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국토 절반 기근”…동물과 같은 웅덩이 물 마신다

입력 2016.10.3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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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냐 47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 기근 경보가 내렸다. 면적으로 따지면 국토 절반, 이 중에서도 130만 명은 살인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농지는 모두 갈라지고, 우물은 바싹 말랐다. 도로에는 오가는 차를 향해 구걸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북부는 특히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2015년 <케냐 농업연구원(Kenya Agricultural Research Institute)>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50년간 연간 최대 강수량은 1816.8mm로 연간 최소 강수량 73.5mm의 25배가 넘는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재앙 수준의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한 달에 구호 식량 5kg이 전부…. 가축들은 아사(餓死)"

남성들이 모두 가축을 몰고 목초지로 떠난 사이, 여성과 아이들만 은테페스(Ntepes) 마을을 지키고 있다.남성들이 모두 가축을 몰고 목초지로 떠난 사이, 여성과 아이들만 은테페스(Ntepes) 마을을 지키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부터 370km 떨어진 삼부루(Samburu)주, 그중에서도 오지인 은테페스(Ntepes) 마을에는 주민이 30명 남짓 산다. 최근 1년간 비가 10번도 내리지 않은 척박한 땅이다.

케냐 정부는 이곳 주민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구호 식량을 공급한다. 가정마다 배분되는 식량은 콩 등 잡곡 5kg이 전부다. 한 사람당 한 달 곡물 섭취량이 1kg이 못 된다.

씻을 물은커녕 먹을 물조차 부족하다. 마을에서 수원지까지 거리는 10km가 넘는다. 아이들은 꾀죄죄한 얼굴을 한 채 힘없이 땅바닥에 앉아 있다. KBS 취재진이 나눠준 1.5L짜리 생수 20통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이 일곱을 둔 랑가 말라당게(Langa Maladange·여·35)씨는 "정부가 달마다 구호물자를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식량·물·약품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한다.

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 염소가 오랜 가뭄과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 염소가 오랜 가뭄과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한낮 마을에는 성인 여자와 아이들뿐이었다. 성인 남자들은 가축을 몰고 100km가 넘는 목초지로 떠났다. 마을 주변에는 가축이 먹을 만한 풀이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가축들에게 가뭄은 더욱 가혹하다. 생후 3개월 남짓 된 새끼 염소는 취재진이 마을을 찾은 그 날 굶주려 죽고 말았다.

바닥 드러낸 수원지…. 인간과 가축이 한 웅덩이를?

삼부루 지역의 강이 바닥을 드러낸 채 메말라 있다.삼부루 지역의 강이 바닥을 드러낸 채 메말라 있다.

한때 마을을 굽이쳐 흐르던 강줄기도 바싹 말라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다. 강바닥 곳곳은 파헤쳐져 있었다. 지하수를 찾기 위해 주민들이 땅을 판 흔적이다. 4m 넘게 땅을 파 겨우 물 한 동이를 얻을까 말까 할 정도다.

물을 찾을 수 있는 곳도 웅덩이 수준에 불과했다. 수원지 보호가 안 돼 인간과 동물이 웅덩이 물을 함께 쓰고 있었다. 염소가 물을 마시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물을 긷는다. 위생 관리가 전혀 안 돼 수인성 질병이 퍼질 수밖에 없다.

가뭄 확산…. 케냐 정부 대책은?

가뭄 경보가 내린 지 3주가 넘었지만, 구호식량이 아직 배분되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있다.가뭄 경보가 내린 지 3주가 넘었지만, 구호식량이 아직 배분되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있다.

케냐 정부는 최근 47억 케냐 실링, 한화로 약 470억 원을 들여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구호 식량 등 물자 구매와 농업용수 확보 등에 예산 대부분이 쓰일 전망이다.

가뭄 경보 발령 3주가 넘었지만, 예산 집행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구호 식량을 모아 둔 창고에는 잡곡이 가득한데, 주민들 상당수는 경보 발령 이후 한 차례도 식량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었다.

