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표? ‘배신투표’? 美 선거 결과 뒤집힐 가능성은?

입력 2016.11.24 (17:02) 수정 2016.11.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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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일반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후보보다 2백만 표 이상 더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후보간 득표 수 차이는 개표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0년에도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앞서고도 조지·W. 부시 후보에게 패한 적은 있지만, 당시 표 차이는 54만여 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후보는 유권자 투표에서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이기고도 대통령에 되지 못한 불운한 후보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선거결과가 나타난 것은 각 주별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이른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네브래스카와 메인주 두 곳만이 하원 선거구별 승자에게 선거인단이 배분되고 나머지 4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워싱턴 D.C)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 등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에서 큰 표 차이로 트럼프 후보를 눌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등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에서 클린턴 후보를 크게 이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이 비경합 주로 분류한 37개 주와 워싱턴 D.C 전체에서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보다 무려 280만 표 이상을 더 얻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13개 경합 주에서 전체적으로 클린턴 후보보다 85만 표 정도를 더 확보하면서 승자독식제에 따라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경합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했다.

결국 전체 득표율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48.1%로 46.6%를 득표한 트럼프 후보를 1.5%포인트, 득표수로는 2백만 표 이상 앞섰지만, 선거인단 경쟁에서는 전체 538명 가운데 232명을 확보해 43%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사진=위키피디아 캡처)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재검표 하자”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움직임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 기관의 예측과는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후 일었던 노골적인 반 트럼프 시위는 줄었지만, 득표 차이가 미세한 일부 경합 주를 상대로 재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녹색당 대선후보였던 질 스타인은 "변칙적인 투표의 증거들이 목격된 만큼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하자"며 재검표 추진을 위한 기금 모금 사이트를 만들었다.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개설한 재검표 촉구 모금 사이트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개설한 재검표 촉구 모금 사이트

스타인이 재검표를 추진 중인 3개 주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경합 주들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모두 승리한 곳이다., 위스콘신에 10명, ,미시간 16명, 펜실베이니아 20명 등 이들 세 개 주에 모두 46명의 선거인단이 할당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두 후보 간의 득표수 차이는 미시간이 만여 표, 위스콘신 2만 2천여 표, 펜실베이니아 7만 4천여 표에 불과했다.


뉴욕 매거진도 한 전문가 그룹이 이들 3개 주의 개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클린턴 측에 재검표를 신청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위스콘신의 경우 전자투표가 이뤄진 카운티에서는 광 스캐너(optical scanners)와 투표용지를 사용한 카운티에 비해 클린턴의 득표율이 7%포인트나 낮았다면서 클린턴이 최대 3만 표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뉴욕 매거진은 재검표 요구 시한이 위스콘신은 25일, 펜실베이니아는 28일, 미시간은 30일이라고 전했다.

극단적으로 재검표가 이루어져 이들 세 개 주 모두에서 클린턴이 승리한 것으로 나오면 대통령 당선인이 바뀌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미국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이 재검표 문제를 주요한 이슈로 다루지 않고 직접적인 당사자인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2월 19일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사진=CHANGE·ORG 캡처)“12월 19일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사진=CHANGE·ORG 캡처)

“12월 19일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자들의 또 다른 움직임은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이른바 '배신 투표 (faithless electors)'촉구 운동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클린턴 후보 지지자는 한 사이트에 "12월 19일에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라는 청원을 개설했다.

오는 12월 19일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따라서 이 청원은 이날 실시되는 선거인단의 대통령 투표 시 주별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다른 정당의 후보를 찍는 '배신 투표'를 통해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이 사이트 개설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12월 19일에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 투표와 관련해서 캘리포니아, 앨라배마, 알래스카 등 25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법적으로 '배신투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반면 조지아, 애리조나, 캔자스 등 15개 주는 '배신 투표'에 대한 제재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즉 이론적으로는 '배신 투표'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이 배신 투표를 한 경우는 드물다. 역사적으로 선거인단이 마음을 바꿔 다른 후보를 찍은 경우는 9차례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는 큰 규모는 아니었다.

