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美 행정부 ‘군사화’ 우려 가중

입력 2016.12.09 (04:07) 수정 2016.12.09 (05: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에 퇴역 장성들을 잇따라 발탁하면서 차기 행정부가 자칫 지나치게 '군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낙점한 인물 가운데 군인 출신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 등 3명이다.
'안보 총사령탑'인 플린은 3성 장군, 매티스와 켈리는 4성 장군 출신이다.

먼저 미 로드아일랜드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81년 임관한 플린은 33년간의 군 생활에서 정보와 특수전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대(對)테러전 수행 과정에서 작전과 정보를 통합한 전술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또 직설적 화법 탓에 '매드 독'(미친개·Mad Dog)이라는 별칭이 붙은 매티스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자원입대했으며 전역 후 센트럴 워싱턴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72년 소위로 임관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여러 공훈을 세우고 이후 제1 해병원정군 사령관과 중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켈리는 제1해병원정군 사령관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2003년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공격, 2004년 4월 팔루자 공격을 각각 지휘했으며 남부사령관을 끝으로 4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반(反)오바마' 인사라는 점이다.

플린은 국방정보국(DIA) 국장 시절 '이슬람국가'(IS) 대책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인' 군사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다가 결국 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전역했고, 매티스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협상을 대놓고 반대했으며, 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멕시코 국경지대 안보 강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내년 1월 초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 안보정책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매티스의 경우 상원 인준을 거쳐 국방장관에 공식 임명되면 전직 고위급 장성으로는 1950∼1951년 조지 마셜 이래 처음으로 국방장관 자리에 오르게 돼 새 정부의 국방정책 향배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과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에도 퇴역 장성들이 물망에 올라 있다.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중부사령관으로 근무한 뒤 2011년 중앙정보국(CIA)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고, 유력한 DNI 국장 후보인 마이클 로저스는 현재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을 맡고 있다. 이들이 내각에 합류하면 군(軍) 색채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인선에 대해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걸프전에 참전했던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와 해군 장교 출신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까지 광범위한 군 인사로 분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군사적 영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WP에 "매우 걱정된다.

각자 개인을 놓고 보면 장점이 많겠지만 지난 15년간 우리가 목도하고 배운 것은 지구촌의 여러 문제를 '군사적 렌즈'로 보게 될 경우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對)테러담당 고위직을 지낸 대니얼 벤저민 다트머스대학 교수도 "전통적으로 민간인들이 맡아 온 요직에 장성들을 너무 많이 중용하는 것은 심각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면서 "만약 대통령이 (잘못된) 명령을 내릴 경우 상명하복을 믿는 군인들이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지난달 21일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고위직을 '전사'들로 채울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군사력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뿐 아니라 이는 문민에 의한 군부 통제라는 헌정상의 전통에도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반란진압전략 전문가인 존 내글 역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부엌에 너무 많은 장성이 들어가면 군대식 요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미국이 대외정책에서 필요로 하는 레시피가 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반 오바마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것과 별개로 기질상 군인들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 퀸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고 부모는 그를 '뉴욕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입학시켰다.

뉴욕군사학교는 1889년에 세워진 고등학교 과정의 사립 기숙학교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뉴욕군사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 "항상 군대에 있던 느낌이었다.

(학교는) 군대에 가는 많은 청년들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나에게 시켰다"고 말해 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트럼프, 차기 美 행정부 ‘군사화’ 우려 가중
    • 입력 2016-12-09 04:07:48
    • 수정2016-12-09 05:56:47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에 퇴역 장성들을 잇따라 발탁하면서 차기 행정부가 자칫 지나치게 '군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낙점한 인물 가운데 군인 출신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 등 3명이다.
'안보 총사령탑'인 플린은 3성 장군, 매티스와 켈리는 4성 장군 출신이다.

먼저 미 로드아일랜드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81년 임관한 플린은 33년간의 군 생활에서 정보와 특수전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대(對)테러전 수행 과정에서 작전과 정보를 통합한 전술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또 직설적 화법 탓에 '매드 독'(미친개·Mad Dog)이라는 별칭이 붙은 매티스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자원입대했으며 전역 후 센트럴 워싱턴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72년 소위로 임관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여러 공훈을 세우고 이후 제1 해병원정군 사령관과 중부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켈리는 제1해병원정군 사령관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2003년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공격, 2004년 4월 팔루자 공격을 각각 지휘했으며 남부사령관을 끝으로 4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반(反)오바마' 인사라는 점이다.

플린은 국방정보국(DIA) 국장 시절 '이슬람국가'(IS) 대책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인' 군사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다가 결국 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전역했고, 매티스는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협상을 대놓고 반대했으며, 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멕시코 국경지대 안보 강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내년 1월 초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 안보정책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매티스의 경우 상원 인준을 거쳐 국방장관에 공식 임명되면 전직 고위급 장성으로는 1950∼1951년 조지 마셜 이래 처음으로 국방장관 자리에 오르게 돼 새 정부의 국방정책 향배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과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에도 퇴역 장성들이 물망에 올라 있다.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중부사령관으로 근무한 뒤 2011년 중앙정보국(CIA)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고, 유력한 DNI 국장 후보인 마이클 로저스는 현재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을 맡고 있다. 이들이 내각에 합류하면 군(軍) 색채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인선에 대해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걸프전에 참전했던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와 해군 장교 출신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까지 광범위한 군 인사로 분류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군사적 영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WP에 "매우 걱정된다.

각자 개인을 놓고 보면 장점이 많겠지만 지난 15년간 우리가 목도하고 배운 것은 지구촌의 여러 문제를 '군사적 렌즈'로 보게 될 경우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對)테러담당 고위직을 지낸 대니얼 벤저민 다트머스대학 교수도 "전통적으로 민간인들이 맡아 온 요직에 장성들을 너무 많이 중용하는 것은 심각히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면서 "만약 대통령이 (잘못된) 명령을 내릴 경우 상명하복을 믿는 군인들이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지난달 21일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고위직을 '전사'들로 채울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군사력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뿐 아니라 이는 문민에 의한 군부 통제라는 헌정상의 전통에도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반란진압전략 전문가인 존 내글 역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부엌에 너무 많은 장성이 들어가면 군대식 요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미국이 대외정책에서 필요로 하는 레시피가 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반 오바마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것과 별개로 기질상 군인들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 퀸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고 부모는 그를 '뉴욕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입학시켰다.

뉴욕군사학교는 1889년에 세워진 고등학교 과정의 사립 기숙학교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뉴욕군사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 "항상 군대에 있던 느낌이었다.

(학교는) 군대에 가는 많은 청년들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나에게 시켰다"고 말해 왔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