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해외 군사기지를 원하는 까닭

입력 2016.11.23 (11:23) 수정 2016.11.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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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타르투스 항시리아 타르투스 항

지중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시리아 내 IS 등 테러 집단에 대해 공습을 가하고 있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에 영구 주둔기지를 확보하려고 추진 중이다. 장소는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인 타르투스이다.


타르투스항은 시리아 내 유일한 러시아의 해군 기지인데, 옛소련 시절인 1977년부터 이곳을 러시아 함정의 수리·보급용 기지로 임대해 쓰고 있다. 기지에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월 10일 타르투스항을 영구 주둔기지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는데, 니콜라이 판코프 국방차관은 상원에 출석해 "필요한 서류는 이미 준비됐고 다른 기관들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곧 의회 비준을 받을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코프 차관은 11월 4일 타르투스항에 'S-300' 방공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혔는데, 주된 이유는 시리아 내 러시아의 해군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11월 18일, 러시아 국방부가 시리아 타르투스항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군함과 기술장비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타르투스를 기술 보급 기지에서 정식 해군 기지로 승격시키는 서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이미 기지에 예인선 등의 지원함과 경비정, 기술 장비 등을 배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급 기지 수준의 타르투스 항구를 시리아와의 협정 체결을 통해 본격적인 해군 기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다수의 러시아 함정들이 기지에 주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이미 타르투스 북쪽 라타키아항 인근의 흐메이밈 기지에 자국 공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협정을 시리아 정부와 체결하고 자국 내 의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International Player가 되려면 해외 기지가 필요하다"

시리아 라타키아 흐메이밈 공군 기지시리아 라타키아 흐메이밈 공군 기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구 군사 기지를 확보해 놓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권위 있는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쿠스(Politikus.ru)'는 최근 의미 있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폴리티쿠스는 "우선 역사적 사실을 보자면, 옛소련은 예멘의 소코트라(Socotra), 베트남의 캄란(Cam Ranh), 시리아의 타르투스(Tartus) 등 여러 개의 해외 군사 기지를 운용했다. 소련이 붕괴한 뒤엔 오직 시리아 타르투스항만 유지했는데, 이곳은 군사 보급 기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시리아가 라타키아의 흐메이님 공군기지를 러시아에 영구 임대해 주면서, 타르투스 항구에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도록 바다를 더 깊게 준설했고 비행장 활주로를 확대했다. 공군의 군사작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해군의 호위함, 구축함, 순양함들이 타르투스 항구에
접안하기에는 너무 좁아서 바다를 더 깊이 준설해야 하고, 새로운 부두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르투스 시내에서 러시아 지지 군중 집회타르투스 시내에서 러시아 지지 군중 집회

폴리티쿠스는 이어 "간혹 경비 문제를 들어 타르투스를 포기하자는 의견을 제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타르투스 항구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중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송의 길목이다. 러시아 전함이 지중해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국익에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같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시리아에 완벽한 기지 건설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쿠스는 특히 "무엇보다 정치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완벽한 행위자(Player)가 되고자 한다면, 해외 군사 기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이는 더 이상 러시아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서방에 보내는 셈이다. 과거 러시아가 선의로 국경 밖의 군사력을 모두 철수시켜버리자, 그 틈새를 나토 군사 기지가 채워왔던 상황들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사태는 마침내 모두의 가면을 벗겨 버리고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라고 평가했다.

"쿠바에도 기지 건설 추진"

쿠바 아바나 전경쿠바 아바나 전경

판코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또 10월 7일 하원 회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쿠바와 베트남 등에 유지하던 옛소련 시절 군사 기지들을 복원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베트남 캄란에 주둔하던 러시아 해군 기지와 1960년대부터 쿠바 수도 아바나 인근에서 운영되던 러시아 레이더 기지는 푸틴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2년 폐쇄됐었다.

