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황제’에 등극한 것인가?

입력 2016.10.28 (22:47) 수정 2016.10.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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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관영매체가 부르는 '시진핑 용비어천가' ■

중국 관영 CCTV가 먼저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시진핑을 1인자로 공식 인정받게 하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의 선봉에는 시진핑이 장악하고 있는 CCTV가 나섰다. '6중 전회'(정확한 명칭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베이징 서쪽에 있는 징시(京西)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렸는데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CCTV의 시진핑 띄우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 CCTV 나온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죄를 인정하고 뉘우칩니다" ■


관영 CCTV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공직자 부패 척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반부패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모두 8부작으로 이뤄졌는데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에 방송되고 있다. 첫 방송은 17일 전파를 탔는데 시진핑 취임 이후 적발된 대표적인 고위 공직자로 꼽히는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법정에서 죄를 시인하는 장면이 장시간 방송됐다. 저우융캉, 장쑤 성 출신으로 베이징 석유학원을 졸업했는데, 석유 관련 기업의 핵심 요직을 거쳤고 쓰촨 성 당서기를 거쳐 후진타오 체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해 당시 서열 9위인 중앙정치 법률위원회 서기를 맡았으나 반부패 투쟁의 표적이 되어 2014년 당적을 박탈당한 채 검찰에 넘겨진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재기 불능 상태가 됐다. 시진핑은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부패 척결을 내세워 정적을 제거한 것이다. 초라한 모습으로 방송에 등장한 저우융캉은 "저의 범죄 행위가 당에 끼친 손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죄를 인정하고 뉘우칩니다."고 죄를 자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인민일보 "강력한 핵심 지도력 만들고"...'핵심' '핵심' '새 출발' ■


6중 전회가 시작된 24일 아침 인민일보는 1면에 대놓고 시진핑을 1인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평론을 실었다.
<时隔36年,十八届六中全会将制定新形势下的党内政治生活准则,也正是要以充满政治性、原则性、战斗性、时代性的党内政治生活,锻造一个更加坚强有力的领导核心,引领中国在新的起点上整装再发。>
<1980년 11기 5중 전회에서 당내 정치 생활에 관한 준칙을 발표했는데 36년이 지난 지금 18기 6중 전회는 새로운 상황에서 당내 정치 생활 준칙을 제정하려 한다.
이는 정치성, 원칙성, 전투성, 시대성으로 가득 찬 당내 정치 생활로 더욱 강력한 핵심 지도력을 만들고, 중국을 새로운 시작점에서 채비를 갖춰 다시 출발하게 하기 위함이다.>
결국은 강력한 핵심 지도력을 만들고 중국을 새롭게 다시 출발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 마오쩌둥만 쓰던 '영수' 표현 시진핑에 붙여...'핵심' 보다 더 나가 ■


인민일보가 간행하는 <인민논단> 최신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시진핑계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데 시진핑을 혁명 1세대인 마오쩌둥과 동일 선상으로 가져간 것이다. "13억이 넘는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인 '영수'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영수'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오직 마오쩌둥 전 주석을 지칭하는 전용 단어로 사용해 왔다. 시진핑을 '영수'에 빗댄 것은 사실상 마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CCTV와 인민일보의 시진핑 띄우기가 성공한 것일까, 중국 공산당은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18기 6중 전회) 공보(결과문)에서 시진핑의 호칭에 과거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절 사용하던 '핵심'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 중국 공산당, 시진핑 '핵심'으로 언급...1인자로 공식 인정 ■

중국 관영 CCTV방송은 27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공식 보도했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솔선수범하여 전면적인 당의 개혁을 굳건히 추진한다"
사실상 시진핑 1인 체제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 4년 만에 공식적으로 1인자에 올랐지만 기존의 집단지도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 시진핑은 지금까지 1인자가 아니었나? ■

그런데 시진핑은 중국 국가주석인데 아직도 1인자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1인자지만 1인자가 아닌 것이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도입한 집단지도체제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마오는 중국 대륙에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한 혁명가이자 전략가로 평가하고 있지만, 대약진 운동 실패와 문화대혁명으로 약 2천5백만 명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급진적인 정책이 중국의 문화, 사회, 경제, 외교관계에 입힌 물적, 인적, 문화적 피해는 수치로 계산이 힘들 정도다. 1931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맡아 왔으며, 1949년부터 1959년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주석을 지냈다.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중국 공산당 당주석에 전임하며 사망할 때까지 실권을 행사했다. 죽을 때까지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덩샤오핑 이후 취임한 장쩌민은 이 같은 독재와 전횡을 막기 위해 집단 지도 체제를 공식화했다. 임기도 10년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시진핑도 절대 권력은 아니다. 임기가 2013년~2023년까지로 제한되고 그나마 5년 차에는 후임 지도부가 뽑히기 때문에 황제나 차르 같은 절대 권력은 불가능하다. 형식적으로는 7인의 상무위원이 각자의 업무 영역을 가지고 통치하는 집단통치체제의 대표인 것이다.

