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이 집중된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재단 설립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합계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당부합니다.
<녹취> 대통령 간담회(2015년 7월) : "혁신센터를 사회공헌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또다른 동력으로 생각하시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행사 직후 대통령은 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납니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한화와 한진, CJ 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미르 재단이 설립되기 석달 전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CJ 등 53개 기업이 460억 원 정도의 출연금 증서를 작성합니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독대한 7개 대기업이 낸 액수는 340여 억 원, 전체 출연금의 70%가 넘습니다.
미르재단과 쌍둥이라 불리는 K-스포츠 재단 역시 이들 대기업에서 280억 여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재단 기부금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이 박대통령과 다시 독대한 뒤 현대자동차는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비 62억 원을 몰아줍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을 통해 플레이그라운드 홍보물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입찰 참여업체(음성변조) : "(현대기아차) 실무자들도 사실은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었어요. 위에서 떨어진 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현대차그룹은 검찰 조사 내용을 확인해줄 순 없고, 다만 직접 입금한 금액은 13억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최 씨와 안 수석의 강요로 차 씨에게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려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KT도 차 씨의 지인을 임원으로 앉히고 차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줬는데, 임원 채용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재단 기부금 45억 원과 별도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던 롯데 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이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녹취> 롯데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체육 관련해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부문에 저희가 자금을 지원을 한 거고요. 그쪽에서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걸 저희가 수용을 한 부분이고...그런데 땅을 불하받는 과정에서 일그러진 모양이더라고요. 사업이 흐트러지면서 다시 저희한테 돈을 돌려 준 상황이었고요."
검찰은 공소장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 독대 이후 박 대통령이 롯데가 돈을 내기로 했으니 챙기라는 지시를 안 수석에게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롯데그룹에게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검찰은 70억원 지원에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간 수사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단 기부금과 별도로 지원을 하거나 요구받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승마협회입니다.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녹취> 승마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까 지금은 저희가 말씀드릴만한 게 없어요."
한화가 맡고 있던 승마협회를 삼성이 이어받은 건 지난해 3월입니다.
당시 삼성은 럭비와 테니스팀을 해체하고 프로축구 예산을 줄였습니다.
어려울 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프로야구에까지 지갑을 닫았던 때 입니다.
그런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떠맡은 이유는 뭘까.
삼성은 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이른바 2014년 11월 빅딜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한화하고 화학계역 빅딜을 하잖아요빅딜을 할 때 한화에서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승마협회를 좀 삼성에서 받아가라..이제 (승마협회)갖고가라 그 얘기를 하니까 뭐 큰 저거는 (문제는)아니었으니까."
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화 측에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너무 속 썩여갖고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그거 아니에요 그 집(한화) 아들도 승마로 덕 볼 건 다 덕 본것 같고 손 떼고 싶었겠지."
한화 측은 승마협회를 넘기는 건 인수 조건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화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승마협회장에서 안하려고 하는데 삼성 생각이 있느냐 정도의 의중을 물어볼 수 있었겠죠 근데 굳이 뭐 계약 조건에, 우리가 삼성 4사를 1조 9천억 원에 인수하는데 승마협회를 삼성이 가져간다 이런 거는 없었죠."
비밀스럽게 이뤄진 인수협상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 최순실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종소(전 전북승마협회장) : "처음엔 KT나 삼성이 들어와서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는 KT는 못 맡는다 야구단을 창설하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해야 하니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했는데 누구하나 승마인들은 못 믿었는데 그대로 이뤄지더라고요."
지난해 9월 승마협회를 맡은 삼성전자는 최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소유한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 우리 돈으로 35억 원을 보냈습니다.
코레스포츠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입니다.
<녹취>삼성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협회로 줄 수 있는 돈을 왜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어서?) 그런 계획이 협회에서 원래 있긴 있었대요 원래부터 (유망주)여섯명 뽑아서 이렇게 하는 부분이..."
최순실은 이 돈으로 딸 정류라가 탈 10억 원짜리 말을 구입하고 7억원을 들여 호텔도 인수했습니다.
<녹취> 승마 관계자(음성변조) : "최순실의 딸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걔를 의식해서 멍석을 깔아놓은 듯한 그런것이 보이잖아요 삼성에서 알아서 기어가지고 잘 보이려고..."
지난 2월에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SK 측에 SK의 해외 법인을 통해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비덱코리아 계좌로 80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 측은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회사를 방문했고 80억 원이 아닌 30억 원을 매년 10억 원 씩 3차례로 나눠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절의 뜻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은 18개 그룹 소속 53개 회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낸 출연금은 자산규모와 거의 비례합니다.
대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낼 기부 액수를 맞추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할당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삼성물산이 낸 이유도 삼성 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한꺼번에 내기 어려우니까 나눠낸 거고 현대건설이 안 낸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까지 안 내도 되겠다고 해서 안 낸거고..."
