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재용 삼성전자 시대 개막-위기의 삼성전자 구할 수 있을까?” ②

입력 2016.10.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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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6년 10월 28일(금요일)
□ 출연자 :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재용 삼성전자 시대 개막-위기의 삼성전자 구할 수 있을까?”

[윤준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어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되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이른바 이재용 삼성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또 넘어야할 과제는 무엇인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삼성의 실질적 오너, 의사결정자로 알고 있었는데.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건가요?

[박상인]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또 삼성전자 의사결정자라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그런데 법적인 책임이 없는 위치였습니다.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것은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일부 여러 사람들과 동시지만 지게 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는 의사결정만 했고 법적 책임이 없었지만 이제는 법적 책임까지 지는 명실상부한 오너가 되었다는 뜻이군요.

[박상인] 사실 명실상부하다는 면에서 약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네 사람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분이라든지, 반도체, 가전, 세 부분이 있는데 세 부분의 대표이사가 등기이사고요.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특별대표이사, 어떤 사업 부분이나 삼성전자 전체를 CEO 차원에서 대표하는 지위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게 법적인, 실질적인 책임을 충분히 지는 자리까지 갔다고 보기는 어렵죠.

[윤준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이러한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 실질적인 책임을 가져가는 것은 환영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오너 일가의 세습경영이다 이런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세습 경영이라는 것은 불법과 편법이 적용된 승계라는 의미에서 사실 비판 받아야 하고 경계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것하고 세습 경영의 문제점은 사실 별개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등기이사 말씀드린 것처럼 오른다는 것이 그동안에 아무 책임을 법적으로 지지 않았다가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간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고요. 삼성전자 또는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휴대폰 부분의 대표 이사 자리에서 경영도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니까요. 그 의사결정에 대해서 경영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그런 전향적인 자세를 좀 보여야 되지 않을까는 생각이 오히려 듭니다.

[윤준호] 세습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과는 별개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면 이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할 정도의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사실 거기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죠. 저 자신도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경영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보면 사실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경영해왔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죠. 그래서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왔고요.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본인과 본인 집안, 그리고 한국 경제를 위해서 경영권을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지금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수습해야 할 부분이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직 문화 얘기도 나오고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가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필연적으로 사실 조직문화라든지 의사결정 문제가 맞습니다만. 그런 의사결정, 조직문화가 생긴 배경을 사실 볼 필요가 있죠.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거대화된, 잘 나가던 기업이 거대화되고 관료화된 경향이 생기고 그런 경우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내부의사결정에 왜곡이 올 수 있다는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삼성 재벌과 같은 한국 재벌의 황제 경영, 세습에서 오는 문제죠. 특히 갤럭시 노트 7도 잘 나갈 때는 이재용 폰이라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세습 과정에서 업적 만들기 때문에 또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처음에 갤럭시 노트 7이 나오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리콜 조치를 했을 때만 해도 조직 내 상당히 발 빠르게 그리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 이랬는데. 이런 부분이 겉에서 보는 것하고는 달랐군요?

[박상인]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는 2008년, 2009년 노키아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돼요. 그 당시에 노키아가 2008년쯤에 중저가 시장에서 시장을 급격하게 잃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 때문에요. 그리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이 심화되었고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노키아가 오비라고 하는 앱스토어를 빠른 시간에 개장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두 번이나 못 지키고 한 21개월이 지나서야 개장하게 되어서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죠. 삼성도 지금 마찬가지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당하고 있고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하고 아주 힘겨운 경쟁을 하죠. 이런 경쟁 압력 때문에 사실 CEO가 무엇을 하라 이렇게 명령을 내렸을 때 중간 관리자나 기술자들이 못 한다, 못 지킨다는 말을 잘 못 하게 되는 거죠. 그건 노키아하고 비슷합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뭐였냐면 노키아 기술자들은 적어도 준비가 안 된 것을 준비됐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연기를 시켰는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7을 보면 품질 검사가 충분히 안 됐는데 안 됐다는 말을 못했던 것이죠. 그 차이로 더 큰 압력, 세습이라든지 이재용 부회장의 업적에 대한 압력에 대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이 의사소통이나 문화의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거대화 된 기득권적 조직 문제,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세습 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황제 경영의 문제, 이 두 가지가 합쳐졌다. 그래서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고 삼성전자가 위기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조직문화, 그리고 경직된 의사 결정 구조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것을 바꿔야 할 이재용 부회장 어떤 스타일입니까?

