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는 왜 정유라에 헌신했나…밝혀야 할 2가지 진실

입력 2016.11.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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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세간의 관심 속에 교육부가 이화여대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제기됐던 정유라의 특혜 입학과 출석, 성적 인정의 특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대가 정 씨에게 특혜를 준 이유입니다. 이대는 왜 입학 전부터 이후까지 정 씨를 특별대우했을까요? 특별대우의 대가로 이대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교수들은 그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서' 였다며 총장이나 더 윗선의 개입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학 단계에서 정 씨가 합격하도록 도운 교수만 적어도 6명, 학사 관리에선 증빙 서류 없이 출석 처리를 해 주고 과제를 대신해 주는 등 특혜를 준 교수가 최소 9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1명의 학생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 왔다는 사실 그 자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남은 의혹 1. 최경희 전 총장,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이번 교육부 감사에서 최경희 전 총장 개입과 관련해 교직원들의 이런 진술이 확보됐습니다. "입학처장이 말하길,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입학처장은 지난 4일 KBS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씨 딸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최 전 총장이 "'정윤회 씨가 누구냐'고 물었고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전형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입학처장과 교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립니다.

최 전 총장 자신은 지난달 총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씨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학사관리 부분에서도 '부실'했지만 '특혜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총장 사임 직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전혀 특혜는 없다. 이 점만은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최 전 총장이 했던 이런 말들은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최 전 총장이 정유라에 대한 보고를 미리 받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입니다. 2014년 당시, 입학처장이 입시와 관련해 총장에게 특이 사항을 보고한 사례는 2건. 교무처장의 딸(불합격)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지원했다는 사실입니다. 지원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 교무처장의 딸은 매일 보는 직원의 딸인 만큼 미리 파악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이사항으로 보고된 나머지 1명이 왜 3만 명에 가까운 수시 지원자 중에서 정유라였을까요? 정 씨가 승마계에서 유망한 선수였기 때문일까요?

당시, 이대는 서류 평가에서 모든 종목을 A, B, C, D 등급으로 나눕니다. A등급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B등급은 종목별 국제대회, C등급은 전국체전, D등급은 전국 규모대회 입상자로 규정했습니다.


지원 당시 정 씨는 국제 대회 경력은 없었고 전국체전 성적 또한 3위 이내에 들지 못해 가장 낮은 D등급의 실적만 40여 개 있었을 뿐입니다. 감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정 씨는 서류상으로 뛰어날 만한 성적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의 지원 사실이 총장에게까지 사전에 보고가 들어간 이유는 바로 '정윤회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학칙 개정도 "절차상 하자"…외압은?

총장이 완전히 발을 뺄 수 없는 정황은 학칙 개정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대는 국제대회 출전 서류 등으로 출석이 인정되고, 교수 재량껏 학점 인정이 되도록 지난 6월 학칙을 정했습니다. 해당 학칙은 다음 학기부터가 아닌 3월부터 소급적용돼 정 씨의 출석과 학점 인정 근거가 됐습니다.

애초 9월 1일부터 적용되기로 한 학칙에 대해 총장이 교무회의에서 지적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총장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교무처장에게 물어보자, 교무처장이 '아 이걸 놓쳤습니다'라고 답했고, 이후 학칙은 소급 적용됩니다. 왜 총장이 학칙의 적용 날짜를 지적했을까요? 교육부 감사팀은 이 점을 매우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행정감사의 한계로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를 밝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감사팀 관계자는 "외압 여부를 최 전 총장에게 강하게 캐물었다"고까지 했습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지난 2014년 8월에 취임했습니다. 총장 취임 뒤, 측근인 김 모 교수가 체육특기자가 소속된 과의 학장이 됐고, 한 달 뒤인 9월에 정유라가 이대에 지원해 김 교수 관여하에 입학 특혜를 받습니다. 최 총장을 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이 모 교수도 당시 보직을 맡았고, 정유라가 입학한 뒤에 성적 특혜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요?

