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분노’→00?…빅데이터로 보는 촛불 민심

입력 2016.12.02 (19:43) 수정 2016.12.0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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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즉각 퇴진” 6차 촛불…맞불 집회도 예고

어느덧 두 달, 촛불 민심이 꺼질 줄 모른 채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5차 대규모 촛불 집회에 주최 측 추산 전국 190만 명(광화문 150만 명)이 모였다. 내일(3일) 열릴 6차 촛불 집회에도 수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나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분노와 좌절 섞인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온 나라가 겪는 집단 우울증이 일상이 된 지도 이미 몇 주가 흘렀다. "이게 나라냐", "차라리 이민 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 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가 실체를 드러내며 본격화된 시점을 전후해 우리 국민들의 민심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정치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일정이 여당 내 친박과 비박의 입장 변화, 야 3당간 엇박자 등으로 계속 바뀌면서 6주째 이어지는 촛불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KBS는 최근 9주 동안 온라인(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의 글 대상)에서 나타나는 우리 국민들의 감성 추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업체에 의뢰했다.
(조사 대상 기간: 10월 3일 ~12월 1일, 분석 대상: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글)


1위 '우려'에서 '분노'로…10월 넷째주 <태블릿 PC> 보도가 분기점

최순실 씨의 비선 실세 의혹이 본격 제기된 태블릿 PC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10월 3주째까지 우리 국민들의 감성 분류 1위 단어는 '우려'였다. 그 뒤를 '분노'가 이었지만, '우려'에 비하면 500~1600여 건 정도 뒤처져 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이 발표되기도 전 최순실 씨에게 넘어갔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인 10월 4주째, '우려' 대신 '분노'가 1위로 올라섰다. '분노' 감성은 5,895건으로 5,165건을 보인 '우려' 감성을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5주 넘게 1위...<최순실 구속> 당시 '분노' 최고조

이후 촛불 집회가 도심을 밝히기 시작했고, 검찰 수사 개시 후 최순실이 구속된 시점인 11월 첫째 주, '분노'는 무려 7,764건으로 기록됐다. 이후 '분노'는 한 달 넘게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넷째 주부터 감성 분류 2위는 '우려'로 지속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절망'이라는 감성이다. 감성 분류 3위는 10월부터 11월 첫째 주까지는 '의심'과 '절망'이 번갈아 가면서 기록됐다.


'절망'이 고개를 든다…장기화 우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지 3주차에 접어든 11월 둘째 주부터 11월 마지막 날(30일)까지, <우울하다, 슬프다, 무기력하다 등>으로 나타나는 '절망'은 계속 3번째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무력감이 대한민국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 주 토요일(11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고, 사상 처음으로 주최 측 추산 100만 시민이 모여 시국에 대한 울분을 대규모로 표출했다.

11월 12일 광화문 집회, 촛불 집회 사상 최초로 100만 인파 기록11월 12일 광화문 집회, 촛불 집회 사상 최초로 100만 인파 기록

이번 빅데이터를 분석한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는 "'절망'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다. 국가적으로 매우 큰 중대사가 있을 때가 아니고서는 보통 절망이 이렇게 많은 건수를 보이진 않는다. 절망이란 감성은 한번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면 적어도 6개월은 지속된다."라고 말했다.

최장 4개월 동안 이뤄질 특검 수사와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 등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국 상황에서 집단적 '절망'은 한동안 대한민국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도 '분노'는 계속된다

이번 주 감성 분류는 일자별로 정리했다. 이전과 똑같이 분노와 우려, 절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차이점이 있다면 절망이 어제(1일)자로 2번째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탄핵'과 '4월 퇴진' 사이에서 정치권이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던 촛불 민심의 분노와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주목해야 할 감성이 또 있다. 다음소프트 최 이사는 "촛불집회 자유발언을 보면,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줄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담기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5차 대규모 촛불집회 뒤인 이번 주, 리스트에는 보이지 않지만 눈여겨 봐야 할 감성이 또 있다. 바로 '미안함'이다."라고 덧붙였다.