■ '6중 전회', 도대체 무슨 회의인가? ■


이번에 열린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 '18기 6중 전회'로 불리는 회의인데, 회의 제목만큼이나 무슨 회의인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 중국이 외형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지만 실제는 과거 공산국가의 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데, 형식적으로는 공산당 내 자유 투표가 보장돼 당원들이 대표자들을 결정한다.

약 8,8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들이 5년마다 2천2백 70명의 전국대표를 뽑고, 전국 대표들은 다시 우리나라 정당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를 위해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을 선출한다. 중앙위원회는 다시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총서기와 총리 등 상무위원 7명을 뽑는다. 중앙위원회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뽑힌 중앙위원은 1년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 운영의 중요 안건을 처리한다. 이번에 열린 회의가 바로 6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6중 전회'이다.

■ 어부지리(漁夫之利) 시진핑, '핵심' 넘어 13억의 '영수'(領袖) 노린다 ■


시진핑은 1997년 제15차 당 대회에서 푸젠 성 부서기였는데 당시 중앙위원에 들지 못했고 그보다 급이 낮은 중앙위원 후보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발표된 명부에서는 151명 중 151번째, 즉 중앙위원 후보 가운데도 최하위의 득표율이었다. 현재 2인자인 리커창 총리는 당시 이미 중앙위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진핑이 푸젠 성의 대리 성장에 취임한 1999년 4월 푸젠 성 아모이 시의 국유 무역회사에서 대규모 밀수 사건이 발생한다. 시진핑이 헤매는 동안 리커창은 승승장구한다. 리커창은 2002년 허난 성 당서기로 승격했고 2004년 랴오닝 성 당서기에까지 오른다. 사상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으며 포스트 후진타오라는 닉네임을 얻는다.

그러나 대역전은 2007년 10월 22일 제17회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일어난다. 정치국 상무위원 아홉 명이 당서열에 따라 무대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시진핑이 서열 6위, 리커창이 7위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5위보다 윗자리의 상무위원들은 5년 후에 열릴 다음 당 대회에서 모두 은퇴할 예정이다. 결국, 시진핑이 다음 최고지도자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권력 투쟁 끝에 양측에서 모두 수용 가능한 인물을 차기로 점지한 것이다. 적이 없던 시진핑이 어부지리로 선택된 것이다. 시진핑은 2008년 3월부터 부주석이 되었다. 4년여 뒤인 2012년 11월 15일, 제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신지도부가 선출되고 후진타오로부터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았다. 당과 군을 모두 물려받은 것이다.

시진핑은 당시 다음과 같이 당당히 선언했다. "솔선해서 당 지도자의 지위를 물려준 것은 후진타오 지도부의 숭고한 인품과 절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하는 후진타오를 치켜세우는 극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상 후진타오와 동반 추락하는 장쩌민의 권력단절 순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시진핑은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정적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 시진핑, 장쩌민·후진타오 상왕 정치 허용 안해...라이벌 신4인방 사정 칼날로 제거 ■


시진핑은 집권과 동시에 자신을 밀어준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상왕 정치에서 완전히 밀어냈다. 이후 시진핑은 강도 높은 부패 척결을 내세워 정치적 라이벌이던 신 4인방을 모두 제거했다. 장쩌민계의 대표주자였던 쉬차이허우가 수뢰죄로 기소됐다가 사망했고,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당적까지 박탈당한 채 검찰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정치적 최대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도 사정 칼날을 맞아 재기불능이 됐고, 후진타오 전 주석의 분신으로까지 불리던 정치적 라이벌 링지화까지 걸려들면서 시진핑 대항 세력들을 대부분 초토화됐다.

■ 1인자 시진핑 vs 2인자 리커창...리커노믹스(Likonomics) 인정 안해 ■

이제 남은 정적은 리커창 총리이다. 중국 지도부 가운데 대표적인 경제통인 리 총리는 리커노믹스(Likonomics)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이 국가의 경제 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수장을 맡으면서 리커창의 입지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리커창 총리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경제 해법을 두고 충돌하면서 당이 균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갈등의 핵심은 결국 경제 분야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다. 인민일보는 지난 5월 노골적으로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 인민일보, 리커창 총리 경제정책 노골적 비판 ■


"일부 낙관론자들은(리커창 총리계열)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U자형 혹은 V자형(성장잠재력 크다)으로 보고 있지만, L자형(저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반기를 든 것입니다. 리커창 총리 측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양적 완화, 즉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릴 것을 주장하지만, 시진핑 측은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자 측면의 구조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를 보는 양측이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 총리 측은 중국 경제가 아직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지만 시 주석 측은 이미 저성장 단계에 들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외환시장에서도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먹히지 않고 있다.

