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는 어떻게 이화여대 15학번이 되었나

입력 2016.11.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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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전형을 다시 시작한 건 2012학년도 입시부터다. 신입생 선발 종목은 11개였는데 이걸 23개로 늘리자는 논의는 2013년 5월에 체육과학부 교수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이화여대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때 승마도 포함됐다. 지난 9월 교육부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이것도 정유라를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야당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됐다.

대입은 3년 사전 예고제다. 대학이 모집 학과, 학과 정원 조정 등 대입과 관련한 내용을 바꾸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알려 정해진 기간 내에 심의를 마치고 수험생들에게 공표해야 한다.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선발 종목을 늘린 건 이 절차에 맞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정유라를 위해 승마를 포함시켰다면 이런 과정까지 감안해 정유라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어떤 논의, 계획이 이뤄져야 했을 텐데 지금까지 그 부분에 대해선 드러난 게 없다.

KBS는 이화여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정 모 양 체육특기자 선발에 관한 경위서'와 당시 입학처장과의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이후의 일들을 확인해 봤다. 학교 측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입학처장이 "정유라 응시했다" 직접 확인해 총장에 보고

2014년 9월 16일 이화여대의 체육특기자 전형 서류 접수가 마감되고 나흘 뒤 정유라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입학처장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윤회 씨 딸이지 않느냐. 제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데 정 씨를 둘러싼 비선 실세 논란, 문고리 3인방 이런 얘기들에 대해 모를 리가 없지 않나. 정윤회 씨 딸이 금메달을 땄다는 게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자가 됐었고 체육과학부 선생님들도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좀 이상하다 해서 총장에게 (정유라 이대 지원 사실을) 보고를 한 거다"

지원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는 "지원했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지시를 했다.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했다. 정유연(개명 전 이름)이 청담고 3학년인데 확인해 보라고."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는 경위서에서 "정윤회 씨의 딸, 승마 공주 등으로 화제가 된 사실 중에 수험생인 것을 알게 돼 입학처장이 확인을 지시했다"고 썼다. 또 "보고를 받은 최경희 당시 총장은 되레 '정윤회 씨가 누구냐'고 물었고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전형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학생이 응시했는지, 학교 측이 그것도 입시 업무 책임을 맡고 있는 입학처장이 직접 학생 이름과 고교명까지 알고 확인을 해 봤다?

입시와 관련된 것은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로 복수의 타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처장이 본인의 업무라서 확인은 해 볼 수 있다고 쳐도 그 정보를 학내에 공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냐면, 그게 입학 업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합격이 확정된 뒤에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입학했다"고 보고해도 됐을 것 같은데 왜 미리 알아보고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입학처장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 친구가 입학하면 굉장히 시끄러울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총장에게 보고할 만한 사항으로 판단해 보고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말 그대로 이화여대는 개교 이래 가장 시끄럽게 됐고 이화여대 구성원들이 130년에 걸쳐 이뤄온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아시안게임 메달 반영' 조금씩 다른 주장

논란은 면접시험 당일에도 계속된다. 111명이 지원했던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서는 직전 3년 동안의 수상 실적만을 평가하는 1차 심사에서 22명이 합격했다. 1명이 면접에 참석하지 않아 21명이 면접을 치렀다.

당시 입학처장은 "면접 장소에 입실할 때 저를 포함해 직원들도 본다. 정 양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학생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시간대에 맞춰서 오는지 봤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이 빨간색, 흰색이었는데 눈에 너무 확 띄더라. 기억이 정확지 않지만 분명한 건 3명은 단복을 입었다.

그리고 핸드백 가져오거나 가방을 메고 오는데 정유라는 박스를 가져왔다. 아주 크게. 정유라가 금메달을 가져왔는지는 보지 못했다. 면접 끝나고 나온 선생님들이 정 양 경우는 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장에 들어왔다고 해서 그 박스에 담아왔구나 알게 됐다. 메달을 가져온 학생들이 더 있는지 그건 모른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면접위원들에게 안내했느냐는 질문에 "단복 입은 학생 중에는 메달리스트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나머지 면접 응시자 중에도 다 검색해 보진 않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사람은 정 양 말고도 있다는 건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화여대의 경위서는 좀 다르다. "입학처장이 면접대기장에서 목격한 수험생 중에는 선수단복을 착용한 수험생이 다수 있고 이들은 인천아시안게임 입상자로서 메달을 지참한 사실을 안내했다." 이렇게 돼 있다.

