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사드 ‘원점’? 중국의 엉뚱한 기대감

입력 2016.10.31 (19:31) 수정 2016.11.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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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성급하게 처리하지 말아달라. 국내 상황이 돌아가는 것도 봐야하지 않겠는가'. 며칠 전 만난 중국 씽크탱크 관계자의 말이다. 이야기를 돌려서 하기는 했지만 최순실 사태로 사드 결정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다.

지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30여명의 중국 전현직 관리, 씽크 탱크 관계자, 언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같은 얘기를 건네왔다.

중국 공산당 국제부와 정협에서 장관급으로 북한 문제를 당담했던 위홍준 판구연구소(盤古智庫) 고문은 사드 배치 문제를 시간을 갖고 결정할 것을 한국측에 주문했다. 한국 상황은 물론 미국 대선 결과도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협 상임위원인 자칭궈 베이징 대학 국제관계대학원장도 배치 연기를 요구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10월 29일 중국 베이징 소재 판구연구소에서 한중 양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지역 질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10월 29일 중국 베이징 소재 판구연구소에서 한중 양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지역 질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측 대표단은 '그런 잘못된 생각은 버리라'며 일축했다. 전직 외교부 장관 2명과 전현직 국회의원 4명, 베테랑 전문가 등 외교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국측 구성원들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은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사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드 배치는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이 끝났고 결정에 따른 설득과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란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덧붙였다.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사드를 접을 명분은 없다'는 점을 중국 측이 이해해달라고 했다. 강효상, 민경욱 의원은 '북한 핵무장 이후 한국내 압도적 여론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은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안보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사드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는 것보다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팽팽한 줄다리기…“한중 관계 훼손 안 돼”

사드 배치 실행 여부를 놓고는 줄다리기가 팽팽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크게 훼손되서는 안된다'는 데는 대체로 뜻이 같이 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복을 취하는 것은 하지하책(강효상)이라며 보복조치의 문제점에 대한 한국 참가자들의 경고가 이어졌고 중국 참가자들도 유사한 언급들을 내놨다. 다만 중국측에서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자며 사드 유예에 무게를 실었고 한국측은 중국측을 이해시킬 방안을 제시하는 데 애를 썼다.

외교관 출신인 심윤조 전 의원은 'X 밴드 레이다의 범위 제한 등 중국의 군사적 우려에 대해 한미양국이 추가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경제학자인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한중일 FTA 협의 가속화 등 경제협력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한중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개설된 핫라인을 재가동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은 '사드 문제가 양국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위해 한중, 미중, 한미중 등 양자, 3자간 정부 회의가 수시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 해법은? 중국 역할 부각

사드 문제 논의는 당연 북핵 해결방안 논의로 이어졌다. 중국의 마전강 전 영국 대사는 '사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할 것을 주장하면서 북핵 문제와 평화협정의 동시 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다른 중국 참석자들도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느끼는 위협의 동시 해소 필요성과 중국 역할의 한계를 강조했다.

한국 참석자들은 북한이 핵포기를 결단하고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중국이 더욱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한중 2 투랙 모임을 설계하고 지휘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 문제도 없을 것이며 미국 슐츠 전 국무장관의 언급처럼 분명하고 현실적이며 융통성 있는 메시지와 전략을 갖고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0월 2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씽크탱크 구미동학회에서 열린 ‘한중 양국 외교안보 2트랙 회의’. 한국측에서 이도운(언론인), 민경욱 의원, 정재호 서울대 교수, 심윤조 전 의원,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 홍익표 의원,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강효상 의원, 이강덕(언론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10월 2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씽크탱크 구미동학회에서 열린 ‘한중 양국 외교안보 2트랙 회의’. 한국측에서 이도운(언론인), 민경욱 의원, 정재호 서울대 교수, 심윤조 전 의원,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 홍익표 의원,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강효상 의원, 이강덕(언론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드 문제를 놓고 한중양국관계가 크게 경색된 상황에서 열린 두나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2 트랙 만남(사실은 정부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1.5 트랙)은 결론을 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얼마전 한국 국경절을 맞아 열린 주중 대사관 공식행사에 중국 외교부가 과장급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냉랭해진 관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할 것이다.

