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회에 볼넷 던져”…은밀한 ‘승부 조작’

입력 2016.11.09 (08:27) 수정 2016.11.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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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로 지난주 두산의 우승으로 프로야구가 이번 시즌 막을 내렸습니다.

사상 최초 8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프로야구는 이번 시즌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그제 프로야구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전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관여했다고 밝힌 겁니다.

주로 투수들이 참여했는데 경기 초반 특정 선수에게 볼넷을 주는 식으로 승부조작은 은밀하게 이뤄졌습니다.

해당 구단은 소속 선수가 승부를 조작한 사실을 알고도 다른 팀으로 이적시켜 몸값까지 챙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프로야구판에 불어닥친 승부조작의 전말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2014년 7월 4일. NC와 LG의 경기.

당시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이성민 선수가 선발 투수로 출전했습니다.

이성민은 1회 초 상대팀 오지환 선수에게 볼넷을 내줍니다.

경기 중에 투수가 볼넷을 허용하는 건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투수가 제구 잘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거나 타자가 투수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투수가 일부러 특정 타자와 대결을 피하려고 일부러 볼넷을 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이 일상적인 볼넷 상황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7월 4일 날 (선수가) LG 전에 강하니까 LG 전에 선발로 나간다. (하니깐) 그때 브로커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베팅해서 (돈을) 딴 다음에 같이 나누자 이런 식으로 제의해서 하게 된 겁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와 미리 짜고 이성민 선수가 1회 초 특정 선수에게 볼넷을 주기로 일을 꾸민 겁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경기의 승패에 따라 돈을 걸기도 하지만 1회 초 어떤 선수에게 볼넷을 주는지, 혹은 투수가 던지는 첫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에도 돈을 걸 수 있게 해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선에서 1회 초 볼넷이라는 은밀한 승부 조작이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대부분이 승부 조작은 3회 이전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회 넘어서 만약에 그런 볼넷이 많다면 강판을 당할 수 있어서…….”

이 볼넷의 대가로 이성민 선수는 브로커로부터 300만 원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그제 이성민 선수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성민 선수에게 브로커가 철저한 계획 아래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전주하고 브로커하고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 있었다 하더라고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돈 벌어 보자 해서 친구를 통해서 선수에게 접근했다고 하더라고요.”

브로커는 지인을 통해 의도적으로 이성민 선수와 접근했고, 시간을 투자해 관계를 다져나갔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장시간 몇 개월에서 1년 정도 계속 투자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지 않습니까. 그럼 같이 술 한 잔 마시면서 “나 오늘 이런 데 한 번 베팅했는데 너 언제 나오냐” 이런 식으로 제의하고 거기에 본인들이 (동의해서) 승부조작이 된 거죠.”

처음엔 자신의 접근 의도를 숨겼던 브로커는 친분이 쌓였단 생각이 들자 은밀히 승부조작을 제안한 겁니다.

지난 7월 승부 조작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유창식 선수 역시 브로커와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브로커) A 모 씨는 불법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게 되자, 평소 신분이 있던 프로야구 (유창식) 선수에게 2회에 걸쳐 300만 원을 주고 승부조작을 제의하였고…….”

유창식 선수와 평소 가깝게 지내온 브로커는 현직 프로 야구 선수의 친형으로 2회에 걸쳐 승부조작을 제의했습니다.

유창식 선수는 이 제안을 받고 지난 4월 1일 삼성전과 4월 19일 LG전 두 경기에서 1회에 볼넷을 내주는 승부조작을 벌인 겁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유창식 선수는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애초 승부조작 사실을 스스로 털어놨던 유창식 선수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유창식 선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자신이 출전한 경기를 두고 1억 5천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2년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조작 사건 이후 4년. 또다시 불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

야구팬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박용진(26세 야구 팬) : “서로의 기량과 실력을 겨루는 경기인데 거기에서조차 돈으로 승부를 샀다는 게 밝혀지니까 개인적으로 허탈하고 노력보다도 돈이 더 중요한 건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인터뷰> 노영길(21세 야구 팬) : “조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포츠의 신뢰도를 많이 떨어트리다 보니까 팬심도 약간 떨어지게 되고, 스포츠에 대한 애정도 떨어지게 되고…….”