리커창/중국 총리(지난 6일, 뉴욕경제포럼)
"이 한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중국 위안화는 장기적인 평가절하의 요인이 없습니다."

이런 공언과는 달리 위안화 가치는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시진핑은 이미 당과 행정부 그리고 군과 경찰, 사법부까지, 분산됐던 권력을 한 손에 쥐었다.
그렇다고 시진핑의 권력, 절대 권력은 아니다. 2023년에 10년 임기가 끝나는데 2020년에 시진핑은 69세가 되기 때문에 은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 '7상 8하'(七上八下)...왕치산이 살아야 시진핑도 산다 ■

이 때문에 시진핑이 '7상 8하'(七上八下, 68세는 유임·69세는 은퇴)라는 공산당의 관례를 변경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 69세가 되는 자신의 최측근이면서 부패 척결을 주도해 온 왕치산 기율위원회 서기의 상무위원 잔류를 시도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또한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원을 친(親) 시진핑 인물들로 채워 넣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69세가 되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도 가능해진다.

■ 장쩌민·후진타오..비밀 회동 베이다이허 앞두고 몸풀기 나서나? ■


그렇지만 시진핑 뜻대로 일이 착착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부패 척결 과정에서 불거진 공산당과 공무원 조직의 강력한 반발이 잠재돼 있고, 장쩌민, 후진타오 등 원로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달과 이달 초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각각 남중국해 방문과 문선 출간을 이유로 외유에 나섰고, 이전 지도부인 원자바오 총리와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상무위원장, 자칭린 정협 주석이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내년 여름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겨냥한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방이 정적들로 둘러싸여 있는 시진핑 주석이 '당 핵심'을 넘어 보다 강력한 1인자인 마오쩌둥과 같은 '영수'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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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시황제’에 등극한 것인가?
    • 입력 2016-10-28 22:47:29
    • 수정2016-10-28 22:48:28
    취재K
■ 中 관영매체가 부르는 '시진핑 용비어천가' ■

중국 관영 CCTV가 먼저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시진핑을 1인자로 공식 인정받게 하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의 선봉에는 시진핑이 장악하고 있는 CCTV가 나섰다. '6중 전회'(정확한 명칭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베이징 서쪽에 있는 징시(京西)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렸는데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CCTV의 시진핑 띄우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 CCTV 나온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죄를 인정하고 뉘우칩니다" ■


관영 CCTV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공직자 부패 척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반부패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모두 8부작으로 이뤄졌는데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에 방송되고 있다. 첫 방송은 17일 전파를 탔는데 시진핑 취임 이후 적발된 대표적인 고위 공직자로 꼽히는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법정에서 죄를 시인하는 장면이 장시간 방송됐다. 저우융캉, 장쑤 성 출신으로 베이징 석유학원을 졸업했는데, 석유 관련 기업의 핵심 요직을 거쳤고 쓰촨 성 당서기를 거쳐 후진타오 체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해 당시 서열 9위인 중앙정치 법률위원회 서기를 맡았으나 반부패 투쟁의 표적이 되어 2014년 당적을 박탈당한 채 검찰에 넘겨진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재기 불능 상태가 됐다. 시진핑은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부패 척결을 내세워 정적을 제거한 것이다. 초라한 모습으로 방송에 등장한 저우융캉은 "저의 범죄 행위가 당에 끼친 손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죄를 인정하고 뉘우칩니다."고 죄를 자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인민일보 "강력한 핵심 지도력 만들고"...'핵심' '핵심' '새 출발' ■


6중 전회가 시작된 24일 아침 인민일보는 1면에 대놓고 시진핑을 1인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평론을 실었다.
<时隔36年,十八届六中全会将制定新形势下的党内政治生活准则,也正是要以充满政治性、原则性、战斗性、时代性的党内政治生活,锻造一个更加坚强有力的领导核心,引领中国在新的起点上整装再发。>
<1980년 11기 5중 전회에서 당내 정치 생활에 관한 준칙을 발표했는데 36년이 지난 지금 18기 6중 전회는 새로운 상황에서 당내 정치 생활 준칙을 제정하려 한다.
이는 정치성, 원칙성, 전투성, 시대성으로 가득 찬 당내 정치 생활로 더욱 강력한 핵심 지도력을 만들고, 중국을 새로운 시작점에서 채비를 갖춰 다시 출발하게 하기 위함이다.>
결국은 강력한 핵심 지도력을 만들고 중국을 새롭게 다시 출발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 마오쩌둥만 쓰던 '영수' 표현 시진핑에 붙여...'핵심' 보다 더 나가 ■


