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최순실에 앞선 사이비 미륵들
입력 2016.12.05 (15:37)
수정 2016.12.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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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차은택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의 구속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간 사태의 발단은 문화 융성과 스포츠 진흥을 위해 설립한 '미르' 재단'과 'K 스포츠'재단의 설립자금 불법 모금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이 우리에게 희망과 서원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의 전통적 '미륵사상'을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는 추정이나 주장에 대해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다.
'미르'는 용을 이르는 우리말로 발음상 미륵과 비슷하고, 용은 상서롭고 영험한 상상의 동물로 중국에서는 천자로, 인도에서는 부처를 수호하는 사천왕으로 추앙받고 있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륵부처의 상징성과도 부합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 26일 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두 사람의 사교에 씌워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이름을 연결하면 '미륵'이 된다고 말했다.
'미륵'은 사이비 종교가로 생전에 한때 승려로도 활동했던 최태민의 여러 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인 데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한 터라 최태민의 '미륵' 호칭과 최순실의 개명 이름 '서원'을 합하면 '미륵 서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추정에 근거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의 '미륵서원'을 구현하는 기구로 설립됐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뒤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미륵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미륵 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세상에서는,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꽃과 좋은 향기가 넘치고, 인간은 지혜와 위덕을 갖추고, 8만 4,000살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또 이 나라에는 수많은 보배가 길거리에 즐비하지만 사람들은 욕심이 없어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일이 없어 평화롭다. 아울러 정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전륜성왕이 나라를 다스려, 세상은 늘 평화롭다고 한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시대와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최고의 풍요와 안락과 평화가 보장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미륵 부처를 서원했다면 가당찮은 일이 아닌가?
불경은 인간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옷과 음식을 남에게 나눠주고,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고, 참고 견딜 줄 알고, 인간을 포함한 중생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미륵 세상에 태어나는 인간의 조건이 이럴진대, 미륵 세상을 만드는 미륵부처가 되려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행과 정진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하여 먼저 성도한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야 한다고 불경은 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태민과 최순실의 행적을 보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인간의 조건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삿된 종교로 혹세무민하고, 공적 재단을 설립한다며 부당하게 대기업의 돈을 받아냈으며, 이 돈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미륵부처는 물론이고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인간에도 못 미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에 기대어 미륵을 자처하고 서원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미륵을 자처하며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후삼국의 궁예와 고려 우왕 때의 이금, 조선 숙종 때 여환이 이 부류에 속한다.
궁예는 신라말 서기 857년경에 진골 집안에서 태어나 901년 후삼국 중의 한 나라였던 후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광평성을 비롯한 여러 관부를 두어 국가체제를 정비하였고, 한때 신라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등 세력을 떨쳤다.
살아있는 미륵으로 자처하며, 관심법이라는 특유의 술책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신정적 전제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918년 포악한 성격과 지나친 신정주의에 반발한 왕건에 의해 쫓겨나 죽임을 당했다.
이금은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미륵불이라 자칭하며 사람을 속였다. 고려사를 보면 고려 우왕 1382년에 이금이 스스로 석가모니불을 강림하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3월에 해와 달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술법을 부리면 푸른 꽃이 피고, 나무에서 곡식이 열리며, 한 번 심어서 두 번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백성들이 이금을 부처로 받들고 공경하자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으며 이를 목도한 청주 목사 권화가 같은 해 도당들을 처형했다.
조선 숙종 14년 [여환]이라는 승려는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는 신통력을 부릴 수 있다며 많은 무리를 모았다. 그는 7월에 큰비가 내리면 온 나라가 폐허가 될 것이니, 8월이나 10월에 군사를 일으켜 도성에 들어가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7월 15일 추종자들과 함께 무기를 들고 성안에 몰래 들어가 경문을 외며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체포돼 사형당했다고 한다.
