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자골프 석권한 이보미 “100% 만족한 시즌”

입력 2016.12.01 (09:19) 수정 2016.12.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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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이보미(28)는 올해 상금왕, 다승왕,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다승왕과 상금왕을 차지한 이보미는 그러나 올해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미는 "올림픽 출전권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얻은 게 많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올림픽이 끝난 뒤 잠시 새로운 목표를 상실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럼에도 해피 엔딩으로 시즌을 마친 이보미는 "올해는 100% 만족스러웠다"면서도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한 60대 시즌 평균타수 달성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어머니 이화자 씨가 운영하는 '이보미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난 이보미는 "이제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면서 "1월부터 훈련에 들어가는데 아픈 어금니를 언제 치료받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보미와 일문일답.

-- 시즌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 홀가분하다. 아무 탈 없이, 아픈 데 없이 시즌을 마쳤고 게다가 좋은 성적까지 냈으니 기쁜 건 사실이다. 뿌듯하고 보람되고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좀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그런지 덤덤한 것도 있다.

--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줄텐가.

▲ 120점 주고 싶은데 그냥 100점을 하겠다. 100% 만족스럽다.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루고자 한 것은 다 이룬 한해였다.

-- 그래도 아쉬움은 있지 않나?

▲ 전반기 우승이 별로 없어서 올림픽에 가지 못한 것이다. 사실 내가 올림픽 가는 건 확률이 낮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올림픽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게 더 많다. 그리고 내가 못 갔지만, (박)인비가 가서 금메달 따왔지 않나.

--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이런 대성공을 거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 팀워크다.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가 한마음으로 내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와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다.

▲ 벌써 4년째다. 원래 우에다 모모코의 캐디였다. 우에다가 LPGA투어에 진출했을 때도 같이 갔다. 눈여겨보고 있다가 내가 먼저 제안했다. 내가 스카우트한 셈이다.

좋은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다. 나와는 너무 잘 맞는다. 한 번도 의견이 달라본 적도 없고 다툰 적도 없다. 무엇보다 내가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 스승인 조범수 코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 그렇다. 제일 내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다. 올해도 힘들 때마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정신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다.

-- 이번 시즌이 유난히 힘들었나?

▲ 아마 골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8월, 9월 두 달 동안 정말 힘들었다. 올림픽을 목표로 뛰던 상반기는 차라리 나았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자 목표 의식도 흐릿해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다 지쳤던 상황이었다.

-- 어떻게 이겨냈나?

▲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 등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조범수 코치님은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면서 쩡야니 기사를 보여주셨다. 그 기사 내용에 쩡야니는 일인자였기에 모든 샷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고 했다. 나 역시 5등 안에만 들어도 되는데 1등 아니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못 해' 할까 봐 두려웠다.

팬들도 성적보다 코스에서 웃으며 경기하는 모습이 더 좋다고 응원해주시더라. 그런 말 들으니 힘든 게 사라졌다.

-- 올해는 특히 경쟁이 심했다. 더구나 경쟁자가 다 친구들이었다.

▲ 맞다. 신지애, 김하늘 두 친구가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게 나한텐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자극이 됐다. 둘이 없었다면 편하긴 했을지 몰라도 내가 더 잘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신)지애는 강한 상대니까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됐다.

-- 상금왕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기술적 향상이 있다고 들었다.

▲ 쇼트게임 실력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작년에는 7승을 했고 올해는 5승을 했지만, 쇼트게임 실력은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

작년 동계훈련 때 클럽 피팅이 잘 안 돼서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쇼트게임 연습만큼은 열심히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올해 버디 기회는 살리고, 보기 위기를 파로 막은 게 많아졌다.

-- 시즌 시작 전에 쇼트게임 능력 향상을 염두에 뒀던 것인가.

▲ 꼭 그렇지는 않았는데 캐디 시미즈가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그렇게 이끌었다. 시즌 중에도 다른 연습은 쉬어도 쇼트게임 연습은 꼭 하자고 했다.

