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말로는 “북핵 불용”, 제재는 ‘소극’…중국은 왜?

입력 2016.11.05 (07:49) 수정 2016.11.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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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핵 질주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안풀리는 문제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입니다.

현재 유엔에서 논의 중인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이 두 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인데요.

중국은 말로는 북핵에 반대한다면서도 실제 행동을 해야할 때는 왜 이렇게 소극적인 걸까요?

이번주 <이슈 앤 한반도>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중 물류의 관문, 중국 단둥 세관, 차량 짐칸은 물론 엔진실과 좌석 아래까지 샅샅이 뒤집니다.

세관은 물론 경찰 인력까지 투입해 삼엄한 조사가 이뤄집니다.

<녹취> 北 무역 대리인 : "(평소에) 운전석에는 안 들어간단 말이에요. 차 뒤나 보고 말지. 지금은 의자고 뭐고 다 뒤집니다. 처음 봤어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단속 분위기 속에 북중 간 공식 무역량도 지난 9월, 약 5억 2천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20%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이 본격적인 대북제재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남평과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무산, 중국 남평역 부근 야적장에는 무산에서 넘어온 북한산 광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최근 홍수로, 반입이 잠시 중단됐지만 광산은 활발히 가동 중입니다.

<녹취> 중국 남평 주민 : "(이전에 철광석을 운송했어요?) (전에는 했지만 지금은) 홍수로 다리가 훼손돼 운송을 안 합니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 무산 광산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폐석 더미가 새로 생기거나 커진 상황.

실제 유엔의 대북제재 이후인 지난 4월부터 다섯 달 동안 북한의 대중 철광석 수출은 전년 대비 67%나 늘었습니다.

북한 서부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 압록강대교가 곧 개통될 전망이고, 북한 동부 나진과 중국 훈춘을 잇는 신 두만강대교 외에 새로운 다리의 건설 계획도 공개됐습니다.

최근엔 북한 수해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 임시 부교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9월 기준으로 북한에 만6천 톤의 쌀을 수출하는 등 인도적 목적 등을 이유로 북한의 생명선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중 간에 이뤄지고 있는 교역 규모만 하더라도 50억 달러, 연간 50억 달러가 넘어가기 때문에 이 자체가 중단이 됐을 경우에는 중국의 동북 3성에 있는 중국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가 있고 어려운 북한의 경제 상황을 이용해서 북한 경제를 중국으로 종속화 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협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진짜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북-중간 식량과 에너지 보급로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행동을 보이는 데는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북중 간 특수한 역사적 배경과 한중 관계의 변화를 함께 짚어봤습니다.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우방인 북한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18만 명의 중공군 전사자 가운데는 마오의 아들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1961년에는 조중 우호 조약을 체결해 유사시 군사원조도 약속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중 두 나라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과 공동콤뮤니케(공동성명)들..."

1980년대 중국이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며 북중 양국은 소원해지기 시작했고, 1992년 한중 수교로 북중 관계는 경색 국면을 맞았습니다.

김일성 사후,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이 심각해지자 2000년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관계 복원을 도모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고,

<녹취> 화춘잉(중국 외교부 대변인/2013년 3월) :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관계이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여기에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방중한 북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까지 석연치 않게 취소되는 등 냉각기가 이어집니다.

<녹취>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지난해12월) : "(공연이 왜 취소된 겁니까?) 이제 그만 하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바쁩니다. 바빠요."

지난 해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천안문 위에 한중 정상이 나란히 선 반면, 북한 지도자는 찾을 수 없었던 장면은, 뒤바뀐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에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지난 4월) :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집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대북제재의 강도를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여 왔고 개별국가의 독자적 대북제재에도 꾸준히 반대해왔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손상을 가져올 때는 거기서는 응징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고,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는 생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될 정도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거나 북한이 혼란 상황으로 가져가게 되면 중국의 이익에 훨씬 더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생각이 있고요. 그런 차원에서는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즉 민생의 안정은 중국이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단순히 역사나 한반도에만 시야가 갇혀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국가적 슬로건이 된 ‘중국의 꿈’,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경쟁 구도로 자리 잡은 미중 관계의 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저공 비행에 이은 급선회, 고난도의 기동을 수행하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스텔스기 젠-20입니다.

