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와대 비아그라의 진실

입력 2016.11.23 (18:49) 수정 2016.1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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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익숙한 '비아그라·팔팔정'을 대량으로 구입한 사실이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오늘(23일),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고산 지대 방문을 앞두고 구입했다는 것이다.

또 준비는 했지만 필요로 한 사람이 없어, 한 알도 쓰지 않고 전량을 그대로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는 통상 해발 1,000m 이상을 방문할 때 고산병 약을 준비해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갑론을박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고산병을 핑계로 대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것부터, 구입 시점이 순방보다 6개월이나 이르다는 점, 그리고 "고산병에 더 잘 듣고 값도 싼 약이 많은데, 굳이 왜?"라는 전문적 의견까지... 갖가지 확인이 어려운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봤다!

Q1> '비아그라', 진짜 고산병 치료제로 쓰이나?
A1> 그렇다. 하지만......

고산병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주요 약성분은 [Acetazolamide(아세타졸아미드)], [Dexamethasone(덱사메타손)], [Tadalafil(타달라필)], [Sildenafil(실데나필)]이다. 이 중 '실데나필'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표적 제품이 '비아그라'와 '팔팔정'이다.

헌데 의약계에선 고산병 증상에 쓰는 '우선 작용제'로 '아세타졸아미드'를 꼽는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고산병 증세를 예방하고 다루는 데 추천하는 약품> 정보에서, 다양한 증세에 가장 우선적으로 '아세타졸아미드' 성분 약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의 한 제약사에서 이 성분으로 된 제품 '아세타졸 정(급여)'을 생산하고 있다. 식약처에 등록된 이 약의 가격은 한 정당(250mg) 147원으로, 하루 최대 복용량(500mg)을 최장 기간(3일) 처방 받는다고 해도 882원(의료보험 적용 전 가격)에 불과하다.

비급여 약품인 '비아그라'의 시중 판매가는 한 정당(50mg) 8,000원~ 10,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는데, '아세타졸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복용하려면 최소 12만 원이 든다(하루 최대 복용치 150mg x 최장 5일). 참고로 청와대는 비아그라 60정을 처방 받아 37만 5천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시중에는 비아그라보다 훨씬 싼 데다 효과도 좋은 고산병 예방·치료약이 판매되고 있다.

Q2> 비아그라가 고산병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A2> 사실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11년 6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가 고산병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명승권 교수가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관심을 모은 아래 논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2014년엔 이 같은 임상실험 5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최신 연구자료이자 가장 광범위한 실험 결과로, "고산병에 대한 비아그라의 예방-치료 효과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산병의 주요 증상 중 '폐동맥 고혈압'에는 48시간 가량 효과를 보였지만, 그 외 '산소포화도'와 '심박동수'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Wilderness Medical Society practice guidelines for the prevention and treatment of acute altitude illness: 2014 update.

물론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분명히 있다. 최근 연구에 훨씬 앞서 2005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인데, 이 당시 실험대상은 12명에 불과했다.

종합하자면,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제로 흔히 처방되고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에는 "고산병에 비아그라를 쓸 수 있다"고 적혀있다. '비아그라' 처방과 구입만으로 청와대를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용 목적의 이른바 '백옥주사'나 '마늘주사'를 구입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상황에, 이번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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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청와대 비아그라의 진실
    • 입력 2016-11-23 18:49:42
    • 수정2016-11-23 19: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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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익숙한 '비아그라·팔팔정'을 대량으로 구입한 사실이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오늘(23일),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고산 지대 방문을 앞두고 구입했다는 것이다.

또 준비는 했지만 필요로 한 사람이 없어, 한 알도 쓰지 않고 전량을 그대로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는 통상 해발 1,000m 이상을 방문할 때 고산병 약을 준비해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갑론을박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고산병을 핑계로 대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것부터, 구입 시점이 순방보다 6개월이나 이르다는 점, 그리고 "고산병에 더 잘 듣고 값도 싼 약이 많은데, 굳이 왜?"라는 전문적 의견까지... 갖가지 확인이 어려운 내용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봤다!

Q1> '비아그라', 진짜 고산병 치료제로 쓰이나?
A1> 그렇다. 하지만......

고산병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주요 약성분은 [Acetazolamide(아세타졸아미드)], [Dexamethasone(덱사메타손)], [Tadalafil(타달라필)], [Sildenafil(실데나필)]이다. 이 중 '실데나필'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표적 제품이 '비아그라'와 '팔팔정'이다.

헌데 의약계에선 고산병 증상에 쓰는 '우선 작용제'로 '아세타졸아미드'를 꼽는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고산병 증세를 예방하고 다루는 데 추천하는 약품> 정보에서, 다양한 증세에 가장 우선적으로 '아세타졸아미드' 성분 약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의 한 제약사에서 이 성분으로 된 제품 '아세타졸 정(급여)'을 생산하고 있다. 식약처에 등록된 이 약의 가격은 한 정당(250mg) 147원으로, 하루 최대 복용량(500mg)을 최장 기간(3일) 처방 받는다고 해도 882원(의료보험 적용 전 가격)에 불과하다.

비급여 약품인 '비아그라'의 시중 판매가는 한 정당(50mg) 8,000원~ 10,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는데, '아세타졸정'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복용하려면 최소 12만 원이 든다(하루 최대 복용치 150mg x 최장 5일). 참고로 청와대는 비아그라 60정을 처방 받아 37만 5천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시중에는 비아그라보다 훨씬 싼 데다 효과도 좋은 고산병 예방·치료약이 판매되고 있다.

Q2> 비아그라가 고산병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A2> 사실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2011년 6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가 고산병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명승권 교수가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관심을 모은 아래 논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2014년엔 이 같은 임상실험 5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최신 연구자료이자 가장 광범위한 실험 결과로, "고산병에 대한 비아그라의 예방-치료 효과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산병의 주요 증상 중 '폐동맥 고혈압'에는 48시간 가량 효과를 보였지만, 그 외 '산소포화도'와 '심박동수'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Wilderness Medical Society practice guidelines for the prevention and treatment of acute altitude illness: 2014 update.

물론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분명히 있다. 최근 연구에 훨씬 앞서 2005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인데, 이 당시 실험대상은 12명에 불과했다.

종합하자면,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제로 흔히 처방되고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에는 "고산병에 비아그라를 쓸 수 있다"고 적혀있다. '비아그라' 처방과 구입만으로 청와대를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용 목적의 이른바 '백옥주사'나 '마늘주사'를 구입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상황에, 이번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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