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만에 풀린 ‘염소의 저주’…시카고 해방의 날

입력 2016.11.03 (13:55) 수정 2016.11.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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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의 앤서니 리조가 5회초 1타점 2루타를 쳐낸 뒤 환호하고 있다.시카고 컵스의 앤서니 리조가 5회초 1타점 2루타를 쳐낸 뒤 환호하고 있다.

마침내 염소의 저주가 108년 만에 풀렸다. 반면 와후 추장의 저주는 68년이 지나서도 계속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는 2일(현지날짜)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 - 7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 4차전까지 1승 3패로 몰렸던 시카고 컵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기적을 연출하며 107년 동안 이어진 염소의 저주를 마침내 풀었다.

시카고 첫 타자 홈런으로 기선 제압

2016 월드시리즈 7차전 1회초 첫 타자로 나선 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가 1점 홈런을 쳐낸 뒤 기뻐하는 모습.2016 월드시리즈 7차전 1회초 첫 타자로 나선 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가 1점 홈런을 쳐낸 뒤 기뻐하는 모습.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은 2016 월드시리즈 7차전은 깜짝 기록과 함께 시작했다.

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는 1회초 1번 타자로 나와 클리블랜드의 선발 투수 코리 클루버를 상대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 사상 첫 리드오프(첫 타자) 홈런이었다.

클리블랜드는 3회말 시카고를 따라잡았다. 클리블랜드는 코코 크리스프의 2루타 이후 희생번트와 카를로스 산타나의 안타로 1 - 1로 따라갔다.

하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서 균형은 또다시 무너졌다.

4회초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안타와 에디슨 러셀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낸 시카고는 윌슨 콘트레라스의 2루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3 - 1로 앞서갔다.

분위기를 탄 시카고는 5회초 하비에르 바에즈의 1점 홈런으로 4 - 1로 달아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1차전과 4차전의 승리 투수였던 코리 클루버는 48년 만의 월드시리즈 선발 3승에 도전했지만, 7차전에서 4이닝 6피안타 4실점을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클리블랜드는 '불펜 에이스' 앤드류 밀러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볼넷과 2루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5회말 시카고의 새로 투입된 투수 존 레스터와 포수 데이빗 로스의 실책, 폭투로 2점을 따라 붙었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 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시카고의 한방이 터졌다.

앞서 어이 없는 실책으로 점수를 내줬던 로스는 6회초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6 - 3으로 다시 달아났다. 로스의 홈런은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 최고령(39세 229일) 홈런으로 기록됐다.

8회말 기적의 동점 홈런으로 따라붙었지만…

클리블랜드의 라자 데이비스가 8회말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클리블랜드의 라자 데이비스가 8회말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말 호세 라미레즈의 안타에 이은 브랜든 가이어의 적시타로 클리블랜드는 2점 차로 따라 붙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라자이 데이비스가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는 원점이 됐다.

그리고 양 팀은 9회 공격을 득점 없이 끝냈고 월드시리즈 7차전은 연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이 연장 승부에서, 승리의 여신은 시카고의 손을 들어줬다.

시카고 컵스의 벤 조브리스트가 월드시리즈 7차전 10회초에서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시카고 컵스의 벤 조브리스트가 월드시리즈 7차전 10회초에서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10회초 무사 1루에서 중견수 플라이 타구에 대주자 앨버트 알모라 주니어는 과감한 주루로 2루까지 진출했고, 고의 사구 이후 벤 조브리스트의 2루타가 터지면서 7 - 6으로 시카고가 앞섰다. 그리고 이어진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미겔 몬테로가 적시타를 때리며 8 - 6을 만들었다.

시카고는 10회말 2아웃 이후 볼넷과 도루, 적시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1점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저주의 매치'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 앞에 많은 팬들이 모여 있다.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 앞에 많은 팬들이 모여 있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저주를 품은 두 팀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당시 한 관중이 염소를 데리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당했는데, 이 관중은 "다시는 시카고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여기서 이른바 '염소의 저주'가 유래했다.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고, 그 후 71년이 지난 지난해까지 월드시리즈에조차 진출하지 못했었다.

시카고가 가장 최근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때는 무려 108년 전인 1908년. 시카고는 71년 만에 오른 월드시리즈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팬들이 월드시리즈 7차전을 지켜보고 있다.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팬들이 월드시리즈 7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68년 동안 이어진 와후 추장의 저주를 결국 풀지 못했다.

194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클리블랜드는 1951년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피부색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와후 추장의 표정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바꿨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그 후 클리블랜드는 1954년, 1995년, 1997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은 번번이 좌절됐다. 이를 두고 '와후 추장의 저주'가 우승을 막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섰던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3연패하며 우승을 시카고에게 넘겨줬다.

