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금괴밀수’ 환승통로 된 인천공항

입력 2016.10.28 (13:59) 수정 2016.10.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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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를 밀수하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체포된 한국인금괴를 밀수하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체포된 한국인

지난 4월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배에 수상한 주머니를 찬 한국인 여성 4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3명이 나눠찬 주머니에 들어있던 물건은 1kg짜리 골드바 30개. 시가로 15억 원에 달하는 금괴를 몸에 두르고 일본에 입국하려 했다가 적발된 겁니다.

일본 언론들은 적발된 한국인들이 "금괴를 밀수해 소비세를 내지 않는 수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고 한 의혹이 있다"면서 배후에 밀수 조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밀수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이 모 씨는 "작년 여름부터 한국 조직의 지시를 받아 30여 차례 이상 금괴를 밀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에 차고 있던 주머니 속의 금괴배에 차고 있던 주머니 속의 금괴

이 금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귀금속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을 거쳐 은밀하게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금괴'의 공급지는 홍콩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시 국가인 홍콩은 투자유치를 위해서 세율을 낮게 설정하거나 아예 면제하는 조세 제도를 두고 있는데요. 한국금협회 유동수 협회장은 부가세와 관세가 없는 홍콩이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생산된 금들이 홍콩을 통해서 각국으로 재분배, 재유통 되는 아시아의 금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국제밀수조직이 '자유 무역지역'인 홍콩에서 금을 사들여, 일본으로 밀수출하고 있다는 건데요. 왜 한국 조직이 등장하는 걸까요? 일본에서 적발된 한국인들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걸까요? 취재진은 국제 금괴밀수 조직에 몸 담았던 전직 조직원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홍콩→한국→일본' 금괴 밀수 트라이앵글

금괴 밀수에 참여했던 조직원은 금괴를 일본으로 밀수하면 막대한 이익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1kg짜리 골드바 1개는 국제시세로 5천만 원 정도 합니다. 전직 조직원은 골드바 1개에 여러 비용을 제외하고도 400만 원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한 운반조가 골드바 2~30개를 나르는 점을 감안하면 밀수 한번에 8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이익이 남는 셈입니다.


밀수에 참여했던 전직 조직원은 금괴의 매입과 전달이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다고도 했습니다. 각자 철저히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건데요. 밀수의 1단계는 '홍콩 운반책'이 홍콩 현지에서 금을 매입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단계입니다. 취재진은 전직 조직원의 도움을 받아 홍콩 현지에서 활동하는 운반책을 추적해 금괴 밀수의 실체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홍콩의 한 호텔 앞에서 잠복 취재를 시작한 취재진은 금괴를 매입하러 나오는 홍콩 운반책 조직원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을 나서는 금괴밀수 조직원을 은밀히 따라가 봤습니다. 이 조직원은 홍콩 현지의 단골 금거래 업자와 접촉해 1kg 골드바 20개를 샀습니다. 여행 가방 하나에 담기는 분량이지만 시가로는 10억 원어치나 됩니다.

이 조직원이 10억 원짜리 여행 가방을 끌고 향하는 곳은 홍콩 공항입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거죠. 홍콩 공항 출국장의 보안검색대를 '무사통과'한 이 조직원은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에 탑승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조직원, 한국에 입국하지는 않습니다. 이 조직원은 최종 목적지가 일본인 '환승 항공권'을 끊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겁니다. 이런 '환승객'들은 입국심사 없이 '환승 통로'를 거쳐 다시 출국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출국장으로 나가기 전에 '환승 통로'에서 보안검색대를 한번 거치지만 홍콩에서처럼 아무런 제지 없이 '무사통과' 됐습니다. 여행 가방에서 꺼낸 묵직한 금괴의 존재를 엑스레이를 통해 보안요원들이 확인했는데도 말이죠. 이 조직원은 금괴에 대해 묻는 공항경찰에게 오히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정은 이렇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정식입국하지 않은 '환승객'의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지품 역시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입국심사를 받기 전인 입국장과 환승통로, 출국장은 관세의 부과가 유보되는 보세구역으로 분류된다는 해석입니다. 쉽게 말해, '환승항공권'만 있으면 수십억 원어치의 귀금속을 소지한 채 인천공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환승객 신분을 이용해서 말이죠.