초음속에 순항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고, 곧 실전 배치될 예정입니다.

<녹취> 방핑(중국 국방대학 교수) : "이전에는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고요. 다음은 세계를 이끄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 달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에 이어, 군사력으로 우뚝 선다는 이른바 ‘군사굴기’를 과시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AIIB,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을 출범시키며 시진핑의 슬로건,‘중국의 꿈’을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내건 아시아 회귀 정책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한-미, 미-일 두 양자 동맹을 축으로 베트남 등 과거 적대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중 견제, 그 충돌 지점이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세계 물류의 1/3이 통과하는 이 해역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자유 항행권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립의 연장선상에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배치할 예정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가 있습니다.

한미는 사드를 자위권 차원으로 보지만, 중국은 남중국해부터 동중국해, 타이완을 잇는 미국의 대중 견제선의 연장으로 한반도 사드를 간주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미국이 중국을 현재 압박해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로 가져가야겠다, 라는 그리고 최대한 그것을 활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지금 강하기 때문에 지금 미국 중심의 대중국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향후 어떻게 국제 질서를 운용하는 규범과 규칙, 제도를 누가 주도해서 누구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인가, 가 갈등의 핵심입니다."

중국이 겉으론 쉽게 말하지 않는 전통적인 한반도 전략도 변수입니다.

전략적 요충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그 우호 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이자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핵무장까지도 용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녹취> 제인 하먼(美 우드로 윌슨센터 소장) : "중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로 유지하기 원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통일을 막는다고 봐야죠. 북한이 완충국가로 남는 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자는 중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간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중국의 고육지책이란 주장도 있지만, 미국에 유리한 대북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이런 상황들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서 적극적인 경제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인 패권 문제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자체가 다소 조금 멀어진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오히려 남북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하위구조가 되지 않도록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통일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주변국을 꾸준히 설득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끌어안고 가는 외교를 지난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그리고 창의적으로 해나가야 되고요.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연대해서 같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 어떤 뭐랄까요 프레임들을 혹은 협력의 토대들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겠다..."

시진핑 1인 중심 체제를 다지며 대외적 발언권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역내 경쟁이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중 외교와 다자협력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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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5 08:12:57
    • 수정2016-11-05 08:38:10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핵 질주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안풀리는 문제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입니다.

현재 유엔에서 논의 중인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안이 두 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인데요.

중국은 말로는 북핵에 반대한다면서도 실제 행동을 해야할 때는 왜 이렇게 소극적인 걸까요?

이번주 <이슈 앤 한반도>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중 물류의 관문, 중국 단둥 세관, 차량 짐칸은 물론 엔진실과 좌석 아래까지 샅샅이 뒤집니다.

세관은 물론 경찰 인력까지 투입해 삼엄한 조사가 이뤄집니다.

<녹취> 北 무역 대리인 : "(평소에) 운전석에는 안 들어간단 말이에요. 차 뒤나 보고 말지. 지금은 의자고 뭐고 다 뒤집니다. 처음 봤어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단속 분위기 속에 북중 간 공식 무역량도 지난 9월, 약 5억 2천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20%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이 본격적인 대북제재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남평과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무산, 중국 남평역 부근 야적장에는 무산에서 넘어온 북한산 광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최근 홍수로, 반입이 잠시 중단됐지만 광산은 활발히 가동 중입니다.

<녹취> 중국 남평 주민 : "(이전에 철광석을 운송했어요?) (전에는 했지만 지금은) 홍수로 다리가 훼손돼 운송을 안 합니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 무산 광산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폐석 더미가 새로 생기거나 커진 상황.

실제 유엔의 대북제재 이후인 지난 4월부터 다섯 달 동안 북한의 대중 철광석 수출은 전년 대비 67%나 늘었습니다.

북한 서부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 압록강대교가 곧 개통될 전망이고, 북한 동부 나진과 중국 훈춘을 잇는 신 두만강대교 외에 새로운 다리의 건설 계획도 공개됐습니다.

