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은 왜 아직 최순실로 불릴까

입력 2016.11.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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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녀→최순실→최서원, 정유연→정유라(최순실의 딸), 장유진→장시호(최순실의 조카)

최순실 씨와 그 측근들의 개명 전력이 알려지면서 개명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름을 바꾸는 개명(改名)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호적 내용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1960~70년만 해도 개명은 허가율이 50%를 밑돌 정도로 까다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점차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개명 허가율이 94%를 넘을 정도로 개명을 폭넓게 허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름은 보통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돼, 본인이 이름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고통을 받을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개명을 엄격히 제한할 경우 헌법상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될 경우'에는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봐 허가해주지 않는다.

특히 법원은 재개명 신청에 대해서는 첫 개명 신청에 비해 훨씬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상당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에만 법원은 재개명 허가를 내주고 있다.

최순실 씨는 2014년에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개명을 쉽게 허가하고 있는 최근 법원 분위기를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이름이 당초 ‘최필녀’였다가 최순실로 바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최서원으로의 개명은 재개명에 해당돼서 이례적이라는 말을 나올 법하다.

대법원이 공개한 개명 사례를 보면 어감이 이상하거나, 성과 이름이 연결되면서 의미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경운기’ ‘임신’ ‘송아지’ 등의 경우 법원이 개명을 허가했다.


반면 불허된 사례도 적지 않다. 부모가 만 3세 아이의 이름을 채현에서 다비로 바꾸겠다는 개명 신청은 받아주지 않았다. 개명 신청 사유는 아이가 병치레가 잦다는 것이었다. 이에 법원은 “신청 사유가 과학적이지 않고, '다비'라는 이름이 특이해 본인이 의사 판단이 가능한 시점에서 개명하는 게 낫겠다”고 밝혔다.

한글 이름은 두면서 한자만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9월 대법관에 취임한 김재형 서울대 법대 교수의 경우도 그런 경우다. 그는 대법관으로 천거되기 한 달 전쯤, 즉 대법관 후보로 검토될 무렵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한자를 바꿨다.

당초 載亨(실을 재, 형통할 형)이었던 한자를 哉衡(어조사 재, 저울대 형)으로 바꿨다. 그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에서 한자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인사청문회 때 이색적인 개명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저울대를 뜻하는 ‘衡’이라는 한자를 넣은 것이 대법관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는 생전에 7개의 이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이름은 각각 최도원, 최봉수, 최퇴운, 공해남, 방민, 최태민 등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여러 가지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름이 법적인 개명 절차를 밟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태민 목사(왼쪽)와 그의 딸 최순실 씨. 둘다 이름을 바꿨다.최태민 목사(왼쪽)와 그의 딸 최순실 씨. 둘다 이름을 바꿨다.

그렇다면 이미 2014년에 최서원으로 개명한 그녀는 왜 여전히 최순실로 불릴까.

최서원보다는 최순실로 많이 알려져 있어 시민들의 혼란을 막는 차원에서 언론이 개명 전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 씨 일가의 잦은 개명이 합리적 이유보다는 신분을 감추려는 옳지 못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는 것도 개명 전 이름을 부르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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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원은 왜 아직 최순실로 불릴까
    • 입력 2016-11-01 11:32:20
    취재K
최필녀→최순실→최서원, 정유연→정유라(최순실의 딸), 장유진→장시호(최순실의 조카)

최순실 씨와 그 측근들의 개명 전력이 알려지면서 개명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름을 바꾸는 개명(改名)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호적 내용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1960~70년만 해도 개명은 허가율이 50%를 밑돌 정도로 까다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점차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개명 허가율이 94%를 넘을 정도로 개명을 폭넓게 허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름은 보통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돼, 본인이 이름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고통을 받을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개명을 엄격히 제한할 경우 헌법상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될 경우'에는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봐 허가해주지 않는다.

특히 법원은 재개명 신청에 대해서는 첫 개명 신청에 비해 훨씬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상당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에만 법원은 재개명 허가를 내주고 있다.

최순실 씨는 2014년에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개명을 쉽게 허가하고 있는 최근 법원 분위기를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이름이 당초 ‘최필녀’였다가 최순실로 바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최서원으로의 개명은 재개명에 해당돼서 이례적이라는 말을 나올 법하다.

대법원이 공개한 개명 사례를 보면 어감이 이상하거나, 성과 이름이 연결되면서 의미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다. ‘경운기’ ‘임신’ ‘송아지’ 등의 경우 법원이 개명을 허가했다.


반면 불허된 사례도 적지 않다. 부모가 만 3세 아이의 이름을 채현에서 다비로 바꾸겠다는 개명 신청은 받아주지 않았다. 개명 신청 사유는 아이가 병치레가 잦다는 것이었다. 이에 법원은 “신청 사유가 과학적이지 않고, '다비'라는 이름이 특이해 본인이 의사 판단이 가능한 시점에서 개명하는 게 낫겠다”고 밝혔다.

한글 이름은 두면서 한자만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9월 대법관에 취임한 김재형 서울대 법대 교수의 경우도 그런 경우다. 그는 대법관으로 천거되기 한 달 전쯤, 즉 대법관 후보로 검토될 무렵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한자를 바꿨다.

당초 載亨(실을 재, 형통할 형)이었던 한자를 哉衡(어조사 재, 저울대 형)으로 바꿨다. 그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에서 한자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인사청문회 때 이색적인 개명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저울대를 뜻하는 ‘衡’이라는 한자를 넣은 것이 대법관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는 생전에 7개의 이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이름은 각각 최도원, 최봉수, 최퇴운, 공해남, 방민, 최태민 등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여러 가지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름이 법적인 개명 절차를 밟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태민 목사(왼쪽)와 그의 딸 최순실 씨. 둘다 이름을 바꿨다.
그렇다면 이미 2014년에 최서원으로 개명한 그녀는 왜 여전히 최순실로 불릴까.

최서원보다는 최순실로 많이 알려져 있어 시민들의 혼란을 막는 차원에서 언론이 개명 전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 씨 일가의 잦은 개명이 합리적 이유보다는 신분을 감추려는 옳지 못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는 것도 개명 전 이름을 부르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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