역사상 미륵을 자처한 사람들은 모두 헛된 술책을 부려 이익을 챙기거나, 대중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해 도탄에 빠뜨리는 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의 최후가 비참한 것은 파사현정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들과 달리 불교 국가였던 신라의 법흥왕과 진흥왕은 스스로 미륵이 되려고 수행하고, 미륵세상을 실현하려고 힘써, 나라는 부흥하고 국민은 편안한 태평성대를 만들어 전륜성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흥왕은 신라 23대 왕으로 불교를 공인하고 율령을 반포하는 등 신라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삼국 통일에 크게 이바지한 화랑도를 창도했다. 또 불교를 공인한 군주답게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미륵 사상의 구현자로 추앙받고 있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진흥왕은 신라의 영토를 한강 유역과 함경도 일부까지 넓히고, 지방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앞서 법흥왕이 완성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불교 진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라 최고의 사찰인 경주 황룡사도 진흥왕 시대에 건립됐다. 그리고 만년에는 불법에 귀의해 살았다.
전륜성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법흥왕과 진흥왕이 궁예와 이금 부류와 다른 점은 삿된 술수나 잘못된 믿음이 아니라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모두가 환희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최순실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을 만들면서 '미륵 서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몇몇 사실과 정황을 두고 추정해 볼 때 그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누구나 '미륵 사상'과 '미륵 서원'을 원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정의로운지, 인간 모두에게, 나아가 중생계에 풍요와 안락과 평화를 줄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치라도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만둘 일이다.
왜냐하면, 미륵을 말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사이비 미륵들의 행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이 우리에게 희망과 서원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의 전통적 '미륵사상'을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는 추정이나 주장에 대해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다.
'미르'는 용을 이르는 우리말로 발음상 미륵과 비슷하고, 용은 상서롭고 영험한 상상의 동물로 중국에서는 천자로, 인도에서는 부처를 수호하는 사천왕으로 추앙받고 있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륵부처의 상징성과도 부합한다.
국민의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 26일 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두 사람의 사교에 씌워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이름을 연결하면 '미륵'이 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하는 새마을 국민운동본부 최태민 총재 (1977. 1. 19)
'미륵'은 사이비 종교가로 생전에 한때 승려로도 활동했던 최태민의 여러 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인 데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한 터라 최태민의 '미륵' 호칭과 최순실의 개명 이름 '서원'을 합하면 '미륵 서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추정에 근거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의 '미륵서원'을 구현하는 기구로 설립됐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뒤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미륵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미륵 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세상에서는,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꽃과 좋은 향기가 넘치고, 인간은 지혜와 위덕을 갖추고, 8만 4,000살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또 이 나라에는 수많은 보배가 길거리에 즐비하지만 사람들은 욕심이 없어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일이 없어 평화롭다. 아울러 정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전륜성왕이 나라를 다스려, 세상은 늘 평화롭다고 한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시대와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최고의 풍요와 안락과 평화가 보장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미륵 부처를 서원했다면 가당찮은 일이 아닌가?
불경은 인간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옷과 음식을 남에게 나눠주고,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고, 참고 견딜 줄 알고, 인간을 포함한 중생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미륵 세상에 태어나는 인간의 조건이 이럴진대, 미륵 세상을 만드는 미륵부처가 되려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행과 정진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하여 먼저 성도한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야 한다고 불경은 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태민과 최순실의 행적을 보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인간의 조건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삿된 종교로 혹세무민하고, 공적 재단을 설립한다며 부당하게 대기업의 돈을 받아냈으며, 이 돈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미륵부처는 물론이고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인간에도 못 미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에 기대어 미륵을 자처하고 서원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미륵을 자처하며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후삼국의 궁예와 고려 우왕 때의 이금, 조선 숙종 때 여환이 이 부류에 속한다.
궁예는 신라말 서기 857년경에 진골 집안에서 태어나 901년 후삼국 중의 한 나라였던 후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광평성을 비롯한 여러 관부를 두어 국가체제를 정비하였고, 한때 신라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등 세력을 떨쳤다.
살아있는 미륵으로 자처하며, 관심법이라는 특유의 술책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신정적 전제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918년 포악한 성격과 지나친 신정주의에 반발한 왕건에 의해 쫓겨나 죽임을 당했다.
이금은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미륵불이라 자칭하며 사람을 속였다. 고려사를 보면 고려 우왕 1382년에 이금이 스스로 석가모니불을 강림하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3월에 해와 달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술법을 부리면 푸른 꽃이 피고, 나무에서 곡식이 열리며, 한 번 심어서 두 번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백성들이 이금을 부처로 받들고 공경하자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으며 이를 목도한 청주 목사 권화가 같은 해 도당들을 처형했다.