실제로 메달이 가져온 학생은 정유라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입학처장 본인도 저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화여대의 해명은 맞지 않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아시안게임 입상을 평가에 반영할지에 대한 일부 면접위원들의 질문에 "전형 취지상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 입학처장의 대답이다.


지난달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게시판에 익명으로 "당시 평가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체대 평가장 입실 전 평가자들에게 안내할 때 입학처장 왈,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임"이라는 글이 올라왔던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정유라는 면접에서 1등을 했다. 모집요강 적힌 평가방법을 보더라도 1차 심사 80% + 면접 20%로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입시에서 20%면 얼마나 큰 비중인가. 서류 마감 이후에 딴 메달을 가져가든, 메달을 딴 사실을 언급하든 (그런 걸 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면) 입시에 임하는 학생은 정성평가인 면접에서 어떤 식으로든 본인의 뛰어남을 면접위원들에게 강조할 것이다.

그런데 입학처장이 그런 학생이 있다고 알려주고 점수에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가이드까지 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김연아, 박태환처럼 자신이 누군지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 국가대표 선수가 면접을 보러 간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많은 대학관계자들이 이번 사례를 명백한 입시 부정, 불공정한 입시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예체능 특기자 전형의 몇몇 부정적인 일들로 미술, 음악 과목은 녹화까지 하면서 면접을 보는데 이번 경우 같은 입시 관리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교수협의회 게시판의 익명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처장의 발언이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 못 함". 입학처장은 정유라가 면접 1등에 대해 "취지를 얘기한 것이고 면접위원들이 반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면접위원들이 반영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겠죠"라고 인정했다.

당시 체육과학부 교수 2명, 타 학과 교수 1명 등 모두 5명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특별한 학생' 정유라…이화여대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이화여대 15학번이 된 정유라는 학교 생활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계속 받는다. 아파서 쓰러질 정도라고 해서 수업에 나오지 않고도 학점을 받고 비속어를 섞어 쓰고 띄어쓰기는 제대로 되지도 않은 과제를 제출해도 오히려 교수의 첨삭까지 받는다. "참 잘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이렇게 설명하면 좋겠습니다" "과제물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차리리 과제 제출을 받은 건 양호하다. 교육부의 사전 조사에서 어떤 교수는 정유라에게 학점을 부여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가대표로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학생이라고 해도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다. 통상적인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 비춰보면 더더욱 상식에 맞지 않다.

그런데도 평균 학점은 1학년 1학기 0.11, 2학년 1학기 휴학, 2학년 1학기 2.27, 2학년 계절학기 3.3으로 계속 올랐다. 때마침 이화여대는 지난 6월 국제대회 출전 서류 등으로 출석 인정이 되도록 학칙을 바꿨고 이를 소급적용하는 부칙도 달았다. 어머니가 찾아와 항의한 뒤 지도교수가 바뀌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학사 특혜에 연루된 교수들이 정유라 입학을 전후로 학교의 보직을 맡고 정부가 주는 연구를 몰아서 받은 것이 입학 보은 대가 아니냐는 의혹, 교육부의 올해 대학재정지원사업 9개 가운데 이화여대가 8개를 따냈는데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이화여대는 왜 정유라를 계속 특별한 학생으로 대했을까?

불공정 사회의 표상 돼 버린 '최순실 씨와 딸'

이화여대는 입학 특혜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유라 입학 과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대학가와 감사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전형이 담긴 문건을 최 씨 측에 전달한 사람이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화여대 측이 정유라의 수시전형 응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주까지로 예정된 교육부의 이화여대 특별감사는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입시 취소까지 될지, 교직원들에 대한 징계 권고에 그칠지, 검찰 고발이 필요한 사안으로 결론이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교육부가 이화여대에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교육부가 이화여대에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 온 국민을 화나게 한 촉매제가 됐던 게 바로 딸의 학교와 관련된 온갖 의혹들이었다.

