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동의보감까지”…국보급 문화재가 장물?

입력 2016.11.07 (08:31) 수정 2016.11.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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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렇게 많은 문화재가 모인 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바로 경찰서입니다.

이 중에는 특히 국보급인 '동의보감' 초간본을 비롯해 지난 7월 보물로 지정된 14세기 고서적 '대명률'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귀한 문화재들이 알고 보니 암시장에서 비밀리에 거래된 도난 문화재라는 겁니다.

실제로 동의보감의 경우 원소유주를 알지 못하도록 일부 내용이 훼손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장물 업자가 해당 문화재들을 헐값에 사설 박물관이나 사찰에 넘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상북도에 있는 한 사설 박물관.

경찰이 이 박물관에 보관 중인 고서적 한 권을 압수합니다.

<현장음> “우리가 이제 장물로 확인돼서 어떻게 소장하게 된 경위 설명을 듣고…….”

한눈에 봐도 몇백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서적

<현장음>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겠다.”

조선 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 14세기 명나라의 서적인 “대명률”입니다.

중국에 현존하는 것보다 더 오래된 희귀본으로 알려져 지난 7월에는 보물 1906호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 대명률이 장물임을 확인한 겁니다.

<인터뷰>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보물 제1906호 대명률 회수는 사설 박물관 D씨가 장물범 E씨로부터 도난품인 대명률을 매입, 보물로 지정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한 장물 매매업자가 지난 2012년, 1500만 원을 받고 현 박물관 관장에게 대명률을 팔았다고 진술한 겁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장물업자가) 장물을 넘기면서 1500만 원에 판매를 하고, 나중에 이것이 어떤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될 경우에는 1,000만 원을 더 주기로 했는데 주지 않아서 그런 감정 부분 때문에 저희 수사팀에 제보가 됐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이 매매업자를 만나봤습니다.

이 업자는 자신이 10년 전 대명률을 취득한 과정부터 상세하게 털어놨는데요,

<녹취> 이00(고서적 매매업자) : "2006년도에 안동에 사는 임 씨란 양반이 있었는데, 노인이에요.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이 책을 사가지고 어려워도 좀 가지고 있다가 몇 년 흐른 다음에 처분을 하십시오 그래서 200만 원에 그것을 샀어요."

(보물급 문화재를) 단돈 200만 원에 넘기면서 굳이 몇 년이 흐른 뒤에 처분하라고 말한 건 대명률이 장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손에 넣은 대명률을 박물관 측에 되팔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

하지만 박물관 측은 이 씨가 말한 매각 시점 이전부터 대명률을 가지고 있었다며 장물 거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한(00박물관 학예사) : "2006년도에 박물관 설립 계획 승인신청을 넣었거든요. 유물 명칭, 사진, 크기해서 목록을 작성하게 돼 있어요. (*질문- 그때 목록상에 대명률이 (있나요?) 목록상 대명률도 포함이 되어 있죠. 당연히."

경상북도 김천시의 한 사찰.

이곳에서도 경찰이 장물 거래된 문화재를 압수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건 약 400년 전 조선 선조 때 허준이 15년에 걸쳐 지은 의학서적, “동의보감” 초간본입니다.

<인터뷰> 이용석(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1610년 이 동의보감이 가장 초기에 간행된 초간본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이 초간본 세 질(세트)가 국보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보급에 준하는 그런 자료로……."

사찰에 있던 동의보감은 국보 제319호로 지정된 “동의보감”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진품.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문화잽니다.

그런데 사찰 측은 지난 15년 동안 국보지정 신청도 하지 않고, 사찰 내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습니다.