은테페스 마을 등에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지역 공무원 어니스트 레레에테(Ernest Lereete·남·31)씨는 "3주 넘게 구호물자가 오지 않아 주민들 불만이 많다. 이곳 사람들도 케냐 국민이다. 케냐 정부는 최소 2주에 한 번은 구호 물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냐 북부 지방은 지난 5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연간 강수량이 400mm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이 건조 기후에서 사막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케냐 정부 장기 대책을 내놨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케냐는 말라가고 있고 케냐 국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연관기사] ☞ 케냐 살인적 가뭄…“130만 명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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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국토 절반 기근”…동물과 같은 웅덩이 물 마신다
    • 입력 2016-10-31 19:28:34
    취재후·사건후
최근 케냐 47개 주 가운데 13개 주에 기근 경보가 내렸다. 면적으로 따지면 국토 절반, 이 중에서도 130만 명은 살인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농지는 모두 갈라지고, 우물은 바싹 말랐다. 도로에는 오가는 차를 향해 구걸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북부는 특히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2015년 <케냐 농업연구원(Kenya Agricultural Research Institute)>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50년간 연간 최대 강수량은 1816.8mm로 연간 최소 강수량 73.5mm의 25배가 넘는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재앙 수준의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한 달에 구호 식량 5kg이 전부…. 가축들은 아사(餓死)"

남성들이 모두 가축을 몰고 목초지로 떠난 사이, 여성과 아이들만 은테페스(Ntepes) 마을을 지키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부터 370km 떨어진 삼부루(Samburu)주, 그중에서도 오지인 은테페스(Ntepes) 마을에는 주민이 30명 남짓 산다. 최근 1년간 비가 10번도 내리지 않은 척박한 땅이다.

케냐 정부는 이곳 주민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구호 식량을 공급한다. 가정마다 배분되는 식량은 콩 등 잡곡 5kg이 전부다. 한 사람당 한 달 곡물 섭취량이 1kg이 못 된다.

씻을 물은커녕 먹을 물조차 부족하다. 마을에서 수원지까지 거리는 10km가 넘는다. 아이들은 꾀죄죄한 얼굴을 한 채 힘없이 땅바닥에 앉아 있다. KBS 취재진이 나눠준 1.5L짜리 생수 20통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이 일곱을 둔 랑가 말라당게(Langa Maladange·여·35)씨는 "정부가 달마다 구호물자를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식량·물·약품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한다.

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 염소가 오랜 가뭄과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한낮 마을에는 성인 여자와 아이들뿐이었다. 성인 남자들은 가축을 몰고 100km가 넘는 목초지로 떠났다. 마을 주변에는 가축이 먹을 만한 풀이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가축들에게 가뭄은 더욱 가혹하다. 생후 3개월 남짓 된 새끼 염소는 취재진이 마을을 찾은 그 날 굶주려 죽고 말았다.

바닥 드러낸 수원지…. 인간과 가축이 한 웅덩이를?

삼부루 지역의 강이 바닥을 드러낸 채 메말라 있다.
한때 마을을 굽이쳐 흐르던 강줄기도 바싹 말라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다. 강바닥 곳곳은 파헤쳐져 있었다. 지하수를 찾기 위해 주민들이 땅을 판 흔적이다. 4m 넘게 땅을 파 겨우 물 한 동이를 얻을까 말까 할 정도다.

물을 찾을 수 있는 곳도 웅덩이 수준에 불과했다. 수원지 보호가 안 돼 인간과 동물이 웅덩이 물을 함께 쓰고 있었다. 염소가 물을 마시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물을 긷는다. 위생 관리가 전혀 안 돼 수인성 질병이 퍼질 수밖에 없다.

가뭄 확산…. 케냐 정부 대책은?

가뭄 경보가 내린 지 3주가 넘었지만, 구호식량이 아직 배분되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있다.
케냐 정부는 최근 47억 케냐 실링, 한화로 약 470억 원을 들여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구호 식량 등 물자 구매와 농업용수 확보 등에 예산 대부분이 쓰일 전망이다.

가뭄 경보 발령 3주가 넘었지만, 예산 집행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구호 식량을 모아 둔 창고에는 잡곡이 가득한데, 주민들 상당수는 경보 발령 이후 한 차례도 식량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었다.

은테페스 마을 등에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지역 공무원 어니스트 레레에테(Ernest Lereete·남·31)씨는 "3주 넘게 구호물자가 오지 않아 주민들 불만이 많다. 이곳 사람들도 케냐 국민이다. 케냐 정부는 최소 2주에 한 번은 구호 물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냐 북부 지방은 지난 5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에는 연간 강수량이 400mm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이 건조 기후에서 사막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케냐 정부 장기 대책을 내놨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케냐는 말라가고 있고 케냐 국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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