열흘 뒤면 60만 명의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은 168만 명에 달한다. 최순실 씨와 딸, 그들은 불공정 사회의 표상이 돼 버렸고 그들을 통해 불공정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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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는 어떻게 이화여대 15학번이 되었나
    • 입력 2016-11-07 13:54:03
    사회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전형을 다시 시작한 건 2012학년도 입시부터다. 신입생 선발 종목은 11개였는데 이걸 23개로 늘리자는 논의는 2013년 5월에 체육과학부 교수 회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이화여대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때 승마도 포함됐다. 지난 9월 교육부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이것도 정유라를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야당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됐다.

대입은 3년 사전 예고제다. 대학이 모집 학과, 학과 정원 조정 등 대입과 관련한 내용을 바꾸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알려 정해진 기간 내에 심의를 마치고 수험생들에게 공표해야 한다.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선발 종목을 늘린 건 이 절차에 맞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정유라를 위해 승마를 포함시켰다면 이런 과정까지 감안해 정유라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어떤 논의, 계획이 이뤄져야 했을 텐데 지금까지 그 부분에 대해선 드러난 게 없다.

KBS는 이화여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정 모 양 체육특기자 선발에 관한 경위서'와 당시 입학처장과의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이후의 일들을 확인해 봤다. 학교 측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입학처장이 "정유라 응시했다" 직접 확인해 총장에 보고

2014년 9월 16일 이화여대의 체육특기자 전형 서류 접수가 마감되고 나흘 뒤 정유라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입학처장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윤회 씨 딸이지 않느냐. 제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데 정 씨를 둘러싼 비선 실세 논란, 문고리 3인방 이런 얘기들에 대해 모를 리가 없지 않나. 정윤회 씨 딸이 금메달을 땄다는 게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자가 됐었고 체육과학부 선생님들도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좀 이상하다 해서 총장에게 (정유라 이대 지원 사실을) 보고를 한 거다"

지원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는 "지원했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지시를 했다.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했다. 정유연(개명 전 이름)이 청담고 3학년인데 확인해 보라고."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는 경위서에서 "정윤회 씨의 딸, 승마 공주 등으로 화제가 된 사실 중에 수험생인 것을 알게 돼 입학처장이 확인을 지시했다"고 썼다. 또 "보고를 받은 최경희 당시 총장은 되레 '정윤회 씨가 누구냐'고 물었고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전형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학생이 응시했는지, 학교 측이 그것도 입시 업무 책임을 맡고 있는 입학처장이 직접 학생 이름과 고교명까지 알고 확인을 해 봤다?

입시와 관련된 것은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로 복수의 타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처장이 본인의 업무라서 확인은 해 볼 수 있다고 쳐도 그 정보를 학내에 공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냐면, 그게 입학 업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합격이 확정된 뒤에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입학했다"고 보고해도 됐을 것 같은데 왜 미리 알아보고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입학처장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 친구가 입학하면 굉장히 시끄러울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총장에게 보고할 만한 사항으로 판단해 보고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말 그대로 이화여대는 개교 이래 가장 시끄럽게 됐고 이화여대 구성원들이 130년에 걸쳐 이뤄온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아시안게임 메달 반영' 조금씩 다른 주장

논란은 면접시험 당일에도 계속된다. 111명이 지원했던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서는 직전 3년 동안의 수상 실적만을 평가하는 1차 심사에서 22명이 합격했다. 1명이 면접에 참석하지 않아 21명이 면접을 치렀다.

당시 입학처장은 "면접 장소에 입실할 때 저를 포함해 직원들도 본다. 정 양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학생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시간대에 맞춰서 오는지 봤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이 빨간색, 흰색이었는데 눈에 너무 확 띄더라. 기억이 정확지 않지만 분명한 건 3명은 단복을 입었다.

그리고 핸드백 가져오거나 가방을 메고 오는데 정유라는 박스를 가져왔다. 아주 크게. 정유라가 금메달을 가져왔는지는 보지 못했다. 면접 끝나고 나온 선생님들이 정 양 경우는 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장에 들어왔다고 해서 그 박스에 담아왔구나 알게 됐다. 메달을 가져온 학생들이 더 있는지 그건 모른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면접위원들에게 안내했느냐는 질문에 "단복 입은 학생 중에는 메달리스트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나머지 면접 응시자 중에도 다 검색해 보진 않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사람은 정 양 말고도 있다는 건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화여대의 경위서는 좀 다르다. "입학처장이 면접대기장에서 목격한 수험생 중에는 선수단복을 착용한 수험생이 다수 있고 이들은 인천아시안게임 입상자로서 메달을 지참한 사실을 안내했다." 이렇게 돼 있다.

