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분석한 대통령의 마음…슬픔은 어디에?

입력 2016.12.07 (20:05) 수정 2016.12.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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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1차 담화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자신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핵심은 '국민께 사과'였다. 불통,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하는 순간, 그 심정은 어땠을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담화 당시 대통령의 표정을 분석해봤다. 이 프로그램은 인물의 사진을 분석해 분노(Anger), 경멸(Contempt), 혐오(Disgust), 공포(Fear), 행복(Happiness), 중립 감정(Neutral), 슬픔(Sadness), 놀라움(Surprise)의 정도를 보여준다. MS가 밝힌 정확도는 80% 수준.

하지만,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 가운데 특정 시점을 캡처해 표정을 분석하는 것은 '선택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취재진은 동영상 전체를 얼굴 분석 프로그램(Face API)과 감정 분석 프로그램(Emotion API)에 넣어 감정의 변화를 측정했다. MS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전체 15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초당 30장씩, 총 2만여 장의 사진을 추출해 짧은 시간 안에 분석해냈다.

■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1차 담화', 가장 담담했던 '2차 담화'

 
가장 위쪽에 있는 파란색 그래프는 '중립감정', 즉 '무표정'을 나타낸다. 그 아래 녹색으로 보이는 선이 '행복', 그 아래 보라색이 '슬픔'이다. 크게 화를 내거나 놀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평범한 얼굴에는 '무표정' 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세 차례의 담화를 지켜본 사람들은 '대통령이 점점 평온하고 안정된 표정을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인공지능의 분석은 달랐다.


1차 담화에서는 그래프의 모양으로 볼 때, 무표정과 행복지수가 큰 진폭을 보이지만, 2차 담화에서는 거의 수평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갑작스럽게 준비한 1차 담화는 사전 녹화 방식이었음에도 심리적인 동요가 컸고, 2차 담화는 원고 길이가 길었던 만큼 쓰인 원고를 충실히 읽는 데 집중했거나, 국정농단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의 퇴진 시점과 방법에 대해 국회에 공을 넘긴 3차 담화에서는 2차 담화와 달리 감정의 기복이 다시 커졌고, 곳곳에서 행복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차 담화 끝에 급격하게 행복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최순실'...'자괴감'...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

인간의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그 중 더 관심이 높은 쪽에 인식 기능을 집중하게 된다.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거나 상대방과 논쟁을 벌일 때, 표정을 감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읽고 있는 담화문의 내용에 따라, 표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중립감정 그래프를 제외하고 나머지 그래프를 확대해서 보자.


1분 30초가량 진행된 1차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얼굴에 슬픔이 커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담화 시작 20초 이후부터.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슬픔지수는 상승하기 시작해 30초 쯤에 최고조에 달한다. 바로 '최순실' 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순간이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프의 다른 지점에서는 슬픔지수가 상승하더라도 행복지수보다 아래에 있던 것과 달리, 최순실 씨를 거론하는 부분에서는 행복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슬픔 지수 아래로 내려가는 역전현상을 보인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인식하기에 대통령의 표정이 슬펐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표정에서 슬픔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때는 2차 담화였다. 1차 담화에서는 두번 뿐이었던 행복지수와 슬픔지수의 역전 현상이 2차에서는 6차례 정도 나타난다. 담화 분량이 길었던 탓도 있지만, 얼굴에 슬픈 표정이 비교적 자주 노출됐다.

첫번째 슬픔지수가 상승한 지점은 공직자와 기업인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구속 및 체포 이야기를 꺼낸 1분 50초 지점에서 슬픔지수는 한 단계 더 상승한다.

가장 높은 슬픔지수는 담화 시작 4분 29초 쯤 '자괴감'을 언급할 때였다. 이 순간 슬픔 지수는 1, 2, 3차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3차 담화의 분석 결과는 다소 특이했다. 담화 내용상으로는 '사과(1차)' -> '대통령직에 대한 자괴감,검찰 수사 협조(2차)' -> '진퇴 국회 맡기겠다(3차)'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얼굴 표정에서 나타난 행복지수는 1차 담화 당시 평균 0.117보다 38% 상승한 평균 0.161을 기록했다.

이는 3차 담화문의 숨은 의미를 박 대통령 자신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담화 발표 직후 국회가 동요하고 탄핵 일정이 표류하게 됐던 결과에 비춰봤을 때, 더욱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3차 담화에서 나타난 슬픔지수는 1분 45초 쯤 '어떠한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강조할 때와 3분 15초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다는 입장을 밝힐 때 다소 상승했다.