대기업 측은 억울함을 하소연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사정기관이든 국세청이든 회사 문 안으로 한발자국만 들어와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 불편한 거거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와주세요 하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하는거지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다는 거지."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기업들은 안종범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출연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선의의 기부였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무거운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에도 다 그런 명목의 돈이 있거든요 그걸 냈다고 주장하고 그 다음 대통령도 지금 사과 성명에서 선의로 기업들이 돈을 냈다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술만 가지고는 뇌물공여 입증이 힘들겁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느냐 무산되느냐로 고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CJ는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았습니다.
<녹취> 조원동(전 청와대 경제수석/MBN 제공) :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VIP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쉬라는데요. 그이상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중간에서 확실하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CJ그룹은 기부금으론 13억 원을 냈지만 지난해 말 K컬쳐밸리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햇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대기업들은 각 그룹이 당면한 현안을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뭐 누굴 만나면 회장님한테 만나면 각 공장 가서 보고드리거나 현안들 얘기하는 거지 그거를 누구한테 해결해 달라고 그런 차원은 아닌것 같은데 일반적인 일이라고 보셔야 되는데..."
SK와 CJ는 이 자리에서 총수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현대자동차는 노사문제를 그룹의 현안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대통령 독대를 통해서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을 듣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해줄 수 있겠다라는 언질이 있었고 그리고 거기에 자금을 공유해 줬다면 이것은 정말 국기를 흔드는 아주 매우 막중한 사안으로 보고있습니다."
앞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집중될 부분은 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녹취> 2차 대국민 담화 :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찰은 권력을 등에 업고 재벌의 약점을 파고든 최순실의 전횡 의혹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며 최순실 등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수사특별본부장) :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근거자료 근거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기업들에 대해서 어떤 금품을 내라고 한 거, 그건 사실 대통령의 권한을 갖다가 남용한 거죠. 원래는 대통령들이 기업들한테 돈내놓으라고 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닙니까?"
관건은 제 3자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입니다.
박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특혜를 약속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서는 빠져있지만 특검 시작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 : "제 3자 뇌물수수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아주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청탁 또는 댓가성. 이런 것들이 인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보기에는 기업을 조사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못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연국(청와대 대변인) :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채 상상과 추측을 근거로 지은 사상 누각일 분입니다. "
지난 1988년 열린 5공화국 비리 청문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일해재단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 "저는 솔직히 얘기해서 1차는 날아갈 듯이 냈고 2차는 이치가 맞으니까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내라고 그러니까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습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 등의 명목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을 앞세워 대기업으로부터 84년부터 3년 동안 598억 원을 거뒀습니다.
1989년 검찰은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없었고, 특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계 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가 해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신은경(앵커) : "국제그룹 해체는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1995년 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故양정모(전 국제그룹 회장/판결 직후 인터뷰) : "지나고 보니까 삼청교육대 그 당시 정보교육부, 다른 기관에 끌려가서 내가 항거라도 했으면 지금 살아있을런지, 없을런지조차 모르죠.
1995년 11월,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였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낸 재벌 총수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국민앞에 고개를 숙인 겁니다.
이때 기업들은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인터뷰> 황정현(당시 전경련 부회장) :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영, 기업 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 속에 국민과 함께 하는 기업인 상을 이루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어떤 명분이든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재삼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사그라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이나 자발적 모금 형태로 걷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옛날처럼 협박해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주게끔 만드는 그런 문화가 되지 않았나, 당연히 지원은 해줘야 되는데, 끊임없이 지원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동반성장기금과 미소금융 재원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조원이 넘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청년희망펀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에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출연됐습니다.
기업들이 지난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낸 준소세는 20조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낸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실제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기부금은 지난해 1조 659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7%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부금이라는 건 우리가 준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요, 실제로 이번에 보면은 1500억 가량이 전년도에 비해서 늘었는데, 절반정도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의 특성입니다. 재벌이 세습을 한다든지, 또는 경영권을 확장할 때 불법 편법을 많이 동원하게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항상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약점이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가 되겠고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기업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엄정한 회계감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 소지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10억원 이상 낸 23개 그룹에 대해서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데, 구체적으로 자금을 낸 기업들을 내용을 보니까 이사회를 거친 경우는 한 군데 밖에 없었어요. 사실상 거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공유했다는 그런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해당 경영진을 곧바로 퇴출시키는 이른바 '기업형 김영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경유착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주주와 기업의 종업원을 포함한 국민들입니다.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광의의 또는 정치자금, 나쁜 공동 범죄에 해당되는 거는 사실 대주주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거기 때문에 이거는 굉장히 나쁘고, 기업 전체에도 사실은 부정적인 영향, 그러니까 대주주에 좋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에 좋은 건 아니거든요."
전대 미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수십년 째 이어진 재벌과 권력의 부당 거래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재단 설립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합계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당부합니다.
