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어장을 지켜라” 해경24시

입력 2016.11.27 (22:46) 수정 2016.11.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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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캄캄해진 먼 바다에서 불 밝힌 배 한 척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종일 훈련을 마친 서해 해안경비안전본부 소속 1508호입니다.

접안의 첫 단계는 밧줄을 던져 배를 고정하는 것입니다.

<녹취> "홋줄 잡아."

접안은 늘 충돌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갑판은 금세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찹니다.

<녹취> "천천히 해. 더 당겨."

고된 해상 훈련을 마치고 하선하는 해경 대원들.

하지만, 불과 8시간 뒤면 같은 배를 타고 일주일간의 긴 항해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인터뷰> 서현수(경장/서해 해경 1508함) : "(몇 시간 있다가 다시 출근인데 집에서 뭐하실 건가요?) 집에 아들이 5살하고 3살이 있는데 3살짜리가 내일, 모레 생일인데 제가 내일 출동이라 같이 함께하지 못해서 오늘 저녁을 같이 생일축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배들은 불법 조업을 하다가 나포된 중국어선입니다.

이런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위해서 지금 제 뒤로 보이는 해경 함정이 이른 새벽부터 또 다른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정을 들이받아서 고속정이 침몰하고, 해경이 단속과정에서 처음으로 공용화기를 사용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서해 바다에 해경함정을 타고 나가서 긴박한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어둠을 헤치며 서해 북단으로 향하는 1508함.

항로를 결정하는 조타실이 분주합니다.

1508 함정은 함정 4척으로 이뤄진 6기동전단 소속으로 일주일간 서해 상에서 불법조업 단속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이번 작전에서 1508함정이 맡게 된 구역은 NLL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선 부근입니다.

작전구역까지는 전속으로 항해해도 한나절이 넘게 걸리는 거리.

이동 중에도 장비 점검과 훈련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훈련에 앞서 지난 8일 개정된 '무기사용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 이뤄집니다.

실전에서 총구를 겨누게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전형준(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지금은 S 안전상태에서 사격을 하고 레이저포인트로 조준하게 됩니다. 조준한 상태에서 사격하시고 다시 당기면 자동으로 탄이 배출되면서 장전하게 됩니다."

실전에서 필요한 건 총기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어선에 진입할 때 장애물을 부수기 위한 대형해머부터 불법조업의 증거를 기록하기 위해 몸에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액션캠코더까지.

챙겨야 할 장비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녹취> "당길 때는 이 상태에서 (장전 반복) 그리고 쏘고... 많이 만져 봐봐."

<인터뷰> 김종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아무래도 총기라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특수기동대원인 정우진 순경은 아찔했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팀장이 바닥에 경고사격 쏜 게 해상에서는 이게 많이 흔들리다 보니까 그게 명중이 돼서 (중국어선) 선장이 죽게 되는 상황까지 왔었는데.. 만약에 그 때 그런 식으로 결단해서 팀장이 총을 쏘지 않았다면 저희 팀원들은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단속이든 훈련이든 끼니를 든든하게 챙겨야 할 수 있는 법.

조리실에서는 식사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배식판 옆에 쌓여있는 과자상자.

11월 11일을 맞아 조리장이 특별히 준비한 간식입니다.

<인터뷰> 이동석(서해 해경 1508함 조리장) : "함정생할이 아무래도 좀 건조합니다. 특히나 대다수가 남자들이 살고 있고 물론 우리 여직원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재미를 주고자.."

일주일 동안 바다에서 짠내를 맡다 보니 해경 대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은 주로 육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석(서해 해경 1508함 조리장) : "아무래도 떨어져서 바다 생활을 하다보니까 고기에 많이 식단이 치우치는 편입니다. 육고기 즉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이런 고기 위주의 식단이 제일 많이 선호하는 식단입니다. 여기서는."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한 정우진 순경.

머리를 말릴 틈도 없이 당직근무에 투입됐습니다.

선상에서는 항해, 기관, 통신 등으로 나뉜 각 영역마다 4시간씩 당직근무가 24시간 돌아갑니다.

항해 업무에 속한 정 순경은 조타실에서 해상을 감시합니다.

어느덧 밤이 찾아오고 정 순경은 야간 함정 순찰에 나섭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뭐하시는 거에요?) 지금 원래 야간에 중국어선 단속하게 되면 날씨 안 좋을 때는 이런 창문들을 다 닫고요. 그리고 등화관제라고 해서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불빛이 새어나가면 중국어선이 저희를 알게 됩니다. 최대한 은밀하게 작전하기 위해서. 등화관제를 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정우진 순경은 거친 밤바다가 새삼 두려워졌습니다.

