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닉슨과 박근혜 대통령의 다른 점

입력 2016.12.13 (13: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사람은 탄핵을 받기 전에 얼른 물러났고 다른 사람은 의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끝까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거짓말 혹은 권력 사유화 등으로 탄핵 위기에 처했으나 모두 그 과정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결국 닉슨은 여론을 주시하다 하야를 결정해,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고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발표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발표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닉슨의 사임 연설을 들어보자.

“내 일생에 결코 중도 포기란 없었습니다. 지금도 임기 만료 전 떠나는 것에 내 본능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합니다. … 이에 나는 내일 정오를 기해 대통령직을 사임하려고 합니다.”

닉슨은 사실 개인적으로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 되더라도 대통령 임기 끝까지 가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국가 안보와 경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자신의 입장만 생각할 수 없다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은 모든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full-time) 대통령과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 대외적으로는 평화,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없는 번영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나의 개인적인 변론을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의 모든 시간과 관심은 그것에 모두 빼앗길 것입니다.

닉슨은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안 것이다. 최소한의 애국심을 보인 것이다.

내가 사임함으로써 미국에 절실히 필요한 힐링(healing)의 과정이 빨리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닉슨은 자진 사임 결정으로 부도덕한 대통령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다.

사실 닉슨도 자신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라는 결정적 증거물(smoking gun)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짓말로 일관하며 강하게 버텼다.

그러나 증거물이 공개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백악관을 떠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백악관을 떠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광장을 가득 메운 수백만 명의 시민들, 80%에 달하는 국민들의 퇴진 요구 그리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등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제7차 촛불집회 모습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제7차 촛불집회 모습

사실 워터게이트에 연루된 닉슨의 탄핵 사유보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더 중차대하다.

닉슨은 미국 사회에 실질적인 해는 끼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기업의 인사, 그리고 경제계와 문화계, 스포츠계를 혼돈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닉슨은 자신의 변론을 위해 무리하게 버티면서 국가적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에 결국은 동의했다는 점이다.

“국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닉슨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와 닿는다.

국익이 무엇인지 되새겨봐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플러스] 닉슨과 박근혜 대통령의 다른 점
    • 입력 2016-12-13 13:15:32
    뉴스플러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사람은 탄핵을 받기 전에 얼른 물러났고 다른 사람은 의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끝까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거짓말 혹은 권력 사유화 등으로 탄핵 위기에 처했으나 모두 그 과정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결국 닉슨은 여론을 주시하다 하야를 결정해, 다음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고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발표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닉슨의 사임 연설을 들어보자.

“내 일생에 결코 중도 포기란 없었습니다. 지금도 임기 만료 전 떠나는 것에 내 본능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합니다. … 이에 나는 내일 정오를 기해 대통령직을 사임하려고 합니다.”

닉슨은 사실 개인적으로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 되더라도 대통령 임기 끝까지 가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국가 안보와 경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자신의 입장만 생각할 수 없다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은 모든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full-time) 대통령과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 대외적으로는 평화,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없는 번영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나의 개인적인 변론을 위해 몇 달씩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대통령과 의회의 모든 시간과 관심은 그것에 모두 빼앗길 것입니다.

닉슨은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안 것이다. 최소한의 애국심을 보인 것이다.

내가 사임함으로써 미국에 절실히 필요한 힐링(healing)의 과정이 빨리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닉슨은 자진 사임 결정으로 부도덕한 대통령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렸다.

사실 닉슨도 자신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라는 결정적 증거물(smoking gun)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짓말로 일관하며 강하게 버텼다.

그러나 증거물이 공개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백악관을 떠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광장을 가득 메운 수백만 명의 시민들, 80%에 달하는 국민들의 퇴진 요구 그리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등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제7차 촛불집회 모습
사실 워터게이트에 연루된 닉슨의 탄핵 사유보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더 중차대하다.

닉슨은 미국 사회에 실질적인 해는 끼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기업의 인사, 그리고 경제계와 문화계, 스포츠계를 혼돈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닉슨은 자신의 변론을 위해 무리하게 버티면서 국가적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에 결국은 동의했다는 점이다.

“국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닉슨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와 닿는다.

국익이 무엇인지 되새겨봐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