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지진해일 덮친 뒤에야 경보…가슴 쓸어내린 일본

입력 2016.11.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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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아침 6시 일본 동북부 지역에 발생한 강진은 많은 부분에서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2011년 대지진으로 1만 8천여 명의 희생자를 낸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등이 주 영향권이었던 데다,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지진해일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부분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온 일본은 차분하고도 기민하게 움직였고, 큰 혼란이나 별다른 피해 없이 이번 지진을 넘길 수 있었다.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피난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도 빨랐다. 그렇지만 마냥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지진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언론들은 재난 보도의 정석대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진해일 온 뒤에 경보 발령

당초 규모 7의 지진이 있은 뒤 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후쿠시마현 한 곳이었다. 예상 쓰나미 높이는 3미터. 큰 피해가 예상됐던 만큼 NHK는 긴급 피난을 호소했고, 각 지자체는 방재 무선망을 통해 싸이렌을 울리며 사람들에게 높은 곳으로 가라고 독려했다.


이바라키현과 이와테현 등에는 1미터 정도의 지진해일이 예상돼 주의보만 내려졌고, 피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발생한 쓰나미의 양상은 예상을 벗어났다. 다행히 후쿠시마에는 예측보다 낮은 60~90cm의 낮은 수준의 쓰나미가 왔다. 문제는 후쿠시마 현 위쪽의 이바라키 현.


2011년 대지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m의 쓰나미가 이바라키현 센다이에 발생하면서 기상청을 놀라게 했다. 쓰나미가 도달한 시간은 08시 03분. 그리고 쓰나미 주의보만 내려졌던 이 지역에 6분 후인 08시 09분 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졌고, 강제 피난 지시가 발령됐다. 다행히 큰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쓰나미 경보가 늦어져 지자체의 대응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진해일의 정도는 지진의 규모와 진앙,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형 측정기에 의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일본 기상청은 잘못을 인정하고 왜 예상치가 맞지 않았는지 점검에 들어갔다.

또 고장난 원전...그리고 뒤늦은 공개

2011년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원전 트라우마를 갖게 할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전이 있는 곳의 지자체장 선거에서는 늘 원전 가동 반대가 이슈가 돼 선거전을 좌우한다.

그런데 이번 규모 7의 지진에 후쿠시마 원전이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후쿠시마 제2 원전 3호기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풀(냉각수 속에 핵연료를 보관한다)에서 펌프가 고장을 일으켜 1시간 반 동안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이럴 경우 풀의 온도가 올라가 위험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생긴다.


일단 도쿄 전력은 사고 원인에 대해 지진으로 인한 진동으로 냉각수가 좌우로 요동치면서, 일시적으로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잘못 인식한 펌프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냉각수가 흘러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펌프가 돌면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수위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정지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해당 상황에 대한 전파가 늦어졌다는 점이다. 도쿄 전력이 원전 고장 상황을 공개한 것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뒤였고, 인근 지자체에도 팩스로 상황을 전파했다고 한다.

원전 상황을 제대로 빨리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원전 사고는 긴급 피난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피난에서 발생한 혼란...

재난 대응과 관련해 동북 지역의 히타치시를 취했을 당시 피난에서의 제1 원칙을 들은 적이 있다. 바로 개인 차량 사용 자제이다. 개인 차량이 몰릴 경우 소방과 응급 등 긴급 대응 차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정체로 실제 피난소까지 다다르지 못한 상황에서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자 많은 사람이 차를 타고 피난에 나서면서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3·11 대지진 당시에도 차를 타고 이동하다 지진해일에 휘말려 희생됐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던 만큼 NHK 등은 주민들에게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은 80년대 한신고베 대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큰 피해를 냈던 과거의 강진 이후 잘못된 점을 개선하면서 발전해왔다. 다행히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가 나지 않았지만 미비점이 발견되자 일본 정부는 곧바로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문제점을 찾고, 이를 현장에 충분히 반영하고 숙지시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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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지진해일 덮친 뒤에야 경보…가슴 쓸어내린 일본
    • 입력 2016-11-24 14:44:09
    취재후·사건후
지난 22일 아침 6시 일본 동북부 지역에 발생한 강진은 많은 부분에서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2011년 대지진으로 1만 8천여 명의 희생자를 낸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등이 주 영향권이었던 데다,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지진해일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부분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온 일본은 차분하고도 기민하게 움직였고, 큰 혼란이나 별다른 피해 없이 이번 지진을 넘길 수 있었다.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피난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도 빨랐다. 그렇지만 마냥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지진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언론들은 재난 보도의 정석대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진해일 온 뒤에 경보 발령