<녹취> 대통령 간담회(2015년 7월) : "혁신센터를 사회공헌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또다른 동력으로 생각하시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행사 직후 대통령은 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납니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한화와 한진, CJ 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미르 재단이 설립되기 석달 전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CJ 등 53개 기업이 460억 원 정도의 출연금 증서를 작성합니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독대한 7개 대기업이 낸 액수는 340여 억 원, 전체 출연금의 70%가 넘습니다.
미르재단과 쌍둥이라 불리는 K-스포츠 재단 역시 이들 대기업에서 280억 여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재단 기부금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이 박대통령과 다시 독대한 뒤 현대자동차는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비 62억 원을 몰아줍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을 통해 플레이그라운드 홍보물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입찰 참여업체(음성변조) : "(현대기아차) 실무자들도 사실은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었어요. 위에서 떨어진 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현대차그룹은 검찰 조사 내용을 확인해줄 순 없고, 다만 직접 입금한 금액은 13억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최 씨와 안 수석의 강요로 차 씨에게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려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KT도 차 씨의 지인을 임원으로 앉히고 차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줬는데, 임원 채용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재단 기부금 45억 원과 별도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던 롯데 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이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녹취> 롯데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체육 관련해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부문에 저희가 자금을 지원을 한 거고요. 그쪽에서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걸 저희가 수용을 한 부분이고...그런데 땅을 불하받는 과정에서 일그러진 모양이더라고요. 사업이 흐트러지면서 다시 저희한테 돈을 돌려 준 상황이었고요."
검찰은 공소장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 독대 이후 박 대통령이 롯데가 돈을 내기로 했으니 챙기라는 지시를 안 수석에게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롯데그룹에게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검찰은 70억원 지원에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간 수사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단 기부금과 별도로 지원을 하거나 요구받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승마협회입니다.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녹취> 승마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까 지금은 저희가 말씀드릴만한 게 없어요."
한화가 맡고 있던 승마협회를 삼성이 이어받은 건 지난해 3월입니다.
당시 삼성은 럭비와 테니스팀을 해체하고 프로축구 예산을 줄였습니다.
어려울 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프로야구에까지 지갑을 닫았던 때 입니다.
그런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떠맡은 이유는 뭘까.
삼성은 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이른바 2014년 11월 빅딜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한화하고 화학계역 빅딜을 하잖아요빅딜을 할 때 한화에서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승마협회를 좀 삼성에서 받아가라..이제 (승마협회)갖고가라 그 얘기를 하니까 뭐 큰 저거는 (문제는)아니었으니까."
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화 측에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너무 속 썩여갖고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그거 아니에요 그 집(한화) 아들도 승마로 덕 볼 건 다 덕 본것 같고 손 떼고 싶었겠지."
한화 측은 승마협회를 넘기는 건 인수 조건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화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승마협회장에서 안하려고 하는데 삼성 생각이 있느냐 정도의 의중을 물어볼 수 있었겠죠 근데 굳이 뭐 계약 조건에, 우리가 삼성 4사를 1조 9천억 원에 인수하는데 승마협회를 삼성이 가져간다 이런 거는 없었죠."
비밀스럽게 이뤄진 인수협상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 최순실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종소(전 전북승마협회장) : "처음엔 KT나 삼성이 들어와서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는 KT는 못 맡는다 야구단을 창설하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해야 하니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했는데 누구하나 승마인들은 못 믿었는데 그대로 이뤄지더라고요."
지난해 9월 승마협회를 맡은 삼성전자는 최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소유한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 우리 돈으로 35억 원을 보냈습니다.
코레스포츠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입니다.
<녹취>삼성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협회로 줄 수 있는 돈을 왜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어서?) 그런 계획이 협회에서 원래 있긴 있었대요 원래부터 (유망주)여섯명 뽑아서 이렇게 하는 부분이..."
최순실은 이 돈으로 딸 정류라가 탈 10억 원짜리 말을 구입하고 7억원을 들여 호텔도 인수했습니다.
<녹취> 승마 관계자(음성변조) : "최순실의 딸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걔를 의식해서 멍석을 깔아놓은 듯한 그런것이 보이잖아요 삼성에서 알아서 기어가지고 잘 보이려고..."
지난 2월에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SK 측에 SK의 해외 법인을 통해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비덱코리아 계좌로 80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 측은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회사를 방문했고 80억 원이 아닌 30억 원을 매년 10억 원 씩 3차례로 나눠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절의 뜻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은 18개 그룹 소속 53개 회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낸 출연금은 자산규모와 거의 비례합니다.
대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낼 기부 액수를 맞추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할당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삼성물산이 낸 이유도 삼성 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한꺼번에 내기 어려우니까 나눠낸 거고 현대건설이 안 낸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까지 안 내도 되겠다고 해서 안 낸거고..."
대기업 측은 억울함을 하소연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사정기관이든 국세청이든 회사 문 안으로 한발자국만 들어와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 불편한 거거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와주세요 하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하는거지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다는 거지."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기업들은 안종범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출연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선의의 기부였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무거운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에도 다 그런 명목의 돈이 있거든요 그걸 냈다고 주장하고 그 다음 대통령도 지금 사과 성명에서 선의로 기업들이 돈을 냈다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술만 가지고는 뇌물공여 입증이 힘들겁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느냐 무산되느냐로 고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CJ는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았습니다.