-- 연습량이 많은 편인가?

▲ 그렇지는 않다. 보통 정도다. 포인트를 잡아서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다. 샷 연습보다는 몸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 체력훈련 말인가?

▲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몸의 균형이나 탄력 있는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필라테스와 밴드 운동이나 피트니스 볼 위에서 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시즌 중에도 매주 화, 수요일은 꼭 1시간씩 운동을 한다. 4년째다.

-- 체력훈련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일본 무대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비결인가?

▲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이너가 항상 같이 다닌다. 운동시켜주고 몸을 관리해준다. 한국에 있을 때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내 골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배우고 나서 한국 상금왕을 했다.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 걸 알았다. 근육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탄력 있고, 유연한 근육 만들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 필라테스만 하는가?

▲ 뛰는 걸 좋아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뛴다. 경치 보면서 땀을 흘리면 몸과 마음이 한결 상쾌하다. 몸이 힘들 때는 외려 뛰고 나면 좋더라.

--올해 웬만한 개인 타이틀을 다 휩쓸었다. 어떤 타이틀이 가장 마음에 드나?

▲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개인 타이틀마다 1위 선수 사진을 올려놓는다. 온통 내 얼굴 사진이다. 그걸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타이틀 가운데 대상과 최저타수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두 대회 반짝해서는 가질 수 없는 타이틀 아니냐. 시즌 내내 꾸준히 잘했다는 뜻이니까. 최저타수는 사상 첫 60대 진입은 이루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기록도 세웠고…

-- 많은 개인 타이틀 가운데 내년도 꼭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 최저타수상이다.

-- 내년 목표가 최저타수상 수성인가?

▲ 그렇다. 올해 이루지 못한 60대 타수를 한번 꼭 해보고 싶다. 최우선 목표다. 메이저대회도 우승하고 싶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던 건 일정을 잘못 짰던 게 크다. 올해는 8주 연속 대회도 뛰었다. 올림픽 출전권 도전에다 타이틀 방어전과 의무 출전 대회가 줄줄이 이어지는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메이저대회 때마다 진이 빠진 상태였다. 내년에는 좀 더 일정을 여유 있게 짜겠다.

-- 일본여자프로골프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다. 성공 비결이 뭔가?

▲ 좋은 스폰서를 만나서 정착이 수월했고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던 게 제일 컸다. 좋은 캐디 만난 것도 행운이고…운이 참 좋았다.

-- 행운만 갖고 어떻게 그런 성공을 거두나? 일본 무대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성공 비법을 공개해보라,

▲ 내 성공의 비결은 일본어다. 나는 되든 안 되든 일본어로 말하려고 애썼다. 서툴러도 다들 기특하게 봐주더라. 어느 나라 투어를 뛰든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일본어에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하지 못해 어려웠다. 그래도 자꾸 하다 보니 늘더라. 3년이 되니까 말문이 트였다. 되든 안 되든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몸 관리다. 다행히 나는 잠을 잘 잔다. 그건 행운이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자마자 트레이너를 고용해 늘 함께 다니면서 내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했다.

-- 국내 팬들에게 내년에는 자주 모습을 보여주나?

▲ 아쉽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일본에서 뛰다 보니 한 대회만 빠져도 타이틀 경쟁에 타격을 입는다. 사실 타이틀 욕심을 못 버리겠다. 한국 팬들 환대에는 너무 감동하였다. 한국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타이틀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20승을 해서 이제 한국 투어 영구 시드를 받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라.

--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은퇴 시점 같은 걸 생각한 적이 있나.

▲ 이지희, 전미정 등 일본에서 뛰는 언니들이나 올해 한국에서 우승한 (홍)진주 언니와 (안)시현 언니를 보고 은퇴를 말하기는 좀 죄송스런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은퇴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지난주 리코컵 대회 때 라커룸에서 만난 이지희 선배가 "여기가 벌써 16년째"라 하시길래 아 나는 앞으로 힘들다는 말도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서른 살이 되려니 새로운 출발선이 선 느낌도 든다. 여자 나이 서른 살이면 몸에 변화가 온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비거리 줄어들지 않아야겠고 비거리가 줄어도 쇼트게임 더 잘해서 만회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하.

