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는 영화 ‘변호인’ 탓?

입력 2016.11.04 (19:15) 수정 2016.11.04 (19: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3년 청와대 모 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한 영화 '변호인'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화한 것으로 전해진 2013년 말은 영화 '변호인'의 개봉 시점과 일치한다"며 "개봉 당시 보수시민단체들의 비판과 '변호인'과 관계된 기업들이 겪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변호인'이 중요한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도 "대선 당시 tvN의 정치시사 풍자코너나 2012년 상영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정권의 미움을 샀을 거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게 결정적 이유였다면 2013년 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2013년 중반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전후로 바뀐 변화들까지 고려하면 영화 '변호인'을 빼놓고는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배경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3년 중반부터 '창조경제' 응원...13년 말 이 부회장 퇴진 요구

실제로 2013년 5월 검찰이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뒤 CJ그룹은 노골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시도했다.

2013년 6월 CJ제일제당은 10대 일간지에 "더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내보냈다. 곧이어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방송 광고가 CJ 계열 방송 채널과 CGV 영화관에 등장했다. '슈퍼스타K' 등 CJ E&M이 제작한 프로그램에는 "CJ가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도 나왔다.

2013년 6월 CJ제일제당이 10대 일간지에 내보낸 ‘창조경제 응원’ 광고2013년 6월 CJ제일제당이 10대 일간지에 내보낸 ‘창조경제 응원’ 광고


CJ E&M이 보유한 채널 tvN의 ‘창조경제 응원’ 광고 (2013년)CJ E&M이 보유한 채널 tvN의 ‘창조경제 응원’ 광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며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았던 tvN '텔레토비' 등의 코너도 폐지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풍자한 tvN SNL코리아의 텔레토비 ‘또’ 캐릭터 (2012년)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풍자한 tvN SNL코리아의 텔레토비 ‘또’ 캐릭터 (2012년)

영화 '변호인' 투자사들, 갖가지 불이익?

CJ그룹 입장에서 보면 총수가 구속된 뒤 낮은 자세로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은 셈이다.

2013년 12월 19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 대해 보수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한 '좌파 영화'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변호인'은 위더스필름이 제작을 하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배급한 영화여서 CJ그룹과 별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사 가운데 하나로 영화 자막에 등장하면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CJ가 '광해'에 이어 또 좌파 영화를 제작했다고 비난했다. '변호인'은 천백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화에 관련된 회사들에 대해서는 뒤숭숭한 뒷말이 불거졌다.

영화 ‘변호인’영화 ‘변호인’

'변호인'이 개봉된 지 넉 달 뒤인 2014년 4월, CJ창업투자는 회사명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로 바꿨다. 인수한 기업에도 CJ라는 이름을 붙여온 CJ그룹에서 CJ라는 이름을 떼는 방식으로 계열사명을 변경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변호인'에 투자한 뒤 보수세력과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자 아예 CJ라는 이름을 빼버린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강우석 감독이 연예스포츠 매체인 OSEN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인'을 배급한 투자배급사 NEW의 김우택 대표와 점심을 먹으며 영화계에 계엄령이라도 선포된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는 말을 꺼냈다. 이 매체는 "NEW가 '변호인'에 투자한 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김우택 대표가 대상포진에 걸릴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에 대해 강 감독이 개탄한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인' 이후 'CJ 영화' 달라졌다?

영화 '변호인' 이후로 CJ가 선택하는 영화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시장'(2014년 12월 개봉), '연평해전'(2015년 6월), '인천상륙작전'(2016년 7월) 등 애국과 안보 등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CJ그룹은 또, 2014년 말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8억 원과 5억 원을 출연했다.

정부는 1천6백억 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건강상의 이유로 4개월가량 수감 생활을 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경제적 기여 등을 이유로 올해 광복절에 사면 복권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는 영화 ‘변호인’ 탓?
    • 입력 2016-11-04 19:15:40
    • 수정2016-11-04 19:59:56
    취재K
2013년 청와대 모 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한 영화 '변호인'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화한 것으로 전해진 2013년 말은 영화 '변호인'의 개봉 시점과 일치한다"며 "개봉 당시 보수시민단체들의 비판과 '변호인'과 관계된 기업들이 겪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변호인'이 중요한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도 "대선 당시 tvN의 정치시사 풍자코너나 2012년 상영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정권의 미움을 샀을 거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게 결정적 이유였다면 2013년 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2013년 중반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전후로 바뀐 변화들까지 고려하면 영화 '변호인'을 빼놓고는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배경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3년 중반부터 '창조경제' 응원...13년 말 이 부회장 퇴진 요구

실제로 2013년 5월 검찰이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뒤 CJ그룹은 노골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시도했다.

2013년 6월 CJ제일제당은 10대 일간지에 "더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백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내보냈다. 곧이어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방송 광고가 CJ 계열 방송 채널과 CGV 영화관에 등장했다. '슈퍼스타K' 등 CJ E&M이 제작한 프로그램에는 "CJ가 대한민국 창조경제와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도 나왔다.

2013년 6월 CJ제일제당이 10대 일간지에 내보낸 ‘창조경제 응원’ 광고

CJ E&M이 보유한 채널 tvN의 ‘창조경제 응원’ 광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며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았던 tvN '텔레토비' 등의 코너도 폐지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풍자한 tvN SNL코리아의 텔레토비 ‘또’ 캐릭터 (2012년)
영화 '변호인' 투자사들, 갖가지 불이익?

CJ그룹 입장에서 보면 총수가 구속된 뒤 낮은 자세로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은 셈이다.

2013년 12월 19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 대해 보수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한 '좌파 영화'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변호인'은 위더스필름이 제작을 하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배급한 영화여서 CJ그룹과 별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CJ창업투자가 공동투자사 가운데 하나로 영화 자막에 등장하면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CJ가 '광해'에 이어 또 좌파 영화를 제작했다고 비난했다. '변호인'은 천백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화에 관련된 회사들에 대해서는 뒤숭숭한 뒷말이 불거졌다.

영화 ‘변호인’
'변호인'이 개봉된 지 넉 달 뒤인 2014년 4월, CJ창업투자는 회사명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로 바꿨다. 인수한 기업에도 CJ라는 이름을 붙여온 CJ그룹에서 CJ라는 이름을 떼는 방식으로 계열사명을 변경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변호인'에 투자한 뒤 보수세력과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자 아예 CJ라는 이름을 빼버린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강우석 감독이 연예스포츠 매체인 OSEN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인'을 배급한 투자배급사 NEW의 김우택 대표와 점심을 먹으며 영화계에 계엄령이라도 선포된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는 말을 꺼냈다. 이 매체는 "NEW가 '변호인'에 투자한 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김우택 대표가 대상포진에 걸릴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에 대해 강 감독이 개탄한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인' 이후 'CJ 영화' 달라졌다?

영화 '변호인' 이후로 CJ가 선택하는 영화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시장'(2014년 12월 개봉), '연평해전'(2015년 6월), '인천상륙작전'(2016년 7월) 등 애국과 안보 등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CJ그룹은 또, 2014년 말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CF감독 차은택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8억 원과 5억 원을 출연했다.

정부는 1천6백억 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건강상의 이유로 4개월가량 수감 생활을 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경제적 기여 등을 이유로 올해 광복절에 사면 복권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