<녹취>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문화재 매매업자 B씨가 1999년쯤 절도범 C씨에게 매입한 동의보감을 (2001년) 사찰에 2천 만 원을 받고 재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국보급 문화재가 사찰과 문화재 매매업자가 불법적으로 거래한 “장물”이었던 겁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추적한 결과, 문화재 매매업자는 절도범들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동의보감을,

사찰에 되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그때 당시에는 (절도범들이) 권당 만 원에 판매가 되고요, 동의보감 같이 질이 딱 맞춰져있다 하면 권당 10만 원. (사찰에서) 뭐 2천만 원에 기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거의 한 권당 한 2천만 원 이상 지금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은 매매업자가 해당 동의보감이 장물이라 사찰에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넘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동의보감) 완질(세트)일 경우에는 뭐 몇십 억 원 이상 될 수 있고요. (권당) 2천만 원씩만 줘도 25권이면 뭐 몇억 원이 되는 것이니까 (2천만 원에 거래한 것은) 장물성에 대한 대가라고 (봅니다.)"

그런데. 애써 회수한 문화재에서 심각한 문제까지 발견됐습니다.

동의보감 책 일부에서 일부러 내용을 훼손한 흔적이 발견된 겁니다.

날카로운 도구로 오려낸 흔적이 선명한 바로 이 부분.

책의 원소장자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지워진 겁니다.

<인터뷰> 이용석(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 "이것은 신분인데요, ‘승지’인데, 이 사람이 이제 (무슨) 이름이 있었겠죠. 이 부분이 이름이라는 부분들을 확인하기 어렵도록 없애버렸기 때문에 누구한테 내려준 부분이라고 하는데, 이 소장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원래 책 주인을 알지 못하도록 훼손했다는 것.

전형적인 “장물 거래의 흔적”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찰 측이 동의보감을 사들일 때 당시 장물임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고의적으로 훼손된 부분들이 있어서 어떤 장물이라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태를 어느 정도 알면서 매입하지 않았나."

삼국시대 토기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이상화 시인 일가의 유품 등 경찰이 이번에 회수한 도난 문화재는 모두 3800여 점.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문화재 장물매매 업자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장기간 행방이 묘연한 도난 문화재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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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동의보감까지”…국보급 문화재가 장물?
    • 입력 2016-11-07 08:34:01
    • 수정2016-11-07 09: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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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이렇게 많은 문화재가 모인 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바로 경찰서입니다.

이 중에는 특히 국보급인 '동의보감' 초간본을 비롯해 지난 7월 보물로 지정된 14세기 고서적 '대명률'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귀한 문화재들이 알고 보니 암시장에서 비밀리에 거래된 도난 문화재라는 겁니다.

실제로 동의보감의 경우 원소유주를 알지 못하도록 일부 내용이 훼손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장물 업자가 해당 문화재들을 헐값에 사설 박물관이나 사찰에 넘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상북도에 있는 한 사설 박물관.

경찰이 이 박물관에 보관 중인 고서적 한 권을 압수합니다.

<현장음> “우리가 이제 장물로 확인돼서 어떻게 소장하게 된 경위 설명을 듣고…….”

한눈에 봐도 몇백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서적

<현장음>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겠다.”

조선 시대 형법의 근간이 된 14세기 명나라의 서적인 “대명률”입니다.

중국에 현존하는 것보다 더 오래된 희귀본으로 알려져 지난 7월에는 보물 1906호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 대명률이 장물임을 확인한 겁니다.

<인터뷰>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보물 제1906호 대명률 회수는 사설 박물관 D씨가 장물범 E씨로부터 도난품인 대명률을 매입, 보물로 지정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한 장물 매매업자가 지난 2012년, 1500만 원을 받고 현 박물관 관장에게 대명률을 팔았다고 진술한 겁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장물업자가) 장물을 넘기면서 1500만 원에 판매를 하고, 나중에 이것이 어떤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될 경우에는 1,000만 원을 더 주기로 했는데 주지 않아서 그런 감정 부분 때문에 저희 수사팀에 제보가 됐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이 매매업자를 만나봤습니다.