-- 이지희 선배만큼 오래도록 투어 선수로 뛰겠다는 뜻인가?

▲ 정말 존경스럽다. 그저 최선을 다해 따라가고 싶을 뿐이다.

-- 언제까지 선수로 뛸 것 같은가?

▲ 영구시드 받으니 마음이 바뀌더라. 가능하면 오래도록? 일본에서도 30승을 채우면 영구 시드를 주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몸이 관건이다. 우승 한번 하기가 쉬운 게 아니다.

-- 인생에서 목표는 뭔가?

▲ 행복한 거다.

--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겠다.

▲ 아빠는 정말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 내가 잘하고 있는데, 이렇게 행복한데 그걸 나누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하다는 게 슬픈 일이다. 작년에는 꿈에도 자주 나오시더니 올해는 잘 안 보이신다. 좋은 곳에 계실 거로 믿는다.

-- 이제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 내년 3월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12월에는 받은 사랑이 많아서 고마웠던 분들께 인사하고 행사 다니고 그러느라 좀 바쁘다. 1월부터 두 달 정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동계훈련을 간다. 거기서 내년을 대비해 몸도 만들고 샷도 가다듬고 실전 훈련도 할 예정이다.

--다 좋다는데 그래도 고민이 있다면?

▲ 왼쪽 어금니 하나를 빼서 없다. 그런데 옆에도 안 좋다더라. 빼야 한다더라. 그걸 빼면 왼쪽 어금니 다 없어질 판이다. 아프지 않은데 굳이 빼야 하나 고민도 되고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자니 그렇고…고민이다. 병원 가보고 결정하겠지만 여유 있게 병원 다닐 시간도 없다. 이를 악물고 쳐서 이가 아픈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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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여자골프 석권한 이보미 “100% 만족한 시즌”
    • 입력 2016-12-01 09:19:29
    • 수정2016-12-01 09:30:45
    연합뉴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이보미(28)는 올해 상금왕, 다승왕,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다승왕과 상금왕을 차지한 이보미는 그러나 올해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미는 "올림픽 출전권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얻은 게 많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올림픽이 끝난 뒤 잠시 새로운 목표를 상실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럼에도 해피 엔딩으로 시즌을 마친 이보미는 "올해는 100% 만족스러웠다"면서도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한 60대 시즌 평균타수 달성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어머니 이화자 씨가 운영하는 '이보미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난 이보미는 "이제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면서 "1월부터 훈련에 들어가는데 아픈 어금니를 언제 치료받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보미와 일문일답.

-- 시즌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 홀가분하다. 아무 탈 없이, 아픈 데 없이 시즌을 마쳤고 게다가 좋은 성적까지 냈으니 기쁜 건 사실이다. 뿌듯하고 보람되고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좀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그런지 덤덤한 것도 있다.

--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줄텐가.

▲ 120점 주고 싶은데 그냥 100점을 하겠다. 100% 만족스럽다.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루고자 한 것은 다 이룬 한해였다.

-- 그래도 아쉬움은 있지 않나?

▲ 전반기 우승이 별로 없어서 올림픽에 가지 못한 것이다. 사실 내가 올림픽 가는 건 확률이 낮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올림픽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게 더 많다. 그리고 내가 못 갔지만, (박)인비가 가서 금메달 따왔지 않나.

--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이런 대성공을 거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 팀워크다.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가 한마음으로 내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와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다.

▲ 벌써 4년째다. 원래 우에다 모모코의 캐디였다. 우에다가 LPGA투어에 진출했을 때도 같이 갔다. 눈여겨보고 있다가 내가 먼저 제안했다. 내가 스카우트한 셈이다.