실제로 메달이 가져온 학생은 정유라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입학처장 본인도 저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화여대의 해명은 맞지 않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아시안게임 입상을 평가에 반영할지에 대한 일부 면접위원들의 질문에 "전형 취지상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 입학처장의 대답이다.


지난달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게시판에 익명으로 "당시 평가에 참여했던 일원으로…체대 평가장 입실 전 평가자들에게 안내할 때 입학처장 왈,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임"이라는 글이 올라왔던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정유라는 면접에서 1등을 했다. 모집요강 적힌 평가방법을 보더라도 1차 심사 80% + 면접 20%로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입시에서 20%면 얼마나 큰 비중인가. 서류 마감 이후에 딴 메달을 가져가든, 메달을 딴 사실을 언급하든 (그런 걸 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면) 입시에 임하는 학생은 정성평가인 면접에서 어떤 식으로든 본인의 뛰어남을 면접위원들에게 강조할 것이다.

그런데 입학처장이 그런 학생이 있다고 알려주고 점수에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가이드까지 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김연아, 박태환처럼 자신이 누군지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 국가대표 선수가 면접을 보러 간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많은 대학관계자들이 이번 사례를 명백한 입시 부정, 불공정한 입시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예체능 특기자 전형의 몇몇 부정적인 일들로 미술, 음악 과목은 녹화까지 하면서 면접을 보는데 이번 경우 같은 입시 관리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교수협의회 게시판의 익명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처장의 발언이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 못 함". 입학처장은 정유라가 면접 1등에 대해 "취지를 얘기한 것이고 면접위원들이 반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면접위원들이 반영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겠죠"라고 인정했다.

당시 체육과학부 교수 2명, 타 학과 교수 1명 등 모두 5명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특별한 학생' 정유라…이화여대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이화여대 15학번이 된 정유라는 학교 생활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계속 받는다. 아파서 쓰러질 정도라고 해서 수업에 나오지 않고도 학점을 받고 비속어를 섞어 쓰고 띄어쓰기는 제대로 되지도 않은 과제를 제출해도 오히려 교수의 첨삭까지 받는다. "참 잘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이렇게 설명하면 좋겠습니다" "과제물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차리리 과제 제출을 받은 건 양호하다. 교육부의 사전 조사에서 어떤 교수는 정유라에게 학점을 부여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가대표로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학생이라고 해도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다. 통상적인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 비춰보면 더더욱 상식에 맞지 않다.

그런데도 평균 학점은 1학년 1학기 0.11, 2학년 1학기 휴학, 2학년 1학기 2.27, 2학년 계절학기 3.3으로 계속 올랐다. 때마침 이화여대는 지난 6월 국제대회 출전 서류 등으로 출석 인정이 되도록 학칙을 바꿨고 이를 소급적용하는 부칙도 달았다. 어머니가 찾아와 항의한 뒤 지도교수가 바뀌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학사 특혜에 연루된 교수들이 정유라 입학을 전후로 학교의 보직을 맡고 정부가 주는 연구를 몰아서 받은 것이 입학 보은 대가 아니냐는 의혹, 교육부의 올해 대학재정지원사업 9개 가운데 이화여대가 8개를 따냈는데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이화여대는 왜 정유라를 계속 특별한 학생으로 대했을까?

불공정 사회의 표상 돼 버린 '최순실 씨와 딸'

이화여대는 입학 특혜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유라 입학 과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대학가와 감사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교육부 관계자들조차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전형이 담긴 문건을 최 씨 측에 전달한 사람이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화여대 측이 정유라의 수시전형 응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주까지로 예정된 교육부의 이화여대 특별감사는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입시 취소까지 될지, 교직원들에 대한 징계 권고에 그칠지, 검찰 고발이 필요한 사안으로 결론이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교육부가 이화여대에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 온 국민을 화나게 한 촉매제가 됐던 게 바로 딸의 학교와 관련된 온갖 의혹들이었다.

열흘 뒤면 60만 명의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은 168만 명에 달한다. 최순실 씨와 딸, 그들은 불공정 사회의 표상이 돼 버렸고 그들을 통해 불공정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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