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진도6 강진에도 멀쩡한 일본 비닐하우스

입력 2016.10.27 (09:28) 수정 2016.10.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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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현은 변방이다. 일본의 서쪽 끝에, 우리나라와 동해를 끼고 마주하고 있다. 인구가 가장 적은 현에 속하고, 어업, 수산물 가공업 등 몇몇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산업도 없다. 그래서 진작부터 관광 산업을 키웠다. 한해 관광객이 200만 명이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주역은 온천과 해안사구가 손꼽힌다. 돗토리 사구는 일본 3대 사구 중 하나로 꼽힌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불 때, 현 지사가 포켓몬고 해방구라고 선언한 바로 그곳이다. 인기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평화롭던 이곳에 최근 강진이 덮쳤다. 지진 규모 6.6, 지표면이 받은 충격은 진도 6약. 멀리 교토까지 강한 진동이 전파됐다. 과거 사례로 미뤄 볼 때, 가옥 붕괴 등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구마모토 대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NHK 헬기에서 내려다본 진앙지는 일단 대참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도쿄에서 예닐곱 시간 남짓 되는 현장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반쯤 부서지거나 지붕이 내려앉은 가옥들이 이따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취재팀이 처음 도착한 호쿠에이 읍의 주택가에는 지붕이 성한 집이 드물었다. 지붕 기와가 통째로 쏟아지거나 부분부분 파손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완전히 붕괴된 집은 찾기 어려웠다. 기둥의 부서지면서 비스듬히 내려앉은 이층집, 그리고 낡은 목조 건물 한쪽이 무너진 경우 등이 눈에 띌 뿐이었다. 파손된 지붕 위에 청색 방수포를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고, 비가 올 경우에도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응급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읍 사무소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응급조치를 지시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방재과장을 겸한 총무과장이 쉴새 없이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여느 지진 때처럼, 이번에도 지진과 거의 동시에 휴대전화 등에서 비상경보가 울렸다고 했다. 지진 즉시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공무원들이 곧바로 집결해, 매뉴얼대로 빈틈없이 움직였다. 많이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는 반응이다.

진앙지가 위치한 구라요시 시는 유명 관광지이다. 수백 년 된 전통 가옥이 즐비하고, 낡은 목조 건물이 많아 큰 피해가 예상됐던 곳이다.

도심 한복판 골목길은 유리창과 가옥 외장재 파편이 즐비했다. 건물 벽체 한쪽이 통째로 떨어진 곳도 있고, 지붕 기와 대부분이 밀려 떨어진 곳도 있었다. 가옥 상당수의 지붕엔 청색 방수포가 덮여 있었다. 진동이 심했던 탓에, 오래된 지붕 기와는 대부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근래에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재도구가 쏟아지고 가구가 넘어지고, 그릇들이 부서지고. 기와들이 부서져 떨어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시청사도 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유리창 상당수가 깨져나갔고, 콘크리트 난간이 통째로 꺾여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 공무원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대책본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꾸려지고, 지진 피해 파악과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지진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응급조치용 방수포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다. 그때마다 화제가 되는 것은 일본 국민들의 놀라운 침착성이다. 나흘 동안 200번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큰 동요가 없었다.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렵기는 하지만, 당장 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응급 복구 장비를 챙겼다.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지진 발생 뒤 닷새 동안 집계한 부상자 숫자는 18명. 건물 피해는 800여 동. 이 가운데 주택 피해가 600곳, 공공·상업 시설 등의 피해가 200여 곳이었다. 25개 피난처에 450여 명이 대피했다. 이재민은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지자체의 조치에 따라 의료진 등이 피난처를 돌며 이들의 건강을 챙겼다.

엄청난 지진의 위력에 비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일부 공무원들은 지진 발생지의 지반이 튼튼한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운이 약간 좋았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과거 여러 차례의 대지진을 겪으면서, 내진 설계와 건물 구조 보강 등 기본적인 조치에 충실한 점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행운도 노력이 있어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진 진동이 갑자기 시작됐을 때, 위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빨리 벗어나는 습관도 큰 효과를 봤을 것이다. 떨어진 기왓장을 치우고 부서진 출입문을 고치면서도 주민들은 안도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놀라운 자제력과 적응력이다.

지진 이튿날 낮부터 대부분 주민들은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지진 소식에 놀라 관광객들이 급감했지만, 관광지의 온천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식당과 기념품점도 하나둘씩 영업을 재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진도 6의 강진이 덮친 진앙지에 꿋꿋하게 서 있는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에도 내진 설계를 적용했던 것일까?