[박상인] 글쎄요,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질적으로 무슨 일을 한다고 말을 하지만 본인 입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표현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삼성 갤럭시 노트 7 수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것인데요.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삼성그룹 차원에서 많이 했죠. 돈이 안 되는 부분은 팔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만약에 그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라면 저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키아 사례에서 저희들이 교훈이 얻어보자면 혁신이 가장 빨리 일어나는 혁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기업을 작게 만들고 민첩하게 만들어서 혁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만 생존할 가능성,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는 거의 공룡 기업입니다. 아시다시피 세 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요. 이게 사실 별도의 기업이라고 볼 수도 있죠. 분산할 필요가 있고요. 또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해서 계열사 간의 이른바 수직 계열화, 부품들을 자체 계열사가 만들었죠. 이번에 SDI가 배터리 만든 것도 드러났습니다만. 이런 수직계열화가 혁신경쟁에서 굉장히 불리하게 되는 것이죠. 왜냐면 혁신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모든 부품, 제조 체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가장 민첩하게 가기 위해서는 작고 슬림화되고 수직 계열화가 연결 고리가 느슨하게 되어있어야만 되는데 삼성전자는 전혀 반대의 조직을 갖고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의미가 당장의 돈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요, 앞으로 혁신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작고 민첩한 조직 구조, 소유 지배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까지 나아가야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작고 기민한 사이즈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 미래의 먹거리로서 삼성이 가져가야 할 신사업,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박상인] 사실 여러 가지 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특히 삼성 모바일 부분 자체가 혁신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첫 번째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업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새로운 사업 부분이 삼성전자의 기존의 영역에서 확장되는 부분이라면 사업 부서식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합니다만 상관성이 덜할 때에는 새로운 회사로 분사해서 그 회사가 자체 의사결정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보면 제약이라든지 자동차 전장 같은 것을 분사하지 않고 내부로 두고 있거든요. 이건 사실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윤준호] 그러면 분사해서 새로운 제약이나 바이오, 이쪽에도 좀 더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지요?

[박상인] 그건 사실 제가 의사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요. 그 의사결정은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의사결정이 실패했을 때 책임을 충분히 질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의사결정에서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잘할 유인이 없어지는 것이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재벌 체제가 의사결정을 잘했을 때는 보상을 받지만 잘못했을 때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경쟁 상황에서 많이 하게 만든다는, 그게 사실 근본적인 문제점이죠.

[윤준호] 네, 박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교 박상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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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재용 삼성전자 시대 개막-위기의 삼성전자 구할 수 있을까?” ②
    • 입력 2016-10-28 11:18:02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6년 10월 28일(금요일)
□ 출연자 :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재용 삼성전자 시대 개막-위기의 삼성전자 구할 수 있을까?”

[윤준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어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되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이른바 이재용 삼성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또 넘어야할 과제는 무엇인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삼성의 실질적 오너, 의사결정자로 알고 있었는데.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건가요?

[박상인]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또 삼성전자 의사결정자라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그런데 법적인 책임이 없는 위치였습니다.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것은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일부 여러 사람들과 동시지만 지게 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는 의사결정만 했고 법적 책임이 없었지만 이제는 법적 책임까지 지는 명실상부한 오너가 되었다는 뜻이군요.

[박상인] 사실 명실상부하다는 면에서 약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네 사람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분이라든지, 반도체, 가전, 세 부분이 있는데 세 부분의 대표이사가 등기이사고요.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특별대표이사, 어떤 사업 부분이나 삼성전자 전체를 CEO 차원에서 대표하는 지위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게 법적인, 실질적인 책임을 충분히 지는 자리까지 갔다고 보기는 어렵죠.

[윤준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이러한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 실질적인 책임을 가져가는 것은 환영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오너 일가의 세습경영이다 이런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세습 경영이라는 것은 불법과 편법이 적용된 승계라는 의미에서 사실 비판 받아야 하고 경계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것하고 세습 경영의 문제점은 사실 별개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등기이사 말씀드린 것처럼 오른다는 것이 그동안에 아무 책임을 법적으로 지지 않았다가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간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고요. 삼성전자 또는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휴대폰 부분의 대표 이사 자리에서 경영도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니까요. 그 의사결정에 대해서 경영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그런 전향적인 자세를 좀 보여야 되지 않을까는 생각이 오히려 듭니다.

