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3만 명 늘어난 ‘마쯔리’ 관람객…세계유산 효과 톡톡

입력 2016.12.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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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 일본 지바현 치치부시에서 열린 '치치부요마쯔리(秩父夜祭/치치부저녁축제)'. 지역에서 열린 그리 크지 않은 축제지만 모두 33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보다 13만 명이나 늘어난 숫자. 증가율로 따지면 65% 증가라는 경이로운 비율로 지난해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았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렇게 큰 폭의 관람객 증가를 가져왔을까.

치치부마쯔리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음을 전하는 일본 신문치치부마쯔리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음을 전하는 일본 신문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6개의 수레 행렬이 등장하고, 밤에는 이를 배경으로 불꽃놀이가 펼쳐졌을 뿐 행사 자체의 모습은 크게 바뀐 게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 치치부시의 마쯔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난 2일 결정됐다는 점이다.

'야마·호코·야타이 행사'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된 마쯔리는 일본 전역에 걸쳐 모두 33건에 이른다. 그리고 등재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지역 축제가 치치부시의 마쯔리로 역시 기대만큼 많은 관광객이 모이면서 세계유산 등재가 가져오는 실제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했다.

사실 이번 일본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과정을 보면 꼼수(?) 아닌 꼼수, 편법이 동원됐다. 이미 7년 전 유산에 등록된 교토와 이바라키 현의 지역 축제를 대표로 내세워 33개의 지역 마쯔리를 묶어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재신청한 것으로 사실 이중등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7년 전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교토의 축제7년 전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교토의 축제

일본어로 '다시(山車/산차)'라고 하는 화려하게 꾸민 수레가 등장하는 특징을 갖는 유형의 축제를 통합해 신청한 것이지만, 또 자세히 뜯어보면 후쿠오카의 '하가타기온야마가사교지'처럼 수레가 아닌 사람이 메고 가는 가마 형태의 것들도 있다. 어떤 면으로 보면 통일성을 찾기 힘든 것이지만 전략적으로 하나의 의미를 내세워 등재를 추진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수레 대신 가마가 등장하는 후쿠오카 축제수레 대신 가마가 등장하는 후쿠오카 축제

아모모리 마쯔리아모모리 마쯔리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 결정에 대해 "모든 축제가 주민들에게 정체성과 예술적 창조성을 부여한다"며 가치를 부여했다. 결국, 어떤 면에서 일본의 마쯔리가 중요한지 지에 대한 의미 부여와 설명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늘리기 위한 일본의 약간 다른 접근방식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국립서양미술관 또한 프랑스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것을 프랑스와 공동으로 추진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연관 기사] ☞ 프랑스인이 만든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은 전 세계에 산재해 있지만, 세계유산으로 신청할 대상 건축물을 엄선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끝까지 자국의 국립서양미술관을 끼워 넣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사실 설계만 르코르뷔지에가 했을 뿐 일본 현장은 두세 차례밖에 방문하지 않았고, 거의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작품 중 하나로 세계유산 후보군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결국 일본은 이를 해내는 걸 보여줬다.

현재 국립서양미술관은 도쿄 내에 존재하는 첫 번째 세계유산으로 사랑받으며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꼼수건, 편법이건, 끼워 넣기건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은 차근차근 자국 내 세계유산을 늘려가고 있다. 전략적이라 할 정도로 장시간에 걸쳐, 또 폭넓은 접근 방식으로 이를 이뤄낸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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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10:53:58
    취재후·사건후
지난 3일 저녁 일본 지바현 치치부시에서 열린 '치치부요마쯔리(秩父夜祭/치치부저녁축제)'. 지역에서 열린 그리 크지 않은 축제지만 모두 33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보다 13만 명이나 늘어난 숫자. 증가율로 따지면 65% 증가라는 경이로운 비율로 지난해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았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렇게 큰 폭의 관람객 증가를 가져왔을까.

치치부마쯔리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음을 전하는 일본 신문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6개의 수레 행렬이 등장하고, 밤에는 이를 배경으로 불꽃놀이가 펼쳐졌을 뿐 행사 자체의 모습은 크게 바뀐 게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 치치부시의 마쯔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난 2일 결정됐다는 점이다.

'야마·호코·야타이 행사'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된 마쯔리는 일본 전역에 걸쳐 모두 33건에 이른다. 그리고 등재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지역 축제가 치치부시의 마쯔리로 역시 기대만큼 많은 관광객이 모이면서 세계유산 등재가 가져오는 실제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했다.

사실 이번 일본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과정을 보면 꼼수(?) 아닌 꼼수, 편법이 동원됐다. 이미 7년 전 유산에 등록된 교토와 이바라키 현의 지역 축제를 대표로 내세워 33개의 지역 마쯔리를 묶어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재신청한 것으로 사실 이중등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7년 전 이미 세계유산에 등재된 교토의 축제
일본어로 '다시(山車/산차)'라고 하는 화려하게 꾸민 수레가 등장하는 특징을 갖는 유형의 축제를 통합해 신청한 것이지만, 또 자세히 뜯어보면 후쿠오카의 '하가타기온야마가사교지'처럼 수레가 아닌 사람이 메고 가는 가마 형태의 것들도 있다. 어떤 면으로 보면 통일성을 찾기 힘든 것이지만 전략적으로 하나의 의미를 내세워 등재를 추진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수레 대신 가마가 등장하는 후쿠오카 축제
아모모리 마쯔리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 결정에 대해 "모든 축제가 주민들에게 정체성과 예술적 창조성을 부여한다"며 가치를 부여했다. 결국, 어떤 면에서 일본의 마쯔리가 중요한지 지에 대한 의미 부여와 설명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늘리기 위한 일본의 약간 다른 접근방식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국립서양미술관 또한 프랑스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것을 프랑스와 공동으로 추진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연관 기사] ☞ 프랑스인이 만든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은 전 세계에 산재해 있지만, 세계유산으로 신청할 대상 건축물을 엄선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끝까지 자국의 국립서양미술관을 끼워 넣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사실 설계만 르코르뷔지에가 했을 뿐 일본 현장은 두세 차례밖에 방문하지 않았고, 거의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작품 중 하나로 세계유산 후보군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결국 일본은 이를 해내는 걸 보여줬다.

현재 국립서양미술관은 도쿄 내에 존재하는 첫 번째 세계유산으로 사랑받으며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꼼수건, 편법이건, 끼워 넣기건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은 차근차근 자국 내 세계유산을 늘려가고 있다. 전략적이라 할 정도로 장시간에 걸쳐, 또 폭넓은 접근 방식으로 이를 이뤄낸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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