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 김연아와 정치권의 잘못된 만남, 그 결말은?

입력 2016.11.23 (14:24) 수정 2016.11.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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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26)가 정부 행사에 불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을 전한 KBS 보도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그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관기사] [단독] “김연아, 늘품체조 거절 뒤 미운털”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 측이 "보도된 것처럼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별개로 네티즌과 언론은 정치권과 얽혔던 김연아의 과거 행적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2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된 이후 여론의 무게추는 더욱 한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김연아는 늘품 체조 시연회 불참 이전부터 꾸준히 정치권과의 연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김연아와 정치권, 그 '잘못된 만남'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고국 땅을 밟던 순간 시작됐다.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연아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면서 포옹하려고 했고, 이에 당황한 김연아는 정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유 전 장관의 돌발 행동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물론,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유인촌 장관의 허그에 김연아 선수 '헉'!"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며 '회피 연아' 논란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이 사건은 유 전 장관이 현장 영상을 인터넷에 편집해 올린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등 잡음을 일으키며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4년 뒤 김연아가 다시 정치인의 입에 올랐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한기호 전 국회의원이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소치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에도 결과에 승복한 김연아를 본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여야의 정치 논쟁에 뜬금없이 김연아를 언급한 한 전 의원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쓴소리를 보탰다.

김연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위법 행위를 불사르는 정치인도 있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이석래 새정치민주연합 평창군수 후보는 선거 공보물과 유세 차량에 김연아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 후보 등 3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이 후보 측이 김연아의 허락과 동의 없이 무턱대고 사진을 가져다 쓴 것에 대해 김연아 소속사는 법적 조치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했다.

김연아를 정치권에 영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1월 '새누리당 일각에서 김연아에게 정치 입문을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비박계 인사 말을 빌려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연아 선수에게 정치할 뜻이 있는지 타진해 봤는데 실패했다"며 "유명인 영입이 힘들다고 말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김연아 소속사는 김연아의 정치 입문과 새누리당 입당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고, 네티즌들은 스타와 지명도에 기대려 한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김연아를 이용하려 했고, 그럴 때마다 김연아는 방패막을 쳐왔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내뱉고 보는 정치인과 그렇게 소환될 때마다 반박과 해명을 이어가던 김연아.

5년 넘게 지속되던 '김연아-정치권' 논란이 절정으로 치달은 때는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섰던 지난해 8월 15일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BS 특집 기획 '나는 대한민국'에서 김연아가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종편 방송 채널A는 박 대통령이 김연아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김연아가 피하는 모습, 박 대통령이 말을 거는데 김연아가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고 관련 내용은 '악수 거부'라 명명된 뒤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후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공개되며 김연아는 '악마의 편집'으로 인한 희생양쯤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해프닝으로 여겼던 이 사건은 이후 늘품 체조 시연회 불참과 함께 김연아를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논란의 강도와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1일 김연아 소속사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3일 오전 2016년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 행사에 참석한 김연아 또한 "(김종 전 차관 발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불이익을 당했다는 느낌을 직접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성한 의혹에 비해 해명이나 반박은 단호하면서도 간단하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을 중심으로 '피해를 보았음에도 입을 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연아-정치권' 연계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논란이 제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을까?

김연아를 포함해 운동선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스포츠 대통령' 김종 전 차관이 지난 21일 밤 구속됐다.

정치권에서 김연아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는지는 이제 검찰 수사에서 가려지게 됐다.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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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3 14:24:33
    • 수정2016-11-23 1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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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26)가 정부 행사에 불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을 전한 KBS 보도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그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관기사] [단독] “김연아, 늘품체조 거절 뒤 미운털”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 측이 "보도된 것처럼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별개로 네티즌과 언론은 정치권과 얽혔던 김연아의 과거 행적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2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는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된 이후 여론의 무게추는 더욱 한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김연아는 늘품 체조 시연회 불참 이전부터 꾸준히 정치권과의 연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김연아와 정치권, 그 '잘못된 만남'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고국 땅을 밟던 순간 시작됐다.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연아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면서 포옹하려고 했고, 이에 당황한 김연아는 정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유 전 장관의 돌발 행동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물론,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유인촌 장관의 허그에 김연아 선수 '헉'!"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며 '회피 연아' 논란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이 사건은 유 전 장관이 현장 영상을 인터넷에 편집해 올린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등 잡음을 일으키며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4년 뒤 김연아가 다시 정치인의 입에 올랐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한기호 전 국회의원이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소치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에도 결과에 승복한 김연아를 본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여야의 정치 논쟁에 뜬금없이 김연아를 언급한 한 전 의원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쓴소리를 보탰다.

김연아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위법 행위를 불사르는 정치인도 있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이석래 새정치민주연합 평창군수 후보는 선거 공보물과 유세 차량에 김연아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 후보 등 3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이 후보 측이 김연아의 허락과 동의 없이 무턱대고 사진을 가져다 쓴 것에 대해 김연아 소속사는 법적 조치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했다.

김연아를 정치권에 영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1월 '새누리당 일각에서 김연아에게 정치 입문을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비박계 인사 말을 빌려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연아 선수에게 정치할 뜻이 있는지 타진해 봤는데 실패했다"며 "유명인 영입이 힘들다고 말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김연아 소속사는 김연아의 정치 입문과 새누리당 입당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잘라 말했고, 네티즌들은 스타와 지명도에 기대려 한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김연아를 이용하려 했고, 그럴 때마다 김연아는 방패막을 쳐왔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내뱉고 보는 정치인과 그렇게 소환될 때마다 반박과 해명을 이어가던 김연아.

5년 넘게 지속되던 '김연아-정치권' 논란이 절정으로 치달은 때는 김연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섰던 지난해 8월 15일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BS 특집 기획 '나는 대한민국'에서 김연아가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종편 방송 채널A는 박 대통령이 김연아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김연아가 피하는 모습, 박 대통령이 말을 거는데 김연아가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편집해 내보냈고 관련 내용은 '악수 거부'라 명명된 뒤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후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공개되며 김연아는 '악마의 편집'으로 인한 희생양쯤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해프닝으로 여겼던 이 사건은 이후 늘품 체조 시연회 불참과 함께 김연아를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논란의 강도와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1일 김연아 소속사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3일 오전 2016년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 헌액식 행사에 참석한 김연아 또한 "(김종 전 차관 발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불이익을 당했다는 느낌을 직접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성한 의혹에 비해 해명이나 반박은 단호하면서도 간단하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을 중심으로 '피해를 보았음에도 입을 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연아-정치권' 연계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논란이 제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을까?

김연아를 포함해 운동선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스포츠 대통령' 김종 전 차관이 지난 21일 밤 구속됐다.

정치권에서 김연아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는지는 이제 검찰 수사에서 가려지게 됐다.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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