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설민석은 ‘4.19스타’ 가문?…“전화번호도 4.19”

입력 2016.10.27 (15:18) 수정 2016.10.27 (15: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사를 다룬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10주 동안 교보문고 종합판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한국사 돌풍의 핵이다.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수험서도 아닌 한국사 책이 이렇게 오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찍이 학원계를 평정하고, 인터넷 강좌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설민석. 최근에는 '명량'이나 '밀정' 등 영화를 주제로 한 대중적인 동영상 강의 등으로 TV와 강단을 종횡무진 누비며 친근한 한국사 전도사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그런 설민석이지만 사실 이번에 펴낸 조선왕조실록이 시쳇말로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 종합순위 1위까지 할거라고 생각하셨는지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1년째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는데 틈틈히 공부해왔던 조선시대 왕들이 있었어요. 조선왕조실록은 보통 사람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인데요, 학문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정리할 겸 책을 내기는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이뤄진 우리민족의 위대한 유산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설민석은 이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순종까지 조선왕조 27명 왕들의 일대기를 자기만의 화술로 정리했다.

어찌보면 연대기적 서술로 쓰여진 흔한 한국사 입문서 같지만, 설민석 특유의 위트와 맛깔나는 해석이 곁들여져 큰 그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삽화와 엄마 아빠가 배갯머리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처럼 편한 대화체로 쓰여진 설명이 가독성을 높이고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준다.

"조선왕조실록 안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있어요. 배신, 눈물, 기쁨, 음모 그리고 깊은 감동과 교훈까지 다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하면 좀 국민들과 나눠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설씨는 의도적으로 왕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다. 수백년 전의 일이고, 일반적인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특권층의 이야기, 그것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치 이야기로만 접근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들도 인간이다. 나 하고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질투하고 화내고 이런 인간이었다는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설씨의 전략이었다.

역사책, 그 중에서도 한국사는 30~40대가 가장 많이 찾는다. 교보문고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신드롬을 계기로 올해 한국사 분야 책 구매자를 분석해보니 40대가 3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30대가 26.1%를 차지했다. 3040세대가 58.7%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다.

3040세대의 역사 배우기 열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설씨는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더 잘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시험 때문에 힘들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간고사를 못보면 기말보사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학교밖 세상은 시험 범위를 알려주지도 않고 불시에 찾아와서 한 번 못하면 그 다음엔 기회를 주지 않죠. 누군가는 벗으로서 혹은 스승으로서 그것을 도와주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걸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선배들에게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학교의 시험은 범위가 있고, 언제 본다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기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못보면 기말고사를 잘보면 돼요. 기회가 있는데 인생에서의 시험은요. 범위도 없고 기간도 알려주지 않고 불시에 찾아와서 한 번 시험을 잘못보면 그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너무 힘든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 이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벗으로서 혹은 스승으로서 조력자로서 그것을 가르쳐줘야 되는데 그걸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해본다면 이 땅을 살아간 우리 선배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라고 생각을 해요."


한국사 최고의 스타강사 설민석. 하지만 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1970년생이니 올해 47살이다. 정치적 격변기였던 80년대말 대학에 입학했는데, 역사를 전공했겠거니 싶지만 의외로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그의 동영상 강의를 보면 풍부한 표정과 리듬을 타는 듯한 제스처가 지루할 틈 없이 수강생을 사로잡는데, 이런 타고난 연기의 끼가 다른 강의와 차별되는 장점 중 하나다.


설민석이 학원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르바이트로 보습학원에서 중학교 역사 강의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연기를 전공한 끼 많은 젊은이가 왜 갑자기 진로를 바꿨을까? 한참을 뜸을 들이던 설민석은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설민석의 아버지는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설송웅 전 의원이다. 설 전 의원은 이른바 '4.19 스타'로 유명한데, 18살이던 1960년 4.19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하야를 권고했던 시민대표 6명중 한 사람이었다.

"태어나보니 저희 아버지께서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 하도록 권고한 시민대표 중 한 분이었어요. 아버지는 항상 어렸을 때부터 그 부분을 자랑으로 여기셨죠. 그래서 컬러링도 애국가였고, 심지어 전화번호 뒷자리도 '0149, 4190'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말씀을 들었거든요"


남다른 집안 분위기에 역사의식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동네 보습학원 강사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는게 설씨의 자부심이다.