얼마 전 해경 동기의 순직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구조활동 중에 숨진 고 박권병 경장의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저랑 동기이긴 한데 제 군 선배이기도 하고. 저는 육군특전사 나왔고 선배도 육군특전사 나와서 저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이기도 하고 최근에 봤을 때도 제가 응급구조사 교육 들어갔을 때 그때 또 얼굴 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했는데 막상 그렇게 됐다니까 진짜 믿기지는 않더라고요."

조타실에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3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레이더에 잡힌 겁니다.

<녹취> 임정한(경사/서해 해경 1508함) : "지금 퇴거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허가 선박들이 많아서 담보금 자체도 벌금이 세기 때문에 (중국어선들이) 거의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고 봐야죠."

드디어 전방에 나타난 중국어선 선단.

<녹취> "단성5발! 단성5발!"

조업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특정해역에 집단으로 침입을 시도합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서치라이트로 살핍니다.

<녹취> "더 왼쪽으로 비춰봐 이게 지금 서치 비추는건 뭐야?"

중국어선에게 중국어로 경고방송을 해보지만 말을 듣지는 않습니다.

<녹취> "중국어선, 여기는 대한민국 해역이다. 신속하게 대한민국해역에서 나가라. 대한민국해역에서 나가라. 나가지 않으면 물대포를 쏘겠다."

<녹취> "키 왼편 15도. 양현(엔진) 하나(올려). 서치 어디로 비추나? 서치! 선수하란 말이야. 선수!"

1508함정의 실질적인 주무기라고 할수 있는 소화포, 이른바 물대포의 배치가 결정됩니다.

<녹취> "소화포 요원배치! 소화포 요원배치!"

<녹취> 끌고 있어? 서치라이트를 더 비춰봐 와이어 보이는가? 와이어 있어? 뒤에 지금 나가 있는 것 같은데."

마침내 적중하기 시작하는 소화포.

그런데 소화포를 피하기 위해 사각지대인 함정 안쪽으로 중국 어선이 파고듭니다.

자칫 선박과 선박이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지금 서북해상에 중국어선 30여척이 조업이 금지된 특정 금지수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 해역에서 지금 불법 조업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해경함정이 살수포를 쏴서 중국 어선들을 쫓고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빨리 빨리 나가라고 해. 전속으로 나가라고 해. 14노트로 안 나오는 놈들은 총 쏴가지고 침몰시킨다고 해."

2시간에 걸친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이어지고, 마침내 중국어선들이 특정 금지구역 밖으로 물러납니다.

<인터뷰> 최종집(경정/서해 해경 1508함장) : "(오늘 작전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보다시피 많은 선박들이 함께 엉켜있는 사태에서 좁은 수역 범위내에서 기동을 하면서 소화포를 가동하고,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데는 상당히 고도의 주의가 필요함을 확인하셨죠?"

긴 밤을 보내고 맞이한 다음 날 아침.

같은 기동전단 소속 함정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 갑자기 울리는 함내방송.

<녹취> "잠시후 단정 하강예정. 단정 하강 요원 배치."

또 다른 중국어선 선단이 침범을 시작한 겁니다.

<녹취> "중국어선 방위 345도 거리 4.3마일, 현재 침로 160도, 속력 9노트로 현재 들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여기는 대한민국 해역이다. 105도 위치 중국 어선 응답하라."

짙은 안개를 틈타 특정구역에 침입하는 중국어선들.

<녹취> "키 오른편 30도로. 좌향 중국어선 최단!"

중국어선을 차단하기 위해 함정이 급선회를 합니다.

정유진 순경도 M60 기관총을 잡았습니다.

<녹취> 최문석(경위/서해 해경 1508함) : "(뒤에 보이는 초록색 그물이 뭐에요?) 단정이 접근 못하게 등선 방해용 그물입니다. 등선방해용. (저게 있으면 단정이 접근 못하나요? ) 선미쪽으로 접근이 어렵죠. 단정 스크류가 어망에 감기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쟤네들은 설치하고 있는거죠. 현측에다가는 쇠창살을 꽂아놓고.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들어온 거네요.) 그렇죠, 작심하고 들어온거죠."

<녹취> "소화포 발사준비! 소화포 발사준비!"

<녹취> "키 바로(키 원위치)! 키바로(키 원위치)! 우현 중국어선 접근 중! 키바로 써! 키바로 써!"