북핵 위협이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북핵 해결이 시급하면 시급할수록 한중관계가 밀접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갈 지혜를 민관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모색해나갈 때라는 점에 양국 인사들이 동의했다는 점도 이번 모임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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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30여명의 중국 전현직 관리, 씽크 탱크 관계자, 언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같은 얘기를 건네왔다.

중국 공산당 국제부와 정협에서 장관급으로 북한 문제를 당담했던 위홍준 판구연구소(盤古智庫) 고문은 사드 배치 문제를 시간을 갖고 결정할 것을 한국측에 주문했다. 한국 상황은 물론 미국 대선 결과도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협 상임위원인 자칭궈 베이징 대학 국제관계대학원장도 배치 연기를 요구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10월 29일 중국 베이징 소재 판구연구소에서 한중 양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지역 질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측 대표단은 '그런 잘못된 생각은 버리라'며 일축했다. 전직 외교부 장관 2명과 전현직 국회의원 4명, 베테랑 전문가 등 외교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국측 구성원들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은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사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드 배치는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이 끝났고 결정에 따른 설득과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란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덧붙였다.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사드를 접을 명분은 없다'는 점을 중국 측이 이해해달라고 했다. 강효상, 민경욱 의원은 '북한 핵무장 이후 한국내 압도적 여론이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은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안보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사드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는 것보다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팽팽한 줄다리기…“한중 관계 훼손 안 돼”

사드 배치 실행 여부를 놓고는 줄다리기가 팽팽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크게 훼손되서는 안된다'는 데는 대체로 뜻이 같이 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복을 취하는 것은 하지하책(강효상)이라며 보복조치의 문제점에 대한 한국 참가자들의 경고가 이어졌고 중국 참가자들도 유사한 언급들을 내놨다. 다만 중국측에서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자며 사드 유예에 무게를 실었고 한국측은 중국측을 이해시킬 방안을 제시하는 데 애를 썼다.

외교관 출신인 심윤조 전 의원은 'X 밴드 레이다의 범위 제한 등 중국의 군사적 우려에 대해 한미양국이 추가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경제학자인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한중일 FTA 협의 가속화 등 경제협력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한중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개설된 핫라인을 재가동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은 '사드 문제가 양국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위해 한중, 미중, 한미중 등 양자, 3자간 정부 회의가 수시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 해법은? 중국 역할 부각

사드 문제 논의는 당연 북핵 해결방안 논의로 이어졌다. 중국의 마전강 전 영국 대사는 '사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할 것을 주장하면서 북핵 문제와 평화협정의 동시 논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다른 중국 참석자들도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느끼는 위협의 동시 해소 필요성과 중국 역할의 한계를 강조했다.

한국 참석자들은 북한이 핵포기를 결단하고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중국이 더욱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한중 2 투랙 모임을 설계하고 지휘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 문제도 없을 것이며 미국 슐츠 전 국무장관의 언급처럼 분명하고 현실적이며 융통성 있는 메시지와 전략을 갖고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0월 2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씽크탱크 구미동학회에서 열린 ‘한중 양국 외교안보 2트랙 회의’. 한국측에서 이도운(언론인), 민경욱 의원, 정재호 서울대 교수, 심윤조 전 의원,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 홍익표 의원,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강효상 의원, 이강덕(언론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드 문제를 놓고 한중양국관계가 크게 경색된 상황에서 열린 두나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2 트랙 만남(사실은 정부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1.5 트랙)은 결론을 내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얼마전 한국 국경절을 맞아 열린 주중 대사관 공식행사에 중국 외교부가 과장급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냉랭해진 관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할 것이다.

북핵 위협이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북핵 해결이 시급하면 시급할수록 한중관계가 밀접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갈 지혜를 민관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모색해나갈 때라는 점에 양국 인사들이 동의했다는 점도 이번 모임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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