집단적 분노와 울분… "시원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순실증'. 최순실 게이트로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울분을 말하는 신조어가 됐다. "믿어왔던 상식이 무너져 내렸다.", "이 분노를 어디에 분출해야 할 지 모르겠다.", "뉴스만 보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집단적 분노와 울분은 매주 대규모 촛불 집회 기록을 경신하고, 온라인 빅데이터에 나타나는 감성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집단적 울분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은 무엇일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원하게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고...국민들이 '사회가 바뀐다' 는 희망을 얻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정서가 다시 건강한 에너지로 채워지고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꽃 피우게 되겠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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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려’→‘분노’→00?…빅데이터로 보는 촛불 민심
    • 입력 2016-12-02 19:43:16
    • 수정2016-12-02 22:03:44
    정치
[연관기사] ☞ [뉴스9] “즉각 퇴진” 6차 촛불…맞불 집회도 예고 어느덧 두 달, 촛불 민심이 꺼질 줄 모른 채 타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5차 대규모 촛불 집회에 주최 측 추산 전국 190만 명(광화문 150만 명)이 모였다. 내일(3일) 열릴 6차 촛불 집회에도 수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나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분노와 좌절 섞인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온 나라가 겪는 집단 우울증이 일상이 된 지도 이미 몇 주가 흘렀다. "이게 나라냐", "차라리 이민 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 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가 실체를 드러내며 본격화된 시점을 전후해 우리 국민들의 민심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정치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일정이 여당 내 친박과 비박의 입장 변화, 야 3당간 엇박자 등으로 계속 바뀌면서 6주째 이어지는 촛불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KBS는 최근 9주 동안 온라인(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의 글 대상)에서 나타나는 우리 국민들의 감성 추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업체에 의뢰했다. (조사 대상 기간: 10월 3일 ~12월 1일, 분석 대상: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글) 1위 '우려'에서 '분노'로…10월 넷째주 <태블릿 PC> 보도가 분기점 최순실 씨의 비선 실세 의혹이 본격 제기된 태블릿 PC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10월 3주째까지 우리 국민들의 감성 분류 1위 단어는 '우려'였다. 그 뒤를 '분노'가 이었지만, '우려'에 비하면 500~1600여 건 정도 뒤처져 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이 발표되기도 전 최순실 씨에게 넘어갔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인 10월 4주째, '우려' 대신 '분노'가 1위로 올라섰다. '분노' 감성은 5,895건으로 5,165건을 보인 '우려' 감성을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5주 넘게 1위...<최순실 구속> 당시 '분노' 최고조 이후 촛불 집회가 도심을 밝히기 시작했고, 검찰 수사 개시 후 최순실이 구속된 시점인 11월 첫째 주, '분노'는 무려 7,764건으로 기록됐다. 이후 '분노'는 한 달 넘게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넷째 주부터 감성 분류 2위는 '우려'로 지속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절망'이라는 감성이다. 감성 분류 3위는 10월부터 11월 첫째 주까지는 '의심'과 '절망'이 번갈아 가면서 기록됐다. '절망'이 고개를 든다…장기화 우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지 3주차에 접어든 11월 둘째 주부터 11월 마지막 날(30일)까지, <우울하다, 슬프다, 무기력하다 등>으로 나타나는 '절망'은 계속 3번째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무력감이 대한민국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 주 토요일(11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3차 촛불 집회가 열렸고, 사상 처음으로 주최 측 추산 100만 시민이 모여 시국에 대한 울분을 대규모로 표출했다. 11월 12일 광화문 집회, 촛불 집회 사상 최초로 100만 인파 기록 이번 빅데이터를 분석한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는 "'절망'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다. 국가적으로 매우 큰 중대사가 있을 때가 아니고서는 보통 절망이 이렇게 많은 건수를 보이진 않는다. 절망이란 감성은 한번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면 적어도 6개월은 지속된다."라고 말했다. 최장 4개월 동안 이뤄질 특검 수사와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 등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국 상황에서 집단적 '절망'은 한동안 대한민국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도 '분노'는 계속된다 이번 주 감성 분류는 일자별로 정리했다. 이전과 똑같이 분노와 우려, 절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차이점이 있다면 절망이 어제(1일)자로 2번째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탄핵'과 '4월 퇴진' 사이에서 정치권이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던 촛불 민심의 분노와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주목해야 할 감성이 또 있다. 다음소프트 최 이사는 "촛불집회 자유발언을 보면,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줄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담기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5차 대규모 촛불집회 뒤인 이번 주, 리스트에는 보이지 않지만 눈여겨 봐야 할 감성이 또 있다. 바로 '미안함'이다."라고 덧붙였다. 집단적 분노와 울분… "시원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순실증'. 최순실 게이트로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울분을 말하는 신조어가 됐다. "믿어왔던 상식이 무너져 내렸다.", "이 분노를 어디에 분출해야 할 지 모르겠다.", "뉴스만 보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집단적 분노와 울분은 매주 대규모 촛불 집회 기록을 경신하고, 온라인 빅데이터에 나타나는 감성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집단적 울분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은 무엇일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원하게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고...국민들이 '사회가 바뀐다' 는 희망을 얻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정서가 다시 건강한 에너지로 채워지고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꽃 피우게 되겠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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