[연관기사] ☞ [뉴스9] [르포] 日 강진 피해 최소화…철저한 대비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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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진도6 강진에도 멀쩡한 일본 비닐하우스
    • 입력 2016-10-27 09:28:42
    • 수정2016-10-27 09:29:53
    취재후·사건후
'돗토리'현은 변방이다. 일본의 서쪽 끝에, 우리나라와 동해를 끼고 마주하고 있다. 인구가 가장 적은 현에 속하고, 어업, 수산물 가공업 등 몇몇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산업도 없다. 그래서 진작부터 관광 산업을 키웠다. 한해 관광객이 200만 명이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주역은 온천과 해안사구가 손꼽힌다. 돗토리 사구는 일본 3대 사구 중 하나로 꼽힌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불 때, 현 지사가 포켓몬고 해방구라고 선언한 바로 그곳이다. 인기만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평화롭던 이곳에 최근 강진이 덮쳤다. 지진 규모 6.6, 지표면이 받은 충격은 진도 6약. 멀리 교토까지 강한 진동이 전파됐다. 과거 사례로 미뤄 볼 때, 가옥 붕괴 등으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구마모토 대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NHK 헬기에서 내려다본 진앙지는 일단 대참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도쿄에서 예닐곱 시간 남짓 되는 현장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반쯤 부서지거나 지붕이 내려앉은 가옥들이 이따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취재팀이 처음 도착한 호쿠에이 읍의 주택가에는 지붕이 성한 집이 드물었다. 지붕 기와가 통째로 쏟아지거나 부분부분 파손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완전히 붕괴된 집은 찾기 어려웠다. 기둥의 부서지면서 비스듬히 내려앉은 이층집, 그리고 낡은 목조 건물 한쪽이 무너진 경우 등이 눈에 띌 뿐이었다. 파손된 지붕 위에 청색 방수포를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고, 비가 올 경우에도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응급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읍 사무소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응급조치를 지시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방재과장을 겸한 총무과장이 쉴새 없이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여느 지진 때처럼, 이번에도 지진과 거의 동시에 휴대전화 등에서 비상경보가 울렸다고 했다. 지진 즉시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공무원들이 곧바로 집결해, 매뉴얼대로 빈틈없이 움직였다. 많이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는 반응이다.

진앙지가 위치한 구라요시 시는 유명 관광지이다. 수백 년 된 전통 가옥이 즐비하고, 낡은 목조 건물이 많아 큰 피해가 예상됐던 곳이다.

도심 한복판 골목길은 유리창과 가옥 외장재 파편이 즐비했다. 건물 벽체 한쪽이 통째로 떨어진 곳도 있고, 지붕 기와 대부분이 밀려 떨어진 곳도 있었다. 가옥 상당수의 지붕엔 청색 방수포가 덮여 있었다. 진동이 심했던 탓에, 오래된 지붕 기와는 대부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근래에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고 했다. 가재도구가 쏟아지고 가구가 넘어지고, 그릇들이 부서지고. 기와들이 부서져 떨어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시청사도 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유리창 상당수가 깨져나갔고, 콘크리트 난간이 통째로 꺾여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 공무원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대책본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꾸려지고, 지진 피해 파악과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지진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응급조치용 방수포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잦다. 그때마다 화제가 되는 것은 일본 국민들의 놀라운 침착성이다. 나흘 동안 200번 이상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큰 동요가 없었다.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렵기는 하지만, 당장 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응급 복구 장비를 챙겼다.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지진 발생 뒤 닷새 동안 집계한 부상자 숫자는 18명. 건물 피해는 800여 동. 이 가운데 주택 피해가 600곳, 공공·상업 시설 등의 피해가 200여 곳이었다. 25개 피난처에 450여 명이 대피했다. 이재민은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지자체의 조치에 따라 의료진 등이 피난처를 돌며 이들의 건강을 챙겼다.

엄청난 지진의 위력에 비해,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일부 공무원들은 지진 발생지의 지반이 튼튼한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운이 약간 좋았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과거 여러 차례의 대지진을 겪으면서, 내진 설계와 건물 구조 보강 등 기본적인 조치에 충실한 점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행운도 노력이 있어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진 진동이 갑자기 시작됐을 때, 위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빨리 벗어나는 습관도 큰 효과를 봤을 것이다. 떨어진 기왓장을 치우고 부서진 출입문을 고치면서도 주민들은 안도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놀라운 자제력과 적응력이다.

지진 이튿날 낮부터 대부분 주민들은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지진 소식에 놀라 관광객들이 급감했지만, 관광지의 온천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식당과 기념품점도 하나둘씩 영업을 재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진도 6의 강진이 덮친 진앙지에 꿋꿋하게 서 있는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에도 내진 설계를 적용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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