함정에서 발사하는 소화포가 중국어선 조타실을 집중 타격합니다.

우리 측 함정 4척의 차단기동과 소화포 타격이 2시간 넘게 계속되자 견디지 못한 중국어선 40여 척이 특정구역 밖인 경도 124도선 서편으로 물러납니다.

중국어선의 퇴거를 확인하고 집결지인 북쪽으로 다시 향하는 1508함.

뒤따라오던 같은 기동전단 소속 1002함과 516함에서 잇따라 지원요청에 들어옵니다.

무슨 일일까?

같은 시각 1002함.

쇠창살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이 1002 함을 에워쌉니다.

<녹취> "중국어선 4척이 전함을 빙글빙글 돌며 위협하고 있음."

우리 경비정을 향해 집단으로 돌진하며 선체 충돌 위협을 계속합니다.

<녹취> "계속 저희 함미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녹취> "뒤에 받습니다!"

결국, 공용화기인 M60 기관총으로 경고 사격을 가합니다.

90여 발을 쏘고 나서야 중국어선 30여 척은 도주했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고 오후가 되서야 재개된 기동전단 합동 작전회의.

<녹취> 김영암(총경/해경 6기동전단장) : "배들이 30여척 치고 들어온겁니다. 왜, 그것들이 조업하려고 '우리 경비함정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이거를 간을 보기 위해서 오는겁니다."

숨돌릴 틈도 없이 특수기동대 출동 명령이 떨어집니다.

특수기동대의 팀장인 서현수 경장 역시 장비착용을 서두릅니다.

<녹취> 서현수(경장/서해 해경 1508함) : "(헬맷 여기서 쓰고 나가세요?) 아닙니다. 여기서는 사전 준비하는 거라 조끼는 착용하고 올라가서."

<녹취> "김현동 K5. 네. 안전확인. 안전확인 총기 이상 무!"

1508함에는 고속단정이 두정 배치돼 있는데, 한 단정에 보통 9명에서 10명의 특수기동대원들이 탑승합니다.

<녹취>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가장 중요시 되는 건 대원들의 안전입니다.

<녹취> "안전 제일! 안전 제일! 0808 파이팅!"

작전의 첫번째 단계는 고속단정이 검색 대상인 중국 어선을 에워싸며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겁니다.

<녹취> "중국어선, 우리는 한국해경이다. 올라가서 검사할 테니 협조해라."

단정 한대가 엄호를 맡고 나머지 한대가 중국어선에 접근해 등선을 시도합니다.

오징어를 잡는 중국어선입니다.

<녹취> "현재 조업일지. 조업일지 확인 중에 있음."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도 조업일지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허가 조건을 준수했는지 점검합니다.

<녹취> "그럼 몇 개 양망했고 몇개 더 남아있는지 물어봐바 6해리 투망하고 5해리 건졌어요(중국어) 6해리 투망하고 5해리 건졌다고 합니다."

그물망의 크기도 주요 점검 대상입니다.

<녹취> "60mm입니다. 몇개 더 찔러보겠습니다."

초췌해 보이는 선원들과 달리 말끔해 보이는 중국 어선의 선장.

자신들도 불법조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선장 불법조업 어선이 그물을 끌고 가버리면 우리망은 다 없어집니다. 그럼 우리도 손해가 큽니다."

이번 검문검색은 조업 허가를 지키고 있는 어선이어서 안전하게 끝났지만 늘 이렇게 운이 좋은 건 아닙니다.

<녹취> "현재 전방에 중국어선 집단계류중."

10대 이상의 어선들이 선체를 서로 연결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가 하면, 해경대원들이 탑승해있는 배의 선체를 들이받기도 합니다.

<녹취> "배 온다! 좌측에 배 온다!"

모두 선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순간들입니다.

한편 함내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화장실 전쟁입니다.

오수 배관이 막혀서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겁니다.

간부부터 의경까지 모두 배관 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조타실에서 레이더를 감시하던 이상수 팀장이 직접 공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수(경위/서해 해경 1508함) : "배관들도 오래 쓰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축적물이 쌓이고 그러다 보니까 막힌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뚫어서 절단해서 수리한 상태입니다. (이런 일도 직접하시나요?) 어쩔 수 없이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직접해야되고."

생활은 생활대로, 훈련은 훈련대로, 단속은 단속대로.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는 바다 위에서의 24시간.