'배신 투표'를 하더라도 연방 상하원에서 이를 즉각 무효화 할 수 있어서 '배신 투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청원사이트에는 460만 명 이상이 서명을 마쳤다. 이미 현실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배신투표'를 촉구하는 사람들은 또 선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승자독식제로 상징되는 미국 선거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다.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승자가 결정되는 미 대선이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켜 미국 합중국 건설 이후 지속해온 선거제도의 변화 논의로 이어질지는 '배신투표'의 숫자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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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검표? ‘배신투표’? 美 선거 결과 뒤집힐 가능성은?
    • 입력 2016-11-24 17:02:24
    • 수정2016-11-24 18:43:53
    취재K
지난 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일반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후보보다 2백만 표 이상 더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후보간 득표 수 차이는 개표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0년에도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앞서고도 조지·W. 부시 후보에게 패한 적은 있지만, 당시 표 차이는 54만여 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후보는 유권자 투표에서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이기고도 대통령에 되지 못한 불운한 후보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선거결과가 나타난 것은 각 주별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이른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네브래스카와 메인주 두 곳만이 하원 선거구별 승자에게 선거인단이 배분되고 나머지 4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워싱턴 D.C)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 등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에서 큰 표 차이로 트럼프 후보를 눌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등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에서 클린턴 후보를 크게 이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이 비경합 주로 분류한 37개 주와 워싱턴 D.C 전체에서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보다 무려 280만 표 이상을 더 얻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13개 경합 주에서 전체적으로 클린턴 후보보다 85만 표 정도를 더 확보하면서 승자독식제에 따라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경합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했다.

결국 전체 득표율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48.1%로 46.6%를 득표한 트럼프 후보를 1.5%포인트, 득표수로는 2백만 표 이상 앞섰지만, 선거인단 경쟁에서는 전체 538명 가운데 232명을 확보해 43%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재검표 하자”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움직임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 기관의 예측과는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후 일었던 노골적인 반 트럼프 시위는 줄었지만, 득표 차이가 미세한 일부 경합 주를 상대로 재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녹색당 대선후보였던 질 스타인은 "변칙적인 투표의 증거들이 목격된 만큼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하자"며 재검표 추진을 위한 기금 모금 사이트를 만들었다.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개설한 재검표 촉구 모금 사이트
스타인이 재검표를 추진 중인 3개 주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경합 주들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모두 승리한 곳이다., 위스콘신에 10명, ,미시간 16명, 펜실베이니아 20명 등 이들 세 개 주에 모두 46명의 선거인단이 할당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두 후보 간의 득표수 차이는 미시간이 만여 표, 위스콘신 2만 2천여 표, 펜실베이니아 7만 4천여 표에 불과했다.


뉴욕 매거진도 한 전문가 그룹이 이들 3개 주의 개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클린턴 측에 재검표를 신청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위스콘신의 경우 전자투표가 이뤄진 카운티에서는 광 스캐너(optical scanners)와 투표용지를 사용한 카운티에 비해 클린턴의 득표율이 7%포인트나 낮았다면서 클린턴이 최대 3만 표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뉴욕 매거진은 재검표 요구 시한이 위스콘신은 25일, 펜실베이니아는 28일, 미시간은 30일이라고 전했다.

극단적으로 재검표가 이루어져 이들 세 개 주 모두에서 클린턴이 승리한 것으로 나오면 대통령 당선인이 바뀌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미국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이 재검표 문제를 주요한 이슈로 다루지 않고 직접적인 당사자인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2월 19일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사진=CHANGE·ORG 캡처)
“12월 19일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자들의 또 다른 움직임은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이른바 '배신 투표 (faithless electors)'촉구 운동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클린턴 후보 지지자는 한 사이트에 "12월 19일에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자"라는 청원을 개설했다.

오는 12월 19일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따라서 이 청원은 이날 실시되는 선거인단의 대통령 투표 시 주별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다른 정당의 후보를 찍는 '배신 투표'를 통해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이 사이트 개설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12월 19일에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 투표와 관련해서 캘리포니아, 앨라배마, 알래스카 등 25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법적으로 '배신투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반면 조지아, 애리조나, 캔자스 등 15개 주는 '배신 투표'에 대한 제재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즉 이론적으로는 '배신 투표'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이 배신 투표를 한 경우는 드물다. 역사적으로 선거인단이 마음을 바꿔 다른 후보를 찍은 경우는 9차례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는 큰 규모는 아니었다.

'배신 투표'를 하더라도 연방 상하원에서 이를 즉각 무효화 할 수 있어서 '배신 투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청원사이트에는 460만 명 이상이 서명을 마쳤다. 이미 현실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배신투표'를 촉구하는 사람들은 또 선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승자독식제로 상징되는 미국 선거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다.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승자가 결정되는 미 대선이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켜 미국 합중국 건설 이후 지속해온 선거제도의 변화 논의로 이어질지는 '배신투표'의 숫자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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