인천공항을 활보하는 '금괴 짐꾼'들

금괴 밀수 조직원이 '환승 항공권'을 끊어서 출국장으로 다시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일본 운반책과 접촉하기 위해서입니다. 홍콩 운반책이 같은 금괴 밀수조직의 일본 운반책에게 금을 넘겨주는 건데요. 이 은밀한 접선은 인천 공항 출국장 곳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직 조직원이 '접선 장소'로 지목한 곳은 먼저 환승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출국장 4층입니다. 4층에는 환승객들이 쉴 수 있도록 어둑한 조명과 함께 간이 소파가 설치돼 있는데요. 인적이 드문 데다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잘 모르는 장소여서 '접선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 곳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기도실'이라는 곳인데요. 원래 하루에 한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은밀하게 접선하는 장소로 이용되는 거죠.


일본인 운반책인 조직원이 금괴를 넘겨받지만, 그가 직접 금괴를 나르는 것은 아닙니다. 운반책은 금괴를 다시 조직에서 모집한 일반인 '짐꾼' 4~5명에게 나눠줍니다. 골드바 2~30개를 4~5개의 작은 짐으로 나눠 포장해 배분하는 이런 과정 역시 모두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진행됩니다. 결국 조직원인 운반책은 직접 금괴를 소지하지 않고, 짐꾼들을 일본으로 인솔하고 감시하는 역할만을 맡습니다.

전직 조직원은 운반책이 금을 직접 나르지는 않는 이유는 일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인데요. 홍콩,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금괴 반입이 적발되면 체포되는 등 죄가 될 수 있고 일본 관세 당국에 적발될 경우 입출국 기록이 복잡한 '조직원'들은 무겁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인 '짐꾼'들은 안전할까요? 물론 외국에서 적발될 경우 '상습범'보다는 가볍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서 일본 관세 당국에 체포되는 등 신병이 억류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적발당하면 개인이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국제 망신'으로 이어진다는 점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더구나 배달 과정에서 분실 등 사고가 날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금괴밀수에 관여했던 전직 조직원은 "어떤 사람이 됐건 분실사고가 나면 무조건 찾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면서 "못 찾아오면 죽이든지 네가 알아서 하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괴 밀수 과정에서 도난이나 분실 등의 사고가 조직원이 개입된 폭력사태로 이어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건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금괴밀수 조직이 여행경비 지원이나 수십만 원의 금전적 보상 등을 내세워 '일반인'들에게 '금괴 짐꾼' 역할을 제안할 경우가 많은데요. 적발될 경우 법적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게 되는 만큼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금괴 밀수에 짐꾼 역할로 참여했던 한 20대 남성은 "페이스북에 돈 쉽게 벌 사람 이런 광고 글을 보고 금괴 밀수에 참여하게 됐는데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밀수조직의 주된 포섭 대상이 되는 학생이나 가정주부분들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이 불러온 '밀수 열풍'

최근 몇 년 사이에 밀수 조직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괴 밀수를 통해 남기는 이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일본 아베 정부의 소비세 인상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일본 아베 정부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했습니다. 일본의 소비세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성격의 세금인데요. 일본에 금을 몰래 반입하는 것만으로 일단 이 소비세 세율만큼의 이문을 남길 수가 있는 거죠. 일본의 소비세는 아베 정부가 10%까지 올린다고 공약해놓은 상황이라 밀수가 지금보다 더 극성을 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천공항이 밀수 조직의 돈벌이 수단과 금괴밀수의 환승 통로로 전락하고 있지만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은 미온적입니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거나 애매하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국제 무역 전문가인 김승열 변호사는 "밀수로 인해 관세 질서가 훼손되는 만큼 밀수 정보 교환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일반인이 불법적인 일에 동원되고, 외국에서 적발될 경우 '나라 망신'으로 이어지는 만큼 한국정부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합니다.