쿠바의 경우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들이 들리는데, 군사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과거 냉전시대 사용하던 해군 기지와 통신 기지를 복원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현지 통신 기지에서 뉴욕까지 감청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는 2013년부터 작업에 들어갔고, 2014년쯤 과거 쿠바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쿠바 정부가 승인했다고 전해진다. 현지 기지 재건과 관련해, 통신 기지 하나에 3천 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만큼, 수천 명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득을 쿠바가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군사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경우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베트남 외무부 대변인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자국 내에 외국 군사기지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해외 군사 기지를 추진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가뜩이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공세적인 외교·군사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가 서방국가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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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3 11:23:30
    • 수정2016-11-23 11:23:43
    취재K
시리아 타르투스 항 지중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시리아 내 IS 등 테러 집단에 대해 공습을 가하고 있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에 영구 주둔기지를 확보하려고 추진 중이다. 장소는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인 타르투스이다. 타르투스항은 시리아 내 유일한 러시아의 해군 기지인데, 옛소련 시절인 1977년부터 이곳을 러시아 함정의 수리·보급용 기지로 임대해 쓰고 있다. 기지에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월 10일 타르투스항을 영구 주둔기지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는데, 니콜라이 판코프 국방차관은 상원에 출석해 "필요한 서류는 이미 준비됐고 다른 기관들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곧 의회 비준을 받을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코프 차관은 11월 4일 타르투스항에 'S-300' 방공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혔는데, 주된 이유는 시리아 내 러시아의 해군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11월 18일, 러시아 국방부가 시리아 타르투스항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군함과 기술장비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타르투스를 기술 보급 기지에서 정식 해군 기지로 승격시키는 서류 절차가 끝나기 전에 이미 기지에 예인선 등의 지원함과 경비정, 기술 장비 등을 배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급 기지 수준의 타르투스 항구를 시리아와의 협정 체결을 통해 본격적인 해군 기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다수의 러시아 함정들이 기지에 주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이미 타르투스 북쪽 라타키아항 인근의 흐메이밈 기지에 자국 공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협정을 시리아 정부와 체결하고 자국 내 의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International Player가 되려면 해외 기지가 필요하다" 시리아 라타키아 흐메이밈 공군 기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구 군사 기지를 확보해 놓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권위 있는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쿠스(Politikus.ru)'는 최근 의미 있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폴리티쿠스는 "우선 역사적 사실을 보자면, 옛소련은 예멘의 소코트라(Socotra), 베트남의 캄란(Cam Ranh), 시리아의 타르투스(Tartus) 등 여러 개의 해외 군사 기지를 운용했다. 소련이 붕괴한 뒤엔 오직 시리아 타르투스항만 유지했는데, 이곳은 군사 보급 기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시리아가 라타키아의 흐메이님 공군기지를 러시아에 영구 임대해 주면서, 타르투스 항구에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도록 바다를 더 깊게 준설했고 비행장 활주로를 확대했다. 공군의 군사작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해군의 호위함, 구축함, 순양함들이 타르투스 항구에 접안하기에는 너무 좁아서 바다를 더 깊이 준설해야 하고, 새로운 부두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르투스 시내에서 러시아 지지 군중 집회 폴리티쿠스는 이어 "간혹 경비 문제를 들어 타르투스를 포기하자는 의견을 제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타르투스 항구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중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송의 길목이다. 러시아 전함이 지중해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국익에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같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시리아에 완벽한 기지 건설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쿠스는 특히 "무엇보다 정치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완벽한 행위자(Player)가 되고자 한다면, 해외 군사 기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이는 더 이상 러시아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서방에 보내는 셈이다. 과거 러시아가 선의로 국경 밖의 군사력을 모두 철수시켜버리자, 그 틈새를 나토 군사 기지가 채워왔던 상황들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사태는 마침내 모두의 가면을 벗겨 버리고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라고 평가했다. "쿠바에도 기지 건설 추진" 쿠바 아바나 전경 판코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또 10월 7일 하원 회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쿠바와 베트남 등에 유지하던 옛소련 시절 군사 기지들을 복원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베트남 캄란에 주둔하던 러시아 해군 기지와 1960년대부터 쿠바 수도 아바나 인근에서 운영되던 러시아 레이더 기지는 푸틴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2년 폐쇄됐었다. 쿠바의 경우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들이 들리는데, 군사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과거 냉전시대 사용하던 해군 기지와 통신 기지를 복원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현지 통신 기지에서 뉴욕까지 감청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는 2013년부터 작업에 들어갔고, 2014년쯤 과거 쿠바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쿠바 정부가 승인했다고 전해진다. 현지 기지 재건과 관련해, 통신 기지 하나에 3천 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만큼, 수천 명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득을 쿠바가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군사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경우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베트남 외무부 대변인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자국 내에 외국 군사기지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해외 군사 기지를 추진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가뜩이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공세적인 외교·군사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가 서방국가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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