좋은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다. 나와는 너무 잘 맞는다. 한 번도 의견이 달라본 적도 없고 다툰 적도 없다. 무엇보다 내가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 스승인 조범수 코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 그렇다. 제일 내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다. 올해도 힘들 때마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정신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다.

-- 이번 시즌이 유난히 힘들었나?

▲ 아마 골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8월, 9월 두 달 동안 정말 힘들었다. 올림픽을 목표로 뛰던 상반기는 차라리 나았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자 목표 의식도 흐릿해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다 지쳤던 상황이었다.

-- 어떻게 이겨냈나?

▲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 등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조범수 코치님은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면서 쩡야니 기사를 보여주셨다. 그 기사 내용에 쩡야니는 일인자였기에 모든 샷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고 했다. 나 역시 5등 안에만 들어도 되는데 1등 아니면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못 해' 할까 봐 두려웠다.

팬들도 성적보다 코스에서 웃으며 경기하는 모습이 더 좋다고 응원해주시더라. 그런 말 들으니 힘든 게 사라졌다.

-- 올해는 특히 경쟁이 심했다. 더구나 경쟁자가 다 친구들이었다.

▲ 맞다. 신지애, 김하늘 두 친구가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게 나한텐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자극이 됐다. 둘이 없었다면 편하긴 했을지 몰라도 내가 더 잘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신)지애는 강한 상대니까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됐다.

-- 상금왕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기술적 향상이 있다고 들었다.

▲ 쇼트게임 실력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작년에는 7승을 했고 올해는 5승을 했지만, 쇼트게임 실력은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

작년 동계훈련 때 클럽 피팅이 잘 안 돼서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쇼트게임 연습만큼은 열심히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올해 버디 기회는 살리고, 보기 위기를 파로 막은 게 많아졌다.

-- 시즌 시작 전에 쇼트게임 능력 향상을 염두에 뒀던 것인가.

▲ 꼭 그렇지는 않았는데 캐디 시미즈가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그렇게 이끌었다. 시즌 중에도 다른 연습은 쉬어도 쇼트게임 연습은 꼭 하자고 했다.

-- 연습량이 많은 편인가?

▲ 그렇지는 않다. 보통 정도다. 포인트를 잡아서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다. 샷 연습보다는 몸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 체력훈련 말인가?

▲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몸의 균형이나 탄력 있는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필라테스와 밴드 운동이나 피트니스 볼 위에서 하는 운동을 주로 한다. 시즌 중에도 매주 화, 수요일은 꼭 1시간씩 운동을 한다. 4년째다.

-- 체력훈련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일본 무대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비결인가?

▲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이너가 항상 같이 다닌다. 운동시켜주고 몸을 관리해준다. 한국에 있을 때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내 골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배우고 나서 한국 상금왕을 했다.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 걸 알았다. 근육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탄력 있고, 유연한 근육 만들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 필라테스만 하는가?

▲ 뛰는 걸 좋아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뛴다. 경치 보면서 땀을 흘리면 몸과 마음이 한결 상쾌하다. 몸이 힘들 때는 외려 뛰고 나면 좋더라.

--올해 웬만한 개인 타이틀을 다 휩쓸었다. 어떤 타이틀이 가장 마음에 드나?

▲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개인 타이틀마다 1위 선수 사진을 올려놓는다. 온통 내 얼굴 사진이다. 그걸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타이틀 가운데 대상과 최저타수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두 대회 반짝해서는 가질 수 없는 타이틀 아니냐. 시즌 내내 꾸준히 잘했다는 뜻이니까. 최저타수는 사상 첫 60대 진입은 이루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기록도 세웠고…

-- 많은 개인 타이틀 가운데 내년도 꼭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 최저타수상이다.

-- 내년 목표가 최저타수상 수성인가?

▲ 그렇다. 올해 이루지 못한 60대 타수를 한번 꼭 해보고 싶다. 최우선 목표다. 메이저대회도 우승하고 싶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던 건 일정을 잘못 짰던 게 크다. 올해는 8주 연속 대회도 뛰었다. 올림픽 출전권 도전에다 타이틀 방어전과 의무 출전 대회가 줄줄이 이어지는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메이저대회 때마다 진이 빠진 상태였다. 내년에는 좀 더 일정을 여유 있게 짜겠다.