[연관기사] ☞ [취재파일K] 현장 추적, 금괴 밀수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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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금괴밀수’ 환승통로 된 인천공항
    • 입력 2016-10-28 13:59:03
    • 수정2016-10-28 15: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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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를 밀수하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체포된 한국인
지난 4월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배에 수상한 주머니를 찬 한국인 여성 4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3명이 나눠찬 주머니에 들어있던 물건은 1kg짜리 골드바 30개. 시가로 15억 원에 달하는 금괴를 몸에 두르고 일본에 입국하려 했다가 적발된 겁니다.

일본 언론들은 적발된 한국인들이 "금괴를 밀수해 소비세를 내지 않는 수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고 한 의혹이 있다"면서 배후에 밀수 조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밀수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이 모 씨는 "작년 여름부터 한국 조직의 지시를 받아 30여 차례 이상 금괴를 밀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에 차고 있던 주머니 속의 금괴
이 금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귀금속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을 거쳐 은밀하게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금괴'의 공급지는 홍콩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시 국가인 홍콩은 투자유치를 위해서 세율을 낮게 설정하거나 아예 면제하는 조세 제도를 두고 있는데요. 한국금협회 유동수 협회장은 부가세와 관세가 없는 홍콩이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생산된 금들이 홍콩을 통해서 각국으로 재분배, 재유통 되는 아시아의 금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국제밀수조직이 '자유 무역지역'인 홍콩에서 금을 사들여, 일본으로 밀수출하고 있다는 건데요. 왜 한국 조직이 등장하는 걸까요? 일본에서 적발된 한국인들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걸까요? 취재진은 국제 금괴밀수 조직에 몸 담았던 전직 조직원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홍콩→한국→일본' 금괴 밀수 트라이앵글

금괴 밀수에 참여했던 조직원은 금괴를 일본으로 밀수하면 막대한 이익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1kg짜리 골드바 1개는 국제시세로 5천만 원 정도 합니다. 전직 조직원은 골드바 1개에 여러 비용을 제외하고도 400만 원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한 운반조가 골드바 2~30개를 나르는 점을 감안하면 밀수 한번에 8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이익이 남는 셈입니다.


밀수에 참여했던 전직 조직원은 금괴의 매입과 전달이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다고도 했습니다. 각자 철저히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건데요. 밀수의 1단계는 '홍콩 운반책'이 홍콩 현지에서 금을 매입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단계입니다. 취재진은 전직 조직원의 도움을 받아 홍콩 현지에서 활동하는 운반책을 추적해 금괴 밀수의 실체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홍콩의 한 호텔 앞에서 잠복 취재를 시작한 취재진은 금괴를 매입하러 나오는 홍콩 운반책 조직원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을 나서는 금괴밀수 조직원을 은밀히 따라가 봤습니다. 이 조직원은 홍콩 현지의 단골 금거래 업자와 접촉해 1kg 골드바 20개를 샀습니다. 여행 가방 하나에 담기는 분량이지만 시가로는 10억 원어치나 됩니다.

이 조직원이 10억 원짜리 여행 가방을 끌고 향하는 곳은 홍콩 공항입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거죠. 홍콩 공항 출국장의 보안검색대를 '무사통과'한 이 조직원은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에 탑승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조직원, 한국에 입국하지는 않습니다. 이 조직원은 최종 목적지가 일본인 '환승 항공권'을 끊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겁니다. 이런 '환승객'들은 입국심사 없이 '환승 통로'를 거쳐 다시 출국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출국장으로 나가기 전에 '환승 통로'에서 보안검색대를 한번 거치지만 홍콩에서처럼 아무런 제지 없이 '무사통과' 됐습니다. 여행 가방에서 꺼낸 묵직한 금괴의 존재를 엑스레이를 통해 보안요원들이 확인했는데도 말이죠. 이 조직원은 금괴에 대해 묻는 공항경찰에게 오히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정은 이렇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정식입국하지 않은 '환승객'의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지품 역시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입국심사를 받기 전인 입국장과 환승통로, 출국장은 관세의 부과가 유보되는 보세구역으로 분류된다는 해석입니다. 쉽게 말해, '환승항공권'만 있으면 수십억 원어치의 귀금속을 소지한 채 인천공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환승객 신분을 이용해서 말이죠.