인민일보가 간행하는 <인민논단> 최신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시진핑계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데 시진핑을 혁명 1세대인 마오쩌둥과 동일 선상으로 가져간 것이다. "13억이 넘는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인 '영수'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영수'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오직 마오쩌둥 전 주석을 지칭하는 전용 단어로 사용해 왔다. 시진핑을 '영수'에 빗댄 것은 사실상 마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CCTV와 인민일보의 시진핑 띄우기가 성공한 것일까, 중국 공산당은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18기 6중 전회) 공보(결과문)에서 시진핑의 호칭에 과거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절 사용하던 '핵심'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 중국 공산당, 시진핑 '핵심'으로 언급...1인자로 공식 인정 ■

중국 관영 CCTV방송은 27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공식 보도했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솔선수범하여 전면적인 당의 개혁을 굳건히 추진한다"
사실상 시진핑 1인 체제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 4년 만에 공식적으로 1인자에 올랐지만 기존의 집단지도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 시진핑은 지금까지 1인자가 아니었나? ■

그런데 시진핑은 중국 국가주석인데 아직도 1인자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1인자지만 1인자가 아닌 것이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도입한 집단지도체제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마오는 중국 대륙에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한 혁명가이자 전략가로 평가하고 있지만, 대약진 운동 실패와 문화대혁명으로 약 2천5백만 명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급진적인 정책이 중국의 문화, 사회, 경제, 외교관계에 입힌 물적, 인적, 문화적 피해는 수치로 계산이 힘들 정도다. 1931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맡아 왔으며, 1949년부터 1959년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주석을 지냈다.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중국 공산당 당주석에 전임하며 사망할 때까지 실권을 행사했다. 죽을 때까지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덩샤오핑 이후 취임한 장쩌민은 이 같은 독재와 전횡을 막기 위해 집단 지도 체제를 공식화했다. 임기도 10년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시진핑도 절대 권력은 아니다. 임기가 2013년~2023년까지로 제한되고 그나마 5년 차에는 후임 지도부가 뽑히기 때문에 황제나 차르 같은 절대 권력은 불가능하다. 형식적으로는 7인의 상무위원이 각자의 업무 영역을 가지고 통치하는 집단통치체제의 대표인 것이다.

■ '6중 전회', 도대체 무슨 회의인가? ■


이번에 열린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 회의, '18기 6중 전회'로 불리는 회의인데, 회의 제목만큼이나 무슨 회의인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 중국이 외형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지만 실제는 과거 공산국가의 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데, 형식적으로는 공산당 내 자유 투표가 보장돼 당원들이 대표자들을 결정한다.

약 8,8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들이 5년마다 2천2백 70명의 전국대표를 뽑고, 전국 대표들은 다시 우리나라 정당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를 위해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을 선출한다. 중앙위원회는 다시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총서기와 총리 등 상무위원 7명을 뽑는다. 중앙위원회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뽑힌 중앙위원은 1년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 운영의 중요 안건을 처리한다. 이번에 열린 회의가 바로 6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6중 전회'이다.

■ 어부지리(漁夫之利) 시진핑, '핵심' 넘어 13억의 '영수'(領袖) 노린다 ■


시진핑은 1997년 제15차 당 대회에서 푸젠 성 부서기였는데 당시 중앙위원에 들지 못했고 그보다 급이 낮은 중앙위원 후보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발표된 명부에서는 151명 중 151번째, 즉 중앙위원 후보 가운데도 최하위의 득표율이었다. 현재 2인자인 리커창 총리는 당시 이미 중앙위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진핑이 푸젠 성의 대리 성장에 취임한 1999년 4월 푸젠 성 아모이 시의 국유 무역회사에서 대규모 밀수 사건이 발생한다. 시진핑이 헤매는 동안 리커창은 승승장구한다. 리커창은 2002년 허난 성 당서기로 승격했고 2004년 랴오닝 성 당서기에까지 오른다. 사상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으며 포스트 후진타오라는 닉네임을 얻는다.

