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제가 사교(邪敎)를 믿는다더군요”

입력 2016.11.01 (15:06) 수정 2016.11.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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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교(邪敎)를 믿는다는 얘기까지 있더군요"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각계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시국 수습책에 관한 의견을 듣던 자리였다. 이날 거의 발언을 하지 않고 '경청 모드'를 유지하던 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사교 소문'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시중의 여론 흐름에 대해 이야기 하자, 박 대통령은 "제가 사교를 믿는다는 얘기까지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더 이상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과 최순실씨 일가의 인연을 사교와 연결 짓는 일각의 추론에 대해 억울함을 표시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받아들였다고 한다. 최근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 가운데 사교 관련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최순실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끈끈한 인연에는 종교적인 배경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의 선친인 최태민은 1970년대 초 불교·기독교·천도교를 통합했다는 '영세교'를 세우고 교주로 지냈다.

최태민은 1975년 4월 영세교 이름을 내리고 '대한국선교단'을 설립했다. 1976년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이 여러 단체를 통합해 만든 '새마음봉사단'의 총재를 지냈고, 당시 최순실은 새마음봉사단의 대학생 회장을 맡았다.


온 국민들에게 충격과 좌절을 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인연에는 이런 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수뇌부들도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이 사교에 씌어 있어 발생한 일"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들 중에도 이 번 사건을 샤머니즘과 연결시키는 보도를 하는 곳들이 있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사교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달고 박 대통령의 사교 연관설을 자극적으로 보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故) 최태민 씨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는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의 본국 보고 사실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최 씨가 ‘정체불명의 인물’이며 반대집단들이 그를 ‘점쟁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초자연적 힘 ‘샤머니즘’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와 추론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는 사교 관련설 만큼은 본인 입으로 직접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원로 12명이 초청됐다.

고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순 전 서울시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 이세중 환경재단이사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심 대한노인회장,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KBS이사장)등이 참석 멤버였다.

1시간여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발언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한다.


모임 초반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위로 등 일반적인 덕담 수준을 넘지 못하다가, 고건 전 총리가 "현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박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하면서 원로들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 가운데는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할 것', '인적 개편', '국정 시스템 개편' 등이 제안됐으며 특히 참석자들은 "민심 수습책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구체적인 민심 수습책을 제안하자 박 대통령은 수첩에 일일이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로들의 쓴소리를 들은 지 2시간 만에 청와대 물갈이 인사가 발표됐다. 이원종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정호성 부속, 이재만 총무,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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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제가 사교(邪敎)를 믿는다더군요”
    • 입력 2016-11-01 15:06:53
    • 수정2016-11-01 17:47:33
    취재K
"제가 사교(邪敎)를 믿는다는 얘기까지 있더군요"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각계 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시국 수습책에 관한 의견을 듣던 자리였다. 이날 거의 발언을 하지 않고 '경청 모드'를 유지하던 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사교 소문'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시중의 여론 흐름에 대해 이야기 하자, 박 대통령은 "제가 사교를 믿는다는 얘기까지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더 이상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과 최순실씨 일가의 인연을 사교와 연결 짓는 일각의 추론에 대해 억울함을 표시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받아들였다고 한다. 최근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 가운데 사교 관련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최순실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끈끈한 인연에는 종교적인 배경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의 선친인 최태민은 1970년대 초 불교·기독교·천도교를 통합했다는 '영세교'를 세우고 교주로 지냈다.

최태민은 1975년 4월 영세교 이름을 내리고 '대한국선교단'을 설립했다. 1976년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이 여러 단체를 통합해 만든 '새마음봉사단'의 총재를 지냈고, 당시 최순실은 새마음봉사단의 대학생 회장을 맡았다.


온 국민들에게 충격과 좌절을 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인연에는 이런 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수뇌부들도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이 사교에 씌어 있어 발생한 일"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들 중에도 이 번 사건을 샤머니즘과 연결시키는 보도를 하는 곳들이 있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사교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달고 박 대통령의 사교 연관설을 자극적으로 보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故) 최태민 씨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는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의 본국 보고 사실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최 씨가 ‘정체불명의 인물’이며 반대집단들이 그를 ‘점쟁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초자연적 힘 ‘샤머니즘’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와 추론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는 사교 관련설 만큼은 본인 입으로 직접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원로 12명이 초청됐다.

고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순 전 서울시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 이세중 환경재단이사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심 대한노인회장,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KBS이사장)등이 참석 멤버였다.

1시간여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발언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한다.


모임 초반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위로 등 일반적인 덕담 수준을 넘지 못하다가, 고건 전 총리가 "현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박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하면서 원로들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 가운데는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할 것', '인적 개편', '국정 시스템 개편' 등이 제안됐으며 특히 참석자들은 "민심 수습책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구체적인 민심 수습책을 제안하자 박 대통령은 수첩에 일일이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로들의 쓴소리를 들은 지 2시간 만에 청와대 물갈이 인사가 발표됐다. 이원종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정호성 부속, 이재만 총무,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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