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치와 북한 과자’

입력 2016.12.01 (18:40) 수정 2016.12.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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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센 언니'들

이 언니들 세다. 보통 센 게 아니라 '완전' 세다.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는 지금 이 '센 언니들'이 걸크러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기 있는 K-POP 걸그룹이 아니다. 이들이 매력을 뽐내는 곳은 무대가 아닌 축구장. 신나는 댄스나 화려한 외모가 아닌 '발재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고 있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북한대표팀 이야기다.

'닥치고 공격' 북한식 닥공

공 좀 찬다. 솔직하게 '조금' 아니고 '잘' 찬다. 최근 화두인 축구 스타일 '닥공(닥치고 공격, 무조건 공격, 일단 공격) 축구'를 이 언니들이 한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무려 18골을 터트렸다. 본선에 오른 16개 나라 가운데 단연 1위. 얻어걸린(?) 골이 아니다. 정교한 킥과 저돌적인 돌파, 상대 실수는 가차 없이 득점으로 완성하는 결정력까지 엄지 척! 수준이다. 시원하고 짜릿하게 상대 골망을 흔든다. 18골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 영상에 담았다. 확인해보자. 허술하지 않다.


우승 향한 마지막 승부 '프랑스 나와!'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하며 결승에 오른 북한은 프랑스와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오는 3일(한국시각) 오후 6시 30분부터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북한은 지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챔피언이 될 꿈에 부풀어있고 프랑스는 사상 첫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마음이 오간 '한국 김치'와 '북한 과자'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북한은 여전히 경직된 모습이다. 북한과 미국의 지난 4강전 작전시간 당시 모습. 남자 감독 앞에 각 잡고(?) 서서 지시 내용을 경청하는 북한 선수들과 여자 감독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전술 내용을 이야기하는 미국팀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를 통해 비쳤다.


다른 나라와의 접촉은 피하고 웬만해서는 말도 섞지 않는 북한 선수단이지만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어 보이는 상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난 8월 리우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우리나라 이은주와 북한 홍은정이 함께 찍은 셀카 한 장이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남북 선수단은 교감했다.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다. 서로 다른 조에 속해서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마주칠 기회도 없었고 숙소도 달랐다. 그럼에도 '통(通)'했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일찌감치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8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대표팀이 묵었던 숙소의 다음 주인이 북한이었다. 저조한 성적으로 예상보다 일찍 숙소를 떠나야 했던 우리 대표팀은 선수단 식사 반찬으로 가져갔던 김치를 다음 주인인 북한대표팀을 위해 남겨두고 왔다. 호텔 조리장에게 김치를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응원의 마음도 전했다. 우리 선수단의 출국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 그들의 간식거리를 답례품으로 보내왔다. 북한 과자였다. 풍선껌은 방울껌, 초콜릿은 쵸콜레트.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표기법이 아니지만, 마음이 따스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어떤 과자 광고 노래처럼 서로에 대한 정(情)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대표팀 관계자가 찍은 북한 과자여자대표팀 관계자가 찍은 북한 과자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해도 대한민국과 북한, 남북은 모두 똑같이 알고 있다. 우리는 같은 민족, 한 핏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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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김치와 북한 과자’
    • 입력 2016-12-01 18:40:10
    • 수정2016-12-01 18:43:21
    취재K
축구장의 '센 언니'들

이 언니들 세다. 보통 센 게 아니라 '완전' 세다. 오세아니아 파푸아뉴기니는 지금 이 '센 언니들'이 걸크러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기 있는 K-POP 걸그룹이 아니다. 이들이 매력을 뽐내는 곳은 무대가 아닌 축구장. 신나는 댄스나 화려한 외모가 아닌 '발재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고 있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북한대표팀 이야기다.

'닥치고 공격' 북한식 닥공

공 좀 찬다. 솔직하게 '조금' 아니고 '잘' 찬다. 최근 화두인 축구 스타일 '닥공(닥치고 공격, 무조건 공격, 일단 공격) 축구'를 이 언니들이 한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무려 18골을 터트렸다. 본선에 오른 16개 나라 가운데 단연 1위. 얻어걸린(?) 골이 아니다. 정교한 킥과 저돌적인 돌파, 상대 실수는 가차 없이 득점으로 완성하는 결정력까지 엄지 척! 수준이다. 시원하고 짜릿하게 상대 골망을 흔든다. 18골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 영상에 담았다. 확인해보자. 허술하지 않다.


우승 향한 마지막 승부 '프랑스 나와!'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하며 결승에 오른 북한은 프랑스와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오는 3일(한국시각) 오후 6시 30분부터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북한은 지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챔피언이 될 꿈에 부풀어있고 프랑스는 사상 첫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마음이 오간 '한국 김치'와 '북한 과자'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북한은 여전히 경직된 모습이다. 북한과 미국의 지난 4강전 작전시간 당시 모습. 남자 감독 앞에 각 잡고(?) 서서 지시 내용을 경청하는 북한 선수들과 여자 감독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전술 내용을 이야기하는 미국팀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를 통해 비쳤다.


다른 나라와의 접촉은 피하고 웬만해서는 말도 섞지 않는 북한 선수단이지만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어 보이는 상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난 8월 리우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우리나라 이은주와 북한 홍은정이 함께 찍은 셀카 한 장이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남북 선수단은 교감했다.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다. 서로 다른 조에 속해서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마주칠 기회도 없었고 숙소도 달랐다. 그럼에도 '통(通)'했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일찌감치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8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대표팀이 묵었던 숙소의 다음 주인이 북한이었다. 저조한 성적으로 예상보다 일찍 숙소를 떠나야 했던 우리 대표팀은 선수단 식사 반찬으로 가져갔던 김치를 다음 주인인 북한대표팀을 위해 남겨두고 왔다. 호텔 조리장에게 김치를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했고 응원의 마음도 전했다. 우리 선수단의 출국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 그들의 간식거리를 답례품으로 보내왔다. 북한 과자였다. 풍선껌은 방울껌, 초콜릿은 쵸콜레트.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표기법이 아니지만, 마음이 따스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어떤 과자 광고 노래처럼 서로에 대한 정(情)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대표팀 관계자가 찍은 북한 과자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해도 대한민국과 북한, 남북은 모두 똑같이 알고 있다. 우리는 같은 민족, 한 핏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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