"사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과목에 비해서 조금은 관심이 덜했죠. 하지만 한번도 역사를 가르친 것을 후회한 적 없어요. 우리나라가 석유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믿을 건 학생들 밖에 없거든요. 내가 학생들한테 역사를 잘 알려주면 우리나라가 잘되겠다는 믿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역사 대중화를 위해 쉼없이 달려온 21년, 설민석은 한국사 강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스타 강사 설민석은 ‘4.19스타’ 가문?…“전화번호도 4.19”
    • 입력 2016-10-27 15:18:51
    • 수정2016-10-27 15:19:53
    취재K
요즘 한국사를 다룬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10주 동안 교보문고 종합판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한국사 돌풍의 핵이다.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수험서도 아닌 한국사 책이 이렇게 오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찍이 학원계를 평정하고, 인터넷 강좌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설민석. 최근에는 '명량'이나 '밀정' 등 영화를 주제로 한 대중적인 동영상 강의 등으로 TV와 강단을 종횡무진 누비며 친근한 한국사 전도사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그런 설민석이지만 사실 이번에 펴낸 조선왕조실록이 시쳇말로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 종합순위 1위까지 할거라고 생각하셨는지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1년째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는데 틈틈히 공부해왔던 조선시대 왕들이 있었어요. 조선왕조실록은 보통 사람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 걸리는 방대한 분량인데요, 학문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정리할 겸 책을 내기는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이뤄진 우리민족의 위대한 유산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설민석은 이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순종까지 조선왕조 27명 왕들의 일대기를 자기만의 화술로 정리했다.

어찌보면 연대기적 서술로 쓰여진 흔한 한국사 입문서 같지만, 설민석 특유의 위트와 맛깔나는 해석이 곁들여져 큰 그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삽화와 엄마 아빠가 배갯머리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처럼 편한 대화체로 쓰여진 설명이 가독성을 높이고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준다.

"조선왕조실록 안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있어요. 배신, 눈물, 기쁨, 음모 그리고 깊은 감동과 교훈까지 다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하면 좀 국민들과 나눠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설씨는 의도적으로 왕들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다. 수백년 전의 일이고, 일반적인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특권층의 이야기, 그것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치 이야기로만 접근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들도 인간이다. 나 하고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질투하고 화내고 이런 인간이었다는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설씨의 전략이었다.

역사책, 그 중에서도 한국사는 30~40대가 가장 많이 찾는다. 교보문고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신드롬을 계기로 올해 한국사 분야 책 구매자를 분석해보니 40대가 3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30대가 26.1%를 차지했다. 3040세대가 58.7%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다.

3040세대의 역사 배우기 열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설씨는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더 잘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시험 때문에 힘들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간고사를 못보면 기말보사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학교밖 세상은 시험 범위를 알려주지도 않고 불시에 찾아와서 한 번 못하면 그 다음엔 기회를 주지 않죠. 누군가는 벗으로서 혹은 스승으로서 그것을 도와주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걸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선배들에게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학교의 시험은 범위가 있고, 언제 본다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기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못보면 기말고사를 잘보면 돼요. 기회가 있는데 인생에서의 시험은요. 범위도 없고 기간도 알려주지 않고 불시에 찾아와서 한 번 시험을 잘못보면 그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너무 힘든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 이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벗으로서 혹은 스승으로서 조력자로서 그것을 가르쳐줘야 되는데 그걸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해본다면 이 땅을 살아간 우리 선배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라고 생각을 해요."


한국사 최고의 스타강사 설민석. 하지만 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1970년생이니 올해 47살이다. 정치적 격변기였던 80년대말 대학에 입학했는데, 역사를 전공했겠거니 싶지만 의외로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그의 동영상 강의를 보면 풍부한 표정과 리듬을 타는 듯한 제스처가 지루할 틈 없이 수강생을 사로잡는데, 이런 타고난 연기의 끼가 다른 강의와 차별되는 장점 중 하나다.


설민석이 학원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르바이트로 보습학원에서 중학교 역사 강의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연기를 전공한 끼 많은 젊은이가 왜 갑자기 진로를 바꿨을까? 한참을 뜸을 들이던 설민석은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설민석의 아버지는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설송웅 전 의원이다. 설 전 의원은 이른바 '4.19 스타'로 유명한데, 18살이던 1960년 4.19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하야를 권고했던 시민대표 6명중 한 사람이었다.

"태어나보니 저희 아버지께서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 하도록 권고한 시민대표 중 한 분이었어요. 아버지는 항상 어렸을 때부터 그 부분을 자랑으로 여기셨죠. 그래서 컬러링도 애국가였고, 심지어 전화번호 뒷자리도 '0149, 4190'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말씀을 들었거든요"


남다른 집안 분위기에 역사의식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동네 보습학원 강사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는게 설씨의 자부심이다.

"사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과목에 비해서 조금은 관심이 덜했죠. 하지만 한번도 역사를 가르친 것을 후회한 적 없어요. 우리나라가 석유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믿을 건 학생들 밖에 없거든요. 내가 학생들한테 역사를 잘 알려주면 우리나라가 잘되겠다는 믿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역사 대중화를 위해 쉼없이 달려온 21년, 설민석은 한국사 강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