해경의 고단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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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어장을 지켜라” 해경24시
    • 입력 2016-11-27 23:03:44
    • 수정2016-11-27 23:40:49
    취재파일K
<프롤로그>

캄캄해진 먼 바다에서 불 밝힌 배 한 척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종일 훈련을 마친 서해 해안경비안전본부 소속 1508호입니다.

접안의 첫 단계는 밧줄을 던져 배를 고정하는 것입니다.

<녹취> "홋줄 잡아."

접안은 늘 충돌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갑판은 금세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찹니다.

<녹취> "천천히 해. 더 당겨."

고된 해상 훈련을 마치고 하선하는 해경 대원들.

하지만, 불과 8시간 뒤면 같은 배를 타고 일주일간의 긴 항해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인터뷰> 서현수(경장/서해 해경 1508함) : "(몇 시간 있다가 다시 출근인데 집에서 뭐하실 건가요?) 집에 아들이 5살하고 3살이 있는데 3살짜리가 내일, 모레 생일인데 제가 내일 출동이라 같이 함께하지 못해서 오늘 저녁을 같이 생일축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배들은 불법 조업을 하다가 나포된 중국어선입니다.

이런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위해서 지금 제 뒤로 보이는 해경 함정이 이른 새벽부터 또 다른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정을 들이받아서 고속정이 침몰하고, 해경이 단속과정에서 처음으로 공용화기를 사용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서해 바다에 해경함정을 타고 나가서 긴박한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어둠을 헤치며 서해 북단으로 향하는 1508함.

항로를 결정하는 조타실이 분주합니다.

1508 함정은 함정 4척으로 이뤄진 6기동전단 소속으로 일주일간 서해 상에서 불법조업 단속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이번 작전에서 1508함정이 맡게 된 구역은 NLL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선 부근입니다.

작전구역까지는 전속으로 항해해도 한나절이 넘게 걸리는 거리.

이동 중에도 장비 점검과 훈련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훈련에 앞서 지난 8일 개정된 '무기사용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 이뤄집니다.

실전에서 총구를 겨누게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훈련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녹취> 전형준(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지금은 S 안전상태에서 사격을 하고 레이저포인트로 조준하게 됩니다. 조준한 상태에서 사격하시고 다시 당기면 자동으로 탄이 배출되면서 장전하게 됩니다."

실전에서 필요한 건 총기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어선에 진입할 때 장애물을 부수기 위한 대형해머부터 불법조업의 증거를 기록하기 위해 몸에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액션캠코더까지.

챙겨야 할 장비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녹취> "당길 때는 이 상태에서 (장전 반복) 그리고 쏘고... 많이 만져 봐봐."

<인터뷰> 김종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아무래도 총기라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특수기동대원인 정우진 순경은 아찔했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팀장이 바닥에 경고사격 쏜 게 해상에서는 이게 많이 흔들리다 보니까 그게 명중이 돼서 (중국어선) 선장이 죽게 되는 상황까지 왔었는데.. 만약에 그 때 그런 식으로 결단해서 팀장이 총을 쏘지 않았다면 저희 팀원들은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단속이든 훈련이든 끼니를 든든하게 챙겨야 할 수 있는 법.

조리실에서는 식사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배식판 옆에 쌓여있는 과자상자.

11월 11일을 맞아 조리장이 특별히 준비한 간식입니다.

<인터뷰> 이동석(서해 해경 1508함 조리장) : "함정생할이 아무래도 좀 건조합니다. 특히나 대다수가 남자들이 살고 있고 물론 우리 여직원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재미를 주고자.."

일주일 동안 바다에서 짠내를 맡다 보니 해경 대원들이 선호하는 음식은 주로 육식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동석(서해 해경 1508함 조리장) : "아무래도 떨어져서 바다 생활을 하다보니까 고기에 많이 식단이 치우치는 편입니다. 육고기 즉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이런 고기 위주의 식단이 제일 많이 선호하는 식단입니다. 여기서는."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한 정우진 순경.

머리를 말릴 틈도 없이 당직근무에 투입됐습니다.

선상에서는 항해, 기관, 통신 등으로 나뉜 각 영역마다 4시간씩 당직근무가 24시간 돌아갑니다.

항해 업무에 속한 정 순경은 조타실에서 해상을 감시합니다.

어느덧 밤이 찾아오고 정 순경은 야간 함정 순찰에 나섭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뭐하시는 거에요?) 지금 원래 야간에 중국어선 단속하게 되면 날씨 안 좋을 때는 이런 창문들을 다 닫고요. 그리고 등화관제라고 해서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불빛이 새어나가면 중국어선이 저희를 알게 됩니다. 최대한 은밀하게 작전하기 위해서. 등화관제를 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정우진 순경은 거친 밤바다가 새삼 두려워졌습니다.