조선 숙종 14년 [여환]이라는 승려는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는 신통력을 부릴 수 있다며 많은 무리를 모았다. 그는 7월에 큰비가 내리면 온 나라가 폐허가 될 것이니, 8월이나 10월에 군사를 일으켜 도성에 들어가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7월 15일 추종자들과 함께 무기를 들고 성안에 몰래 들어가 경문을 외며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체포돼 사형당했다고 한다.
역사상 미륵을 자처한 사람들은 모두 헛된 술책을 부려 이익을 챙기거나, 대중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해 도탄에 빠뜨리는 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의 최후가 비참한 것은 파사현정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들과 달리 불교 국가였던 신라의 법흥왕과 진흥왕은 스스로 미륵이 되려고 수행하고, 미륵세상을 실현하려고 힘써, 나라는 부흥하고 국민은 편안한 태평성대를 만들어 전륜성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흥왕은 신라 통일에 이바지한 화랑도 창설했다.
법흥왕은 신라 23대 왕으로 불교를 공인하고 율령을 반포하는 등 신라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삼국 통일에 크게 이바지한 화랑도를 창도했다. 또 불교를 공인한 군주답게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미륵 사상의 구현자로 추앙받고 있다.
북한산 비봉 정상의 진흥왕 순수비 표지석
법흥왕의 뒤를 이은 진흥왕은 신라의 영토를 한강 유역과 함경도 일부까지 넓히고, 지방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앞서 법흥왕이 완성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불교 진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라 최고의 사찰인 경주 황룡사도 진흥왕 시대에 건립됐다. 그리고 만년에는 불법에 귀의해 살았다.
전륜성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법흥왕과 진흥왕이 궁예와 이금 부류와 다른 점은 삿된 술수나 잘못된 믿음이 아니라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모두가 환희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최순실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을 만들면서 '미륵 서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몇몇 사실과 정황을 두고 추정해 볼 때 그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누구나 '미륵 사상'과 '미륵 서원'을 원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정의로운지, 인간 모두에게, 나아가 중생계에 풍요와 안락과 평화를 줄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치라도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만둘 일이다.
왜냐하면, 미륵을 말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사이비 미륵들의 행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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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플러스] 최순실에 앞선 사이비 미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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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12-05 15:37:27
- 수정2016-12-05 16:58:26
최순실과 차은택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의 구속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간 사태의 발단은 문화 융성과 스포츠 진흥을 위해 설립한 '미르' 재단'과 'K 스포츠'재단의 설립자금 불법 모금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이 우리에게 희망과 서원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의 전통적 '미륵사상'을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는 추정이나 주장에 대해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다.
'미르'는 용을 이르는 우리말로 발음상 미륵과 비슷하고, 용은 상서롭고 영험한 상상의 동물로 중국에서는 천자로, 인도에서는 부처를 수호하는 사천왕으로 추앙받고 있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륵부처의 상징성과도 부합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 26일 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두 사람의 사교에 씌워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이름을 연결하면 '미륵'이 된다고 말했다.
'미륵'은 사이비 종교가로 생전에 한때 승려로도 활동했던 최태민의 여러 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인 데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한 터라 최태민의 '미륵' 호칭과 최순실의 개명 이름 '서원'을 합하면 '미륵 서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추정에 근거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의 '미륵서원'을 구현하는 기구로 설립됐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뒤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미륵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미륵 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세상에서는,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꽃과 좋은 향기가 넘치고, 인간은 지혜와 위덕을 갖추고, 8만 4,000살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또 이 나라에는 수많은 보배가 길거리에 즐비하지만 사람들은 욕심이 없어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일이 없어 평화롭다. 아울러 정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전륜성왕이 나라를 다스려, 세상은 늘 평화롭다고 한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시대와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최고의 풍요와 안락과 평화가 보장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미륵 부처를 서원했다면 가당찮은 일이 아닌가?
불경은 인간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옷과 음식을 남에게 나눠주고,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고, 참고 견딜 줄 알고, 인간을 포함한 중생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미륵 세상에 태어나는 인간의 조건이 이럴진대, 미륵 세상을 만드는 미륵부처가 되려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행과 정진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하여 먼저 성도한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야 한다고 불경은 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태민과 최순실의 행적을 보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인간의 조건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삿된 종교로 혹세무민하고, 공적 재단을 설립한다며 부당하게 대기업의 돈을 받아냈으며, 이 돈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미륵부처는 물론이고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인간에도 못 미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에 기대어 미륵을 자처하고 서원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미륵을 자처하며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후삼국의 궁예와 고려 우왕 때의 이금, 조선 숙종 때 여환이 이 부류에 속한다.