<녹취> 조원동(전 청와대 경제수석/MBN 제공) :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VIP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쉬라는데요. 그이상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중간에서 확실하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CJ그룹은 기부금으론 13억 원을 냈지만 지난해 말 K컬쳐밸리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햇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대기업들은 각 그룹이 당면한 현안을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뭐 누굴 만나면 회장님한테 만나면 각 공장 가서 보고드리거나 현안들 얘기하는 거지 그거를 누구한테 해결해 달라고 그런 차원은 아닌것 같은데 일반적인 일이라고 보셔야 되는데..."
SK와 CJ는 이 자리에서 총수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현대자동차는 노사문제를 그룹의 현안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대통령 독대를 통해서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을 듣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해줄 수 있겠다라는 언질이 있었고 그리고 거기에 자금을 공유해 줬다면 이것은 정말 국기를 흔드는 아주 매우 막중한 사안으로 보고있습니다."
앞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집중될 부분은 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녹취> 2차 대국민 담화 :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찰은 권력을 등에 업고 재벌의 약점을 파고든 최순실의 전횡 의혹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며 최순실 등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수사특별본부장) :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근거자료 근거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기업들에 대해서 어떤 금품을 내라고 한 거, 그건 사실 대통령의 권한을 갖다가 남용한 거죠. 원래는 대통령들이 기업들한테 돈내놓으라고 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닙니까?"
관건은 제 3자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입니다.
박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특혜를 약속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서는 빠져있지만 특검 시작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 : "제 3자 뇌물수수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아주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청탁 또는 댓가성. 이런 것들이 인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보기에는 기업을 조사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못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연국(청와대 대변인) :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채 상상과 추측을 근거로 지은 사상 누각일 분입니다. "
지난 1988년 열린 5공화국 비리 청문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일해재단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 "저는 솔직히 얘기해서 1차는 날아갈 듯이 냈고 2차는 이치가 맞으니까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내라고 그러니까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습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 등의 명목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을 앞세워 대기업으로부터 84년부터 3년 동안 598억 원을 거뒀습니다.
1989년 검찰은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없었고, 특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계 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가 해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신은경(앵커) : "국제그룹 해체는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1995년 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故양정모(전 국제그룹 회장/판결 직후 인터뷰) : "지나고 보니까 삼청교육대 그 당시 정보교육부, 다른 기관에 끌려가서 내가 항거라도 했으면 지금 살아있을런지, 없을런지조차 모르죠.
1995년 11월,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였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낸 재벌 총수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국민앞에 고개를 숙인 겁니다.
이때 기업들은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인터뷰> 황정현(당시 전경련 부회장) :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영, 기업 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 속에 국민과 함께 하는 기업인 상을 이루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어떤 명분이든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재삼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사그라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이나 자발적 모금 형태로 걷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옛날처럼 협박해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주게끔 만드는 그런 문화가 되지 않았나, 당연히 지원은 해줘야 되는데, 끊임없이 지원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동반성장기금과 미소금융 재원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조원이 넘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청년희망펀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에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출연됐습니다.
기업들이 지난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낸 준소세는 20조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낸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실제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기부금은 지난해 1조 659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7%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부금이라는 건 우리가 준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요, 실제로 이번에 보면은 1500억 가량이 전년도에 비해서 늘었는데, 절반정도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의 특성입니다. 재벌이 세습을 한다든지, 또는 경영권을 확장할 때 불법 편법을 많이 동원하게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항상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약점이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가 되겠고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기업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엄정한 회계감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 소지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10억원 이상 낸 23개 그룹에 대해서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데, 구체적으로 자금을 낸 기업들을 내용을 보니까 이사회를 거친 경우는 한 군데 밖에 없었어요. 사실상 거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공유했다는 그런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해당 경영진을 곧바로 퇴출시키는 이른바 '기업형 김영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경유착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주주와 기업의 종업원을 포함한 국민들입니다.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광의의 또는 정치자금, 나쁜 공동 범죄에 해당되는 거는 사실 대주주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거기 때문에 이거는 굉장히 나쁘고, 기업 전체에도 사실은 부정적인 영향, 그러니까 대주주에 좋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에 좋은 건 아니거든요."
전대 미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수십년 째 이어진 재벌과 권력의 부당 거래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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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재벌
-
- 입력 2016-11-20 23:21:13
- 수정2016-11-20 23:41:07
국민 관심이 집중된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재단 설립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합계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당부합니다.
<녹취> 대통령 간담회(2015년 7월) : "혁신센터를 사회공헌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또다른 동력으로 생각하시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행사 직후 대통령은 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납니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한화와 한진, CJ 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미르 재단이 설립되기 석달 전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CJ 등 53개 기업이 460억 원 정도의 출연금 증서를 작성합니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독대한 7개 대기업이 낸 액수는 340여 억 원, 전체 출연금의 70%가 넘습니다.