최근엔 북한 수해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 임시 부교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9월 기준으로 북한에 만6천 톤의 쌀을 수출하는 등 인도적 목적 등을 이유로 북한의 생명선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중 간에 이뤄지고 있는 교역 규모만 하더라도 50억 달러, 연간 50억 달러가 넘어가기 때문에 이 자체가 중단이 됐을 경우에는 중국의 동북 3성에 있는 중국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가 있고 어려운 북한의 경제 상황을 이용해서 북한 경제를 중국으로 종속화 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협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진짜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북-중간 식량과 에너지 보급로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행동을 보이는 데는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북중 간 특수한 역사적 배경과 한중 관계의 변화를 함께 짚어봤습니다.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우방인 북한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18만 명의 중공군 전사자 가운데는 마오의 아들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혈맹 관계를 바탕으로 1961년에는 조중 우호 조약을 체결해 유사시 군사원조도 약속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중 두 나라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과 공동콤뮤니케(공동성명)들..."

1980년대 중국이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며 북중 양국은 소원해지기 시작했고, 1992년 한중 수교로 북중 관계는 경색 국면을 맞았습니다.

김일성 사후,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이 심각해지자 2000년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관계 복원을 도모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고,

<녹취> 화춘잉(중국 외교부 대변인/2013년 3월) :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관계이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여기에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방중한 북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까지 석연치 않게 취소되는 등 냉각기가 이어집니다.

<녹취>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지난해12월) : "(공연이 왜 취소된 겁니까?) 이제 그만 하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바쁩니다. 바빠요."

지난 해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천안문 위에 한중 정상이 나란히 선 반면, 북한 지도자는 찾을 수 없었던 장면은, 뒤바뀐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에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지난 4월) :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집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대북제재의 강도를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여 왔고 개별국가의 독자적 대북제재에도 꾸준히 반대해왔습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손상을 가져올 때는 거기서는 응징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고,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는 생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될 정도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거나 북한이 혼란 상황으로 가져가게 되면 중국의 이익에 훨씬 더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생각이 있고요. 그런 차원에서는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즉 민생의 안정은 중국이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단순히 역사나 한반도에만 시야가 갇혀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국가적 슬로건이 된 ‘중국의 꿈’,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경쟁 구도로 자리 잡은 미중 관계의 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저공 비행에 이은 급선회, 고난도의 기동을 수행하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스텔스기 젠-20입니다.

초음속에 순항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고, 곧 실전 배치될 예정입니다.

<녹취> 방핑(중국 국방대학 교수) : "이전에는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고요. 다음은 세계를 이끄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난 달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에 이어, 군사력으로 우뚝 선다는 이른바 ‘군사굴기’를 과시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AIIB,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을 출범시키며 시진핑의 슬로건,‘중국의 꿈’을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오바마 행정부가 내건 아시아 회귀 정책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한-미, 미-일 두 양자 동맹을 축으로 베트남 등 과거 적대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중 견제, 그 충돌 지점이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세계 물류의 1/3이 통과하는 이 해역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자유 항행권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립의 연장선상에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배치할 예정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가 있습니다.

한미는 사드를 자위권 차원으로 보지만, 중국은 남중국해부터 동중국해, 타이완을 잇는 미국의 대중 견제선의 연장으로 한반도 사드를 간주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미국이 중국을 현재 압박해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로 가져가야겠다, 라는 그리고 최대한 그것을 활용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지금 강하기 때문에 지금 미국 중심의 대중국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향후 어떻게 국제 질서를 운용하는 규범과 규칙, 제도를 누가 주도해서 누구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인가, 가 갈등의 핵심입니다."

중국이 겉으론 쉽게 말하지 않는 전통적인 한반도 전략도 변수입니다.

전략적 요충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그 우호 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이자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핵무장까지도 용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녹취> 제인 하먼(美 우드로 윌슨센터 소장) : "중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로 유지하기 원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통일을 막는다고 봐야죠. 북한이 완충국가로 남는 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자는 중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간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중국의 고육지책이란 주장도 있지만, 미국에 유리한 대북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이런 상황들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서 적극적인 경제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인 패권 문제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자체가 다소 조금 멀어진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오히려 남북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하위구조가 되지 않도록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통일정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주변국을 꾸준히 설득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끌어안고 가는 외교를 지난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그리고 창의적으로 해나가야 되고요.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연대해서 같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 어떤 뭐랄까요 프레임들을 혹은 협력의 토대들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겠다..."

시진핑 1인 중심 체제를 다지며 대외적 발언권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역내 경쟁이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중 외교와 다자협력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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