궁예는 신라말 서기 857년경에 진골 집안에서 태어나 901년 후삼국 중의 한 나라였던 후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광평성을 비롯한 여러 관부를 두어 국가체제를 정비하였고, 한때 신라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등 세력을 떨쳤다.
살아있는 미륵으로 자처하며, 관심법이라는 특유의 술책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신정적 전제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918년 포악한 성격과 지나친 신정주의에 반발한 왕건에 의해 쫓겨나 죽임을 당했다.
이금은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미륵불이라 자칭하며 사람을 속였다. 고려사를 보면 고려 우왕 1382년에 이금이 스스로 석가모니불을 강림하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3월에 해와 달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술법을 부리면 푸른 꽃이 피고, 나무에서 곡식이 열리며, 한 번 심어서 두 번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백성들이 이금을 부처로 받들고 공경하자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으며 이를 목도한 청주 목사 권화가 같은 해 도당들을 처형했다.
조선 숙종 14년 [여환]이라는 승려는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는 신통력을 부릴 수 있다며 많은 무리를 모았다. 그는 7월에 큰비가 내리면 온 나라가 폐허가 될 것이니, 8월이나 10월에 군사를 일으켜 도성에 들어가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7월 15일 추종자들과 함께 무기를 들고 성안에 몰래 들어가 경문을 외며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체포돼 사형당했다고 한다.
역사상 미륵을 자처한 사람들은 모두 헛된 술책을 부려 이익을 챙기거나, 대중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해 도탄에 빠뜨리는 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의 최후가 비참한 것은 파사현정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들과 달리 불교 국가였던 신라의 법흥왕과 진흥왕은 스스로 미륵이 되려고 수행하고, 미륵세상을 실현하려고 힘써, 나라는 부흥하고 국민은 편안한 태평성대를 만들어 전륜성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흥왕은 신라 23대 왕으로 불교를 공인하고 율령을 반포하는 등 신라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삼국 통일에 크게 이바지한 화랑도를 창도했다. 또 불교를 공인한 군주답게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미륵 사상의 구현자로 추앙받고 있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진흥왕은 신라의 영토를 한강 유역과 함경도 일부까지 넓히고, 지방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앞서 법흥왕이 완성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불교 진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라 최고의 사찰인 경주 황룡사도 진흥왕 시대에 건립됐다. 그리고 만년에는 불법에 귀의해 살았다.
전륜성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법흥왕과 진흥왕이 궁예와 이금 부류와 다른 점은 삿된 술수나 잘못된 믿음이 아니라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모두가 환희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최순실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을 만들면서 '미륵 서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몇몇 사실과 정황을 두고 추정해 볼 때 그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누구나 '미륵 사상'과 '미륵 서원'을 원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정의로운지, 인간 모두에게, 나아가 중생계에 풍요와 안락과 평화를 줄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치라도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만둘 일이다.
왜냐하면, 미륵을 말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사이비 미륵들의 행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이 우리에게 희망과 서원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의 전통적 '미륵사상'을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는 추정이나 주장에 대해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다.
'미르'는 용을 이르는 우리말로 발음상 미륵과 비슷하고, 용은 상서롭고 영험한 상상의 동물로 중국에서는 천자로, 인도에서는 부처를 수호하는 사천왕으로 추앙받고 있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미륵부처의 상징성과도 부합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월 26일 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두 사람의 사교에 씌워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이름을 연결하면 '미륵'이 된다고 말했다.
'미륵'은 사이비 종교가로 생전에 한때 승려로도 활동했던 최태민의 여러 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인 데다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한 터라 최태민의 '미륵' 호칭과 최순실의 개명 이름 '서원'을 합하면 '미륵 서원'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추정에 근거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최태민. 최순실 부녀의 '미륵서원'을 구현하는 기구로 설립됐다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뒤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미륵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출현한다'는 미륵 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세상에서는,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꽃과 좋은 향기가 넘치고, 인간은 지혜와 위덕을 갖추고, 8만 4,000살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또 이 나라에는 수많은 보배가 길거리에 즐비하지만 사람들은 욕심이 없어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일이 없어 평화롭다. 아울러 정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전륜성왕이 나라를 다스려, 세상은 늘 평화롭다고 한다.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시대와 세계는 인간이 상상하는 최고의 풍요와 안락과 평화가 보장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미륵 부처를 서원했다면 가당찮은 일이 아닌가?
