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제시하며 체포 하려던 괴한…알고보니 친동생

입력 2016.12.07 (11: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 45분. 자신의 차량을 타고 서울시 청담동의 자택을 나서던 안모(62)씨는 차량을 막는 사람을 발견하고 놀랐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은 삼단봉으로 차 유리를 치면서 "구속영장을 들고 왔다. 당신을 체포하겠으니 차에서 내리라"고 윽박 질렀다.

안씨는 이 괴한이 내미는 종이를 창문 틈새로 받아보니, '구속영장'이라고 적힌 종이에는 안씨가 사기·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거절하는 등 괴한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안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112에 신고했다. 안씨가 신고하는 모습을 본 괴한은 주위 사람들까지 모여들자 몰고 왔던 차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괴한을 긴급 체포했다. 괴한은 다름 아닌 안씨의 4형제 중 막내 동생 안모(55)씨였다.

경찰이 조사해보니, 안씨 형제는 약 30년 전까지 경상도 일대에서 섬유업으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한 방직회사 회장의 아들들이었다.

이들은 20여 년 전 부친이 별세할 때 수십억원씩 상속을 받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산 다툼이 생겨 사이가 멀어졌다. 게다가 막내 안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이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유산까지 대부분 잃었다.

그는 '큰 형이 장남이라 유산을 훨씬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계속 큰 형에게 연락했으나, 큰형 안씨는 "유산은 정상 분할됐다"며 동생을 만나주지 않았다. 둘은 최근 7∼8년 동안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동생 안씨는 "만나서 얘기라도 한번 해볼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체포 미수·공무원 자격 사칭 등 혐의로 동생 안씨를 구속,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대질신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둘은 만나지 않았다"면서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피해자가 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장 제시하며 체포 하려던 괴한…알고보니 친동생
    • 입력 2016-12-07 11:05:50
    사회
지난달 23일 오전 9시 45분. 자신의 차량을 타고 서울시 청담동의 자택을 나서던 안모(62)씨는 차량을 막는 사람을 발견하고 놀랐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은 삼단봉으로 차 유리를 치면서 "구속영장을 들고 왔다. 당신을 체포하겠으니 차에서 내리라"고 윽박 질렀다.

안씨는 이 괴한이 내미는 종이를 창문 틈새로 받아보니, '구속영장'이라고 적힌 종이에는 안씨가 사기·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거절하는 등 괴한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안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112에 신고했다. 안씨가 신고하는 모습을 본 괴한은 주위 사람들까지 모여들자 몰고 왔던 차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괴한을 긴급 체포했다. 괴한은 다름 아닌 안씨의 4형제 중 막내 동생 안모(55)씨였다.

경찰이 조사해보니, 안씨 형제는 약 30년 전까지 경상도 일대에서 섬유업으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한 방직회사 회장의 아들들이었다.

이들은 20여 년 전 부친이 별세할 때 수십억원씩 상속을 받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산 다툼이 생겨 사이가 멀어졌다. 게다가 막내 안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이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유산까지 대부분 잃었다.

그는 '큰 형이 장남이라 유산을 훨씬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계속 큰 형에게 연락했으나, 큰형 안씨는 "유산은 정상 분할됐다"며 동생을 만나주지 않았다. 둘은 최근 7∼8년 동안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동생 안씨는 "만나서 얘기라도 한번 해볼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체포 미수·공무원 자격 사칭 등 혐의로 동생 안씨를 구속,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대질신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둘은 만나지 않았다"면서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피해자가 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