남은 의혹 2. 최순실·윗선의 개입은?…" 힘 있는 사람이 얘기하지 않았겠나"

정유라 입학과 학사 특혜의 중심에 있는 당시 학장인 김 교수는 올 4월, 4명의 교수를 따로따로 불러냅니다. 교수 2명과 강사 2명에게 "정유라 출석이나 학사 관리를 신경쓰라"는 게 김 학장의 지시였습니다.

김 교수는 "체육특기자 학점을 제대로 점수를 주라는 취지였지, 특혜를 주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교육부 감사에서 부인했지만, 교육부조차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합니다. 지시를 받은 교수들은 모두 "'점수를 잘 주라'는 지시,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시가 내려온 시기가 바로 최순실 씨가 이대를 다녀간 직후입니다.


최 씨의 개입만이 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는 올해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9개 가운데 8개를 따냈습니다. 이 사업들로 이대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185억 원이 넘습니다. 앞서 나온 최경희 총장의 측근이자, 정 씨에게 유별난 혜택을 준 김 교수와 이 교수 2명은 정부 연구 또한 대거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받아 낸 연구비는 유용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씨가 올해 초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이대 다니는 딸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고 했고 "김관복 대통령 교육비서관이 최경희 총장을 만나 학칙 등 학사관리를 상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까지 교육부의 모든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다가 청와대로 파견됐고, 최경희 전 총장과는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입니다.

교육부 감사팀 핵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의 추정과 우리의 추정은 같을 것이다. 힘 있는 사람이 얘기했지 않았겠느냐". 행정감사의 한계로 더 나아가지 못했을 뿐 의혹이 없어서 발표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교육부는 최경희 전 총장 수사 의뢰를 포함해 18명의 교직원을 고발하거나 징계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이대 사무실 20여 곳과 총장 등 교수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유라 씨 관련 검찰 수사에서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 이대가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정유라에게 '봉사'했느냐는 점입니다. 이대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면 어떤 반대급부를 받았고, 이대도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면 누가 어디까지 개입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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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4 11:10:57
    취재K
지난 18일 세간의 관심 속에 교육부가 이화여대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제기됐던 정유라의 특혜 입학과 출석, 성적 인정의 특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대가 정 씨에게 특혜를 준 이유입니다. 이대는 왜 입학 전부터 이후까지 정 씨를 특별대우했을까요? 특별대우의 대가로 이대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교수들은 그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서' 였다며 총장이나 더 윗선의 개입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학 단계에서 정 씨가 합격하도록 도운 교수만 적어도 6명, 학사 관리에선 증빙 서류 없이 출석 처리를 해 주고 과제를 대신해 주는 등 특혜를 준 교수가 최소 9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1명의 학생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 왔다는 사실 그 자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남은 의혹 1. 최경희 전 총장,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이번 교육부 감사에서 최경희 전 총장 개입과 관련해 교직원들의 이런 진술이 확보됐습니다. "입학처장이 말하길,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입학처장은 지난 4일 KBS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씨 딸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최 전 총장이 "'정윤회 씨가 누구냐'고 물었고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전형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입학처장과 교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립니다.

최 전 총장 자신은 지난달 총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씨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학사관리 부분에서도 '부실'했지만 '특혜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총장 사임 직전에는 기자들과 만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전혀 특혜는 없다. 이 점만은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최 전 총장이 했던 이런 말들은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최 전 총장이 정유라에 대한 보고를 미리 받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입니다. 2014년 당시, 입학처장이 입시와 관련해 총장에게 특이 사항을 보고한 사례는 2건. 교무처장의 딸(불합격)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지원했다는 사실입니다. 지원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 교무처장의 딸은 매일 보는 직원의 딸인 만큼 미리 파악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이사항으로 보고된 나머지 1명이 왜 3만 명에 가까운 수시 지원자 중에서 정유라였을까요? 정 씨가 승마계에서 유망한 선수였기 때문일까요?