불경은 인간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옷과 음식을 남에게 나눠주고,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을 내고, 참고 견딜 줄 알고, 인간을 포함한 중생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미륵 세상에 태어나는 인간의 조건이 이럴진대, 미륵 세상을 만드는 미륵부처가 되려면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행과 정진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하여 먼저 성도한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야 한다고 불경은 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태민과 최순실의 행적을 보면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인간의 조건도 갖추지 않았다. 오히려 삿된 종교로 혹세무민하고, 공적 재단을 설립한다며 부당하게 대기업의 돈을 받아냈으며, 이 돈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미륵부처는 물론이고 미륵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인간에도 못 미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에 기대어 미륵을 자처하고 서원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미륵을 자처하며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후삼국의 궁예와 고려 우왕 때의 이금, 조선 숙종 때 여환이 이 부류에 속한다.
궁예는 신라말 서기 857년경에 진골 집안에서 태어나 901년 후삼국 중의 한 나라였던 후고구려를 건국하였다. 광평성을 비롯한 여러 관부를 두어 국가체제를 정비하였고, 한때 신라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등 세력을 떨쳤다.
살아있는 미륵으로 자처하며, 관심법이라는 특유의 술책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신정적 전제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918년 포악한 성격과 지나친 신정주의에 반발한 왕건에 의해 쫓겨나 죽임을 당했다.
이금은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미륵불이라 자칭하며 사람을 속였다. 고려사를 보면 고려 우왕 1382년에 이금이 스스로 석가모니불을 강림하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3월에 해와 달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술법을 부리면 푸른 꽃이 피고, 나무에서 곡식이 열리며, 한 번 심어서 두 번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백성들이 이금을 부처로 받들고 공경하자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으며 이를 목도한 청주 목사 권화가 같은 해 도당들을 처형했다.
조선 숙종 14년 [여환]이라는 승려는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는 신통력을 부릴 수 있다며 많은 무리를 모았다. 그는 7월에 큰비가 내리면 온 나라가 폐허가 될 것이니, 8월이나 10월에 군사를 일으켜 도성에 들어가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7월 15일 추종자들과 함께 무기를 들고 성안에 몰래 들어가 경문을 외며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체포돼 사형당했다고 한다.
역사상 미륵을 자처한 사람들은 모두 헛된 술책을 부려 이익을 챙기거나, 대중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해 도탄에 빠뜨리는 행각을 벌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의 최후가 비참한 것은 파사현정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들과 달리 불교 국가였던 신라의 법흥왕과 진흥왕은 스스로 미륵이 되려고 수행하고, 미륵세상을 실현하려고 힘써, 나라는 부흥하고 국민은 편안한 태평성대를 만들어 전륜성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흥왕은 신라 23대 왕으로 불교를 공인하고 율령을 반포하는 등 신라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삼국 통일에 크게 이바지한 화랑도를 창도했다. 또 불교를 공인한 군주답게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미륵 사상의 구현자로 추앙받고 있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진흥왕은 신라의 영토를 한강 유역과 함경도 일부까지 넓히고, 지방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앞서 법흥왕이 완성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불교 진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라 최고의 사찰인 경주 황룡사도 진흥왕 시대에 건립됐다. 그리고 만년에는 불법에 귀의해 살았다.
전륜성왕으로 추앙받고 있는 법흥왕과 진흥왕이 궁예와 이금 부류와 다른 점은 삿된 술수나 잘못된 믿음이 아니라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모두가 환희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최순실 등 박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을 만들면서 '미륵 서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몇몇 사실과 정황을 두고 추정해 볼 때 그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누구나 '미륵 사상'과 '미륵 서원'을 원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정의로운지, 인간 모두에게, 나아가 중생계에 풍요와 안락과 평화를 줄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치라도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만둘 일이다.
왜냐하면, 미륵을 말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사이비 미륵들의 행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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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태 기자 ji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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