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없애겠다”…주목받는 그녀의 싸움

입력 2016.12.03 (10: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문제 등으로 정치 기사가 도배되고 있는 탓에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원래 12월 여의도 정치권은 예산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운하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매년 격돌했고, 박 대통령의 예산 테마는 '창조 경제 예산'이었다. 하지만 386조 원(2016년 기준)이 넘는 예산에 메인 스트림만 있을 수는 없다. 이른바 쪽지 예산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전체 예산을 만들면 그 중 몇 천 억 원(?)은 처음부터 쪽지 예산을 위해 돌릴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놓는다는 게 통설이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 주요 정치인, 예결위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배려하는 돈이 그 속에서 나오고, 다른 정치인들도 어떻게든 그 속에서 자기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한국에 쪽지 예산이 있다면, 일본 도쿄도의 예산편성 과정에는 '세토 후카쯔(政黨復活/정당부활)'라는 표현이 있다.

개념은 한국의 쪽지 예산과 비슷하다. 도의회의 각 정당, 혹은 파벌 의원들이 각종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업 예산을 부활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규모가 상당하다. 이 '세토 후카쯔(정당부활)'에 배려돼 있는 돈만 연간 200억 엔(200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유력 의원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이른바 사적 영역의 예산 편성이지만, 전후 지금까지 계속이어지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이 오래된 악습에 지난 7월 새로이 당선된 고이케 도쿄 도지사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일 도의회 연설을 통해 '사적 영역'의 예산 성격이 강한 '세토 후카쯔(정당부활)'를 전면 폐지하고 이를 공적 영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공개된 상태에서 각 단체의 예산 요청을 받고 이를 심사한 뒤 예산을 편성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당이 최후에 '백지수표' 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있다니 놀랄만한 상황입니다" 고이케 지사의 말이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이 처럼 도의회를 점령하고 있는 정당들, 특히 자민당에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자신이 지난 7월 도지사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이 다른 이를 밀자 무소속 출마를 단행했고, 도정개혁을 내세워 당당히 도지사를 가져왔다.

이후 행보는 거칠게 없다. 정부 여당, 그리고 자민당 소속 전직 도지사가 추진하던 도쿄 올림픽 경기장 설립 계획에 대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브레이크를 건 뒤 IOC까지 불러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가 하면, 도쿄 내 명소인 츠키지 어시장을 옮기는 문제도 이전 예정지인 도요스의 안전 문제를 밝혀내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예산 편성의 투명성을 기치로 내걸고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행보. 아베 총리의 독주가계속되고 있는 일본 정계에서 그녀의 싸움이 주목받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쪽지예산 없애겠다”…주목받는 그녀의 싸움
    • 입력 2016-12-03 10:03:07
    취재K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문제 등으로 정치 기사가 도배되고 있는 탓에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원래 12월 여의도 정치권은 예산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운하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매년 격돌했고, 박 대통령의 예산 테마는 '창조 경제 예산'이었다. 하지만 386조 원(2016년 기준)이 넘는 예산에 메인 스트림만 있을 수는 없다. 이른바 쪽지 예산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전체 예산을 만들면 그 중 몇 천 억 원(?)은 처음부터 쪽지 예산을 위해 돌릴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놓는다는 게 통설이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 주요 정치인, 예결위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배려하는 돈이 그 속에서 나오고, 다른 정치인들도 어떻게든 그 속에서 자기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한국에 쪽지 예산이 있다면, 일본 도쿄도의 예산편성 과정에는 '세토 후카쯔(政黨復活/정당부활)'라는 표현이 있다.

개념은 한국의 쪽지 예산과 비슷하다. 도의회의 각 정당, 혹은 파벌 의원들이 각종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업 예산을 부활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규모가 상당하다. 이 '세토 후카쯔(정당부활)'에 배려돼 있는 돈만 연간 200억 엔(200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유력 의원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이른바 사적 영역의 예산 편성이지만, 전후 지금까지 계속이어지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이 오래된 악습에 지난 7월 새로이 당선된 고이케 도쿄 도지사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1일 도의회 연설을 통해 '사적 영역'의 예산 성격이 강한 '세토 후카쯔(정당부활)'를 전면 폐지하고 이를 공적 영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공개된 상태에서 각 단체의 예산 요청을 받고 이를 심사한 뒤 예산을 편성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당이 최후에 '백지수표' 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있다니 놀랄만한 상황입니다" 고이케 지사의 말이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이 처럼 도의회를 점령하고 있는 정당들, 특히 자민당에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자신이 지난 7월 도지사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자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이 다른 이를 밀자 무소속 출마를 단행했고, 도정개혁을 내세워 당당히 도지사를 가져왔다.

이후 행보는 거칠게 없다. 정부 여당, 그리고 자민당 소속 전직 도지사가 추진하던 도쿄 올림픽 경기장 설립 계획에 대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브레이크를 건 뒤 IOC까지 불러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가 하면, 도쿄 내 명소인 츠키지 어시장을 옮기는 문제도 이전 예정지인 도요스의 안전 문제를 밝혀내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예산 편성의 투명성을 기치로 내걸고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행보. 아베 총리의 독주가계속되고 있는 일본 정계에서 그녀의 싸움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