이 업자는 자신이 10년 전 대명률을 취득한 과정부터 상세하게 털어놨는데요,

<녹취> 이00(고서적 매매업자) : "2006년도에 안동에 사는 임 씨란 양반이 있었는데, 노인이에요.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이 책을 사가지고 어려워도 좀 가지고 있다가 몇 년 흐른 다음에 처분을 하십시오 그래서 200만 원에 그것을 샀어요."

(보물급 문화재를) 단돈 200만 원에 넘기면서 굳이 몇 년이 흐른 뒤에 처분하라고 말한 건 대명률이 장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손에 넣은 대명률을 박물관 측에 되팔았다는 게 이 씨의 주장.

하지만 박물관 측은 이 씨가 말한 매각 시점 이전부터 대명률을 가지고 있었다며 장물 거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한(00박물관 학예사) : "2006년도에 박물관 설립 계획 승인신청을 넣었거든요. 유물 명칭, 사진, 크기해서 목록을 작성하게 돼 있어요. (*질문- 그때 목록상에 대명률이 (있나요?) 목록상 대명률도 포함이 되어 있죠. 당연히."

경상북도 김천시의 한 사찰.

이곳에서도 경찰이 장물 거래된 문화재를 압수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건 약 400년 전 조선 선조 때 허준이 15년에 걸쳐 지은 의학서적, “동의보감” 초간본입니다.

<인터뷰> 이용석(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1610년 이 동의보감이 가장 초기에 간행된 초간본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이 초간본 세 질(세트)가 국보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보급에 준하는 그런 자료로……."

사찰에 있던 동의보감은 국보 제319호로 지정된 “동의보감”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진품.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한 문화잽니다.

그런데 사찰 측은 지난 15년 동안 국보지정 신청도 하지 않고, 사찰 내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습니다.

<녹취> 이재원(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문화재 매매업자 B씨가 1999년쯤 절도범 C씨에게 매입한 동의보감을 (2001년) 사찰에 2천 만 원을 받고 재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국보급 문화재가 사찰과 문화재 매매업자가 불법적으로 거래한 “장물”이었던 겁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추적한 결과, 문화재 매매업자는 절도범들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동의보감을,

사찰에 되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그때 당시에는 (절도범들이) 권당 만 원에 판매가 되고요, 동의보감 같이 질이 딱 맞춰져있다 하면 권당 10만 원. (사찰에서) 뭐 2천만 원에 기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거의 한 권당 한 2천만 원 이상 지금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은 매매업자가 해당 동의보감이 장물이라 사찰에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넘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동의보감) 완질(세트)일 경우에는 뭐 몇십 억 원 이상 될 수 있고요. (권당) 2천만 원씩만 줘도 25권이면 뭐 몇억 원이 되는 것이니까 (2천만 원에 거래한 것은) 장물성에 대한 대가라고 (봅니다.)"

그런데. 애써 회수한 문화재에서 심각한 문제까지 발견됐습니다.

동의보감 책 일부에서 일부러 내용을 훼손한 흔적이 발견된 겁니다.

날카로운 도구로 오려낸 흔적이 선명한 바로 이 부분.

책의 원소장자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지워진 겁니다.

<인터뷰> 이용석(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 "이것은 신분인데요, ‘승지’인데, 이 사람이 이제 (무슨) 이름이 있었겠죠. 이 부분이 이름이라는 부분들을 확인하기 어렵도록 없애버렸기 때문에 누구한테 내려준 부분이라고 하는데, 이 소장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원래 책 주인을 알지 못하도록 훼손했다는 것.

전형적인 “장물 거래의 흔적”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찰 측이 동의보감을 사들일 때 당시 장물임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기(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 : "고의적으로 훼손된 부분들이 있어서 어떤 장물이라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태를 어느 정도 알면서 매입하지 않았나."

삼국시대 토기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이상화 시인 일가의 유품 등 경찰이 이번에 회수한 도난 문화재는 모두 3800여 점.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문화재 장물매매 업자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장기간 행방이 묘연한 도난 문화재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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