-- 일본여자프로골프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다. 성공 비결이 뭔가?

▲ 좋은 스폰서를 만나서 정착이 수월했고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던 게 제일 컸다. 좋은 캐디 만난 것도 행운이고…운이 참 좋았다.

-- 행운만 갖고 어떻게 그런 성공을 거두나? 일본 무대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성공 비법을 공개해보라,

▲ 내 성공의 비결은 일본어다. 나는 되든 안 되든 일본어로 말하려고 애썼다. 서툴러도 다들 기특하게 봐주더라. 어느 나라 투어를 뛰든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일본어에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하지 못해 어려웠다. 그래도 자꾸 하다 보니 늘더라. 3년이 되니까 말문이 트였다. 되든 안 되든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몸 관리다. 다행히 나는 잠을 잘 잔다. 그건 행운이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자마자 트레이너를 고용해 늘 함께 다니면서 내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했다.

-- 국내 팬들에게 내년에는 자주 모습을 보여주나?

▲ 아쉽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일본에서 뛰다 보니 한 대회만 빠져도 타이틀 경쟁에 타격을 입는다. 사실 타이틀 욕심을 못 버리겠다. 한국 팬들 환대에는 너무 감동하였다. 한국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타이틀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20승을 해서 이제 한국 투어 영구 시드를 받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라.

--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은퇴 시점 같은 걸 생각한 적이 있나.

▲ 이지희, 전미정 등 일본에서 뛰는 언니들이나 올해 한국에서 우승한 (홍)진주 언니와 (안)시현 언니를 보고 은퇴를 말하기는 좀 죄송스런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은퇴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지난주 리코컵 대회 때 라커룸에서 만난 이지희 선배가 "여기가 벌써 16년째"라 하시길래 아 나는 앞으로 힘들다는 말도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서른 살이 되려니 새로운 출발선이 선 느낌도 든다. 여자 나이 서른 살이면 몸에 변화가 온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비거리 줄어들지 않아야겠고 비거리가 줄어도 쇼트게임 더 잘해서 만회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하.

-- 이지희 선배만큼 오래도록 투어 선수로 뛰겠다는 뜻인가?

▲ 정말 존경스럽다. 그저 최선을 다해 따라가고 싶을 뿐이다.

-- 언제까지 선수로 뛸 것 같은가?

▲ 영구시드 받으니 마음이 바뀌더라. 가능하면 오래도록? 일본에서도 30승을 채우면 영구 시드를 주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몸이 관건이다. 우승 한번 하기가 쉬운 게 아니다.

-- 인생에서 목표는 뭔가?

▲ 행복한 거다.

--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겠다.

▲ 아빠는 정말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 내가 잘하고 있는데, 이렇게 행복한데 그걸 나누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하다는 게 슬픈 일이다. 작년에는 꿈에도 자주 나오시더니 올해는 잘 안 보이신다. 좋은 곳에 계실 거로 믿는다.

-- 이제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 내년 3월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12월에는 받은 사랑이 많아서 고마웠던 분들께 인사하고 행사 다니고 그러느라 좀 바쁘다. 1월부터 두 달 정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동계훈련을 간다. 거기서 내년을 대비해 몸도 만들고 샷도 가다듬고 실전 훈련도 할 예정이다.

--다 좋다는데 그래도 고민이 있다면?

▲ 왼쪽 어금니 하나를 빼서 없다. 그런데 옆에도 안 좋다더라. 빼야 한다더라. 그걸 빼면 왼쪽 어금니 다 없어질 판이다. 아프지 않은데 굳이 빼야 하나 고민도 되고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자니 그렇고…고민이다. 병원 가보고 결정하겠지만 여유 있게 병원 다닐 시간도 없다. 이를 악물고 쳐서 이가 아픈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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