얼마 전 해경 동기의 순직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구조활동 중에 숨진 고 박권병 경장의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우진(순경/서해 해경 1508함) : "저랑 동기이긴 한데 제 군 선배이기도 하고. 저는 육군특전사 나왔고 선배도 육군특전사 나와서 저보다 기수가 높은 선배이기도 하고 최근에 봤을 때도 제가 응급구조사 교육 들어갔을 때 그때 또 얼굴 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했는데 막상 그렇게 됐다니까 진짜 믿기지는 않더라고요."

조타실에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3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레이더에 잡힌 겁니다.

<녹취> 임정한(경사/서해 해경 1508함) : "지금 퇴거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허가 선박들이 많아서 담보금 자체도 벌금이 세기 때문에 (중국어선들이) 거의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고 봐야죠."

드디어 전방에 나타난 중국어선 선단.

<녹취> "단성5발! 단성5발!"

조업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특정해역에 집단으로 침입을 시도합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서치라이트로 살핍니다.

<녹취> "더 왼쪽으로 비춰봐 이게 지금 서치 비추는건 뭐야?"

중국어선에게 중국어로 경고방송을 해보지만 말을 듣지는 않습니다.

<녹취> "중국어선, 여기는 대한민국 해역이다. 신속하게 대한민국해역에서 나가라. 대한민국해역에서 나가라. 나가지 않으면 물대포를 쏘겠다."

<녹취> "키 왼편 15도. 양현(엔진) 하나(올려). 서치 어디로 비추나? 서치! 선수하란 말이야. 선수!"

1508함정의 실질적인 주무기라고 할수 있는 소화포, 이른바 물대포의 배치가 결정됩니다.

<녹취> "소화포 요원배치! 소화포 요원배치!"

<녹취> 끌고 있어? 서치라이트를 더 비춰봐 와이어 보이는가? 와이어 있어? 뒤에 지금 나가 있는 것 같은데."

마침내 적중하기 시작하는 소화포.

그런데 소화포를 피하기 위해 사각지대인 함정 안쪽으로 중국 어선이 파고듭니다.

자칫 선박과 선박이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지금 서북해상에 중국어선 30여척이 조업이 금지된 특정 금지수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 해역에서 지금 불법 조업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해경함정이 살수포를 쏴서 중국 어선들을 쫓고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빨리 빨리 나가라고 해. 전속으로 나가라고 해. 14노트로 안 나오는 놈들은 총 쏴가지고 침몰시킨다고 해."

2시간에 걸친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이어지고, 마침내 중국어선들이 특정 금지구역 밖으로 물러납니다.

<인터뷰> 최종집(경정/서해 해경 1508함장) : "(오늘 작전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보다시피 많은 선박들이 함께 엉켜있는 사태에서 좁은 수역 범위내에서 기동을 하면서 소화포를 가동하고,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데는 상당히 고도의 주의가 필요함을 확인하셨죠?"

긴 밤을 보내고 맞이한 다음 날 아침.

같은 기동전단 소속 함정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 갑자기 울리는 함내방송.

<녹취> "잠시후 단정 하강예정. 단정 하강 요원 배치."

또 다른 중국어선 선단이 침범을 시작한 겁니다.

<녹취> "중국어선 방위 345도 거리 4.3마일, 현재 침로 160도, 속력 9노트로 현재 들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여기는 대한민국 해역이다. 105도 위치 중국 어선 응답하라."

짙은 안개를 틈타 특정구역에 침입하는 중국어선들.

<녹취> "키 오른편 30도로. 좌향 중국어선 최단!"

중국어선을 차단하기 위해 함정이 급선회를 합니다.

정유진 순경도 M60 기관총을 잡았습니다.

<녹취> 최문석(경위/서해 해경 1508함) : "(뒤에 보이는 초록색 그물이 뭐에요?) 단정이 접근 못하게 등선 방해용 그물입니다. 등선방해용. (저게 있으면 단정이 접근 못하나요? ) 선미쪽으로 접근이 어렵죠. 단정 스크류가 어망에 감기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쟤네들은 설치하고 있는거죠. 현측에다가는 쇠창살을 꽂아놓고.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들어온 거네요.) 그렇죠, 작심하고 들어온거죠."

<녹취> "소화포 발사준비! 소화포 발사준비!"

