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청와대가 만들어준 영웅 ‘가토’?

입력 2016.11.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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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임진왜란 당시 선봉에 섰던 왜장의 이름이다. '가토'가 영웅?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려고 하는 '가토'는 그 옛날의 적장이 아닌,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 이후 일본에서 다시 조명받으며 강의에 바쁜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말한다.

16일 도쿄 외신기자클럽 초청으로 가토 전 서울지국장의 초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각국의 특파원들이 모인 자리, 가토 전 지국장은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경위와 본인의 생각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저는 500여 시간의 재판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박 대통령 자신이 산케이 칼럼 스캔들에 대한 판단, 대응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혹시 박 대통령 자신의 판단이 아닌 주변의 유력한 조언자가 정한 조언에 따라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당시 문제가 돼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던 칼럼(2014년 8월 3일 자)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다시 읽어봐도 사실, 팩트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

내용 대부분이 당시 조선일보의 2014년 7월 18일 자 칼럼을 인용하는 수준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소문이 있었고, 이를 조선일보가 칼럼에서 다뤘다. 그리고 내용은 이러저러하다며 말을 덧붙이는 수준이다. 다른 신문의 인용과 '카더라 통신'의 적절한 배합이 이뤄진 듯한 수준이다. 가토 기자 본인도 이 칼럼이 그 토록 청와대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싸움 상대는 청와대의 홍보를 담당하는 수석과 보좌진, 그리고 돈을 받고 이러저러한 성명을 내고 괴롭히던 밖의 단체들이었습니다. 이 단체들은 민간단체로 제 3자지만 검찰청에 고발장을 냈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가토 영웅 만들기의 시작이 누구로부터 됐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최태민, 최순실, 정윤회의 이름이 칼럼에 언급된 것만으로 청와대의 분노를 산 것 같다는 가토 기자의 말이다. 여기에 검찰은 대통령을 명예훼손했다며 기소라는 형사 처벌적 잣대를 들이댄다.

"검사가 요구한 것은 사죄와 기사 취소였습니다...(중략)...그후 검찰의 조사는 산케이 신문에 대한 사죄 요구, 기사 취소,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유감 표명은 안 되는지, 조금이나마 산케이 측의 잘못을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 검찰은 그것을 성과로 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를 보고해 청와대로부터 칭찬받고 싶어한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하게 됐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왜 그럼 청와대는 그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검찰은 무리한 수사(후에 가토 기자는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검찰에서 조사 중에 가토 용의자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인맥에 대해 어떤 근거, 어떤 취재를 통해 썼는가. 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라고 추궁당했습니다....(중략)...이것이 박 정권 최대의 금기 사항이 아닌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여러 외신 기자들에 사이에 몇 안 되는 한국 기자로서 앉아 있는 동안 한국 정부와 사법 시스템의 비합리성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듯한 부끄러운 느낌이 기자회견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비합리성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칼럼을 주목받는 기사로, 작성자를 언론 자유의 '영웅'으로 만들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8월과 2016년 11월,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러난 인과관계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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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청와대가 만들어준 영웅 ‘가토’?
    • 입력 2016-11-17 18:09:26
    취재후·사건후
'가토' 임진왜란 당시 선봉에 섰던 왜장의 이름이다. '가토'가 영웅?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려고 하는 '가토'는 그 옛날의 적장이 아닌,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 이후 일본에서 다시 조명받으며 강의에 바쁜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말한다.

16일 도쿄 외신기자클럽 초청으로 가토 전 서울지국장의 초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각국의 특파원들이 모인 자리, 가토 전 지국장은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경위와 본인의 생각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저는 500여 시간의 재판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박 대통령 자신이 산케이 칼럼 스캔들에 대한 판단, 대응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혹시 박 대통령 자신의 판단이 아닌 주변의 유력한 조언자가 정한 조언에 따라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당시 문제가 돼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던 칼럼(2014년 8월 3일 자)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다시 읽어봐도 사실, 팩트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

내용 대부분이 당시 조선일보의 2014년 7월 18일 자 칼럼을 인용하는 수준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소문이 있었고, 이를 조선일보가 칼럼에서 다뤘다. 그리고 내용은 이러저러하다며 말을 덧붙이는 수준이다. 다른 신문의 인용과 '카더라 통신'의 적절한 배합이 이뤄진 듯한 수준이다. 가토 기자 본인도 이 칼럼이 그 토록 청와대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싸움 상대는 청와대의 홍보를 담당하는 수석과 보좌진, 그리고 돈을 받고 이러저러한 성명을 내고 괴롭히던 밖의 단체들이었습니다. 이 단체들은 민간단체로 제 3자지만 검찰청에 고발장을 냈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가토 영웅 만들기의 시작이 누구로부터 됐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최태민, 최순실, 정윤회의 이름이 칼럼에 언급된 것만으로 청와대의 분노를 산 것 같다는 가토 기자의 말이다. 여기에 검찰은 대통령을 명예훼손했다며 기소라는 형사 처벌적 잣대를 들이댄다.

"검사가 요구한 것은 사죄와 기사 취소였습니다...(중략)...그후 검찰의 조사는 산케이 신문에 대한 사죄 요구, 기사 취소,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유감 표명은 안 되는지, 조금이나마 산케이 측의 잘못을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 검찰은 그것을 성과로 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를 보고해 청와대로부터 칭찬받고 싶어한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하게 됐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왜 그럼 청와대는 그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검찰은 무리한 수사(후에 가토 기자는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검찰에서 조사 중에 가토 용의자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인맥에 대해 어떤 근거, 어떤 취재를 통해 썼는가. 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라고 추궁당했습니다....(중략)...이것이 박 정권 최대의 금기 사항이 아닌가 인식하게 되었습니다"(16일 기자 회견 중)

여러 외신 기자들에 사이에 몇 안 되는 한국 기자로서 앉아 있는 동안 한국 정부와 사법 시스템의 비합리성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듯한 부끄러운 느낌이 기자회견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비합리성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칼럼을 주목받는 기사로, 작성자를 언론 자유의 '영웅'으로 만들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8월과 2016년 11월,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러난 인과관계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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