미르재단과 쌍둥이라 불리는 K-스포츠 재단 역시 이들 대기업에서 280억 여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재단 기부금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이 박대통령과 다시 독대한 뒤 현대자동차는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비 62억 원을 몰아줍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을 통해 플레이그라운드 홍보물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입찰 참여업체(음성변조) : "(현대기아차) 실무자들도 사실은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었어요. 위에서 떨어진 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현대차그룹은 검찰 조사 내용을 확인해줄 순 없고, 다만 직접 입금한 금액은 13억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최 씨와 안 수석의 강요로 차 씨에게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려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KT도 차 씨의 지인을 임원으로 앉히고 차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줬는데, 임원 채용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재단 기부금 45억 원과 별도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던 롯데 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이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녹취> 롯데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체육 관련해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부문에 저희가 자금을 지원을 한 거고요. 그쪽에서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걸 저희가 수용을 한 부분이고...그런데 땅을 불하받는 과정에서 일그러진 모양이더라고요. 사업이 흐트러지면서 다시 저희한테 돈을 돌려 준 상황이었고요."
검찰은 공소장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 독대 이후 박 대통령이 롯데가 돈을 내기로 했으니 챙기라는 지시를 안 수석에게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롯데그룹에게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검찰은 70억원 지원에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간 수사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단 기부금과 별도로 지원을 하거나 요구받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승마협회입니다.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녹취> 승마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까 지금은 저희가 말씀드릴만한 게 없어요."
한화가 맡고 있던 승마협회를 삼성이 이어받은 건 지난해 3월입니다.
당시 삼성은 럭비와 테니스팀을 해체하고 프로축구 예산을 줄였습니다.
어려울 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프로야구에까지 지갑을 닫았던 때 입니다.
그런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떠맡은 이유는 뭘까.
삼성은 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이른바 2014년 11월 빅딜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한화하고 화학계역 빅딜을 하잖아요빅딜을 할 때 한화에서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승마협회를 좀 삼성에서 받아가라..이제 (승마협회)갖고가라 그 얘기를 하니까 뭐 큰 저거는 (문제는)아니었으니까."
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화 측에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너무 속 썩여갖고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그거 아니에요 그 집(한화) 아들도 승마로 덕 볼 건 다 덕 본것 같고 손 떼고 싶었겠지."
한화 측은 승마협회를 넘기는 건 인수 조건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화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승마협회장에서 안하려고 하는데 삼성 생각이 있느냐 정도의 의중을 물어볼 수 있었겠죠 근데 굳이 뭐 계약 조건에, 우리가 삼성 4사를 1조 9천억 원에 인수하는데 승마협회를 삼성이 가져간다 이런 거는 없었죠."
비밀스럽게 이뤄진 인수협상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 최순실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종소(전 전북승마협회장) : "처음엔 KT나 삼성이 들어와서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는 KT는 못 맡는다 야구단을 창설하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해야 하니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했는데 누구하나 승마인들은 못 믿었는데 그대로 이뤄지더라고요."
지난해 9월 승마협회를 맡은 삼성전자는 최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소유한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 우리 돈으로 35억 원을 보냈습니다.
코레스포츠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입니다.
<녹취>삼성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협회로 줄 수 있는 돈을 왜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어서?) 그런 계획이 협회에서 원래 있긴 있었대요 원래부터 (유망주)여섯명 뽑아서 이렇게 하는 부분이..."
최순실은 이 돈으로 딸 정류라가 탈 10억 원짜리 말을 구입하고 7억원을 들여 호텔도 인수했습니다.
<녹취> 승마 관계자(음성변조) : "최순실의 딸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걔를 의식해서 멍석을 깔아놓은 듯한 그런것이 보이잖아요 삼성에서 알아서 기어가지고 잘 보이려고..."
지난 2월에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SK 측에 SK의 해외 법인을 통해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비덱코리아 계좌로 80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 측은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회사를 방문했고 80억 원이 아닌 30억 원을 매년 10억 원 씩 3차례로 나눠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절의 뜻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은 18개 그룹 소속 53개 회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낸 출연금은 자산규모와 거의 비례합니다.
대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낼 기부 액수를 맞추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할당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삼성물산이 낸 이유도 삼성 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한꺼번에 내기 어려우니까 나눠낸 거고 현대건설이 안 낸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까지 안 내도 되겠다고 해서 안 낸거고..."
대기업 측은 억울함을 하소연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사정기관이든 국세청이든 회사 문 안으로 한발자국만 들어와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 불편한 거거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와주세요 하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하는거지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다는 거지."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기업들은 안종범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출연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선의의 기부였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무거운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에도 다 그런 명목의 돈이 있거든요 그걸 냈다고 주장하고 그 다음 대통령도 지금 사과 성명에서 선의로 기업들이 돈을 냈다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술만 가지고는 뇌물공여 입증이 힘들겁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느냐 무산되느냐로 고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CJ는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았습니다.