당시, 이대는 서류 평가에서 모든 종목을 A, B, C, D 등급으로 나눕니다. A등급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B등급은 종목별 국제대회, C등급은 전국체전, D등급은 전국 규모대회 입상자로 규정했습니다.


지원 당시 정 씨는 국제 대회 경력은 없었고 전국체전 성적 또한 3위 이내에 들지 못해 가장 낮은 D등급의 실적만 40여 개 있었을 뿐입니다. 감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정 씨는 서류상으로 뛰어날 만한 성적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의 지원 사실이 총장에게까지 사전에 보고가 들어간 이유는 바로 '정윤회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학칙 개정도 "절차상 하자"…외압은?

총장이 완전히 발을 뺄 수 없는 정황은 학칙 개정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대는 국제대회 출전 서류 등으로 출석이 인정되고, 교수 재량껏 학점 인정이 되도록 지난 6월 학칙을 정했습니다. 해당 학칙은 다음 학기부터가 아닌 3월부터 소급적용돼 정 씨의 출석과 학점 인정 근거가 됐습니다.

애초 9월 1일부터 적용되기로 한 학칙에 대해 총장이 교무회의에서 지적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총장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교무처장에게 물어보자, 교무처장이 '아 이걸 놓쳤습니다'라고 답했고, 이후 학칙은 소급 적용됩니다. 왜 총장이 학칙의 적용 날짜를 지적했을까요? 교육부 감사팀은 이 점을 매우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행정감사의 한계로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를 밝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감사팀 관계자는 "외압 여부를 최 전 총장에게 강하게 캐물었다"고까지 했습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지난 2014년 8월에 취임했습니다. 총장 취임 뒤, 측근인 김 모 교수가 체육특기자가 소속된 과의 학장이 됐고, 한 달 뒤인 9월에 정유라가 이대에 지원해 김 교수 관여하에 입학 특혜를 받습니다. 최 총장을 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이 모 교수도 당시 보직을 맡았고, 정유라가 입학한 뒤에 성적 특혜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요?

남은 의혹 2. 최순실·윗선의 개입은?…" 힘 있는 사람이 얘기하지 않았겠나"

정유라 입학과 학사 특혜의 중심에 있는 당시 학장인 김 교수는 올 4월, 4명의 교수를 따로따로 불러냅니다. 교수 2명과 강사 2명에게 "정유라 출석이나 학사 관리를 신경쓰라"는 게 김 학장의 지시였습니다.

김 교수는 "체육특기자 학점을 제대로 점수를 주라는 취지였지, 특혜를 주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교육부 감사에서 부인했지만, 교육부조차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합니다. 지시를 받은 교수들은 모두 "'점수를 잘 주라'는 지시,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시가 내려온 시기가 바로 최순실 씨가 이대를 다녀간 직후입니다.


최 씨의 개입만이 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는 올해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9개 가운데 8개를 따냈습니다. 이 사업들로 이대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185억 원이 넘습니다. 앞서 나온 최경희 총장의 측근이자, 정 씨에게 유별난 혜택을 준 김 교수와 이 교수 2명은 정부 연구 또한 대거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받아 낸 연구비는 유용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씨가 올해 초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이대 다니는 딸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고 했고 "김관복 대통령 교육비서관이 최경희 총장을 만나 학칙 등 학사관리를 상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까지 교육부의 모든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다가 청와대로 파견됐고, 최경희 전 총장과는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입니다.

교육부 감사팀 핵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의 추정과 우리의 추정은 같을 것이다. 힘 있는 사람이 얘기했지 않았겠느냐". 행정감사의 한계로 더 나아가지 못했을 뿐 의혹이 없어서 발표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교육부는 최경희 전 총장 수사 의뢰를 포함해 18명의 교직원을 고발하거나 징계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이대 사무실 20여 곳과 총장 등 교수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유라 씨 관련 검찰 수사에서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 이대가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정유라에게 '봉사'했느냐는 점입니다. 이대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면 어떤 반대급부를 받았고, 이대도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면 누가 어디까지 개입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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