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있어도…국회의원 골프장 할인은 무죄?

입력 2016.11.14 (14:19) 수정 2016.11.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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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 날(10월 29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할인 가격으로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던 지난 11일 국민권익위가 이런 내용의 보도 참고 자료를 내놨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라고 해도 1회 100만 원 이하, 1년에 300만 원 이하의 골프 접대는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골프 라운딩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 조문을 보자. 김영란법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상한액(100만원-3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권익위의 법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권익위의 소극적인 법 해석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권익위는 보도참고 자료에서 "업무 관련성은 국회의원의 소속 상임위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접대 업체들과 업무 관련성이 적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1회에 100만 원까지 금품 수수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권한과 업무를 감안할 때 이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 기관임을 감안하면 국회 의원의 직무 관련성은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은 특정 상임위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상임위와 관계없이 입법 활동을 하고,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국정조사, 각종 예산안 심의 등도 영역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라운딩 참여 의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국토교통위, 예결위 등 소속 의원으로 직무 관련성까지 높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의원들은 해명에 나섰다.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은 해명 자료를 통해 "그린피 14만원을 각자 결제했다"면서 "해당 골프장의 정상 요금이 16만 원이지만, 예약 상황에 따라 일반인에게도 14만 원까지 할인을 해준다. 국회 의원에 대한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업무 관련성이 설사 있더라도 1인당 2만 원씩 할인을 받았다면 시행령에 규정한 3-5-10만 원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과 시행령에 의하면 직무 관련이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3만 원(음식), 5만 원(선물), 10만 원(경조사비)까지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대한 해석은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권익위 해석을 보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5000원짜리 카카오톡 커피 상품권을 쏘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권익위는 밝힌 바 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호의로 선물을 제공할 때는 구체적인 청탁은 없더라도 교사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볼 (대가성)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5000원짜리 카톡 상품권도 안된다는 게 권익위의 일관된 해석이다.

[연관기사] ☞ 카네이션 한 송이도?… 학교 현장의 김영란법

이에 대해 윤상목 변호사는 "제자가 담임교사에게 1,000원짜리 카네이션 한 송이를 주는 건 대가성이 있어 금지되고, 골프장에서 국회의원에게 그린피 2만 원을 깎아주는 거는 대가성이 없다고 보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권익위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계부처 합동 해석지원 TF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골프장 할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더 논의해 볼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골프 라운딩 후 이뤄진 식사 모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당시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국회의원들과 지방 의원들의 간담회를 겸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나온 식비는 48만 원으로 제천시 의원이 직불카드로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시의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자리였다"며 "참석자가 20명이 넘어 1인당 식사 비용도 2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무 관련성도 없었고, 설마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3만원-5만원-10만원의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초등학교 교사에게 카네이션이 허용되지 않는 논리를 적용하면 문제 소지가 없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고, 예산이나 각종 민원을 처리해주는 갑 중의 갑이다. 대가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구조다.

혼란의 김영란법

이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위반 여부, 법 조항 해석 등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아직 관련 판결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관마다, 사람마다 해석도 엇갈린다.

법 저촉 여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직무 관련성의 경우 중요한 처벌 기준이지만, 자칫하면 비도덕적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골프 라운딩 사례에서 보듯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직무 관련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골프 접대 정도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조문만 놓고 보면 김영란법은 빠져나갈 구멍도 많고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현재 권익위의 유권해석 방향도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써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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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있어도…국회의원 골프장 할인은 무죄?
    • 입력 2016-11-14 14:19:17
    • 수정2016-11-14 14:41:36
    취재K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 날(10월 29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할인 가격으로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던 지난 11일 국민권익위가 이런 내용의 보도 참고 자료를 내놨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라고 해도 1회 100만 원 이하, 1년에 300만 원 이하의 골프 접대는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골프 라운딩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 조문을 보자. 김영란법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상한액(100만원-3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권익위의 법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권익위의 소극적인 법 해석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권익위는 보도참고 자료에서 "업무 관련성은 국회의원의 소속 상임위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접대 업체들과 업무 관련성이 적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1회에 100만 원까지 금품 수수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권한과 업무를 감안할 때 이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 기관임을 감안하면 국회 의원의 직무 관련성은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은 특정 상임위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상임위와 관계없이 입법 활동을 하고,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국정조사, 각종 예산안 심의 등도 영역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라운딩 참여 의원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국토교통위, 예결위 등 소속 의원으로 직무 관련성까지 높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의원들은 해명에 나섰다.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은 해명 자료를 통해 "그린피 14만원을 각자 결제했다"면서 "해당 골프장의 정상 요금이 16만 원이지만, 예약 상황에 따라 일반인에게도 14만 원까지 할인을 해준다. 국회 의원에 대한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업무 관련성이 설사 있더라도 1인당 2만 원씩 할인을 받았다면 시행령에 규정한 3-5-10만 원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과 시행령에 의하면 직무 관련이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3만 원(음식), 5만 원(선물), 10만 원(경조사비)까지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대한 해석은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권익위 해석을 보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5000원짜리 카카오톡 커피 상품권을 쏘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권익위는 밝힌 바 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호의로 선물을 제공할 때는 구체적인 청탁은 없더라도 교사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볼 (대가성)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5000원짜리 카톡 상품권도 안된다는 게 권익위의 일관된 해석이다. [연관기사] ☞ 카네이션 한 송이도?… 학교 현장의 김영란법 이에 대해 윤상목 변호사는 "제자가 담임교사에게 1,000원짜리 카네이션 한 송이를 주는 건 대가성이 있어 금지되고, 골프장에서 국회의원에게 그린피 2만 원을 깎아주는 거는 대가성이 없다고 보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권익위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계부처 합동 해석지원 TF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골프장 할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더 논의해 볼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골프 라운딩 후 이뤄진 식사 모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당시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국회의원들과 지방 의원들의 간담회를 겸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나온 식비는 48만 원으로 제천시 의원이 직불카드로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시의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자리였다"며 "참석자가 20명이 넘어 1인당 식사 비용도 2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무 관련성도 없었고, 설마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3만원-5만원-10만원의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초등학교 교사에게 카네이션이 허용되지 않는 논리를 적용하면 문제 소지가 없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고, 예산이나 각종 민원을 처리해주는 갑 중의 갑이다. 대가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구조다. 혼란의 김영란법 이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위반 여부, 법 조항 해석 등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아직 관련 판결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관마다, 사람마다 해석도 엇갈린다. 법 저촉 여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직무 관련성의 경우 중요한 처벌 기준이지만, 자칫하면 비도덕적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골프 라운딩 사례에서 보듯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직무 관련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골프 접대 정도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조문만 놓고 보면 김영란법은 빠져나갈 구멍도 많고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현재 권익위의 유권해석 방향도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써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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