<녹취> 조원동(전 청와대 경제수석/MBN 제공) :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VIP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쉬라는데요. 그이상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중간에서 확실하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CJ그룹은 기부금으론 13억 원을 냈지만 지난해 말 K컬쳐밸리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햇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대기업들은 각 그룹이 당면한 현안을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뭐 누굴 만나면 회장님한테 만나면 각 공장 가서 보고드리거나 현안들 얘기하는 거지 그거를 누구한테 해결해 달라고 그런 차원은 아닌것 같은데 일반적인 일이라고 보셔야 되는데..."
SK와 CJ는 이 자리에서 총수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현대자동차는 노사문제를 그룹의 현안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대통령 독대를 통해서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을 듣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해줄 수 있겠다라는 언질이 있었고 그리고 거기에 자금을 공유해 줬다면 이것은 정말 국기를 흔드는 아주 매우 막중한 사안으로 보고있습니다."
앞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집중될 부분은 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녹취> 2차 대국민 담화 :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찰은 권력을 등에 업고 재벌의 약점을 파고든 최순실의 전횡 의혹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며 최순실 등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수사특별본부장) :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근거자료 근거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기업들에 대해서 어떤 금품을 내라고 한 거, 그건 사실 대통령의 권한을 갖다가 남용한 거죠. 원래는 대통령들이 기업들한테 돈내놓으라고 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닙니까?"
관건은 제 3자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입니다.
박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특혜를 약속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서는 빠져있지만 특검 시작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 : "제 3자 뇌물수수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아주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청탁 또는 댓가성. 이런 것들이 인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보기에는 기업을 조사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못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연국(청와대 대변인) :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채 상상과 추측을 근거로 지은 사상 누각일 분입니다. "
지난 1988년 열린 5공화국 비리 청문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일해재단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 "저는 솔직히 얘기해서 1차는 날아갈 듯이 냈고 2차는 이치가 맞으니까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내라고 그러니까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습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 등의 명목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을 앞세워 대기업으로부터 84년부터 3년 동안 598억 원을 거뒀습니다.
1989년 검찰은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없었고, 특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계 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가 해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신은경(앵커) : "국제그룹 해체는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1995년 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故양정모(전 국제그룹 회장/판결 직후 인터뷰) : "지나고 보니까 삼청교육대 그 당시 정보교육부, 다른 기관에 끌려가서 내가 항거라도 했으면 지금 살아있을런지, 없을런지조차 모르죠.
1995년 11월,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였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낸 재벌 총수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국민앞에 고개를 숙인 겁니다.
이때 기업들은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인터뷰> 황정현(당시 전경련 부회장) :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영, 기업 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 속에 국민과 함께 하는 기업인 상을 이루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어떤 명분이든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재삼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사그라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이나 자발적 모금 형태로 걷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옛날처럼 협박해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주게끔 만드는 그런 문화가 되지 않았나, 당연히 지원은 해줘야 되는데, 끊임없이 지원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동반성장기금과 미소금융 재원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조원이 넘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청년희망펀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에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출연됐습니다.
기업들이 지난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낸 준소세는 20조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낸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실제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기부금은 지난해 1조 659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7%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부금이라는 건 우리가 준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요, 실제로 이번에 보면은 1500억 가량이 전년도에 비해서 늘었는데, 절반정도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의 특성입니다. 재벌이 세습을 한다든지, 또는 경영권을 확장할 때 불법 편법을 많이 동원하게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항상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약점이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가 되겠고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기업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엄정한 회계감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 소지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10억원 이상 낸 23개 그룹에 대해서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데, 구체적으로 자금을 낸 기업들을 내용을 보니까 이사회를 거친 경우는 한 군데 밖에 없었어요. 사실상 거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공유했다는 그런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해당 경영진을 곧바로 퇴출시키는 이른바 '기업형 김영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경유착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주주와 기업의 종업원을 포함한 국민들입니다.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광의의 또는 정치자금, 나쁜 공동 범죄에 해당되는 거는 사실 대주주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거기 때문에 이거는 굉장히 나쁘고, 기업 전체에도 사실은 부정적인 영향, 그러니까 대주주에 좋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에 좋은 건 아니거든요."
전대 미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수십년 째 이어진 재벌과 권력의 부당 거래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재단 설립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인터뷰>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합계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당부합니다.
<녹취> 대통령 간담회(2015년 7월) : "혁신센터를 사회공헌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또다른 동력으로 생각하시고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행사 직후 대통령은 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납니다.
삼성과 현대차, SK와 LG, 한화와 한진, CJ 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미르 재단이 설립되기 석달 전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CJ 등 53개 기업이 460억 원 정도의 출연금 증서를 작성합니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독대한 7개 대기업이 낸 액수는 340여 억 원, 전체 출연금의 70%가 넘습니다.
