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나은 도우미견…주민증 받다

입력 2016.12.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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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주민입니다”…신분증을 받은 개

최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한 곳에서 장애인 도우미견에게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증)를 교부해서 관심을 모았다. 화제가 된 곳은 일본 혼슈 사이타마현 남쪽 도코로자와시, 도쿄 북쪽과 경계선이 맞닿아 있는 도시이다.

도코로자와시는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조견 3마리에게 특별주민표를 교부했다. 교부 대상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2마리와 청각장애인 안내견 1마리이다. 시청에서 조촐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시장이 직접 나서서 보조견의 '짝꿍'인 시민들에게 주민표를 전달됐다.


주민표에는 개의 이름과 함께 '주민이 된 날'이 적혀 있고, 돕고 있는 시민과의 관계는 '파트너'라고 기재됐다.


시측은 이러한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문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밤비'와 함께 살고 있는 70대 노인은 '보조견을 이해하는 계기가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보조견과 함께 어디든 자유롭게 갈수 있도록 따뜻하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도우미견


일본에서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의 역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천 마리 이상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우미견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보편적으로 따뜻하다. 목숨을 걸고 보살피는 모습은 마치 '주군에게 목숨을 충성하는 가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본에도 장애인을 불편하게 여기고, 도우미견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내견을 발로 걷어차거나 담뱃불로 지지고 심지어 흉기로 찌르기까지 하는 엽기적인 범죄가 가끔씩 벌어져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사이타마시에서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오스카'가 주인을 일터로 안내하는 도중 흉기로 여러차례 찔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안내견은 주인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우가 아니면 짖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오스카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주인을 일터로 무사히 안내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일본 사회는 경악했다.

2015년 도쿠시마시에서는 안내견과 함께 있던 50대 시각장애인이 후진하던 트럭에 치여 숨졌다. 동반자였던 안내견 '발데스'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당시 발데스는 10살, 사람 나이로 약 70살의 노령견이었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안내견은 위험한 상황에서 주인을 안전한 쪽으로 이끌도록 훈련받는다. 사람들은 반데스가 주인을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도우미견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례는 드물지 않다. 1982년 나고야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퍼드 '사브'는 시각 장애인 주인을 안내하는 도우미견이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좁은 길에서 균형을 잃은 차량이 인도쪽으로 미끄러져 덮쳐왔다. 사브는 주인을 안전한 쪽으로 끌어내고 차량을 막아섰다. 운전자는 개가 차를 향해 돌진했다고 진술했다.

주인은 무사했지만, 사브는 중상을 입었다. 왼쪽 앞발을 절단해야 했다. 주인은 사브의 안락사를 거부했다. 사브는 세발로도 안내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총리는 공로상을 주었고,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주 명예견' 칭호를 수여했다. 사브의 사례를 계기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사고를 당할 경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사브의 사례 덕분일까? 현재 일본 도로는 2차선 이상일 경우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시설이 의무화돼 있다.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이 말하는 것은...

똑똑하고 충직한 개는 어리석고 탐욕스런 사람보다 낫다. 특히 장애인 도우미견은 더욱 그렇다. 타고난 친화력은 필수이고, 훈련을 거쳐 완성된 전문성, 그리고 인내심과 판단력, 희생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도우미견은 장애인의 일상 생활을 돕는 고마운 존재이다.

장애인의 복지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면, 시각장애인의 길 안내를 돕는 맹인 안내견(맹도견)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도우미견의 영역은 사실 매우 다양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기본이고, 청각 장애인을 돕는 도우미견,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의 일상 생활을 돕는 도우미견, 그리고 넓게는 심신의 치료를 돕는 치료견까지 존재한다.

한마리의 도우미견이 실제 일상 생활에 투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든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한 마리가 탄생하기까지 1∼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정책적인 의지와 인도주의적 헌신이 없다면 도우미견 육성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도우미견의 훈련과 보급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우미견이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장애인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성숙한 문화가 필수적이다. 도우미견을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존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한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이는가와 관련돼 있다.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긴다면, 장애인 도우미견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길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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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보다 나은 도우미견…주민증 받다
    • 입력 2016-12-03 19:45:05
    취재K
“저도 주민입니다”…신분증을 받은 개

최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한 곳에서 장애인 도우미견에게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증)를 교부해서 관심을 모았다. 화제가 된 곳은 일본 혼슈 사이타마현 남쪽 도코로자와시, 도쿄 북쪽과 경계선이 맞닿아 있는 도시이다.