저주를 풀기 위해 시카고는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해제시킨 보스턴 레드삭스의 당시 단장 테오 엡스타인을 영입했고 클리블랜드는 당시 보스턴 감독 테리 프랑코나를 데려왔는데, 결국 웃은 쪽은 시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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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3 13:55:57
    • 수정2016-11-03 14:46:3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앤서니 리조가 5회초 1타점 2루타를 쳐낸 뒤 환호하고 있다.
마침내 염소의 저주가 108년 만에 풀렸다. 반면 와후 추장의 저주는 68년이 지나서도 계속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는 2일(현지날짜)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 - 7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 4차전까지 1승 3패로 몰렸던 시카고 컵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기적을 연출하며 107년 동안 이어진 염소의 저주를 마침내 풀었다.

시카고 첫 타자 홈런으로 기선 제압

2016 월드시리즈 7차전 1회초 첫 타자로 나선 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가 1점 홈런을 쳐낸 뒤 기뻐하는 모습.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은 2016 월드시리즈 7차전은 깜짝 기록과 함께 시작했다.

시카고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는 1회초 1번 타자로 나와 클리블랜드의 선발 투수 코리 클루버를 상대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 사상 첫 리드오프(첫 타자) 홈런이었다.

클리블랜드는 3회말 시카고를 따라잡았다. 클리블랜드는 코코 크리스프의 2루타 이후 희생번트와 카를로스 산타나의 안타로 1 - 1로 따라갔다.

하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서 균형은 또다시 무너졌다.

4회초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안타와 에디슨 러셀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낸 시카고는 윌슨 콘트레라스의 2루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3 - 1로 앞서갔다.

분위기를 탄 시카고는 5회초 하비에르 바에즈의 1점 홈런으로 4 - 1로 달아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1차전과 4차전의 승리 투수였던 코리 클루버는 48년 만의 월드시리즈 선발 3승에 도전했지만, 7차전에서 4이닝 6피안타 4실점을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클리블랜드는 '불펜 에이스' 앤드류 밀러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볼넷과 2루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5회말 시카고의 새로 투입된 투수 존 레스터와 포수 데이빗 로스의 실책, 폭투로 2점을 따라 붙었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 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시카고의 한방이 터졌다.

앞서 어이 없는 실책으로 점수를 내줬던 로스는 6회초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6 - 3으로 다시 달아났다. 로스의 홈런은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 최고령(39세 229일) 홈런으로 기록됐다.

8회말 기적의 동점 홈런으로 따라붙었지만…

클리블랜드의 라자 데이비스가 8회말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말 호세 라미레즈의 안타에 이은 브랜든 가이어의 적시타로 클리블랜드는 2점 차로 따라 붙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라자이 데이비스가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는 원점이 됐다.

그리고 양 팀은 9회 공격을 득점 없이 끝냈고 월드시리즈 7차전은 연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이 연장 승부에서, 승리의 여신은 시카고의 손을 들어줬다.

시카고 컵스의 벤 조브리스트가 월드시리즈 7차전 10회초에서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10회초 무사 1루에서 중견수 플라이 타구에 대주자 앨버트 알모라 주니어는 과감한 주루로 2루까지 진출했고, 고의 사구 이후 벤 조브리스트의 2루타가 터지면서 7 - 6으로 시카고가 앞섰다. 그리고 이어진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미겔 몬테로가 적시타를 때리며 8 - 6을 만들었다.

시카고는 10회말 2아웃 이후 볼넷과 도루, 적시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1점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저주의 매치'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 앞에 많은 팬들이 모여 있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저주를 품은 두 팀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당시 한 관중이 염소를 데리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당했는데, 이 관중은 "다시는 시카고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여기서 이른바 '염소의 저주'가 유래했다.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고, 그 후 71년이 지난 지난해까지 월드시리즈에조차 진출하지 못했었다.

시카고가 가장 최근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때는 무려 108년 전인 1908년. 시카고는 71년 만에 오른 월드시리즈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팬들이 월드시리즈 7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68년 동안 이어진 와후 추장의 저주를 결국 풀지 못했다.

194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클리블랜드는 1951년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피부색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와후 추장의 표정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바꿨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그 후 클리블랜드는 1954년, 1995년, 1997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은 번번이 좌절됐다. 이를 두고 '와후 추장의 저주'가 우승을 막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섰던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3연패하며 우승을 시카고에게 넘겨줬다.

저주를 풀기 위해 시카고는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해제시킨 보스턴 레드삭스의 당시 단장 테오 엡스타인을 영입했고 클리블랜드는 당시 보스턴 감독 테리 프랑코나를 데려왔는데, 결국 웃은 쪽은 시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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