미르재단과 쌍둥이라 불리는 K-스포츠 재단 역시 이들 대기업에서 280억 여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재단 기부금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이 박대통령과 다시 독대한 뒤 현대자동차는 실소유주가 최순실 씨인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비 62억 원을 몰아줍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을 통해 플레이그라운드 홍보물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녹취> 입찰 참여업체(음성변조) : "(현대기아차) 실무자들도 사실은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었어요. 위에서 떨어진 거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현대차그룹은 검찰 조사 내용을 확인해줄 순 없고, 다만 직접 입금한 금액은 13억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최 씨와 안 수석의 강요로 차 씨에게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려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KT도 차 씨의 지인을 임원으로 앉히고 차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줬는데, 임원 채용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재단 기부금 45억 원과 별도로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던 롯데 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이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녹취> 롯데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체육 관련해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부문에 저희가 자금을 지원을 한 거고요. 그쪽에서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걸 저희가 수용을 한 부분이고...그런데 땅을 불하받는 과정에서 일그러진 모양이더라고요. 사업이 흐트러지면서 다시 저희한테 돈을 돌려 준 상황이었고요."
검찰은 공소장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 독대 이후 박 대통령이 롯데가 돈을 내기로 했으니 챙기라는 지시를 안 수석에게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은 직권을 남용하여 롯데그룹에게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검찰은 70억원 지원에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간 수사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단 기부금과 별도로 지원을 하거나 요구받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한승마협회입니다.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녹취> 승마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니까 지금은 저희가 말씀드릴만한 게 없어요."
한화가 맡고 있던 승마협회를 삼성이 이어받은 건 지난해 3월입니다.
당시 삼성은 럭비와 테니스팀을 해체하고 프로축구 예산을 줄였습니다.
어려울 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프로야구에까지 지갑을 닫았던 때 입니다.
그런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떠맡은 이유는 뭘까.
삼성은 석유화학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이른바 2014년 11월 빅딜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희가 한화하고 화학계역 빅딜을 하잖아요빅딜을 할 때 한화에서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승마협회를 좀 삼성에서 받아가라..이제 (승마협회)갖고가라 그 얘기를 하니까 뭐 큰 저거는 (문제는)아니었으니까."
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화 측에서 지원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녹취> 삼성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너무 속 썩여갖고 제발 좀 벗어나게 해줘 그거 아니에요 그 집(한화) 아들도 승마로 덕 볼 건 다 덕 본것 같고 손 떼고 싶었겠지."
한화 측은 승마협회를 넘기는 건 인수 조건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화그룹 관계자 (음성변조) : "승마협회장에서 안하려고 하는데 삼성 생각이 있느냐 정도의 의중을 물어볼 수 있었겠죠 근데 굳이 뭐 계약 조건에, 우리가 삼성 4사를 1조 9천억 원에 인수하는데 승마협회를 삼성이 가져간다 이런 거는 없었죠."
비밀스럽게 이뤄진 인수협상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당시 최순실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종소(전 전북승마협회장) : "처음엔 KT나 삼성이 들어와서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는 KT는 못 맡는다 야구단을 창설하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해야 하니까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했는데 누구하나 승마인들은 못 믿었는데 그대로 이뤄지더라고요."
지난해 9월 승마협회를 맡은 삼성전자는 최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소유한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 우리 돈으로 35억 원을 보냈습니다.
코레스포츠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입니다.
<녹취>삼성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협회로 줄 수 있는 돈을 왜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어서?) 그런 계획이 협회에서 원래 있긴 있었대요 원래부터 (유망주)여섯명 뽑아서 이렇게 하는 부분이..."
최순실은 이 돈으로 딸 정류라가 탈 10억 원짜리 말을 구입하고 7억원을 들여 호텔도 인수했습니다.
<녹취> 승마 관계자(음성변조) : "최순실의 딸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걔를 의식해서 멍석을 깔아놓은 듯한 그런것이 보이잖아요 삼성에서 알아서 기어가지고 잘 보이려고..."
지난 2월에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SK 측에 SK의 해외 법인을 통해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비덱코리아 계좌로 80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 측은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회사를 방문했고 80억 원이 아닌 30억 원을 매년 10억 원 씩 3차례로 나눠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절의 뜻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낸 기업은 18개 그룹 소속 53개 회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낸 출연금은 자산규모와 거의 비례합니다.
대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낼 기부 액수를 맞추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할당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삼성물산이 낸 이유도 삼성 그룹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한꺼번에 내기 어려우니까 나눠낸 거고 현대건설이 안 낸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까지 안 내도 되겠다고 해서 안 낸거고..."
대기업 측은 억울함을 하소연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사정기관이든 국세청이든 회사 문 안으로 한발자국만 들어와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 불편한 거거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와주세요 하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하는거지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다는 거지."