인천공항을 활보하는 '금괴 짐꾼'들

금괴 밀수 조직원이 '환승 항공권'을 끊어서 출국장으로 다시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일본 운반책과 접촉하기 위해서입니다. 홍콩 운반책이 같은 금괴 밀수조직의 일본 운반책에게 금을 넘겨주는 건데요. 이 은밀한 접선은 인천 공항 출국장 곳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직 조직원이 '접선 장소'로 지목한 곳은 먼저 환승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출국장 4층입니다. 4층에는 환승객들이 쉴 수 있도록 어둑한 조명과 함께 간이 소파가 설치돼 있는데요. 인적이 드문 데다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잘 모르는 장소여서 '접선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 곳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기도실'이라는 곳인데요. 원래 하루에 한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입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은밀하게 접선하는 장소로 이용되는 거죠.


일본인 운반책인 조직원이 금괴를 넘겨받지만, 그가 직접 금괴를 나르는 것은 아닙니다. 운반책은 금괴를 다시 조직에서 모집한 일반인 '짐꾼' 4~5명에게 나눠줍니다. 골드바 2~30개를 4~5개의 작은 짐으로 나눠 포장해 배분하는 이런 과정 역시 모두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진행됩니다. 결국 조직원인 운반책은 직접 금괴를 소지하지 않고, 짐꾼들을 일본으로 인솔하고 감시하는 역할만을 맡습니다.

전직 조직원은 운반책이 금을 직접 나르지는 않는 이유는 일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인데요. 홍콩,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금괴 반입이 적발되면 체포되는 등 죄가 될 수 있고 일본 관세 당국에 적발될 경우 입출국 기록이 복잡한 '조직원'들은 무겁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인 '짐꾼'들은 안전할까요? 물론 외국에서 적발될 경우 '상습범'보다는 가볍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서 일본 관세 당국에 체포되는 등 신병이 억류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적발당하면 개인이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국제 망신'으로 이어진다는 점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더구나 배달 과정에서 분실 등 사고가 날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금괴밀수에 관여했던 전직 조직원은 "어떤 사람이 됐건 분실사고가 나면 무조건 찾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면서 "못 찾아오면 죽이든지 네가 알아서 하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괴 밀수 과정에서 도난이나 분실 등의 사고가 조직원이 개입된 폭력사태로 이어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건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금괴밀수 조직이 여행경비 지원이나 수십만 원의 금전적 보상 등을 내세워 '일반인'들에게 '금괴 짐꾼' 역할을 제안할 경우가 많은데요. 적발될 경우 법적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게 되는 만큼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금괴 밀수에 짐꾼 역할로 참여했던 한 20대 남성은 "페이스북에 돈 쉽게 벌 사람 이런 광고 글을 보고 금괴 밀수에 참여하게 됐는데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밀수조직의 주된 포섭 대상이 되는 학생이나 가정주부분들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이 불러온 '밀수 열풍'

최근 몇 년 사이에 밀수 조직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괴 밀수를 통해 남기는 이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일본 아베 정부의 소비세 인상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일본 아베 정부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했습니다. 일본의 소비세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성격의 세금인데요. 일본에 금을 몰래 반입하는 것만으로 일단 이 소비세 세율만큼의 이문을 남길 수가 있는 거죠. 일본의 소비세는 아베 정부가 10%까지 올린다고 공약해놓은 상황이라 밀수가 지금보다 더 극성을 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천공항이 밀수 조직의 돈벌이 수단과 금괴밀수의 환승 통로로 전락하고 있지만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은 미온적입니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거나 애매하다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 국제 무역 전문가인 김승열 변호사는 "밀수로 인해 관세 질서가 훼손되는 만큼 밀수 정보 교환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일반인이 불법적인 일에 동원되고, 외국에서 적발될 경우 '나라 망신'으로 이어지는 만큼 한국정부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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