반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라는 발언을 하는 3분 34초 이후에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1,2,3차 담화 모두 발언 막바지에 공통적으로 행복지수가 상승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담화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통령직 사퇴를 거론하던 대통령이 담화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인공지능이 인식한 대통령의 행복지수는 급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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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대통령의 마음…슬픔은 어디에?
    • 입력 2016-12-07 20:05:21
    • 수정2016-12-07 20:12:37
    취재K
지난 10월 25일, 1차 담화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자신의 억울함과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핵심은 '국민께 사과'였다. 불통,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하는 순간, 그 심정은 어땠을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담화 당시 대통령의 표정을 분석해봤다. 이 프로그램은 인물의 사진을 분석해 분노(Anger), 경멸(Contempt), 혐오(Disgust), 공포(Fear), 행복(Happiness), 중립 감정(Neutral), 슬픔(Sadness), 놀라움(Surprise)의 정도를 보여준다. MS가 밝힌 정확도는 80% 수준. 하지만,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 가운데 특정 시점을 캡처해 표정을 분석하는 것은 '선택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취재진은 동영상 전체를 얼굴 분석 프로그램(Face API)과 감정 분석 프로그램(Emotion API)에 넣어 감정의 변화를 측정했다. MS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전체 15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초당 30장씩, 총 2만여 장의 사진을 추출해 짧은 시간 안에 분석해냈다. ■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1차 담화', 가장 담담했던 '2차 담화'   가장 위쪽에 있는 파란색 그래프는 '중립감정', 즉 '무표정'을 나타낸다. 그 아래 녹색으로 보이는 선이 '행복', 그 아래 보라색이 '슬픔'이다. 크게 화를 내거나 놀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평범한 얼굴에는 '무표정' 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세 차례의 담화를 지켜본 사람들은 '대통령이 점점 평온하고 안정된 표정을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인공지능의 분석은 달랐다. 1차 담화에서는 그래프의 모양으로 볼 때, 무표정과 행복지수가 큰 진폭을 보이지만, 2차 담화에서는 거의 수평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갑작스럽게 준비한 1차 담화는 사전 녹화 방식이었음에도 심리적인 동요가 컸고, 2차 담화는 원고 길이가 길었던 만큼 쓰인 원고를 충실히 읽는 데 집중했거나, 국정농단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의 퇴진 시점과 방법에 대해 국회에 공을 넘긴 3차 담화에서는 2차 담화와 달리 감정의 기복이 다시 커졌고, 곳곳에서 행복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차 담화 끝에 급격하게 행복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최순실'...'자괴감'...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 인간의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그 중 더 관심이 높은 쪽에 인식 기능을 집중하게 된다.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거나 상대방과 논쟁을 벌일 때, 표정을 감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읽고 있는 담화문의 내용에 따라, 표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중립감정 그래프를 제외하고 나머지 그래프를 확대해서 보자. 1분 30초가량 진행된 1차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얼굴에 슬픔이 커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담화 시작 20초 이후부터.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슬픔지수는 상승하기 시작해 30초 쯤에 최고조에 달한다. 바로 '최순실' 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순간이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프의 다른 지점에서는 슬픔지수가 상승하더라도 행복지수보다 아래에 있던 것과 달리, 최순실 씨를 거론하는 부분에서는 행복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슬픔 지수 아래로 내려가는 역전현상을 보인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인식하기에 대통령의 표정이 슬펐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표정에서 슬픔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때는 2차 담화였다. 1차 담화에서는 두번 뿐이었던 행복지수와 슬픔지수의 역전 현상이 2차에서는 6차례 정도 나타난다. 담화 분량이 길었던 탓도 있지만, 얼굴에 슬픈 표정이 비교적 자주 노출됐다. 첫번째 슬픔지수가 상승한 지점은 공직자와 기업인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구속 및 체포 이야기를 꺼낸 1분 50초 지점에서 슬픔지수는 한 단계 더 상승한다. 가장 높은 슬픔지수는 담화 시작 4분 29초 쯤 '자괴감'을 언급할 때였다. 이 순간 슬픔 지수는 1, 2, 3차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3차 담화의 분석 결과는 다소 특이했다. 담화 내용상으로는 '사과(1차)' -> '대통령직에 대한 자괴감,검찰 수사 협조(2차)' -> '진퇴 국회 맡기겠다(3차)'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얼굴 표정에서 나타난 행복지수는 1차 담화 당시 평균 0.117보다 38% 상승한 평균 0.161을 기록했다. 이는 3차 담화문의 숨은 의미를 박 대통령 자신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담화 발표 직후 국회가 동요하고 탄핵 일정이 표류하게 됐던 결과에 비춰봤을 때, 더욱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3차 담화에서 나타난 슬픔지수는 1분 45초 쯤 '어떠한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강조할 때와 3분 15초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다는 입장을 밝힐 때 다소 상승했다. 반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라는 발언을 하는 3분 34초 이후에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1,2,3차 담화 모두 발언 막바지에 공통적으로 행복지수가 상승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담화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통령직 사퇴를 거론하던 대통령이 담화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인공지능이 인식한 대통령의 행복지수는 급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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