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치매운전’ 공포…등교길 8명 사상

입력 2016.10.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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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이 몰던 트럭이 초등학교 통학로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치매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령자 운전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16년 10월 28일 아침, 일본 '요코하마'시 '코난'구의 한 초등학교 등교길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87살 노인이 몰던 경트럭이 초등학생들에게 돌진했다. 이 사고로 1학년 학생이 숨지고, 초등학생 4명이 크게 다쳤다. 문제의 트럭에 들이받친 경승용차가 버스에 부딪치면서, 승용차에 타고 있던 3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일단 운전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로 봤다. 사고 운전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현장을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고 현장의 도로 표면에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주행중인 자동차가 급제동을 하면 노면에 스키드 마크(skid mark)가 생긴다. 차바퀴가 회전을 멈춘 채 미끄러지면서 도로 표면에 검은 타이어 자국이 남게 되는 것이다.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에는 노면에 스키드 마크가 남지 않는다. 도로가 심하게 굽은 경우 등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정상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주변 방범카메라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까지 시속 30∼40km로 질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도 이상한 점이 잇따랐다. 운전자가 운전의 목적과 사고 당시 상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한 것이다. 사고 직전까지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사고의 충격으로 잠시 기억을 잃은 것일까?


운전자는 사고 전날 아침 트럭 화물칸에 쓰레기를 잔뜩 싣고 집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24시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이튿날 아침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치매 증상을 의심하고 있다.


조사 결과, 87세의 고령 운전자는 3년 전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치매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검사 시기는 2016년 12월이었다. 그러나, 치매 증상이 갑자기 발생해 급속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운전자에 대해 치매 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건강 상태를 재확인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등교길 모습이 바뀌었다. 통학로마다 교사와 지역주민들이 나와 어린이들의 등교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보호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집단 등교했다. 집단 해당 학교는 당분간 사고 지역을 통학로로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어린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지역주민들의 헌화와 방문이 잇따랐다.



치매 노인이 차량을 운전하는 문제가 초고령 사회 일본의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2015년 7월 오사카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전차 철로로 진입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운전자는 치매 환자였다. 같은해 1월에는 80대 남성 치매 환자가 경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했다. 결국 트럭 등에 충돌해 숨졌다.

경찰청 분석 결과, 사망사고를 낸 75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치매 증상 또는 치매가 의심되는 사례는 2014년 41%에서 2015년 49%로 급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치매로 진단된 사람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2017년 3월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건강 진단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문제는 치매 증상이 75세 이상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년층 치매 증상 환자도 늘고 있다. 경찰청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돼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치매운전'문제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물며, 섣부른 규제완화로 운전면허 획득이 쉬워도 너무 쉬워진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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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치매운전’ 공포…등교길 8명 사상
    • 입력 2016-10-31 21:03:16
    취재K
80대 노인이 몰던 트럭이 초등학교 통학로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치매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령자 운전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16년 10월 28일 아침, 일본 '요코하마'시 '코난'구의 한 초등학교 등교길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87살 노인이 몰던 경트럭이 초등학생들에게 돌진했다. 이 사고로 1학년 학생이 숨지고, 초등학생 4명이 크게 다쳤다. 문제의 트럭에 들이받친 경승용차가 버스에 부딪치면서, 승용차에 타고 있던 3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일단 운전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로 봤다. 사고 운전자를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현장을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고 현장의 도로 표면에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주행중인 자동차가 급제동을 하면 노면에 스키드 마크(skid mark)가 생긴다. 차바퀴가 회전을 멈춘 채 미끄러지면서 도로 표면에 검은 타이어 자국이 남게 되는 것이다.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에는 노면에 스키드 마크가 남지 않는다. 도로가 심하게 굽은 경우 등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정상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주변 방범카메라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까지 시속 30∼40km로 질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도 이상한 점이 잇따랐다. 운전자가 운전의 목적과 사고 당시 상황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한 것이다. 사고 직전까지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사고의 충격으로 잠시 기억을 잃은 것일까?


운전자는 사고 전날 아침 트럭 화물칸에 쓰레기를 잔뜩 싣고 집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24시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이튿날 아침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치매 증상을 의심하고 있다.


조사 결과, 87세의 고령 운전자는 3년 전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치매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검사 시기는 2016년 12월이었다. 그러나, 치매 증상이 갑자기 발생해 급속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운전자에 대해 치매 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건강 상태를 재확인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등교길 모습이 바뀌었다. 통학로마다 교사와 지역주민들이 나와 어린이들의 등교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보호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집단 등교했다. 집단 해당 학교는 당분간 사고 지역을 통학로로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어린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지역주민들의 헌화와 방문이 잇따랐다.



치매 노인이 차량을 운전하는 문제가 초고령 사회 일본의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2015년 7월 오사카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전차 철로로 진입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운전자는 치매 환자였다. 같은해 1월에는 80대 남성 치매 환자가 경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했다. 결국 트럭 등에 충돌해 숨졌다.

경찰청 분석 결과, 사망사고를 낸 75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치매 증상 또는 치매가 의심되는 사례는 2014년 41%에서 2015년 49%로 급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치매로 진단된 사람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2017년 3월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건강 진단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문제는 치매 증상이 75세 이상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년층 치매 증상 환자도 늘고 있다. 경찰청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돼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치매운전'문제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물며, 섣부른 규제완화로 운전면허 획득이 쉬워도 너무 쉬워진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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