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일본, ‘대북 독자제재 강화’ 발표는 했는데…

입력 2016.12.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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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일본이 본격적인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12월 2일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독자제재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우선 재입국 금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에 들어갔다온 재일 북한 당국자를 비롯해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을 가진 재일 외국인이 대상이다.

북한에 기항한 일본 선박의 입항도 금지했다. 인도적 목적을 포함해 북한에 기항했던 모든 선박의 입항이 금지된다.


자산 동결 범위도 확대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에 관여한 단체와 개인이 대상이다. 기존의 '단체 43곳, 개인 40명'에서 '단체 54곳, 개인 58명'으로 늘어난다. 올해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의 단체와 개인이 포함된다.

구체적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핵 관련 물자를 수출했다가 적발된 중국기업 '훙샹'과 그 대표가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안보리의 결의 내용에 북한의 석탄과 광물 수출에 대한 제재가 포함된 점을 고려해, 니켈과 동 등 북한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헬기나 선박의 대북 수출도 금지했다.

북한과 관련된 제3국 기업 제재는 물 건너 가나?


스가 관방장관은 대북 제재 강화를 결정한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는 관계 법령에 따라 필요할 경우 국회의 사후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북한의 대응과 국제 사회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추가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대북 제재 강화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 두 나라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도 두 나라와 긴밀히 연계해 검토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 결과로서 한·미·일 3국이 시기를 맞춰 독자적인 제재를 각각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제재는 애초 전망됐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력한 후속 조치로 거론됐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조치이다.


북한처럼 교역 상대국이 제한된 국가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평가된다. 북한에 이를 적용한다면, 중국 기업이 주요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적용한다면, 이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한 초강수가 될 것이다.

스가 관방장관은 '북한인을 고용한 제3국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는 앞으로 밝히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해석뿐만 아니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해석,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 등이 가능하다.

'북일 스톡홀름 합의'...한미와 다른 일본 입장

일본의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인적 교류와 경제 교류의 규모가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가 대북 비난 발언 수준에 필적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주목하고 있다. 2014년 5월 29일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전격적인 합의 내용을 발표해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일본은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고 대북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협의 과정에서 배제돼 있었고, 합의 발표 직전에야 일본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 한미 양국 모두 합의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납북자 해결 노력은 북한의 핵 문제 해결 노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스톡홀름 합의는 이후 일부 진전된 성과를 보이는 듯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일본의 독자 제재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대북 제재 진정성은 어디까지...

대북 제재 강화를 결정한 12월 2일,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국과 협조해 독자적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닫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의 스톡홀름 합의에 근거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주요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제재는 앞으로도 여럿 남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 복잡한 현안을 무시하면서까지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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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일본, ‘대북 독자제재 강화’ 발표는 했는데…
    • 입력 2016-12-03 11:51:14
    취재후·사건후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일본이 본격적인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12월 2일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독자제재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우선 재입국 금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에 들어갔다온 재일 북한 당국자를 비롯해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을 가진 재일 외국인이 대상이다.

북한에 기항한 일본 선박의 입항도 금지했다. 인도적 목적을 포함해 북한에 기항했던 모든 선박의 입항이 금지된다.


자산 동결 범위도 확대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에 관여한 단체와 개인이 대상이다. 기존의 '단체 43곳, 개인 40명'에서 '단체 54곳, 개인 58명'으로 늘어난다. 올해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의 단체와 개인이 포함된다.

구체적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핵 관련 물자를 수출했다가 적발된 중국기업 '훙샹'과 그 대표가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안보리의 결의 내용에 북한의 석탄과 광물 수출에 대한 제재가 포함된 점을 고려해, 니켈과 동 등 북한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헬기나 선박의 대북 수출도 금지했다.

북한과 관련된 제3국 기업 제재는 물 건너 가나?


스가 관방장관은 대북 제재 강화를 결정한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는 관계 법령에 따라 필요할 경우 국회의 사후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북한의 대응과 국제 사회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추가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대북 제재 강화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 두 나라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도 두 나라와 긴밀히 연계해 검토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 결과로서 한·미·일 3국이 시기를 맞춰 독자적인 제재를 각각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제재는 애초 전망됐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력한 후속 조치로 거론됐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조치이다.


북한처럼 교역 상대국이 제한된 국가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평가된다. 북한에 이를 적용한다면, 중국 기업이 주요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적용한다면, 이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한 초강수가 될 것이다.

스가 관방장관은 '북한인을 고용한 제3국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는 앞으로 밝히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해석뿐만 아니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해석,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 등이 가능하다.

'북일 스톡홀름 합의'...한미와 다른 일본 입장

일본의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인적 교류와 경제 교류의 규모가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가 대북 비난 발언 수준에 필적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주목하고 있다. 2014년 5월 29일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전격적인 합의 내용을 발표해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재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일본은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고 대북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협의 과정에서 배제돼 있었고, 합의 발표 직전에야 일본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 한미 양국 모두 합의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납북자 해결 노력은 북한의 핵 문제 해결 노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스톡홀름 합의는 이후 일부 진전된 성과를 보이는 듯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따른 일본의 독자 제재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대북 제재 진정성은 어디까지...

대북 제재 강화를 결정한 12월 2일,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국과 협조해 독자적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닫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의 스톡홀름 합의에 근거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주요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제재는 앞으로도 여럿 남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 등 복잡한 현안을 무시하면서까지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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