그렇다면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구단 측은 그제 경찰 발표가 있기 전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NC구단 측은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을 지난 10월, 이미 알고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자기가 (이성민) 선수가 승부조작을 해서 베팅을 했는데 돈을 잃었다. 브로커는 누구라는 것까지 지명하면서 구단에 전화했습니다. 그래서 어떡할 거냐 (하면서) 구단에 협박성 전화를 했고요.”

황당하게도 이성민 선수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했던 브로커가 직접 구단에 전화를 걸어 승부조작 사실을 빌미로 구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구단에서 그 전화를 받고 나서 선수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고요. (이성민) 선수도 처음에 자기가 극구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잃은 사람을 전주라고 하는데 그 친구가 자기 통장을 구단에 주고 나니깐 시인을 했다.”

NC 구단은 이성민 선수의 승부 조작을 확인했지만 이 사실을 한국야구협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성민을 신생구단인 KT로 이적시켜 몸값 10억 원까지 챙겼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구단에서 어떻게 할 건가 대책 회의를 하고 그 대책 회의한 내부 자료를 저희가 압수해서 자료를 확보한 부분이고요. 내용을 보면 형사 처분할 건가, 방출할 건가, 트레이드 시킬까, 군에 보낼 건가 하는 요런 내용이 있습니다.”

승부조작 의혹을 몰랐던 KT가 10억 원이나 들여 이성민 선수를 데려온 만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 모 단장과 김 모 운영본부장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NC 구단 측은 구단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추후 적절한 방법을 통해 소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7명을 포함해 21명을 도박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브로커 1명을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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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회에 볼넷 던져”…은밀한 ‘승부 조작’
    • 입력 2016-11-09 08:38:45
    • 수정2016-11-09 0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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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바로 지난주 두산의 우승으로 프로야구가 이번 시즌 막을 내렸습니다.

사상 최초 8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프로야구는 이번 시즌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그제 프로야구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전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관여했다고 밝힌 겁니다.

주로 투수들이 참여했는데 경기 초반 특정 선수에게 볼넷을 주는 식으로 승부조작은 은밀하게 이뤄졌습니다.

해당 구단은 소속 선수가 승부를 조작한 사실을 알고도 다른 팀으로 이적시켜 몸값까지 챙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프로야구판에 불어닥친 승부조작의 전말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2014년 7월 4일. NC와 LG의 경기.

당시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이성민 선수가 선발 투수로 출전했습니다.

이성민은 1회 초 상대팀 오지환 선수에게 볼넷을 내줍니다.

경기 중에 투수가 볼넷을 허용하는 건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투수가 제구 잘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거나 타자가 투수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투수가 일부러 특정 타자와 대결을 피하려고 일부러 볼넷을 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이 일상적인 볼넷 상황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7월 4일 날 (선수가) LG 전에 강하니까 LG 전에 선발로 나간다. (하니깐) 그때 브로커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베팅해서 (돈을) 딴 다음에 같이 나누자 이런 식으로 제의해서 하게 된 겁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와 미리 짜고 이성민 선수가 1회 초 특정 선수에게 볼넷을 주기로 일을 꾸민 겁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경기의 승패에 따라 돈을 걸기도 하지만 1회 초 어떤 선수에게 볼넷을 주는지, 혹은 투수가 던지는 첫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에도 돈을 걸 수 있게 해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선에서 1회 초 볼넷이라는 은밀한 승부 조작이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대부분이 승부 조작은 3회 이전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회 넘어서 만약에 그런 볼넷이 많다면 강판을 당할 수 있어서…….”