그러나 대역전은 2007년 10월 22일 제17회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일어난다. 정치국 상무위원 아홉 명이 당서열에 따라 무대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시진핑이 서열 6위, 리커창이 7위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5위보다 윗자리의 상무위원들은 5년 후에 열릴 다음 당 대회에서 모두 은퇴할 예정이다. 결국, 시진핑이 다음 최고지도자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권력 투쟁 끝에 양측에서 모두 수용 가능한 인물을 차기로 점지한 것이다. 적이 없던 시진핑이 어부지리로 선택된 것이다. 시진핑은 2008년 3월부터 부주석이 되었다. 4년여 뒤인 2012년 11월 15일, 제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신지도부가 선출되고 후진타오로부터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았다. 당과 군을 모두 물려받은 것이다.

시진핑은 당시 다음과 같이 당당히 선언했다. "솔선해서 당 지도자의 지위를 물려준 것은 후진타오 지도부의 숭고한 인품과 절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하는 후진타오를 치켜세우는 극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상 후진타오와 동반 추락하는 장쩌민의 권력단절 순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시진핑은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정적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 시진핑, 장쩌민·후진타오 상왕 정치 허용 안해...라이벌 신4인방 사정 칼날로 제거 ■


시진핑은 집권과 동시에 자신을 밀어준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상왕 정치에서 완전히 밀어냈다. 이후 시진핑은 강도 높은 부패 척결을 내세워 정치적 라이벌이던 신 4인방을 모두 제거했다. 장쩌민계의 대표주자였던 쉬차이허우가 수뢰죄로 기소됐다가 사망했고,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당적까지 박탈당한 채 검찰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정치적 최대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도 사정 칼날을 맞아 재기불능이 됐고, 후진타오 전 주석의 분신으로까지 불리던 정치적 라이벌 링지화까지 걸려들면서 시진핑 대항 세력들을 대부분 초토화됐다.

■ 1인자 시진핑 vs 2인자 리커창...리커노믹스(Likonomics) 인정 안해 ■

이제 남은 정적은 리커창 총리이다. 중국 지도부 가운데 대표적인 경제통인 리 총리는 리커노믹스(Likonomics)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이 국가의 경제 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수장을 맡으면서 리커창의 입지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리커창 총리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경제 해법을 두고 충돌하면서 당이 균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갈등의 핵심은 결국 경제 분야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다. 인민일보는 지난 5월 노골적으로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 인민일보, 리커창 총리 경제정책 노골적 비판 ■


"일부 낙관론자들은(리커창 총리계열)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U자형 혹은 V자형(성장잠재력 크다)으로 보고 있지만, L자형(저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반기를 든 것입니다. 리커창 총리 측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양적 완화, 즉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릴 것을 주장하지만, 시진핑 측은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자 측면의 구조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를 보는 양측이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 총리 측은 중국 경제가 아직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지만 시 주석 측은 이미 저성장 단계에 들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외환시장에서도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먹히지 않고 있다.

리커창/중국 총리(지난 6일, 뉴욕경제포럼)
"이 한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중국 위안화는 장기적인 평가절하의 요인이 없습니다."

이런 공언과는 달리 위안화 가치는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시진핑은 이미 당과 행정부 그리고 군과 경찰, 사법부까지, 분산됐던 권력을 한 손에 쥐었다.
그렇다고 시진핑의 권력, 절대 권력은 아니다. 2023년에 10년 임기가 끝나는데 2020년에 시진핑은 69세가 되기 때문에 은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 '7상 8하'(七上八下)...왕치산이 살아야 시진핑도 산다 ■

이 때문에 시진핑이 '7상 8하'(七上八下, 68세는 유임·69세는 은퇴)라는 공산당의 관례를 변경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 69세가 되는 자신의 최측근이면서 부패 척결을 주도해 온 왕치산 기율위원회 서기의 상무위원 잔류를 시도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또한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원을 친(親) 시진핑 인물들로 채워 넣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69세가 되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도 가능해진다.

■ 장쩌민·후진타오..비밀 회동 베이다이허 앞두고 몸풀기 나서나? ■


그렇지만 시진핑 뜻대로 일이 착착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부패 척결 과정에서 불거진 공산당과 공무원 조직의 강력한 반발이 잠재돼 있고, 장쩌민, 후진타오 등 원로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달과 이달 초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각각 남중국해 방문과 문선 출간을 이유로 외유에 나섰고, 이전 지도부인 원자바오 총리와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상무위원장, 자칭린 정협 주석이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내년 여름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겨냥한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방이 정적들로 둘러싸여 있는 시진핑 주석이 '당 핵심'을 넘어 보다 강력한 1인자인 마오쩌둥과 같은 '영수'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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