<녹취> "키 바로(키 원위치)! 키바로(키 원위치)! 우현 중국어선 접근 중! 키바로 써! 키바로 써!"

함정에서 발사하는 소화포가 중국어선 조타실을 집중 타격합니다.

우리 측 함정 4척의 차단기동과 소화포 타격이 2시간 넘게 계속되자 견디지 못한 중국어선 40여 척이 특정구역 밖인 경도 124도선 서편으로 물러납니다.

중국어선의 퇴거를 확인하고 집결지인 북쪽으로 다시 향하는 1508함.

뒤따라오던 같은 기동전단 소속 1002함과 516함에서 잇따라 지원요청에 들어옵니다.

무슨 일일까?

같은 시각 1002함.

쇠창살로 무장한 중국 어선들이 1002 함을 에워쌉니다.

<녹취> "중국어선 4척이 전함을 빙글빙글 돌며 위협하고 있음."

우리 경비정을 향해 집단으로 돌진하며 선체 충돌 위협을 계속합니다.

<녹취> "계속 저희 함미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녹취> "뒤에 받습니다!"

결국, 공용화기인 M60 기관총으로 경고 사격을 가합니다.

90여 발을 쏘고 나서야 중국어선 30여 척은 도주했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고 오후가 되서야 재개된 기동전단 합동 작전회의.

<녹취> 김영암(총경/해경 6기동전단장) : "배들이 30여척 치고 들어온겁니다. 왜, 그것들이 조업하려고 '우리 경비함정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이거를 간을 보기 위해서 오는겁니다."

숨돌릴 틈도 없이 특수기동대 출동 명령이 떨어집니다.

특수기동대의 팀장인 서현수 경장 역시 장비착용을 서두릅니다.

<녹취> 서현수(경장/서해 해경 1508함) : "(헬맷 여기서 쓰고 나가세요?) 아닙니다. 여기서는 사전 준비하는 거라 조끼는 착용하고 올라가서."

<녹취> "김현동 K5. 네. 안전확인. 안전확인 총기 이상 무!"

1508함에는 고속단정이 두정 배치돼 있는데, 한 단정에 보통 9명에서 10명의 특수기동대원들이 탑승합니다.

<녹취>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가장 중요시 되는 건 대원들의 안전입니다.

<녹취> "안전 제일! 안전 제일! 0808 파이팅!"

작전의 첫번째 단계는 고속단정이 검색 대상인 중국 어선을 에워싸며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겁니다.

<녹취> "중국어선, 우리는 한국해경이다. 올라가서 검사할 테니 협조해라."

단정 한대가 엄호를 맡고 나머지 한대가 중국어선에 접근해 등선을 시도합니다.

오징어를 잡는 중국어선입니다.

<녹취> "현재 조업일지. 조업일지 확인 중에 있음."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도 조업일지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허가 조건을 준수했는지 점검합니다.

<녹취> "그럼 몇 개 양망했고 몇개 더 남아있는지 물어봐바 6해리 투망하고 5해리 건졌어요(중국어) 6해리 투망하고 5해리 건졌다고 합니다."

그물망의 크기도 주요 점검 대상입니다.

<녹취> "60mm입니다. 몇개 더 찔러보겠습니다."

초췌해 보이는 선원들과 달리 말끔해 보이는 중국 어선의 선장.

자신들도 불법조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선장 불법조업 어선이 그물을 끌고 가버리면 우리망은 다 없어집니다. 그럼 우리도 손해가 큽니다."

이번 검문검색은 조업 허가를 지키고 있는 어선이어서 안전하게 끝났지만 늘 이렇게 운이 좋은 건 아닙니다.

<녹취> "현재 전방에 중국어선 집단계류중."

10대 이상의 어선들이 선체를 서로 연결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가 하면, 해경대원들이 탑승해있는 배의 선체를 들이받기도 합니다.

<녹취> "배 온다! 좌측에 배 온다!"

모두 선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순간들입니다.

한편 함내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화장실 전쟁입니다.

오수 배관이 막혀서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겁니다.

간부부터 의경까지 모두 배관 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조타실에서 레이더를 감시하던 이상수 팀장이 직접 공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이상수(경위/서해 해경 1508함) : "배관들도 오래 쓰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축적물이 쌓이고 그러다 보니까 막힌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뚫어서 절단해서 수리한 상태입니다. (이런 일도 직접하시나요?) 어쩔 수 없이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직접해야되고."

생활은 생활대로, 훈련은 훈련대로, 단속은 단속대로.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는 바다 위에서의 24시간.

해경의 고단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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