[윤준호] 세습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과는 별개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면 이 부회장이 삼성을 진두지휘할 정도의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사실 거기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죠. 저 자신도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경영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보면 사실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경영해왔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죠. 그래서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왔고요.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본인과 본인 집안, 그리고 한국 경제를 위해서 경영권을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지금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수습해야 할 부분이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직 문화 얘기도 나오고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가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상인] 필연적으로 사실 조직문화라든지 의사결정 문제가 맞습니다만. 그런 의사결정, 조직문화가 생긴 배경을 사실 볼 필요가 있죠.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거대화된, 잘 나가던 기업이 거대화되고 관료화된 경향이 생기고 그런 경우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내부의사결정에 왜곡이 올 수 있다는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삼성 재벌과 같은 한국 재벌의 황제 경영, 세습에서 오는 문제죠. 특히 갤럭시 노트 7도 잘 나갈 때는 이재용 폰이라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세습 과정에서 업적 만들기 때문에 또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처음에 갤럭시 노트 7이 나오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리콜 조치를 했을 때만 해도 조직 내 상당히 발 빠르게 그리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 이랬는데. 이런 부분이 겉에서 보는 것하고는 달랐군요?

[박상인]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는 2008년, 2009년 노키아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돼요. 그 당시에 노키아가 2008년쯤에 중저가 시장에서 시장을 급격하게 잃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 때문에요. 그리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이 심화되었고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노키아가 오비라고 하는 앱스토어를 빠른 시간에 개장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두 번이나 못 지키고 한 21개월이 지나서야 개장하게 되어서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죠. 삼성도 지금 마찬가지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당하고 있고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하고 아주 힘겨운 경쟁을 하죠. 이런 경쟁 압력 때문에 사실 CEO가 무엇을 하라 이렇게 명령을 내렸을 때 중간 관리자나 기술자들이 못 한다, 못 지킨다는 말을 잘 못 하게 되는 거죠. 그건 노키아하고 비슷합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뭐였냐면 노키아 기술자들은 적어도 준비가 안 된 것을 준비됐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연기를 시켰는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7을 보면 품질 검사가 충분히 안 됐는데 안 됐다는 말을 못했던 것이죠. 그 차이로 더 큰 압력, 세습이라든지 이재용 부회장의 업적에 대한 압력에 대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이 의사소통이나 문화의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거대화 된 기득권적 조직 문제,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세습 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황제 경영의 문제, 이 두 가지가 합쳐졌다. 그래서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갤럭시 노트 7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고 삼성전자가 위기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호] 조직문화, 그리고 경직된 의사 결정 구조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것을 바꿔야 할 이재용 부회장 어떤 스타일입니까?

[박상인] 글쎄요,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질적으로 무슨 일을 한다고 말을 하지만 본인 입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표현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삼성 갤럭시 노트 7 수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것인데요.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삼성그룹 차원에서 많이 했죠. 돈이 안 되는 부분은 팔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만약에 그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라면 저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키아 사례에서 저희들이 교훈이 얻어보자면 혁신이 가장 빨리 일어나는 혁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기업을 작게 만들고 민첩하게 만들어서 혁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만 생존할 가능성,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는 거의 공룡 기업입니다. 아시다시피 세 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요. 이게 사실 별도의 기업이라고 볼 수도 있죠. 분산할 필요가 있고요. 또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해서 계열사 간의 이른바 수직 계열화, 부품들을 자체 계열사가 만들었죠. 이번에 SDI가 배터리 만든 것도 드러났습니다만. 이런 수직계열화가 혁신경쟁에서 굉장히 불리하게 되는 것이죠. 왜냐면 혁신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모든 부품, 제조 체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가장 민첩하게 가기 위해서는 작고 슬림화되고 수직 계열화가 연결 고리가 느슨하게 되어있어야만 되는데 삼성전자는 전혀 반대의 조직을 갖고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의미가 당장의 돈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요, 앞으로 혁신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작고 민첩한 조직 구조, 소유 지배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까지 나아가야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작고 기민한 사이즈 말씀해주셨는데. 그러면 미래의 먹거리로서 삼성이 가져가야 할 신사업,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박상인] 사실 여러 가지 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특히 삼성 모바일 부분 자체가 혁신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첫 번째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업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새로운 사업 부분이 삼성전자의 기존의 영역에서 확장되는 부분이라면 사업 부서식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합니다만 상관성이 덜할 때에는 새로운 회사로 분사해서 그 회사가 자체 의사결정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보면 제약이라든지 자동차 전장 같은 것을 분사하지 않고 내부로 두고 있거든요. 이건 사실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윤준호] 그러면 분사해서 새로운 제약이나 바이오, 이쪽에도 좀 더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지요?

[박상인] 그건 사실 제가 의사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요. 그 의사결정은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의사결정이 실패했을 때 책임을 충분히 질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의사결정에서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잘할 유인이 없어지는 것이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재벌 체제가 의사결정을 잘했을 때는 보상을 받지만 잘못했을 때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경쟁 상황에서 많이 하게 만든다는, 그게 사실 근본적인 문제점이죠.

[윤준호] 네, 박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교 박상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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