이 볼넷의 대가로 이성민 선수는 브로커로부터 300만 원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그제 이성민 선수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성민 선수에게 브로커가 철저한 계획 아래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전주하고 브로커하고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 있었다 하더라고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돈 벌어 보자 해서 친구를 통해서 선수에게 접근했다고 하더라고요.”

브로커는 지인을 통해 의도적으로 이성민 선수와 접근했고, 시간을 투자해 관계를 다져나갔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장시간 몇 개월에서 1년 정도 계속 투자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지 않습니까. 그럼 같이 술 한 잔 마시면서 “나 오늘 이런 데 한 번 베팅했는데 너 언제 나오냐” 이런 식으로 제의하고 거기에 본인들이 (동의해서) 승부조작이 된 거죠.”

처음엔 자신의 접근 의도를 숨겼던 브로커는 친분이 쌓였단 생각이 들자 은밀히 승부조작을 제안한 겁니다.

지난 7월 승부 조작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유창식 선수 역시 브로커와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브로커) A 모 씨는 불법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게 되자, 평소 신분이 있던 프로야구 (유창식) 선수에게 2회에 걸쳐 300만 원을 주고 승부조작을 제의하였고…….”

유창식 선수와 평소 가깝게 지내온 브로커는 현직 프로 야구 선수의 친형으로 2회에 걸쳐 승부조작을 제의했습니다.

유창식 선수는 이 제안을 받고 지난 4월 1일 삼성전과 4월 19일 LG전 두 경기에서 1회에 볼넷을 내주는 승부조작을 벌인 겁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유창식 선수는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애초 승부조작 사실을 스스로 털어놨던 유창식 선수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유창식 선수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자신이 출전한 경기를 두고 1억 5천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2년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조작 사건 이후 4년. 또다시 불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

야구팬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박용진(26세 야구 팬) : “서로의 기량과 실력을 겨루는 경기인데 거기에서조차 돈으로 승부를 샀다는 게 밝혀지니까 개인적으로 허탈하고 노력보다도 돈이 더 중요한 건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인터뷰> 노영길(21세 야구 팬) : “조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포츠의 신뢰도를 많이 떨어트리다 보니까 팬심도 약간 떨어지게 되고, 스포츠에 대한 애정도 떨어지게 되고…….”

그렇다면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구단 측은 그제 경찰 발표가 있기 전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NC구단 측은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을 지난 10월, 이미 알고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자기가 (이성민) 선수가 승부조작을 해서 베팅을 했는데 돈을 잃었다. 브로커는 누구라는 것까지 지명하면서 구단에 전화했습니다. 그래서 어떡할 거냐 (하면서) 구단에 협박성 전화를 했고요.”

황당하게도 이성민 선수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했던 브로커가 직접 구단에 전화를 걸어 승부조작 사실을 빌미로 구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구단에서 그 전화를 받고 나서 선수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고요. (이성민) 선수도 처음에 자기가 극구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잃은 사람을 전주라고 하는데 그 친구가 자기 통장을 구단에 주고 나니깐 시인을 했다.”

NC 구단은 이성민 선수의 승부 조작을 확인했지만 이 사실을 한국야구협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성민을 신생구단인 KT로 이적시켜 몸값 10억 원까지 챙겼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 “구단에서 어떻게 할 건가 대책 회의를 하고 그 대책 회의한 내부 자료를 저희가 압수해서 자료를 확보한 부분이고요. 내용을 보면 형사 처분할 건가, 방출할 건가, 트레이드 시킬까, 군에 보낼 건가 하는 요런 내용이 있습니다.”

승부조작 의혹을 몰랐던 KT가 10억 원이나 들여 이성민 선수를 데려온 만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 모 단장과 김 모 운영본부장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NC 구단 측은 구단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추후 적절한 방법을 통해 소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7명을 포함해 21명을 도박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브로커 1명을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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