도코로자와시는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조견 3마리에게 특별주민표를 교부했다. 교부 대상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2마리와 청각장애인 안내견 1마리이다. 시청에서 조촐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시장이 직접 나서서 보조견의 '짝꿍'인 시민들에게 주민표를 전달됐다.


주민표에는 개의 이름과 함께 '주민이 된 날'이 적혀 있고, 돕고 있는 시민과의 관계는 '파트너'라고 기재됐다.


시측은 이러한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문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밤비'와 함께 살고 있는 70대 노인은 '보조견을 이해하는 계기가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보조견과 함께 어디든 자유롭게 갈수 있도록 따뜻하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도우미견


일본에서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의 역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천 마리 이상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우미견을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보편적으로 따뜻하다. 목숨을 걸고 보살피는 모습은 마치 '주군에게 목숨을 충성하는 가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본에도 장애인을 불편하게 여기고, 도우미견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내견을 발로 걷어차거나 담뱃불로 지지고 심지어 흉기로 찌르기까지 하는 엽기적인 범죄가 가끔씩 벌어져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사이타마시에서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오스카'가 주인을 일터로 안내하는 도중 흉기로 여러차례 찔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안내견은 주인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우가 아니면 짖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오스카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주인을 일터로 무사히 안내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일본 사회는 경악했다.

2015년 도쿠시마시에서는 안내견과 함께 있던 50대 시각장애인이 후진하던 트럭에 치여 숨졌다. 동반자였던 안내견 '발데스'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당시 발데스는 10살, 사람 나이로 약 70살의 노령견이었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안내견은 위험한 상황에서 주인을 안전한 쪽으로 이끌도록 훈련받는다. 사람들은 반데스가 주인을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도우미견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례는 드물지 않다. 1982년 나고야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퍼드 '사브'는 시각 장애인 주인을 안내하는 도우미견이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좁은 길에서 균형을 잃은 차량이 인도쪽으로 미끄러져 덮쳐왔다. 사브는 주인을 안전한 쪽으로 끌어내고 차량을 막아섰다. 운전자는 개가 차를 향해 돌진했다고 진술했다.

주인은 무사했지만, 사브는 중상을 입었다. 왼쪽 앞발을 절단해야 했다. 주인은 사브의 안락사를 거부했다. 사브는 세발로도 안내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총리는 공로상을 주었고,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주 명예견' 칭호를 수여했다. 사브의 사례를 계기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사고를 당할 경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사브의 사례 덕분일까? 현재 일본 도로는 2차선 이상일 경우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시설이 의무화돼 있다.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이 말하는 것은...

똑똑하고 충직한 개는 어리석고 탐욕스런 사람보다 낫다. 특히 장애인 도우미견은 더욱 그렇다. 타고난 친화력은 필수이고, 훈련을 거쳐 완성된 전문성, 그리고 인내심과 판단력, 희생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도우미견은 장애인의 일상 생활을 돕는 고마운 존재이다.

장애인의 복지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면, 시각장애인의 길 안내를 돕는 맹인 안내견(맹도견)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도우미견의 영역은 사실 매우 다양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기본이고, 청각 장애인을 돕는 도우미견, 거동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의 일상 생활을 돕는 도우미견, 그리고 넓게는 심신의 치료를 돕는 치료견까지 존재한다.

한마리의 도우미견이 실제 일상 생활에 투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든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한 마리가 탄생하기까지 1∼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정책적인 의지와 인도주의적 헌신이 없다면 도우미견 육성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도우미견의 훈련과 보급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우미견이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장애인들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성숙한 문화가 필수적이다. 도우미견을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존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한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이는가와 관련돼 있다.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긴다면, 장애인 도우미견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길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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