당초 규모 7의 지진이 있은 뒤 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후쿠시마현 한 곳이었다. 예상 쓰나미 높이는 3미터. 큰 피해가 예상됐던 만큼 NHK는 긴급 피난을 호소했고, 각 지자체는 방재 무선망을 통해 싸이렌을 울리며 사람들에게 높은 곳으로 가라고 독려했다.


이바라키현과 이와테현 등에는 1미터 정도의 지진해일이 예상돼 주의보만 내려졌고, 피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발생한 쓰나미의 양상은 예상을 벗어났다. 다행히 후쿠시마에는 예측보다 낮은 60~90cm의 낮은 수준의 쓰나미가 왔다. 문제는 후쿠시마 현 위쪽의 이바라키 현.


2011년 대지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m의 쓰나미가 이바라키현 센다이에 발생하면서 기상청을 놀라게 했다. 쓰나미가 도달한 시간은 08시 03분. 그리고 쓰나미 주의보만 내려졌던 이 지역에 6분 후인 08시 09분 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졌고, 강제 피난 지시가 발령됐다. 다행히 큰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쓰나미 경보가 늦어져 지자체의 대응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진해일의 정도는 지진의 규모와 진앙,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형 측정기에 의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일본 기상청은 잘못을 인정하고 왜 예상치가 맞지 않았는지 점검에 들어갔다.

또 고장난 원전...그리고 뒤늦은 공개

2011년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원전 트라우마를 갖게 할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전이 있는 곳의 지자체장 선거에서는 늘 원전 가동 반대가 이슈가 돼 선거전을 좌우한다.

그런데 이번 규모 7의 지진에 후쿠시마 원전이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후쿠시마 제2 원전 3호기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풀(냉각수 속에 핵연료를 보관한다)에서 펌프가 고장을 일으켜 1시간 반 동안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이럴 경우 풀의 온도가 올라가 위험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생긴다.


일단 도쿄 전력은 사고 원인에 대해 지진으로 인한 진동으로 냉각수가 좌우로 요동치면서, 일시적으로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잘못 인식한 펌프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냉각수가 흘러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펌프가 돌면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수위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정지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해당 상황에 대한 전파가 늦어졌다는 점이다. 도쿄 전력이 원전 고장 상황을 공개한 것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뒤였고, 인근 지자체에도 팩스로 상황을 전파했다고 한다.

원전 상황을 제대로 빨리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원전 사고는 긴급 피난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피난에서 발생한 혼란...

재난 대응과 관련해 동북 지역의 히타치시를 취했을 당시 피난에서의 제1 원칙을 들은 적이 있다. 바로 개인 차량 사용 자제이다. 개인 차량이 몰릴 경우 소방과 응급 등 긴급 대응 차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정체로 실제 피난소까지 다다르지 못한 상황에서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자 많은 사람이 차를 타고 피난에 나서면서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3·11 대지진 당시에도 차를 타고 이동하다 지진해일에 휘말려 희생됐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던 만큼 NHK 등은 주민들에게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은 80년대 한신고베 대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큰 피해를 냈던 과거의 강진 이후 잘못된 점을 개선하면서 발전해왔다. 다행히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가 나지 않았지만 미비점이 발견되자 일본 정부는 곧바로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문제점을 찾고, 이를 현장에 충분히 반영하고 숙지시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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