<녹취> 이영렬(검찰 특별수사본부장) : "기업들은 안종범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출연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선의의 기부였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무거운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에도 다 그런 명목의 돈이 있거든요 그걸 냈다고 주장하고 그 다음 대통령도 지금 사과 성명에서 선의로 기업들이 돈을 냈다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술만 가지고는 뇌물공여 입증이 힘들겁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느냐 무산되느냐로 고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CJ는 2013년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받았습니다.
<녹취> 조원동(전 청와대 경제수석/MBN 제공) :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가 납니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VIP 말씀을 저한테 전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냥 쉬라는데요. 그이상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중간에서 확실하게 전달해 드렸습니다."
CJ그룹은 기부금으론 13억 원을 냈지만 지난해 말 K컬쳐밸리 사업에 1조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햇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대기업들은 각 그룹이 당면한 현안을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뭐 누굴 만나면 회장님한테 만나면 각 공장 가서 보고드리거나 현안들 얘기하는 거지 그거를 누구한테 해결해 달라고 그런 차원은 아닌것 같은데 일반적인 일이라고 보셔야 되는데..."
SK와 CJ는 이 자리에서 총수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현대자동차는 노사문제를 그룹의 현안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대통령 독대를 통해서 기업의 현안 애로사항을 듣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해줄 수 있겠다라는 언질이 있었고 그리고 거기에 자금을 공유해 줬다면 이것은 정말 국기를 흔드는 아주 매우 막중한 사안으로 보고있습니다."
앞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집중될 부분은 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녹취> 2차 대국민 담화 :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찰은 권력을 등에 업고 재벌의 약점을 파고든 최순실의 전횡 의혹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며 최순실 등과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렬(검찰 수사특별본부장) :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근거자료 근거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여상원(변호사) : "기업들에 대해서 어떤 금품을 내라고 한 거, 그건 사실 대통령의 권한을 갖다가 남용한 거죠. 원래는 대통령들이 기업들한테 돈내놓으라고 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닙니까?"
관건은 제 3자 뇌물수수죄 적용 여부입니다.
박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특혜를 약속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데, 검찰은 공소장에서는 빠져있지만 특검 시작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경수(변호사) : "제 3자 뇌물수수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아주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 청탁 또는 댓가성. 이런 것들이 인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보기에는 기업을 조사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못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연국(청와대 대변인) :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채 상상과 추측을 근거로 지은 사상 누각일 분입니다. "
지난 1988년 열린 5공화국 비리 청문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일해재단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녹취>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 "저는 솔직히 얘기해서 1차는 날아갈 듯이 냈고 2차는 이치가 맞으니까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내라고 그러니까 내는 게 편안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습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 등의 명목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을 앞세워 대기업으로부터 84년부터 3년 동안 598억 원을 거뒀습니다.
1989년 검찰은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없었고, 특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계 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가 해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신은경(앵커) : "국제그룹 해체는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1995년 그룹 해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故양정모(전 국제그룹 회장/판결 직후 인터뷰) : "지나고 보니까 삼청교육대 그 당시 정보교육부, 다른 기관에 끌려가서 내가 항거라도 했으면 지금 살아있을런지, 없을런지조차 모르죠.
1995년 11월,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였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낸 재벌 총수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국민앞에 고개를 숙인 겁니다.
이때 기업들은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인터뷰> 황정현(당시 전경련 부회장) :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영, 기업 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 속에 국민과 함께 하는 기업인 상을 이루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어떤 명분이든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재삼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사그라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이나 자발적 모금 형태로 걷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재계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 : "옛날처럼 협박해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주게끔 만드는 그런 문화가 되지 않았나, 당연히 지원은 해줘야 되는데, 끊임없이 지원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동반성장기금과 미소금융 재원으로 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조원이 넘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청년희망펀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에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출연됐습니다.
기업들이 지난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낸 준소세는 20조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낸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실제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45개사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기부금은 지난해 1조 659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7%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기부금이라는 건 우리가 준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요, 실제로 이번에 보면은 1500억 가량이 전년도에 비해서 늘었는데, 절반정도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재벌의 특성입니다. 재벌이 세습을 한다든지, 또는 경영권을 확장할 때 불법 편법을 많이 동원하게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항상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약점이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가 되겠고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기업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엄정한 회계감사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 소지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10억원 이상 낸 23개 그룹에 대해서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데, 구체적으로 자금을 낸 기업들을 내용을 보니까 이사회를 거친 경우는 한 군데 밖에 없었어요. 사실상 거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공유했다는 그런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해당 경영진을 곧바로 퇴출시키는 이른바 '기업형 김영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경유착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주주와 기업의 종업원을 포함한 국민들입니다.
<인터뷰> 권영준(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광의의 또는 정치자금, 나쁜 공동 범죄에 해당되는 거는 사실 대주주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거기 때문에 이거는 굉장히 나쁘고, 기업 전체에도 사실은 부정적인 영향, 그러니까 대주주에 좋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에 좋은 건 아니거든요."
전대 미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수십년 째 이어진 재벌과 권력의 부당 거래를 끊어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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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기자 truth2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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