주화운동 기념사는 파일이 만들어진 뒤 적게는 4분에서 길어야 1시간 반 사이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3년 8월,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 교체와 관련한 인사 자료도 최 씨가 먼저 받아 봤는데, 문서 작성자는 청와대의 대통령 최측근 참모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연설문 유출' 경로·범위 놓고 논란 일 듯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청와대 자료 일부가 최 씨에게 전달된 적이 있다는 걸 사실상 시인하면서,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번 연설문 유출의 경로와 범위, 시기 등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상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서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연설문의 경우에는 작성 과정에서 초안을 보여주고, 외부의 의견을 구했다면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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